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순애루트(3)
훈련은 계속된다.
라비와 나는 낮에는 경기 비디오 분석, 오후에는 필드 훈련을 했다.
하루하루 라비의 실력이 느는게 느껴졌다. 실전을 뛰어본 적은 없지만…
‘적어도, 저번 <트레져 헌트>때하곤 완전 다를거야.’
오늘도 라비는 땀으로 샤워라도 한 듯 푹 젖어버렸다.
말은 야한 느낌이지만 운동하는 선수들에겐 일상적인 일이다.
원래 세계에서 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물이 뚝뚝 떨어지는 순백의 머리가 무지 섹시하게 느껴진다.
‘평상시엔 귀엽고 약간 어벙한 인상이지만 또 침대에서는 느낌이 다를지도 모르겠어.’
흐뭇한 기분으로 음란한 생각을 하고 있는 나였다.
언젠가 꼭… 그 언젠가는 멀지 않을 거다.
나는 친절하게 수건을 가져와 라비 이마의 땀을 닦아줬다.
라비는 눈을 살짝 감고 가만히 내 손길에 머리를 맡기고 있다.
[LOVE파워 사용]
[애정표현: 땀 닦아주기
그냥 땀을 닦아준 것 뿐입니다. 별 일 아닐지도 모르죠. 하지만 여성의 신체에서 흘러나온 분비물을 닦아줬다고 표현한다면, 어떻습니까, 느낌이 좀 다르지 않습니까?
라비의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체력: 15(+1) ]
[라비는 이제 당신이 돌봐주는 것을 편안하게 느낍니다.]
‘하나 신경쓰이는게 있는데, 왜 ‘지혜’는 안 오르는거지?’
모든 능력치가 순조롭게 오르는 와중에 라비는 지혜만 ‘7’을 고수하고 있다. 오르긴 오르는데, 이것만 엄청 안오른다.
이유가 뭘까.
“코치님, 오늘 훈련하면서 궁금한 게 있었어요.”
“뭔데?”
나는 계속 수건으로 꼼꼼하게 땀을 닦아주며 답했다.
“마요네즈 있잖아요.”
“마요네즈?”
“예. 치킨마요 위에 뿌려지는 그 마요네즈.”
“...그게 왜?”
라비는 묘하게 바보같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계속했다.
“그거, 역시 몇 년은 수련해야 그렇게 뿌릴 수 있는 거겠죠?”
“엥?”
“엄청 얇게, 3줄 5줄로 가느다랗게 뿌리잖아요. 광고지에 나온 음식사진도 그렇고 실제 나오는 음식도 그렇고. 근데 제가 뿌리면 되게 두꺼운 굵기로밖에 못뿌리겠어요.”
“...”
나는 라비 얼굴의 땀을 충분히 닦은 수건을 쭉 짰다. 걸레 짜는 것마냥 물이 뚝뚝 흐른다.
“음식점에서 쓰는 소스통이 따로 있어. 소스가 얇게 4,5줄 정도로 나오도록 작은 구멍이 여러 개 뚫려있는 통이야. 거기다 마요네즈 담아놓고 그냥 뿌리기만 하면 돼.”
“아하, 그렇구나~ 처음 알았어요.”
“대체 누가 마요네즈 뿌리는 수련을 몇년 동안이나 하겠어.”
지혜가 잘 안 오르는 이유는, 그냥 얘가 좀… 멍청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납득이 갔다.
***
사무실에서 작은 TV를 보고 있는데 앨리스가 나왔다. 채널을 돌리다 급히 멈췄다.
앨리스 로잘레스.
이번 대회 우승 후보 중 한 명.
금발 중에서도 검거나 갈색 머리카락이 한 올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금발이다. 지구로 치면 북유럽 노르딕인 사이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퓨어 블론드.
‘여기서도 금발백인이 주류 지배계층인가?’
뭐 그건 나로선 알 수 없는 일이다. 앨리스는 평범한 동화 속 공주님같은 느낌일까 하면서 상상했는데, 실제 TV에서 보니 정보지의 구린 화질로 실린 사진과는 인상이 제법 다르다.
한 눈에 보기에도 얘는 승부욕의 화신!
공주님은 커녕, 공주님을 괴롭히는 개싸가지없는 귀족 아가씨. 그것도 유능해서 더 얄미운.
-어떤가요, 앨리스 선수. 이번 대회 처음 참가하는 소감은.
-별 거 아니네요.
-예?
-대략 한 달 정도 혼자 훈련했는데, 별 거 아니라고요. 낙승.
-저, 아직 대회는 시작도 안했습니다만…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거겠죠!
‘웃기는 여자애네.’
나는 컵라면을 후루룩거리며 생각했다. 독특한 캐릭터다. 자기과시욕이 강한, 그러면서도 또 능력이 받쳐주니 뭐라 할 수 없는. 스타성이 꽤 있을지도 모른다.
-디펜딩 챔피언 마하 선수와 라이벌리가 형성되었는데요.
-라이벌? 하, 그건 그쪽에서나 그렇게 생각하는 거고요.
-오, 굉장히 쎈 발언이 나왔습니다.
-어차피 다른 인터뷰에서도 말했으니 상관없어요. 마하가 지금까지 우승했던 건 내가 한 번도 대회에 안나왔기 때문이에요.
빈집털이죠.
과연, 과연. 열받을만 하겠어. <블루 윙 스포츠>쪽에서 이런 인터뷰를 듣고 있자면.
정정당당하고 올곧은 마하라면 똑같이 무례한 방식으로 맞대응 할 리도 없을테고.
일방적으로 줘터지고 있던 입장이리라.
상대는 귀족의 고귀한 영애.
대응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뭐 그건 그렇고, 난 내 할일 해볼까.’
[감식안 사용]
[대상이 지정되지 않았습니다.]
엥?
TV화면으론 감식안을 쓸 수 없나보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저렇게 자신감이 대단한 아가씨는 능력이 어느정도일까 궁금했는데. 대회에서 직접 확인해야 하나.’
나는 컵라면을 들고 국물을 꿀꺽 꿀꺽 마셨다. 한 방울도 남기지 않는다. 지금 내 경제사정으론 그런 사치를 부릴 수 없지.
“크아~ 뻑 예아.”
원래 세계에서 먹던 라면들만은 못하지만 이것도 꽤 괜찮은 맛이군. 좀 더 매콤하면 좋겠지만.
그치만 벌써 며칠째 싸다고 라면만 먹고 있다.
괜찮은 걸까?
***
“괜찮기는. 어차피 훈련 끝나고 별 스케쥴 없는 거 라비한테 들어서 알고 있어요. 빼지 말고, 갑시다.”
“그래요. 혼자 자취하신다면서. 식사 한번 같이 해요.”
라비의 부모님이 찾아왔다. 처음 뵙는데, 라비 어머니의 새하얀 머리칼을 보니 누가 봐도 혈연이지 싶다.
미모는 어머니 쪽에서 유전된 모양이다.
아버지는 평범한 인상이다. 사각형의 알이 큰 안경, 무스로 정리한 머리. 약간 깐깐해보인다. 은행원 스타일인걸. 한 부장쯤 되는.
“그럼 제가 염치불구하고 감사히 얻어먹겠습니다.”
“언제 한번 만나서 밥도 먹고 얘기도 좀 하고 싶었어요, 호호.”
“엄마! 미리 말을 하구 와야지. 갑자기 이렇게 오면 코치님 난감하잖아.”
라비가 약간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자기 어머니의 팔을 당겼다. 갑자기 죄책감이 솟구친다.
이렇게 사랑받고 자란 아이한테 나는 그동안 더러운 시선으로… 크흑.
“소갈비 괜찮죠?”
“아 그럼요. 갈비 싫어하는 사람 있나요.”
“채식주의자도 있고, 우인牛人들도 있으니까. 코치님은 둘 다 아닌 거 같으니 뭐 상관없겠네요.”
우인? 그런게있었나. 역시 판타지 세계. 지금까지 인간들 밖에 못봐서 다른 종족이 있을거란 생각은 못했었다.
하긴 감식안을 쓸 때마다 ‘종족: 인간’하고 꼬박꼬박 알려주긴 했었지.
근데 소 인간이 실제로 존재하면 다른 종족이라도 소고기 먹기는 좀 그럴 것 같은데…
괜찮나?
“감사히 먹겠습니다.”
“그래요. 타요. 차 가져왔어요.”
라비네 아버지가 운전대를 잡았다. 깐깐해보이는 외모처럼 안전운전을 극히 중시하는 스타일.
“그래서, 남자 팀 쪽이 아무래도 경험 살리기에 더 좋지 않나요? 남자끼리 얘기도 잘 통할텐데.”
“음, 그렇겠죠.”
라비 아버지는 운전석 위에 있는 리어 뷰 미러로 힐끗힐끗 내 표정을 살피고 있다. 어쩐지 평가당하는 기분. 썩 유쾌하진 않다.
나는 자세를 바로잡았다.
앉은 채로 몸을 꿈틀거리니 라비가 슬쩍 쳐다본다.
“그치만 남자든 여자든 전 크게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냥 스포츠가 좋아서 코치를 맡은 거라서요.”
“그렇군요.”
물론 뻥이다. 실제론 엄청 중요하지! 무조건 여자 팀이 아니면 안된다.
남자 선수들한테 박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LOVE파워가 있다 해도 그건 좀 사양하고 싶다.
“작년에 갑자기 딸이 만능 스포츠를 해보고 싶다 하길래, 그냥 변덕인 줄 알았어요. 근데 나름 오래 하더군요.”
“아, 라비 양 운동한지 얼마 안됐군요.”
“예. 선수들 중에도 이런 사람 많겠지만, 그냥 취미로 하다가 잘하니까 프로도 괜찮지 않을까, 그정도 였겠죠.”
듣고 있던 라비가 갑자기 성을 냈다.
“그런거 아니거든? 난 어렸을 때부터 만능 스포츠 선수가 되고 싶었어. 으휴~ 평소에 관심이 없으니 하나도 모르지.”
“얘가, 가만히 있어. 둘이 얘기 나누잖아.”
라비 어머니가 딸의 머리에 꿀밤을 놓았다.
라비가 입을 삐죽였다.
“하지만 따님, 엄청 잘하고 계세요. 제가 보증합니다.”
“...그런가요.”
라비 아버지는 그 후로 입을 열지 않았다.
가끔 라비와 라비 어머니가 종알거리는 대화만 차 안에 들려왔다.
평범한 가족 대화. 이런 분위기면 으레 그렇듯 외부인인 난 끼어있기 좀 어색하지.
나도 입을 닫았다.
차창 밖으로 밤거리가 빠르게 스쳐지나간다.
식사는 만족스러웠다. 오랜만에 달달하고 고소한 고기를 잔뜩 먹으니 내 몸이 기뻐하는게 여실히 느껴졌다.
이럴 때 먹어야지. 고기는 남이 사주는게 제일 맛있다. 라비는 5인분을, 나는 3인분을 먹었다.
아까 차를 보니 얘네 집은 결코 못사는 집이 아니다. 이정도는 괜찮으리라.
“아까 보니까 저 쪽에 아이스크림 있던데, 가져올까요?”
“엄마랑 같이 가서 먹어. 나는 코치님이랑 밖에서 담배 한 대 펴야겠다.”
“어? 코치님 안 피시는 걸로 아는데…”
“그냥 그런 줄 알고.”
라비 아버지가 살짝 눈짓했다. 음, 나도 아이스크림 먹고 싶은데.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주차장 근처에 작은 정자가 있고 재떨이 등 간이 흡연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저는 흡연자라서.”
“아, 괜찮습니다. 신경쓰지 말고 피세요.”
찰칵.
후-
라비 아버지는 값비싸보이는 은제 라이터로 담뱃불을 붙였다.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예?”
“라비 말입니다.”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난 그런 얘기 들은 적 없는데?
뭣보다, 라비는 그만두긴 커녕 다음 대회 ,다다음 대회엔 뭘 할지 신나서 떠들어댔단 말이다.
“그거, 라비 생각인가요. 아니면 라비 아버님 생각인가요.”
“내 생각입니다.”
“조금 당황스럽네요.”
라비 아버지는 검지와 중지를 까딱거려 담뱃재를 털었다. 재떨이 밖으로 한 톨의 재도 튀어나가지 않게 신중한 손놀림으로.
행동 하나하나에 평소의 성격이 보인다.
아마 이 사람은 남이 보지 않더라도 주변을 더럽히지 않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타고난 성격.
“아비 된 자격으로 딸의 미래에 대해 신경쓰지 않을 수 없어요. 좋은 직업학교가 하나 있습니다. 이번 대회 끝나고 입학하면 딱 시간이 맞아요.”
“라비는 성인일텐데요.”
“가족 간의 일입니다. 성인이라도 자기 맘대로 하고 싶으면 집을 나가고 그렇게 해야죠.”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와, 진짜 이쪽은 생각도 못했다. 현실적인 문제긴 한데, 그래도…
“라비, 저번 대회 우승한 거 아시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뭐라도 하나 이루고 그만두면 덜 아쉬우니까요.”
“그렇게 생각하시다니 저랑 생각이 좀 많이 다르시네요.
...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했는데.”
후-
라비 아버지는 다시 연기를 뿜고 잠시 감상하듯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는 희뿌연 기체를 바라보았다.
“1년 가까이 했죠, 라비. 제가 운동은 잘 알지 못하지만, 이 아이에게 대단한 재능이 없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 동안의 결과가 말해주잖아요.
이 정도면 즐길만큼 즐겼다고 생각해요.”
“아버님, 라비 재능 있어요. 그것도 아주 많이요. 진짜입니다.”
나는 간곡하게 호소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성장성 SS라고, 이 양반아!
지금 나가려는 대회 챔피언도 성장성 B야. 라비랑은 비교도 안돼!
하 씨, 이걸 어떻게 보여줄 수도 없고.
“그렇게 소질이 있었으면 결과가 이거보단 나았겠죠. 괜히 신경 안쓰셔도 돼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라비 지금부터 팡팡 날라다닐 일만 남았어요.”
“정이 많이 드셨나 봐요.”
“정도 정이지만, 라비는 제가 본 선수 중 역대 최고의 자질을 가지고 있어요.
아버님, 정말 한번만 더 믿어주세요.”
잠시 침묵이 흐른다.
멀리서 뉘집 어린애 둘이 뛰어다니며 장난하느라 꺄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라비 아버지의 손에 들린 담배가 무의미하게 타들어갔다.
“...이번 대회, 저번보다는 수준이 높다고 그러더군요. 라비가.”
“예, 맞습니다.”
“코치님 말대로면 그 재능,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해봐도 괜찮겠죠.”
라비 아버지는 다 타버린 담배를 탁 재떨이에 던져넣었다.
“우승한다면, 제 생각이 틀렸다고 인정하겠습니다. 코치님에게 라비 미래 맡길게요.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역시 제 원래 계획대로 하겠습니다.”
***
“죄송해요, 저 이가 워낙 고집이 심해요.”
라비 어머니가 들어오는 내 귀에 속삭였다.
“아닙니다.”
“저는 라비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두자고 그렇게 말했는데, 호호.”
어머님께서 좀 더 잘 설득해주셨다면 이렇게 내가 고생할 일도 없었을 것을…
하지만 쓸데없는 원망이다.
어차피 내 빚 문제도 있다. 이번 대회에서 꼭 우승해야하는건 원래 정해져있던거다.
라비의 진로 문제는 덤으로 얹어진 것 뿐.
“요즘에 라비가 코치님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웬일인가 싶어서 궁금했지.
흐음- 직접 만나보니, 뭐랄까…”
“...”
“그냥 평범한데? 호호, 뭐래. 에구 죄송해요. 아줌마가 주책이야.
나는 또 약간 여자애 관심을 끌 그런 면이 있나 했지.”
이 무슨 아침드라마같은 토크인가. 라비네 어머니는 미묘하게 얼굴값을 못하시는 타입이었다.
가만히 있으면 미인인데 입을 여니 분위기가 좀 깬다.
...그런 점도 생각해보면 라비가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쨌든, 열심히 해봐요. 난 라비랑 코치님 편이야, 무조건. 글구 이거 이따 잊지 말고 갖고 가요.”
“이게 뭐예요?”
“반찬 좀 했어요. 자취한다며. 그냥 집밥 반찬 담은거니까 너무 기대하진 말구.”
쇼핑백에 차곡차곡 반찬통이 담겨있다. 슬쩍 보니 제육볶음에 장조림, 감자샐러드 등 딱 내 취향 음식이 가득하다.
“아이구 뭘 또 이런걸 다. 헤헤 잘먹겠습니다.”
“응, 그럼 탑시다. 우리 양반이 태워다 줄거예요.”
또 잠시 드라이빙. 이제 밖은 완전히 깜깜하다.
이리저리 골목을 돌다 맥켄지 할아버지의 건물 앞에 차가 멈췄다.
“제가 들어다 드릴게요.”
내가 내리니 라비도 깡총 따라 내렸다. 말리기도 전에 쇼핑백 하나를 손에 든다.
건물 안에 우리 둘이 계단 오르는 소리만 울려퍼졌다.
“이런 데 사는구나.”
“왜, 초라해?”
“에이 그럴리가. 우리 훈련장도 있는데요, 뭘.”
“하긴 그건 그렇다.”
내 방 문앞에 섰다. 나는 쇼핑백을 내려놓고 라비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부모님들 기다리신다. 어여 들어가봐. 오늘 너무 맛있게 잘 먹었어.”
“네. 헤헤.”
“응, 그럼 내일 또 보자.”
그런데 라비는 쭈뼛거리며 갈 생각을 안했다. 얘가 또 왜 이래.
“코치님, 엄마한테 얘기 들었어요. 우리 아빠랑 진지한 얘기 했다면서요.”
“별 거 아니야. 신경쓰지마.”
“제가 바본줄 알아요? 나도 눈이 있고 귀가 있구만.”
지혜 7. 바보는 아닐지 몰라도 썩 영리한 편도 아닐터다.
그러나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겠지.
“고마워요. 제 편 들어주셔서. 저 이번 대회 꼭 우승할거예요.”
“...그래야지.”
나는 몸을 돌려 열쇠를 방 문에 꽂았다. 솔직히 이제 좀 들어가서 발 닦고 눕고 싶다. 약간 피곤이 쌓였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쪽.
응?
으응? 뭐야, 이거.
볼에 방금 따뜻하고 축축한 느낌이 들었는데.
제대로 못봤어.
[LOVE파워 사용]
[스킨십: 볼에 뽀뽀(당하기)
아빠가 출근하거나, 엄마가 안아 줄 때 하는 그 정도의 뽀뽀입니다. 키스 전문가인 동네 친구가 보자면 이건 어린애들이나 하는 거랍니다.
하지만 당신과 그 아가씨 사이의 애정이 다음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당신이 아니라 아가씨가 먼저 했다면 더더욱요.
애정 3단계 보너스.
트루러브 보너스.
여자 주도 보너스.
라비의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이제 라비의 종합능력치는 A랭크에 도달했습니다.
체력: 17 (+2)
근력: 17 (+2)
기교: 14 (+1)
의지: 11 (+1)
속도: 19 (+1)
스킬을 얻었습니다. ‘반사신경 C’ ]
[라비는 당신을 마주보지못할 정도로 부끄러워하고 있습니다.]
[라비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내, 내일 봐욧!”
우당탕 계단 내려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
나는 열쇠를 든 그대로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