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LOVE파워(3)
“내 돈 백 이십만 골드 언제 갚을 거야 이 씨이발놈아!”
욕이 참 구수하다. 문득 이 세계에서도 한국어를 쓰네, 하는 싱거운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한국어가 아니지만 내 뇌에서 자동으로 변환되는 걸지도 모를 일이고.
근데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선생님... 아야야… 잠시 이거 좀 놓고 얘기하시죠.”
어깨가 부서질 거 같다. 좀 뭐랄까 인간의 힘이 아니잖아, 이거.
이상해. 미친놈이야.
“오해? 오오해? 트래쉬 개새끼야, 니가 니 입으로 오늘까지 갚는다며, 오오오오해?”
맞아 트래쉬. 그러게 왜 빚을 지고 다니는 거야. 아무리 후달려도 사채만은 쓰지 말아야지.
그리고 방 꼬라지 보면 뭐 비싸 보이는 것도 없구만 빚까지 져서 돈은 다 어디다 해먹은 거야.
내 몸의 원주인이 존나 원망스러웠다.
“으아아… 갚아요! 갚을게요. 말로 합시다.”
정체불명의 사내는 그제야 내 어깨를 놔줬다. 잠깐 잡혔는데 저릿저릿하고 피가 안 통한다.
그렇다고 상황이 나아진 건 아니다.
당장의 고통만 사라졌을 뿐.
돈 문제는 이빨 좀 잘 털어서 해결될 게 아니다.
돈이 얼마나 원한이 깊고 독기가 센데.
여기서도 똑같겠지.
뭔 짓을 하건 다 갚을 때까지 이 자와 나 사이의 악연은 절대로 끝나지 않을 게 뻔하다.
‘생각해라… 생각해!’
내가 쓸 수 있는 도구가 뭔지 잠시 떠올렸다.
스킬 ‘LOVE파워’?
이건 아니지. 이 남자랑 섹스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돈 대신 뒤를 대줄 것도 아니고, 그런 취향도 없고.
그러면 ‘감식안’?
이건 일단 한번 써보자.
[감식안 사용]
[스포츠 관련 인물이 아니므로 간략한 정보만 표시됩니다.
이름: 메이슨
나이: 31
종족: 인간
성별: 남
칭호: ‘지옥의 징수인’ ]
‘지옥…!? 거 살벌한 칭호군.’
아마 이 남자는 자기 직업에 꽤 충실한 모양이다. 저런 칭호까지 붙을 정도면. 근데 그런 놈한테 돈을 빌린 트래쉬 이새끼는 뭐야 진짜.
‘돈, 돈… 있나? 있어라 제발…’
나는 초조하게 주머니를 확인했다. 메이슨이 무서운 눈으로 빤히 쳐다보고 있다.
왼쪽 바지 주머니.
오른쪽 바지 주머니.
윗옷 점퍼 왼쪽 주머니.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손가락이 살짝 떨린다.
점퍼 오른쪽 주머니.
“앗!”
“뭐야, 있냐?”
점퍼 오른쪽 주머니에서 작은 동전 하나가 나왔다. ‘2’라고 적힌 황금색 동전이다.
“일단 얼만진 모르겠지만 이거라도 받으시죠. 제 성의입니다.”
“...”
나는 간절히 바랬다.
이 동전에 이천 골드, 아니 이만 골드의 가치가 있기를…!
2!
2!
2~~!
나는 슬픈 눈으로 메이슨을 바라봤다.
메이슨도 나를 건조한 눈으로 바라봤다.
우리는 말없이 잠시 눈빛을 나눴다.
...물론 당연히 작은 동전 하나에 그만한 가치는 없었다.
“2골드를 누구 코에 붙이냐 개애새끼야~! 진짜 누구 놀려? 넌 안 되겠어.
그냥 씨발 노예시장에 갖다 팔아야지 이제 더는 못 기다려!”
더더욱 화를 돋운 모양이다. 메이슨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위험해, 진짜 위험해!
진수현보다 트래쉬 인생이 더 씹창인데? 이거 손해야. 다시 원래대로 바꿔줘요.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만, 잠깐만! 갚을게요. 걱정 노노. 화내지 마요. 진정하고 같이 방법을 찾아봅시다.”
“이미 늦었어.
지금까지 못 갚았다는 건 앞으로도 못 갚는다는 거지. 너한테 시간을 얼마나 줬는데 씨팔!”
맞는 말이긴 하다. 내가 빚쟁이라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갚을 놈과 못 갚을 놈은 당장 보이는 성의부터가 다르다.
갚을 놈들은 어떻게든 조금씩이라도 돈이 생길 때마다 최우선으로 빚부터 갚아나간다.
만원이든 이만 원이든.
이 트래쉬는 그거조차 못했다는 말이다.
“아마 잘 안 믿어지시겠지만, 전 지금까지의 제가 아닙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에요.”
“뭔 씹…”
“백 이십만 골드? 그거 한 번에 갚는 거? 무리입니다. 갑자기 다 갚을 수 있다고 제가 말해도 솔직히 구라죠. 그렇게 어떻게 갚아요.
하지만 만 이천 골드면? 그거는 갚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어때요, 한 번만 더 믿어봐요.”
물론 나는 이 세계에서 만 이천 골드도 어떻게 벌어야 할지 감이 안 오긴 한다. 당장 2골드가 내 세계에서 어느 정도의 가치인지도 모르는 판국이다.
하지만 별수 없지.
일단 눈앞의 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분할상환하겠다는 거냐? 지랄 마, 그럴 거면 진작에 했겠지.”
“이번엔 진짜예요. 다 걸고 진짜.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줘요.”
나는 무릎을 꿇고 조아렸다. 씨이발…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걸까. 존나 서러워진다.
“...내일까지 만 이천 골드 갚겠다고?”
“하, 하루 만에요? 그건 좀…”
“집어치워 그럼. 가자 노예시장으로.”
“아, 아닙니다! 가능해요! 내일까지 가능!”
나는 황급히 대답했다. ‘지옥의 징수인’이 구원의 동아줄을 내려줬다.
비록 지나치게 낡고 짧은 줄이지만.
단 하루의 유예.
그래도 그게 어디냐. 하루면 어디로든 째서…
“아, 그리고 혹시 개수작 부릴까 봐 말해두는 건데, 어디 도망가기라도 할 계획이면 그 생각 접어.
지금부터 애들 시켜서 24시간 감시할 거니까.
만약에 그런 불미스러운 시도가 적발되면 그때부터 난 너 더이상 인간으로 취급 안 한다. 알겠냐?”
메이슨이 소름 끼치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2골드도 잊지 않고 가져갔다.
역시 ‘지옥의 징수인’. 철저하군.
***
좆됐다. 이 세계에서도 좆됐어. 대체 왜 이렇게 된 거야.
나는 초조히 머리를 긁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어쩌면 한 번 더 잠들었다 일어나면 그때야말로 진정한 파라다이스에서 눈을 뜰지도 모르지.’
그리고 3번째 전생에서는 드디어 시간정지 능력과 최면 어플 능력과 모든 능력치 SSS 등등 치트 능력을 200개쯤 들고 시작하는 거다.
...그럴리가 없잖아.
이 두 번째 삶조차 말도 안 되는 기적인데 세 번째를 바라는 건 너무 욕심이다. 현실도피도 정도가 있다. 지금 환경에서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
단 하루 안에 뭔 짓을 해서든 만 이천 골드를 만들어 내야 해!
일단 직장에 가보자. 거기서 월급 가불같은 거 안되는지 부탁해보는 거야. 아니면 거기 동료 누군가한테 빌리던지.
그런 생각을 하며 걷는데, 모르는 여자애들 두 명과 마주쳤다.
이 상황에도 ‘둘 다 귀엽네’하고 생각하는 스스로가 한심하다.
근데 어쩐지 여자애들이 흠칫 놀라며 발걸음을 멈췄다. 날 아는 애들인가.
‘씨...씨발 나 얘들한테도 빚졌나?’
일단 사과하자!
“자,잘못했어요! 갚을게요, 갚겠습니다!”
“어, 왜 그러세요. 코치님?”
한 여자애가 코치님,하고 말한 뒤 마치 실수라도 했다는 듯 머쓱한 표정을 짓는다.
나로선 알 수 없는 반응이다.
일단 처음 보는 사람이면 ‘감식안’이다.
[감식안 사용]
[이름: 미리아
나이: 18세
종족: 인간
성별: 여
칭호: ‘재능 없는 선수’
체력: 6
근력: 5
지혜: 3
기교: 4
의지: 5
속도: 4
종합능력: E
잠재성: E ]
[이름: 안젤라
나이: 20세
종족: 인간
성별: 여
칭호: ‘평범한 선수’
체력: 6
근력: 6
지혜: 3
기교: 5
의지: 4
속도: 6
종합능력: E
잠재성: D ]
‘아, 혹시 내가 맡은 팀 선수들인가? 뭔 종목인지는 하나도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직업병처럼 여자애들의 신체 스펙을 체크했다.
육상…? 수영 쪽은 아니고. 어느 쪽이든 별 아우라는 안 느껴진다.
피지컬은 대단치 않아 보인다. 능력치도 고만고만하다.
‘재능이 없다, 평범하다는 칭호가 사실인가 보군.’
하지만 지금은 그딴게 중요한 게 아니다!
“미리아, 안젤라, 잘 지냈어?”
“...아, 예. 코치...님도요.”
아까부터 얘들 반응이 조금 미적지근한데 기분 탓인가. 트래쉬는 선수들에게 호감을 사지 못하던 감독이었을까.
“오늘도 운동 열심히 해보자.”
무슨 운동을 하는지야 나야 알 길이 없지만 일단 그렇게 말해봤다. 감독으로서 이 정도 말은 이상할 거 없지.
“앗…”
“크흠…”
갑자기 여자애들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히 나를 불편해하고 있다. 자리를 뜨고 싶어 못 견디겠는 표정. 뭐야 대체?
“왜 그러니?”
“아, 아니에요.”
아무래도 상관없다. 트래쉬와 얘들의 인간관계를 탐구하기엔 내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나는 즉시 본론을 꺼냈다.
“갑자기 이런 말 꺼내서 미안한데, 얘들아. 혹시… 나한테 돈 좀 빌려줄 수 있을까?”
으아아... 초면인 사람한테 이런 말을 해야 한다니. 존나 괴로워!
하지만 해야 한다! 지금은 자존심, 체면 따위가 문제가 아니다.
“돈...이요?”
그래, 만 이천 골드. 라고 말하려다 참았다. 돈 맡겨놓은 것도 아니고. 갑자기 존나 부담을 줄 필요는 없으니.
“조금이라도 괜찮은데. 진짜 미안. 사정이 지금 약간 곤란해서 말야.”
“아…”
미리아와 안젤라의 눈빛에 동정심이 차올랐다. 일단 돈 빌려달란 말 듣고 바로 쌩까는게 아닌 거 보면 그래도 트래쉬가 아주 막살지는 않았나 보다. 적어도 주변 사람들한테는.
“역시 그렇겠죠… 죄송해요. 코치님. 저도 넉넉지는 않아서… 이거라도 괜찮으시다면.”
“저도 보탤게요.”
상냥한 미리아와 안젤라는 주머니에서 귀여운 지갑을 꺼내 안에 있던 돈을 싹싹 털어줬다.
얘들은 천사인가…! 귀여운데다 착하기까지.
합쳐서 520골드. 한 이 정도가 용돈 정도의 가치인가 보다.
“코치님, 힘내세요.”
“흑…. 너무 고맙다. 내겐 너희밖에 없어. 이따 연습할 때 다시 보자.”
“크...크흠.”
그녀들은 여전히 머쓱해하는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떠나갔다.
일단 520골드!
***
나는 맥켄지 할배가 알려준 내 직장의 위치에 도착했다.
<홍삼&인삼 파워 스포츠>.
입이 떡 벌어졌다.
‘아니, 트래쉬가 다니던 직장이… 이렇게, 이렇게나?’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나 줫구릴 줄이야!’
제대로 된 건물도 아니다. 컨테이너 두 개가 작은 운동장 한복판에 덜렁 놓여있다.
그 앞에 홍삼인지 좆삼인지 쓰여 있는 깃발이 펄럭인다.
‘아니 시발. 동네 해병대전우회 컨테이너도 이거보단 낫겠다.’
내 계획이 완전히 어그러졌다. 이곳에선 돈 나올 구멍이 안 보인다. 월급 가불은 커녕 체불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겠지.
이딴데서 무슨 운동을 한다는 건가.
‘하기야 트래쉬 이새끼가 감독이랍시고 있는 스포츠팀이 제대로 된 곳일 리도 없겠지만. 그래도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운동장에 철봉 하나, 분필로 어설프게 그려놓은 러닝 트랙 하나.
요즘엔 시골 초등학교 운동장도 이거보단 잘해놨겠다고 혀를 차며 컨테이너로 걸어갔다.
컨테이너 하나엔 사무실, 하나엔 탈의실이라고 적혀있다.
사무실로 들어가니 머리가 벗겨진 아재 한 명이 손을 들며 반겼다.
내가 대학 배구팀에서 일할 때 있던 처장을 약간 닮아서 거슬린다.
“어이구~ 우리 트래쉬군. 왔어?”
“...아 예. 안녕하세요.”
[감식안 사용]
[이름: 레이지
나이: 55
종족: 인간
성별: 남
칭호: ‘게으른 단장’ ]
이 아재가 여기 단장인가 보다. 단장이란 게 있는 것도 신기하긴 하다. 무슨 취미 동호회보다 못해 보이는데.
“이걸 어떡하나 그치? 미리아하고 안젤라도 그만뒀고. 이제 라비밖에 안 남았네.”
“아…”
미리아와 안젤라면 아까 나한테 돈 빌려준 여자애들...
걔들은 운동 그만뒀구나!
이제서야 이해가 갔다. 그 어색한 반응. 팀을 손절한거다. 미래가 안 보이니까. 그래서 나한테 엄청 미안해한 거였어.
“슬슬 접어야 되나 봐. 휴...”
레이지 아재는 쓸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돌아가는 사이즈를 보니 아마 이 아재가 취미로 운영하는 팀이었나 보다. 나름대로 애정은 있었겠지.
하지만 현실이 안 따라주는 걸 뭐 어떡하겠나.
...라고 평상시의 나라면 생각했을 것이다.
근데 지금은 아니다!
그럼 난 만 이천 골드, 아니 만 천사백팔십 골드 어디서 구하냐고!
“아니, 아닙니다! 단장님, 그만두긴 뭘 그만둬요. 포기하지 마세요!”
“트래쉬 군이 또 이렇게 나 마음아프게 하네. 하기야 누구보다 팀에 열정적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
아재가 나직하게 말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제 월급, 월급은요? 단장님 저 여기 그만두면 당장 일자리가 없어요.”
“그거? 다다다음달 것까지 가불해주지 않았나. 팔천 골드 저번 주에 받아갔잖아.
지금 팀 해체하면 자네는 오히려 이득 아니야?
가불받았는데 일은 안 해도 되니까, 허허.”
레이지 아재는 사람 좋게 웃었다.
‘그럼 그렇지 트래쉬 이새끼를 믿는 게 아니었어. 빚을 그렇게 쌓아놓고 월급은 안 건드린 게 사실 말이 안 되지. 좆됐다.’
“대회 상금이라도 좀 벌었으면 모를까 요새는 그것도 힘들었으니.
라비 오면 걔 의견 들어보고 결정하자고.”
“예…크흑…”
나는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다리를 후들거리며 서 있으니 아재가 파이프 의자를 하나 갖다 줬다.
털썩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 쥐었다.
방법이 없는 건가... 정말로?
‘일단 오백 이십 골드라도 갖다 주면 어떻게 봐주지 않을까?’
그 때였다.
컨테이너 문이 열리고 트랙 탑을 걸친 한 여자애가 들어왔다.
마음대로 뻗친 하얀 머리. 뒤로 살짝 쪽을 지어 꽁지를 만들어 묶었다.
작은 얼굴에 절묘한 균형으로 배치된 이목구비는 상쾌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을 준다. 아마 파란 눈이 포인트여서 더 그렇겠지.
귀엽고 밝은 인상의 미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저 피지컬!
키는 작지도 크지도 않은데 딱 보기에도 바디 밸런스가 완벽해 보인다.
한 마리 가젤을 연상케 하는 날렵하고도 매끈한 신체.
반바지 아래로 살짝 드러난 허벅지 근육은 하루 이틀로 만들어질 게 아니다.
그러면서도 날씬하게 뻗어 가는 종아리.
딱봐도 느껴진다. 이 여자애에겐 개씹에이스의 아우라가 있다.
[감식안 사용]
[이름: 라비
나이: 20세
종족: 인간
성별: 여
칭호: ‘빛나는 원석’
체력: 11
근력: 9
지혜: 5
기교: 8
의지: 6
속도: 15
특이사항: 다이아몬드의 원석과도 같은 찬란한 재능이 엿보입니다. 아직 완벽히 재능이 개화되진 않았습니다. 타인보다 월등히 신체 회복이 빠릅니다.
보유스킬: ‘고속이동B’, ‘회복력S’, ‘매력A’
종합능력: C
잠재성: SS ]
나는 넋을 잃고 라비를 바라봤다. 잠재성 SS.
아까 미리아와 안젤라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얘는 반드시 우수한 선수가 될 재목이다.
그리고 내 ‘LOVE파워’가 더해진다면…
“엥? 코치님, 뭘 그렇게 봐요.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헤헤.”
“아이구 라비 왔어?”
레이지가 자기 의자를 빼 라비에게 권했다. 라비는 엉덩이를 탁탁 털고 앉았다.
“단장님 요전에 말씀하신 거 집에서 많이 생각해봤는데요.”
“응응.”
“아무래도 미리아하고 안젤라도 그만뒀고, 저 혼자선 좀 힘들거 같더라고요.”
뭔가 대화의 흐름이 굉장히 불길한데?
나는 멍한 기분으로 듣고만 있었다.
“죄송해요. 저두 여기까지만 할라고요.”
!!!!!!
나는 순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씨발 얘를 잡아야 해! 얘가 내 유일한 희망이다…!
그녀의 어깨를 잡고 열정적으로 외쳤다.
“아니야 라비야! 한번만 더해보자!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더!”
그 때 눈앞에 메세지가 떴다.
[LOVE파워 사용]
[첫 스킨십: 어깨 터치.
당신은 이 젊은 아가씨의 어깨를 잡고 절실히 용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다행히 민소매가 아니라 서로 맨살이 닿진 않았지만, 엄연히 스킨십의 첫 단계겠죠.
라비의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기교: 9 (+1)
의지: 7 (+1) ]
[라비는 약간 당황했습니다.
라비는 약간 어색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