〈 78화 〉078화
철컥.
두 사람이 들어간 옆 방으로 들어온 한석은 척 보기에도 초조한 표정으로 쇼파에 주저앉았다.
어두운 방 안에는 적막만이 가득 가라앉아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한석은 카드키를 꼽을 정신도, 어둡다는 인식도 하지 못한 채 무거운 정적 속에서 그의 심장만이 빠르게 두근거리고 있었다.
‘이게 정말 잘 하는 짓이 맞을까?’
막상 옆방에서 둘이 무슨 짓을 하고 있을지 생각하자 한석의 욕망에 브레이크가 걸려왔다.
이 선을 넘으면 정말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몰래지켜보던 것이 아닌 정말로 효주의 동의 하에 셋이서 하는 상황.
‘난 지금 뭘 하는 거지?’
이미 몇 번의 미친 짓거리를 해왔음에도, 한석은 갑자기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후회하기엔 시간이 너무 늦어버렸고, 벌써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와버렸다.
생각이 여기까지 닿자, 한석의 불편한 마음이 질투심으로 바뀌어 치솟았다.
한석은 어두운 적막을 깨버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옆방에 귀를 기울였다.
옆방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한석의 귀가 쫑긋거리며 바짝 세워져 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적막 속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
‘잘못들은거 아니지?’
착각이라고 생각할만큼 작은 소리였기에 한석은 더욱 신경을 바짝 세워서 소리에 집중했다.
‘...맞는거 같은데?’
한석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거슬리는 소리가분명하게 귀에 들렸다.
잠시 후, 한석의 귀에 들리던 소리가 조금씩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들으려고 발걸음 소리를 죽이고 벽에 천천히, 느리게 가까이 다가갔다.
벽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선명하게 들리는 소리에 한석은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신음소리.
효주의 간드러지는 신음소리가 울려퍼질때마다 한석의 자지가 빳빳하게 서기 시작했다.
‘무슨 얘기를 하는거야?’
신음소리와 함께 웅얼거리는 소리가 섞여들렸고, 한석은 그들이 대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 궁금증이 일었다.
차라리 지금 당장 둘이 자신의 눈앞에서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석이 볼 수 없는 곳에서, 들리지 않는 대화를 나누며는 그들의 모습을 상상만 해야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문제는 상상 속의 대화가, 그 모습들이 현실일 확률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한석은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견디기 힘들었다.
‘지금 하고 있는거 맞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은 섹스를 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신음 소리는 격하게 들려왔고, 지금 그들이 하고 있는 행위가 한석의 눈에 선하게 보였다.
‘도대체 언제 부르는건데?’
한석은 현수에게 효주가 따먹히는 상상에 화가 나면서도 어서 빨리 현수가 그를 불러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벌써 시간은 꽤나 흘러가 있었고, 한석은 하염없이 시계만 계속 확인하고 있을 뿐이었다.
초조하게 휴대폰을 껐다, 켰다 하며 시간을 확인하던 한석은 조금씩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씨발…. 뭐 소리만 들으라는거야?’
속으로 욕을 내뱉고있을 때, 드디어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
한석은 다급하게 휴대폰을 확인하자,짧은 카톡 하나만 덩그러니 와있었다.
[넘어와.]
고작 세글자에 한석의 가슴이 터질 듯이 기뻐오며 곧장 문을 열고 옆방으로향했다.
한석은 흥분한 상태로 벨을 누르려고 했는데, 이미 문은 미세하게 열려있었다.
‘…?’
자동으로 닫기는 모텔문의 특성상 이게 왜 열려있는지 순간적으로 이해를 못한 한석은 아래쪽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슬리퍼가 걸려서 닫히고 있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철저한 새끼….’
하는 도중에 문을 열어주면 흥이 깨질 것을 염두한 현수의 행동에 한석은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었다.
한석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문을 지나 방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벌써부터 신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문자를 받았을 때부터 세차게 뛰던 심장이 더욱 빠르고 강하게 뛰며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느낌이 들었다.
한석의 눈앞에는 굳게 닫힌 중문이 있었다.
그리고 시선을 아래로 돌리면 신발 두 켤레가 나란히 놓여져 있었고. 그것을본 한석은 망설여졌다.
정말로, 이 중문을 넘으면 돌이킬 수 없다.
그러나 한석은….
‘보고싶다!’
이미 오를대로 오를 흥분은 한석의 망설임을 가뿐하게 이겨버렸고, 한석의 생각보다 빠르게 이미 손은 문고리를 잡아 당기고 있었다.
끼익.
한석은 마지막으로 심호흡을 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중문을 넘어 실내로 발을 들였다.
이젠 정말로 돌이킬 수 없었다.
“하앙... 하앙! 하아앗!!!”
이미 한석의 귓가에 들리는 효주의 신음소리에 그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멀리서 들리던 신음이 커다래지며 귓가를 때렸고, 한석은 수없이 들었던 익숙한 톤의 소리에 숨이 가빠졌다.
“아...! 아앗! 흐앙!!”
이렇게 야하게 낼 수도 있다는 것을 안 지 그리 얼마 되지 않은 그녀의 신음소리에 한석은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걸어나갔다.
침대를 가리고 있는 짧은 복도를 지나 벽 너머를 보았을 때, 침대 위에 이불을 부여잡은 채 현수의 아래에 깔려서 신음을 내뱉고있는 효주가 있었다.
한석의 고개가 빼꼼히 나왔을 때, 한석의 방향쪽을 주시하고 있던 효주와 시선을 마주쳤고,그녀의 두 눈이 커다래지며 얼어붙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 * *
현수는 효주가 다른 곳을 보며 얼어 붙는 것을 보고서 드디어 상황이 시작되었음을 깨달았다.
‘이제 좀 재밌어지겠네.’
효주는 현수에게 박히면서도 한석이 들어올 것을 알고 집중을 하고 있지 못했는데, 그가 들어오자마자 꽉 조여오는 보지를 보며 현수도 흥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효주는 당황한 눈빛으로 현수를 보며 그의 가슴을 밀치며 말했다.
“혀, 현수야. 이, 이건 정말 아닌 것 같아.”
‘하…. 진짜 얘는 끝까지 한 번에 가는 법이 없어.’
효주는 과하게 긴장이 올라왔는지, 호흡도 거칠고 안색도 별로 좋지 않아 보였다.
현수는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
곧장 효주의 손을 붙잡고 끌어당기며 그녀를 껴안고 다정한 말투로 달래듯이 말했다.
“효주야, 잠깐만. 진정해, 진정하고 잠시 나를 봐.”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시선을 교환하자 차츰 그녀의 흔들리던동공이 제자리를 찾으며 긴장을 가라 앉혔다.
곧 이어 효주는 현수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었고, 그를 올려다보며 겁나는 표정을 지었다.
“효주야, 난 네가 그만하자고 하면 언제든지 그만 둘 수 있어. 너무 무리 안해도 되니까, 말해봐. 할 수 있겠어?”
막상현수가 자리를 깔아주자 효주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못하겠다고 할건데?’
현수는 그녀가 절대 거절하지 못할 것을 알기에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만하고 싶어?”
효주는 눈을 질끈 감고는 상황을모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결국 할거면서 왜 자꾸 시간을 끄는거야.’
현수는 계속해서 갈등하고 있는 효주에게 말했다.
“여기까지 오는 게 쉽지 않았다는 거, 너무 잘 알아.”
현수가 살짝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나도 너를 위해서 여기까지 왔다지만, 절대 쉬운 선택은 아니였으니까.”
일순간 변해버린 현수의 표정에 효주는 미안한 마음이 올라왔다.
그때부터 효주는 빠르게 잠잠해졌다.
그리고 그녀가 가라앉자, 현수는 곧바로 속에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거지.’
현수가 생각하기에 효주는 죄책감을 건드리면 무조건 원하는 방향대로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캐릭터였다.
그리고 지금 효주는 곰곰이 생각에 잠긴 듯 했다.
잠시 후. 그녀가 다시 입을 떼고서 현수에게 말했다.
“내가 너무 당황했었나봐. 미안해. ...다시 하자...”
마지막 말 끝은 흐릿했지만, 결국 효주가 자기 의지로 이 미친 섹스를 이어나가겠다는 의사표시를 하고야 마는 순간이었다.
드디어 효주도 이 미친 관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었다.
현수는 효주가 그 말을 하자마자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입술에 뽀뽀를 했다.
“고마워. 참아줘서.”
효주는 한석의 앞에서 뽀뽀를 하게 되자 적잖이 당황을 한 기색이었다.
그리고 현수는 그것이 우스웠다.
‘얘는 지금 삽입중인 건 잊었나?’
뽀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것을 하고 있었음에도 겨우 뽀뽀에 당황하고 있다는 것이 현수는 너무 우스웠다.
“그럼다시 시작할게.”
현수의 말에 효주가 한석의 눈치를 봤다.
그러다 효주는 한석의 아랫도리쪽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
한석의 아래가 불룩 튀어나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효주는 그 모습을 보고서 알 수 없는 흥분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효주는시선을 돌려서 현수는 바라봤다.
현수는 차분하게 그녀를 바라보고있었다. 효주의 대답을 기다려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윽고 효주는 자신의 의지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렇게 효주의 허락이 떨어지자 현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존나 좋네.’
실시간으로 사람은 타락시켜가는 것은 엄청난 쾌락을 가져다주었다.
현수는 조금씩허리를 움직여갔다.
그리고 잠시 후.
현수는 효주의 질에서 방금 전과는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느낌이 완전 다른데?’
“하아아....”
눈앞에서 신음소리를 흘리고 있는 효주가 훨씬 더 야해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정말로 그녀는 야해졌다.
아까 전은 술기운과 삽입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성감으로 인해 올라온 쾌락이었다면, 지금은 그 이상의 무언가가 그녀의 몸 속에 번지고 있었다.
그리고 현수는 그것의 정체를 알 것만 같았다.
바로 자극적인 상황.
‘진짜 자극에 미친 여자네.’
효주의 질은 방금 전과는 확연히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녀의 질은 현수의 물건을 강한 힘으로 콱콱 움켜쥐어왔다.
‘하여튼 얘는 극한으로 몰아붙여야 한다니까.’
갑작스레 확 맛있어진 효주를 겪으며 현수는 열심히 허리를 튕겼다.
효주의 질은 현수의 물건을 강하게 붙들었다. 그렇게 물건과 질 사이의 진한 마찰로 두 사람은 강렬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진짜 질리지가 않네.’
현수는 오늘의 섹스는 왠지 엄청 오래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싸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싸지 않고 버틸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왔기 때문이었다.
‘콘돔이 이럴 땐 좋단 말야. 뭐, 콘돔을 쓰면서 까지도 느낌이 좋은 얘의 질이 보통이 아닌 거일수도 있지만.’
그렇게 섹스를 이어나가다가 현수는 고개를 돌려서 슬쩍 한석을 봤다.
‘으휴. 등신새끼.’
현수는 순간 한숨이 나올 뻔했다.
한석은 잔뜩 흥분해있었으면서도 아까와 같은 모습으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지가 하고 싶어서 깔아준 판인데 저렇게 어리버리를 타고 싶으니.’
자기 것을 줘도 못 주워 먹는 건 현수가 알 바 아니였다.
문제는 한석이 저렇게 얼을 타버리면 이 장소의 분위기가 식어버린다는 데 있었다.
현수는 결국 중간에 상황을 한 번 끊어갈 수밖에 없었다.
“효주야.”
“응?”
“한석이가 조금 당황한 것 같은데, 우리 처음부터 다시 천천히 시작해볼까?”
그렇게 말하자 효주가 한석을 바라봤다.
한석은 수치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효주가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한 얼굴로 현수를 바라봤다.
무슨 대답을 할지 모르겠다는 뜻.
현수는 당황한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러자 효주가 눈을 살짝 크게 떴다.
당황한 효주의 시선이한석을 향했다.
놀란 것은 한석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효주는 또다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효주와 눈을 마주친 한석이 은근슬쩍 시선을 돌려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키스를 끝낸 후, 복잡한 심정의 효주를 현수가 바라봤다.
. . .
효주는 멍하니 현수를 바라봤다.
그녀는 한석이 자신에게 현수와 하는 것을 보고싶다고 고백하고 빌었던, 그때의 그 감정이 얼마나 진지하고 무거운 것이었는지 새삼 느끼고 있었다.
효주는 고개를 들어서 현수를 바라봤다.
현수는 여전히 효주를 사랑스럽다는 시선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효주는 의문스러웠다. 어째서 그는 자신을 이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이 순간에도 아무렇지않게 대할 수 있는 것인지.
그때 그가 말했다.
“다시 씻고 올테니까. 펠라치오 먼저 해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순간 효주는 직감했다.
이 남자는 보여주고 싶은 거라고.
자신이 한석보다 확실히 더 효주와 가까운 지점이 있다는 것을.
원래대로라면 거절해야 마땅했다.
그러나 효주는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에 휩싸여있었다.
그렇기에 효주는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