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화 〉첫 대회, 트레져 헌트(1) (5/109)



〈 5화 〉첫 대회, 트레져 헌트(1)


‘좋은 날씨다.’

다음  우리 <홍삼&인삼 파워 스포츠>팀은 대회장으로 향했다.

어딘가 했더니 우리 운동장에서 멀리 보이는 야산이 경기장이었다.
레이지 단장이 직접 운전하는 작은 차를 타고 우리 셋은 도시의 외곽에 위치한 산에 도착했다.


“의외로 그럭저럭 사람이 많은데요.”
“그렇지?”

레이지 아재가 허허 웃으며 파이프에 불을 붙였다. 이 아재는 그냥 조카, 손녀랑 사이좋게 소풍 나온 기분인 듯도 하고…
묘하게 아재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힘이 빠지는 기분이다.


햇볕이 따사로운 밝은 하늘 아래 몇백  정도의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절로 내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일단은 경쟁자 체크.’

이러니저러니해도 역시 운동 선수들은 딱 티가 난다. 체격부터가 평소 관리를 아끼지 않은 느낌.

감식안을 사용해 경쟁자들의 스펙을 체크해봤다.

대략 평균 능력치 6, 많아야 8 정도. 종합능력치 E~D 정도의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이정도면 적수가 되지 못한다. 라비의 능력치가 월등히 높다. 특히, 라비의 속도 16은 여기선 신 그자체!


‘능력치 두 자리수도 찾아보기 힘들군. 실제 경기가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능력치만 보면 낙승이야. 됐다.’


어쩌면 내 LOVE파워로 능력을 단련시켜주지 않았더라도 우승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면 트래쉬  시끼는 대체 왜 얘를 데리고 우승을 못시켜준거야.’

뭐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알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선수를 데리고 있어도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였겠지. 망하는 팀은 저마다 수십가지 망할 이유가 있기 마련이니.

지금 <홍삼&인삼 파워 스포츠>의 실패담을 추측해본들 아무 의미도 없다. 괜히 부정만 탄다.

구경하고 있자니  쪽 구석에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몰려 있다. 유니폼이겠지? 다른 팀보다  배는 수가 많다. 우리는 나, 라비, 단장까지 셋인데 저기는 스무명은 족히 넘어 보인다.

 쪽 선수는 누굴까? 궁금하긴 한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라비가 꽤 긴장한듯한 모습이 보인다.

“떨려?”
“조금요. 헤헷.”
“너무 긴장 안해도 돼.”
“그러면 전 코치님만 믿을게요.”


라비와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이것은 마치 침대 위에서 나눌 법한 대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지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씨발,  차례 아니야! 들어가 있어! 눈치없는 놈아.


대회를 앞두고 군중 한가운데서 자지를 우뚝 세우고 싶진 않다. 무슨 전투의 흥분으로 발기한 미친 광전사도 아니고.
나는 필사적으로 딴 생각을 했다.

“라비야,  준비 진짜 열심히 했어. 걱정하지마.”
“네. ....딱 하루긴 하지만요.”

나는 라비의 등을 쓱쓱 쓸어줬다.

[LOVE파워 사용]

[스킨십: 등짝 토닥토닥.

당신은 아버지처럼 등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줬습니다. 거기에 음란한 욕망이 섞이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요.

라비의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기교: 10 (+1) ]

[라비는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앗! 딱히 의도한 건 아닌데 라비의 능력치를 올려버렸다. 당연히 나쁠건 없다.

그리고 또 한가지 눈치채버렸다.

‘역시 스포츠 브라 입고 왔구나.’


등을 쓰다듬을때 느껴진 브래지어 끈의 면적, 촉감으로 미루어봤을때 100% 스포츠 브라였다. 뭐 당연한가. 정말 몰라도 아무 상관없는 정보다.


“코치님, 이제  있으면 시작인데 준비하러 갈까요?”
“...응. 단장님하고 먼저 가있어. 난 잠깐 화장실좀.”

괜히 라비의 속옷에 대한 정보를 알아버렸다. 덕분에 잠시 동안은 한 발짝도 걷기 힘들어졌다.
나는 엉거주춤하게 서서 먼저 가는 라비와 레이지 아재를 지켜보았다.

이럴 땐 애국가지. 달리자. 1절부터 4절까지.


***


경기장으로 산 하나를 통째로 쓴다고 들었을 때 솔직히 제일 궁금했던 건 이거였다.

‘중계는 어떻게 하나 했는데…’


그런데 스케일이 내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객석 앞에 준비된 거대 전광판!
한국으로 따지면 사성 전자나 엘디 전자에서나 만들 수 있는 풀와이드 초대형스크린이 있다.

그리고 산 곳곳에 설치된 중계용 카메라 몇백대. 경기를 지켜보기 좋은 지점마다 각도까지 신경써서 사각을 최소화 하도록 깔려있다.

거기에 공중에 떠다니는 방송용 헬기 한 대!

리허설 하는  보니 전광판의 가운데엔 메인스크린, 주변에 수십개 서브스크린을 배치해 방송국에서 시시각각 송출 카메라를 바꿔가며 중계하는 모양이다.

‘씨발 좇되네… 지역 소규모 대회에  스케일 웬 말? 말도 안돼.’


체육계에서 십 몇  일하며 어느정도 자금 흐름이 돌아가는 걸 아는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불가였다.

작은 대회마다 이런 짓을 하고 있다간 운영측에서 이득을  구석이 전혀 안보인다.


‘나라에서 지원해주나? 진짜 스포츠에 미친놈들이다. 대단해.’

뭐 내가 세금 낸 것도 아니고. 나로선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좋지. 스포츠에 이렇게 미친놈들마냥 광적인… 아니 열정적인 문화라면 그만큼 대회도 많고 상금도 많을테니.


“라비 힘내라~”

내 옆에 앉은 레이지 아재가 신이 나는지 박수를 치며 외쳤다. 우리는 이제 당분간 구경밖에 할 수 없다.

경기 시간은 총 두 시간. 전반  시간 후 오 분간 작전타임이 주어지고 나머지  시간을 마저 한다.

‘미리 짜둔 작전대로만 하면 돼. 그럼 무조건 이긴다.’


나는 초조한 기분으로 중얼거렸다.


***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다. 심판의 휘슬이 울리자 수십 명의 보물 찾기 선수들이 달려나갔다.

나름대로 다들 굉장히 빠르다.  경기는 육상의 소질이 있어야 유리할지도 모르겠다. 종합 능력치 E~D정도면 한국 여자 프로팀의 평범한 선수정도일지도?

제 3자의 시선으로 보니 경기 초반의 확연한 흐름이 보인다.

‘오호, 나름대로 다들 초반 전략이 있구나.’


가장 많은 쪽은 뒤도 안돌아보고 부리나케 특정 지점으로 쇄도하는 스타일.

아마 고득점 코인이 숨겨져있는 포인트가 정해져있나 보다. 그 지점을 미리 파악해 우선적으로 습득하면 꽤나 유리하겠지.

하지만 그만큼 경쟁도 심하고, 남들보다 더 빨라야한다.

두번째로 많은 쪽은 일단 나무 위로 올라가는 스타일!

‘산이라서 이런 전략도 가능하군.’

원숭이,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두손 두발을 써서 나무 위로 타고 올라간다. 뭘 하나 봤더니 시야를 넓게 잡고 산 전경을 체크하고 있다.

‘아하… 이쪽은 약간 스타트는 느리지만 경기가 돌아가는 흐름을 먼저 파악해두고 싶다는 거야.’


그럴듯 하다. 상대의 전략에 따라 맞춰 가겠다는 심산이다.

다음은 수는 적지만 우직한 불도저형! 시작지점부터 주변을 싹쓸며 천천히, 하지만 꼼꼼하게 코인을 쓸어담고 있다.

‘이쪽은 좀 불리해보이는데. 결국 다른 사람한테 계속 선점당하는 거 아냐?’

뭐 나름대로 생각이 있으리라.

그리고 마지막 라비! 정말 특이하다. 딱봐도 눈에 띈다. 벌써 구경하는 관객들이 웅성거린다.

라비는 무無전략!

혼돈 그자체!

초보자의 어리버리한 움직임 그 자체로 산을 방황하고 있다.

남들은 어엿하게 프로선수로서 트레져 헌트를 하고 있는데 라비만 초등학교 소풍 보물찾기다.

마음만 급해서 이곳저곳 쏘다니지만 수확은 거의 없다. 당연히 남들이 이미 다 훑고 지나간 곳에서 뒷북치고 있으니.

보고 있기가 애처롭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돌아다니다 운좋게 라비가 나무 그루터기에서 코인을 하나 찾아냈다. 방긋 웃으며 코인을 손에 꼭 쥐었다.

관중들 사이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분위기는 대체 뭔가...

라비는 조금 걷다가, 하나라도 찾아낸게 너무 기쁜지 코인을 가방에서 꺼내 다시 들여다봤다. 그녀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카메라가 메인 스크린에 그 미소를 크게 띄웠다.

‘씨발… 잘했어. 잘하고 있어, 라비야.’

당연히 이런 라비를 원망한다면 내가 죽일놈이지. 하루 준비하고 나간 애한테 어떻게 그럴수가 있겠어. 그리고 어차피 여기까진 예상대로의 결과니까.

경기 시작 후 삼십분 경과. 게임의 템포는 꽤 빠른 편이라 전체의 80% 정도 코인은 이미 회수되었다.

‘다들 충분히 즐겼지? 지금부턴 우리 라비의 쇼타임이다.’


작전명 킬러비(말벌). 지금부터 시작이다.


***

라비는 시계를 들여다봤다. 더운 날씨라 땀이 흘러내려 끈적하게 이마에 머리카락이 달라붙었다.


‘음, 30분이 지났네. 이제 슬슬 코치님이 말씀하신대로…’

코인은 기본 점수 1점 짜리를 딱 2개 찾은  전부다. 하지만 여기까진 충분히 트래쉬 코치가  준 전략대로.


‘일단 산 중턱에서 내려오는 코스의 길은 전부 파악했어.’

중심의 길 세개가 만나는 곳. 거기서 라비는 잠시 숨을 돌리며 기다렸다.
인기척이 느껴진다. 나뭇잎 바스락거리는 소리. 다른 선수다. 어깨까지 오는 검은 머리가 라비 눈엔 좀 더워보인다. 그녀와 잠시 시선이 마주쳤다.


‘하지만… 진짜  수 있을라나. 아냐, 지금부턴 그냥 전략대로 하기만 하면 돼.’

라비는 망설임없이 빠르게 검은 머리의 앞에 다가갔다. 검은 머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죄... 죄송합니다!’

그대로 코인을 담아두는 가방을 낚아챘다. 검은 머리는 뭐라 말할 듯 하다 곧 상황을 이해한 모양이다. 그녀의 눈에 분노가 어리고 라비한테 달려오기 시작했다.

‘우와와~ 빨리빨리!’

라비는 도망가며 검은머리의 가방에 있던 코인을 전부 쓸어담았다. 20개인가, 30개인가. 세볼 여유도 없다. 빈 검은머리의 가방은 다시 던져줬다.


‘크흑… 죄송해요!’

심장이 두근댄다. 한 편으로, 어쩐지 스스로가 전보다 더 빨라지고 기운도 넘치는  같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설마  몸은 도둑질할 때만 100%로 쓸 수 있는 몸인가? 우우우…’


***

말벌은 꿀을 모으지 않는다. 그딴건 나약하고 귀여운 꿀벌들이나 하는 일이다. 걔들이 열심히 모아놓으면 말벌은 느긋하게 나타나서 전부 쳐죽이고 약탈하면 되는 일!



라비의 전략도 아주 간단했다.


‘어차피 하루 준비한 얘가 다른 선수들보다  코인을 잘 찾길 기대할 순 없지. 아무리 피지컬이 좋다 해도.’


라비의 스펙은 코인 모으는데 쓰기는 아깝다. 고맙게 남들이 잔뜩 모아 내려오면 한 명 한 명 수금해주기만 하면 된다.


수금… 씨발... 갑자기 이 단어를 떠올리자 내 뱃속이 아파온다. 메이슨의 무시무시한 얼굴이 떠오른다. 만 이천 골드… 이 대회에서 못 이기면...

고개를 홰홰 저었다. 지금은 이런 생각 할 때가 아냐.

‘완전 잘 먹히고 있군. 예상대로야.’

 전략을 떠올린다 해도 다른 선수들은 쉽사리 실행하기 힘들다.

서로의 능력치가 고만고만한 상황에선 누구 한 명이 라비처럼 신속하게 다른 선수를 압도하고 코인을 가져갈 수가 없는 것이다.

방금 전도 그랬다. 계속 같은 루트에서 코인을 경쟁하던  선수가 신경전이 붙어 결국 한  붙었는데,
십 분 내내 결판을 내지 못하고 똥꼬쇼를 하다 이도저도 아니게 끝났다.

그냥  명이 서로 붙잡고 시간만 낭비한 셈이다.


‘하지만 우리 라비는 달라! 너희들하곤 종자부터 다른 애야. 미안하지만.’

전광판에 표시된 포인트 종합 순위를 봤다. 라비의 순위가 미친듯이 떡상중이다. 420포인트, 440포인트. 이겼나. 승리를 확신해도 될까?




‘어 씨발?’


그런데  명이 더 있었다!

1등, <블루 윙 스포츠>의 2군, 아카데미 유망주 세이린.

현재 510포인트. 그런데 바로 522포인트로 상승.


‘저  썅년… 우리랑 똑같은 전략을 쓰고 있잖아!’

처음에 20명이나 되는 관계자들에 둘러싸여 얼굴을 못봤던 선수가 쟤였구나. 이제서야 깨달았다.
유력한 우승후보! 게다가 지금 하는 걸로 봐서 라비와 비슷한 수준의 능력을 가진!


메인스크린에 세이린이 비춰졌다. 역시. 라비처럼 다른 선수의 코인을 훔치고 있다.

더이상 산에서 채굴(?)할 코인이 없으니 이제 약탈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둘은 거의 비슷한 속도로 다른 선수들의 코인을 회수하며 포인트를 늘려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차이가 쉽게 안 좁혀진다.


‘이, 이런… 좇됐다. 쟤는 처음에 지가 100포인트 정도나 코인을 직접 찾았어. 이대로면 영영 못따라잡아.’


순간 머릿 속에 2등은 상금 얼마 주지,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오천 골드인가… 안돼! 그걸론 내 빚은 택도 없다고.’

저런 유명한 팀에서 왜 요정도 쪼그만 지역대회에 선수를 내보낸거냐.

대기업의 횡포다! 밸런스 붕괴다!
씨발 세상 어딜가나 똑같구만. 다른 세계에 와서도 핍박당하고 있어.

시간은 하염없이 지나고 결국 전반전이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순위는 그대로. 1등 <블루 윙 스포츠>의 세이린, 2등 <홍삼&인삼 파워 스포츠>의 라비.

차이는 여전히 100포인트 남짓.


5분간의 작전타임 시간이다. 라비가 활짝 웃으며 내려왔다.

“코치님! 말씀하신대로예요! 엄청 엄청 포인트 많이 모았어요!”

분명 많이 모으긴 했다. 1등은 아니지만. 하지만 지금 2등이라고 라비를 나무라는 건 말도 안된다. 라비는 충분히 잘해줬다.

“좋아, 훌륭해. 최고야. 라비야, 너 진짜 잘하고 있어.”
“헤헤…”

라비가 쑥스러워하며 웃었다.


“그래. 지금이라면 가능할지도 몰라. 라비야, 후반전은 1등까지 노려보지 않을래? 저 <블루 윙 스포츠>의 세이린. 승부를 겨루는거야.”
“예에? ...근데 만약에 제가 지기라도 하면… 제가 번 포인트도  털릴텐데요.”

맞는 말이다. 그래도 지금 나에겐 1등 아니면 꼴등이나 다름없다.  무조건 1등 상금 만 오천골드가 필요하니까!


“세이린을 이기는거야. 할 수 있어.”


다급한 마음때문이었을까, 난 무턱대고 라비를 안아버렸다. 지금 내가 할수 있는건 이것밖에 없으니!

그녀의 작고 날씬한 몸이 포옥 내품에 안겼다. 순식간에 라비의 얼굴이 귀까지 빨갛게 달아오른다.

[LOVE파워 사용]

[스킨십: 포옹

누군가를 응원할 때, 또는 위로할  진심이 담긴 허그만큼 효과적인 건 별로 없습니다. 다만 당신의 포옹에는 사심이 담겨있습니다. 불필요하게 그녀의 가슴에 몸을 밀착시킨 것도 그래서겠죠.

라비의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애정 2단계 스킨십 보너스.

체력: 13 (+1)
근력: 13 (+1)
지혜: 6 (+1)
기교: 12 (+2)
의지: 9 (+1)

스킬을 얻었습니다. ‘순간대쉬C’ ]

[라비는 몹시 부끄러워하고 있습니다.]
[라비는 사람들 앞에서 꼬옥 안겨서 당황했습니다.]
[라비는 조금 포옹이 뜬금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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