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7화 〉107화 (107/112)



〈 107화 〉107화

“그럼 지금까지 왜...?”

현수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말을 내뱉자 소연이 그간의 서러움이 폭발하듯 터져나왔다.

“저야말로 오빠가 저한테  떨어진  알고...!”

소연은 말을 하던 도중 목이 매여와서 이어나갈  없었다.

현수는 서럽게 울고 있는 그녀를 껴안아주고 등을 토닥여주기 시작했다.

“미안, 미안해. 나도 그럴 생각은 없었어.”

원래의 다정한 현수의 말투에 소연은 더욱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현수의 품 안에 안겨서  오랜 시간을 울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코를 훌쩍이는 소리만 퍼져나올 때쯤.

‘아 씨, 이제 어떡하지?’

막상 다 울고 나니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했다.

“다 울었어?”

현수는 그것을 다 안다는 듯 다정한 말투와 함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물어왔다.

“모, 몰라요...”

소연은 자기도 모르게 투정을 부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일단 타자.”

현수가 보조석의 문을 열어주며 그녀를 밀어넣었다.

만난지 거의 1시간이 다 되는 시간만에  안에 들어선 둘.

현수는 그녀에게 말했다.

“안전벨트 메.”

“네...”

소연이 안전벨트를 메자 현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출발할게.”

현수가 악셀을 밟았고 현수의 차가 그녀의  앞을 벗어났다.

그렇게 이동을 시작한 현수의 차 안은 적막이 감돌았다.

소연은 그 적막이 이어질수록 점점 더 초조해져갔다.

잠깐의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현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정말 나 좋아해?”

“네…. 진심이에요.”

소연은 고민하다가 말을 덧붙였다.

“오빠야말로 저 좋아해요?”

소연의 질문에 현수는 한숨을 내쉬었다가 말했다.

“당연하지.  좋아하면 내가 이렇게 왔겠어?”

소연은 답답하다는 듯 한 현수의 한숨을 들은 순간,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

“그럼 왜 연락을 그렇게 해요? 막, 막! 씹고, 무시하고!”

소연은 아이처럼 투정을 부렸다.

투정을 부리는 그녀의 모습을 난처하게 쳐다보던 현수가 소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난…. 네가 나한테 어장관리를 하는게 아닌가 해서 기분이 안좋았어.”

“네? 어장관리요?”

“내가 손 잠깐 댔다고 기겁을 하질 않나, 정작 그래놓고 톡으로는 나한테 좋다고 하질 않나…. 그리고 나서는 연라고 씹고. 생각해보니 연락을 먼저 씹은건 너잖아?”

소연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말문이 막혔다.

구구절절 맞는 소리에 대체 지금까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른건지 후회가 되었다.

‘안돼! 이걸 대체 어떻게 말하냐고!’

심지어 현수의 오해를 풀기 위해서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며 스스로 만든 흑역사를 도저히 제 입으로 말할 수 없었다.

“왜 대답이 없어?”

“그, 그니까…. 오해에요!”

소연은 어떻게든 쪽팔리지 않기 위해 흑역사를 빼고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부실한 설명에 현수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그니까 기겁한 건 너무 긴장해서 그랬던 거라는 거지? 근데 그럼 연락은 왜...?”

“그, 그건 그냥 잊어주시면안돼요?”

얼굴이 잔뜩 붉어진 그녀는 이것만은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래 그럼 오해였다는 거지?”

현수의 의도적으로 약간 허탈한 표정을 짓자 소연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에.”

“그럼  안 캐물을게. 대신 오늘, 내일 시간 돼?”

“...내일까지요?”

“응.”

현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전방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소연은 조금 차가워진 느낌의현수를 보고 있자 불안감이 올라왔다.

그때 소연이 머뭇거리고 있자 현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 어차피 내일 월공강 아냐?”

소연은 현수가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는 생각이 기분 좋으면서도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오늘같이 있자는 거잖아...’

소연은 현수가 자신에게 담판을 지으러 왔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담판이 서로에게 서운한 상태에서 첫날밤을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되자 씁쓸했다.

하지만 소연은 현수에게 할 대답이 정해져 있을  밖에 없었다.

“알았어요...”

소연은 현수를더 이상 밀어낼 심적 여유가 없었다.

어떤 이유에서든 현수와 다시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지금, 소연은 여기서 또다시 현수가 실망할 말을 뱉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소연의 허락을 받은 현수는 곧바로 차를 어딘가로 몰고 갔다.

시간이 흐른 뒤 소연은  밖에 안내 표지판을 보고 놀랐다.

[경부 고속도로]

현수의 차가 거침없이 그쪽 길로 나아가자 소연은 머뭇거리다가 그에게 행선지를 물었다.

“우리 어디 가는 거에요...?”

소연의 말에 현수는 전방을 주시한 채 대답했다.

“부산.”

. . .

현수는 운전을 하던 도중, 고개를 슬쩍 돌려서 소연을 바라봤다.

한창 긴장하고 있던 소연은 어느새 잠에 빠져 있었다.

‘그렇게 긴장할 때는 언제고.’

현수는 그 모습을 보자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소연이 서서히 긴장을 풀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그것 자체가 나쁘지 않은 신호였다.

오늘은 관계를 회복시키면서 분위기를 잡아주는, 소위 ‘당기는’날이니까.

현수는 중간중간 소연을 힐끔거리며, 휴게소도 들리지 않고서 부산까지 달렸다.

그리고 몇 시간 뒤.

현수가 부산에 도착하고 나서도 소연은 잠에 빠져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잠을 못 잤던거야.’

이틀 밤을 완전히 꼬박 샜으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현수였기에 그는 헛웃음을 지으며 소연을 바라봤다.

결국 현수는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자 소연을 깨울 수 밖에 없었다.

“소연아. 일어나봐.”

현수가 소연을 가볍게 흔들며 깨우자 그제야 소연이 몸을 뒤척이며 눈을 떴다.

그리고 소연은 자신이 자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화들짝 놀라며 일어났다.

“어, 어디에요?”

“부산.”

“헐...”

소연은 고개를 돌려봤다. 그러자 현수의 차가 해안선을 따라서 달리고 있었다.

“...저  시간 잤어요?”

“네 시간 정도? 도대체 얼마나 피곤했길래 뒤척이지도 않고 자.”

현수의 말에소연은 얼굴이 붉어졌다.

차마 이틀 밤을 한 숨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 말을 할 수는없었기 때문이었다.

현수의 차는 그렇게 해안선을 따라서 달리다가, 시내를 지나고, 또 그 끝을 지났다. 그러자 나타난 곳은 백사장이었다.

“여기가 해운대야.”

현수의 설명에 소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와봐요.”

“해운대를?”

“네. 가족들이 바다를 별로 안좋아해서 여행은 매일 산으로만 다녔거든요.”

“그럼 나랑  해운대가 처음인 거네.”

현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네. 그렇죠?”

소연은 왠지 현수의 기분이 은근히 좋아진 같다는 생각을 했다.

현수는 어쩔  몰라 하고 있는 소연에게 말했다.

“여기까지 왔으니까. 우리 여기서부터는 다 털고 즐겁게 놀자.”

현수의 말에 소연은 그의 눈을 물끄러미바라봤다.

그리고 소연은 현수의 말이 정말 진심이라는 것을 깨닫고서 드디어 웃음을 지을  있었다.

“좋아요.”

“내리자.”

그렇게  사람이 차에서 내리고, 주차장에서 조금을 걸어나가자 소연은 환한 웃음을 지었다.

두 사람의 눈 앞에는 분위기 좋은 해운대 밤바다가펼쳐져 있었다.

 사람은 밤 바다를 거닐었다. 소연은 그곳의 분위기에 서서히 취하는 것 같았다.

현수는 그런 소연을 보며 생각했다.

‘여길 또 오네.’

회귀 이후에는 처음이었지만, 과거에는 수시로 찾아오던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그때도 진짜 재미있었는데.’

아직 날이 더워지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남녀가 짝을 지어서 헌팅을 시도하는 모습을 이따금씩 볼 수 있었다.

과거 생각에 잠시 사로잡혔을 때였다.

“우리 바닷물에  담으면서 걸을래요?”

소연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현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저기 똥물인데.’

현수는 부산에 와서 바닷가에 몸을 일부라도 넣는 사람들을 도저히 이해할  없었다.

“지금 날씨면 되게 추울거야. 혹시 모르니까 들어가는 건 포기하자.”

현수의 말에 소연이 조금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현수는 그런 소연의 머리를 가볍게 스윽 쓰다듬은 뒤,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가자.”

소연은 갑자기 현수의 스킨십이 들어오자 기분이 확 좋아졌다.

이왕 온 여행, 다 털고 즐겁게 놀자던 현수의 말은 진심이었다.

소연은 현수의 마음을 깨닫고서는 점점 더 편안해진 마음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바닷가를 거닐고, 그 근처의 카페에서 커피  잔 까지 하고 나자 시간은 저녁이 되었다.

현수는 커피잔이 바닥을 드러낼 즈음 소연에게 말했다.

“이제 우리 숙소로 갈까?”

현수의 말에 소연은 한동안 풀려있던 긴장이 슬그머니 올라온 느낌이었다.

“그럴까요?”

소연은 애써 침착한  하는 톤으로 이야기했다.

현수는 그런 소연의 긴장을 감추려고 함에도 긴장한것이 선명히 보이는 표정을 보자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웃음을 꾹 참으며 살짝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그래. 그럼 차로 가자.”

현수는 다시 소연을 데리고서 차를 댔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현수는  차를 타고서 멀리 이동하지 않았다.

소연은 현수의 차에 타면서도 내심 다짐하고 있었다.

‘오늘은 모텔 가도 실망한 티 내지 말자.’

생각해보면 현수도 스물 한 살이었다.

이따금씩 훨씬 더 어른스러운 때문에 그에게 무언가 많은 것을 기대하게 되고, 의존하고 싶어지지만, 겨우  살 차이에 불과했다는 것이었다.

그런 현수에게 어른의 무언가를 기대했다가 실망을 했다는 사실이떠오르자 소연은 자신이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게 맞아.’

여행까지 와서 즐겁게 놀면서, 좋은 추억을 남겨주며 만드는 자연스러운 첫날 밤.

이정도면 현수로써도 충분히 무리한 것이고, 새내기 입장에선 충분히 로맨틱한 하룻밤 아닐까.

소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미리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현수의 차가 시동이 걸려서 주차장을 벗어나더니, 잠시  현수의 차는 해운대 백사장에 제일 붙어있는 바깥 도로로 진입했다.

바닷가와 붙어있는 제일 앞쪽 도로에는 온갖 높은 빌딩들이 즐비했다.

‘...어디로 가는 거지?’

그리고 잠시 후, 현수의 차가 어딘가로 꺾자 소연은 굉장히 당황했다.

“어어...?”

현수는 갑자기 소연이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자 피식 웃었다.

그러나 소연은 현수의 웃음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현수의 차가 들어가는 곳은 호텔, 그것도 한 눈에 봐도 휘황찬란한 것이 어마어마하게 고급 호텔인 것이 분명한 곳이었다.

“내리자.”

“네? 네.”

현수의 말을 듣고서 소연이 조심스럽게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린 현수는 발렛파킹을 하러 온 직원에게 능숙하게 자신의 키를 건넸고,  후 로비로 들어갔다.

소연은 쭈뼛거리면서 현수의 뒤를 따랐다.

그 후 현수는 로비의 데스크로 가서 예약 조회를 했다.

그러자 직원이 하는 말에 소연이 깜짝 놀랐다.

“스위트 룸. 예약 확인 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직원은 현수에게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준 뒤, 카드키를 건넸다.

현수는  키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고서 소연에게 말했다.

“가자.”

“...네.”

소연은 현수의 뒤를 따라가면서도 머릿속에선 ‘스위트’라는 단어가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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