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5화 〉경쟁자(3) (25/109)



〈 25화 〉경쟁자(3)

이걸로  번 연속 탈출 성공.


라비와 앨리스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혼자 지켜도 탈출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우리 5명이 지키고 있어도 별 어려움 없이 훈련장을 탈출했다.

역시 프로 선수들이다.
무슨 닌자도 아니고, 흔적도 안남기고 소리소문없이 빠져나간다.


“뭐야, 봐주는거야? 제대로 좀 해봐.”
“그럴리가요…”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분명 나와 레이지 아재가 철통같이 정문을 지키고, 순대국  팬들 3명은 운동장을 순찰했는데,
 사이를 들키지 않고 빠져나갔다.

마지막 세 번째 훈련때는 우리도 약간 약이 올라서 ‘맘먹고 한번 잡아보자’라는 마인드로, 엄청 빡빡하게 감시했는데도 그렇다.

“와, 대단하네요. 라비 선수도 앨리스 선수도 멋져요.”


순대국집 딸내미 메리가 감탄했다. 우리 <홍삼&인삼 파워 스포츠>의 팬 1호 되시는 분이다. 겸사겸사 부모님까지 2호, 3호 팬으로 데려온.


“그게 있지, 메리 양. 패턴이 보여요.”
“패턴이요?”


라비가 웃으며 말했다. 호오, 과연.


“음… 예로 들면, 레이지 단장님은 뒤를  안돌아보세요.”
“응? 나?”


아재가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키며 놀랐다.
우리팀 단장 레이지 아재는 나이도 있고 하니 젊은 사람들처럼 주의력이 날카롭진 않을거다.

“그래서 단장님이 한 번 지나간 길은 잠시동안 세이프.
거기로 지나가면 안전한 거죠.”
“오호…”
“그리고 메리 양은 다른 분들하고 순찰 코스가 겹치는 걸 꺼리는 스타일.
트래쉬 코치님은 가까이 다가오기보다 멀리서 넓게 조망하는  선호. ...뭐 대충 이런식으로요.”
“헤에~”
“라비, 그걸 다 말해주면 어떻게 하니?”

앨리스가 세모눈을 하고 나무랐다. 라비는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근데 뭐 사실 이제는  번을 해도 결과는 똑같을 거 같고.”
“그건 그래.”

압도적인 자신감이군.

“그럼 마지막 테스트 한 번 하고 끝내죠.”
“코치,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한 번 더해?”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긴 하지만, 궁금하니까요. 우리 5명이 풀파워로 감시해도 빠져나갈 수 있나 어디 봅시다.”

마지막 테스트는 조금 치사하긴 하다.
전담 마크!
아예 앨리스와 라비에 각각 두 명씩 사람을 붙여 졸졸 따라다니기로 했다.
이래도 탈출할 수 있나 보자.

“흥, 실제로 대회에서 간수들이 이렇게까지 할까?”
“아마 이정도까진 아니겠지요. 앨리스, 그래도 혹시 만약이란게 있으니까요.”
“만약에 나라면 이렇게 누가 따라다니면 불로 지져버릴거야.”


오싹하다.
설마 훈련 중인데 진심으로 하는  아니겠지…


“뭐 됐고, 다들 음료수 한  씩 마시고 해.
라비, 이것 좀 돌려.”
“응.”

웬일로 앨리스가 친절을 베푼다. 간단히 종이컵에 따른 오렌지주스지만 우리는 기분 좋게  잔 씩 마셨다.
얘가 그래도 사람들하고 어울리더니 나름 사회성이 늘긴 했나보다.


“그러면 아까처럼 우리는 컨테이너 안에서 시작할게. 바로 뒤에서 따라다니든 어쩌든 마음대로 해봐.”
“알겠습니다.”

나는 이번에도 정문을 지키기로 했다.

라비와 앨리스의 성장이 생각보다 빨라서 흐뭇하지만,

아무래도  오래 서있었더니 몸에 피곤함이 느껴졌다.

라비와 앨리스는 이번에 어떤 식으로 탈출할까? 혼자 생각해본다.

아마 속도를 살려 도주하거나 시선을 끈 뒤 숨거나 이런 방법은 더이상 잘 안 통하지 않을까?
나도 정문 말고 직접 따라다니며 감시할  그랬다. 어떻게 될 지 궁금하니까.

‘어우 하체가 뻑적지근하네 그래.’

전에 트래쉬의 몸에 단련이 필요하다고 느낀 이후, 나는 꾸준히 운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특히 하반신 단련에 최고존엄인 스쿼트, 코어 근육 발달을 위한 플랭크를 중심으로.

옷 핏이나 보기 좋은 체형을 위한 운동이 아니다.

철저히 실전 근육! 그것도 허리를 앞뒤로 흔드는데 최적화 된 훈련 루틴이다.

안하다 해서 그런지 진수현 기준으론 자극도 안  저강도 저반복만으로도 트래쉬는 근육통이 올 정도다.

‘조금만 앉자.’


어차피 내가 지키는 걸 아니까 정문으로는  올거다. 흙바닥에 털썩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다던가.

 말대로다. 또 앉으니까 문 기둥에 등을 기대게 된다. 어쩐지 하품을 했다.


‘난 오늘 별 거 한 것도 없는데 왜 내가 피곤하냐.’


자꾸 하품이 나온다.



눈꺼풀이 무거운데…
며칠 밤샌 사람처럼.
...


눈 떠 보니 사무실이다.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들었다. 레이지 아재가 코를 골며 내 가슴 위에 팔을  얹고 자고 있다.
그 옆으로 사이좋은 팬더 가족처럼 담요를 같이 덮고 자고 있는건 <24시간 큰손 그랜드파더 순대국>의 팬들.

“아…”
“잘잤어?”

앨리스가 <역사 속의 탈옥 사례>라는 책에서 시선을 떼고 날 바라봤다.

“다… 자고 있네요. 허…”
“응. 여기까지 라비하고 내가 전부 다 짊어지고 옮기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아…”

 우리 5명이 훈련 중에 자빠져 자고 있지?
멍한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막 자다 깨서 머리가  안돌아간다.


“설마…”
“응. 혹시나 해서 준비해봤는데, 마침 쓸 기회가 생겼어.”
“...이렇게까지 하나요.”


앨리스, 지독하군.
음료수에 약을 탔구나.
어쩐지 요 계집애가 과하게 친절하다 했어. 이런 수작을 부리다니.

그것도 고작 훈련 중에…

“어쩔  없잖아. 팬들도 훈련 도와주는데 그걸 두들겨 팰수도 없고, 불로 태울 수도 없고. 이게 최선이었어.”
“약은… 어떻게 샀어요?”
“뭐 약국에서 샀지. 불면증 있다고 하고.”


오전에 시내에 갔을때 혼자 살짝 빠져서 사왔던게 그거였군.
처음부터 우리한테 약을  생각을 했다는 거다.
영악하기 짝이 없다.
이기려면  짓이든 다 하겠다는 건가.

...미친  아니야 이거?
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앨리스의 승부욕, 인정해주자.

그건 그렇고, 처방전 없이 수면제를 아무한테나 팔아도 괜찮은거냐. 이 세계의 약국은 대체 어떻게 약품 관리를 하는거야.

실로 통탄할 노릇이다.


“...예, 합격. 합격입니다. 이건  생각지도 못했네요.”


한 수 배웠다.
아예 남들의 발상을 넘는 접근. 이번 대회에서 필요한 건 그것일지도 몰라.

***

드디어 2주 간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훈련이 모두 끝났다.

라비와 앨리스는 괄목상대할 성장을 이뤘다.

먼저 앨리스.

아직 본격적인 스킨십으론 들어가지 못했지만, 그 전에 할 수 있는 건 거진 다 해줬다고 자신한다.


맨발 주무르기.
 닦아주기.
머리 쓰다듬어주기. (몹시 싫어하며 내 등짝을 쎄게 때렸다.)
손 잡기.
종아리 풀어주기.
운동 자세 봐주는 척 하면서 은근슬쩍 터치하기.

나는 거의 무형문화재 58호 줄타기 장인마냥 아슬아슬한 선을 오가며,
마사지를 빙자해 할  있는 건 충분히 해두었다.


그 노력의 결과가 이것이다.



[감식안 사용]

[이름: 앨리스
나이: 20
종족: 인간
성별: 
칭호: ‘화염의 주인’

체력: 16
근력: 15
지혜: 17
기교: 15
의지: 16
속도: 17

특이사항: 탁월한 재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강한 에고에서 나오는 자신감으로 인해 타인보다 스트레스가 덜 쌓입니다.

강한 경쟁심과 승부욕을 지니고 있습니다.
경쟁에서 승리할 경우 얻는 경험치가  많습니다.

불의 마법에 놀라운 재능이 있습니다. 더위에 거의 면역입니다. 화상에 내성이 있습니다.


보유스킬: ‘마이페이스B’, ‘침착함C’, ‘위기감지B’, ‘불의 마법A’, ‘화염저항B’, ‘마력회복D’


종합능력: A+
잠재성: SS ]


능력치 대폭 상승, 종합능력 A -> A+로 상승.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앨리스의 ‘불의 마법’이 드디어 A랭크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화염폭풍’을 쓸 수 있는 지금까지도 무지 강한데 A랭크면 얼마나  강해질지, 상상도 안 간다.

앨리스는 새로운 불의 마법 스킬도 3개나 얻었다고, 보기 드문 깜찍한 미소를 지으며 자랑도 했다.

[불의 마법: 염탄

손가락 끝에 작은 불의 공을 만듭니다. 고속으로 발사해, 부딪힌 곳에 폭발을 일으킵니다.
‘화염 폭풍’보다 위력은 약하지만 사정거리가 길고, 마력 소모가 적으며, 미리 장전해둔 후 연사할 수 있습니다.]


[불의 마법: 불꽃 발걸음

불의 마력을 발 끝에 집중시켜, 걸음마다 뒤를 따르는 불꽃의 발자국을 만듭니다.
오래 지속되며 일종의 지뢰처럼 타인이 그 위를 밟을 경우 거센 불꽃이 일어납니다.]

[화염의 이해: 패시브

불의 마법 A랭크에 오른 능력자는 화염을 다루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터득합니다.
모든 불의 마법의 마력 소모가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모든 불의 마법의 위력이 1.3배로 증가합니다.
접촉하고 있는 동료에게도 화염저항을 공유할  있습니다.]


본인 스스로가 내 ‘LOVE파워’의 위력을 절절히 체감하고 있기 때문에,
앨리스는 이제  능력을 더이상 의심하지 않는 눈치였다.

매일같이 하는 마사지도 불만없이 받아들인다.
물론 아직은 가슴이나 엉덩이 근처만 손이 가도 질색을 하며 도끼눈을 뜨지만, 이것도 곧…

흐흐.



라비의 경우는 조금 아쉽다.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사랑을 나눠야 하는데, 앨리스와 같은 숙소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둘만의 시간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2주일 동안 섹스를 겨우 11번 밖에 못했다.

이래서야 내 기준엔 섹스리스 부부다. 방 따로 쓰는 갱년기 부부도 이거보단 더 많이 할텐데.

느긋하게 즐기기도 힘들다.
밖으로 불러내서 호텔이라도 잡으면 좋지만, 둘이 자꾸 밖으로 나돌면 앨리스가 눈치채는 건 금방이라 그것도 마냥 쉬운 일은 아니었다.

주로 훈련장 구석에서 앨리스의 눈을 피해 몰래, 시간을 쪼개가며 마주 보고 서서, 대면입위로 아쉬움을 달랜게 대부분.

이것도 나름대로 스릴 있고 즐겁긴 했지만…

이대로면 라비는 ‘섹스는 원래 서서 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성지식을 갖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코치로서 책임이 무겁다.
천적들이 사방에 돌아다니는 정글 속 오랑우탄도 아니고, 사람이 맘 편히 누워서 사랑도 못나누면 그게 사람 사는 삶이겠는가.

‘정했다. 상금 받으면 무조건 둘의 숙소부터 분리해야겠어. 같은 방을 쓰게 하니까 이게 문제야.’

그래도 라비도 나름 능력치를 올려주긴 했다.


[이름: 라비
나이: 20
종족: 인간
성별: 여
칭호: ‘광속의 하얀 섬광’, ‘초급 시간 왜곡자’

체력: 23
근력: 20
지혜: 9
기교: 22
의지: 18
속도: 28

특이사항: 이 아가씨는 최고의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타고난 재능에 특별한 조력이 더해진 결과, 본인의 성장한계를 돌파했습니다.
 선수는 최고의 레벨까지 다다를 수 있습니다.

타인보다 월등히 신체 회복이 빠릅니다.
타인보다 월등히 속도를 낼  있습니다.

너무도 빠른 나머지 시간을 뛰어넘는 비밀을 깨우치기 시작했습니다.


보유스킬: ‘고속이동S’, ‘회복력S’, ‘매력A’, ‘순간대쉬S’, ‘위기감지C’, ‘시간가속C’

종합능력: A+

잠재성: SSS ]



역시 적당한 애무보다 섹스가 효과 직빵인 모양이다.

 기준엔 다소 부족한 성관계 횟수였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효과를 많이 봤다.

잠재성 SSS로 각성!

원래도 대단한 재능이었는데  한계가 더더욱 높이 올라갔다.

있는 놈이 더하다고, 능력치가 우월한 녀석들은 갈수록 성장하면서  뭐가 추가되고 추가되고 하면서 사기적인 능력을 갖추게 되는 모양이다.


라비 혼자 훈련한 결과는 2주일 동안 체력이 1 올랐을 뿐이다. 아마 이것도 재능이 뛰어난 라비니까 가능한 페이스였을거다.

나 없이 원래라면 라비가 몇 년 후에나 지금의 경지에 도달했겠지.

그걸 내 ‘LOVE파워’를 이용해 20살의 어린 나이에 달성하게 만든 것이다.


[스킬명: '시간가속'

분류: '시간계 스킬', '속도 스킬'

설명: 능력자와 능력자 주변 1m 안의 원하는 사람,사물의 상대시간을 가속시킵니다.
현재 스킬의 랭크에 의해 약 2.5배로 시간을 빠르게 흐르도록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라는 특유의 메커니즘에 의해 작용하기 때문에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무효화되거나, 방해받지 않습니다.

다른 시간의 흐름을 적용받고 있는데 5초 라고 말해도 이상하지만, 어쨌든 5초 정도 가속 효과가 지속됩니다.]


이미 라비는 '고속이동', '순간대쉬' 같은 가속 계열의 스킬을 갖고 있다.
따라서 거기에 더해 2.5배로  가속할 수 있다면 어지간한 선수들의 시야엔 보이지도 않는 초가속이 가능하다.

게다가 본인  아니라 다른 사물, 사람에게도 그 가속효과를 적용시킬 수 있다.

그야말로 치트스킬.


"근데 이거 엄청 피곤하네요. 후아…"


허나 나와 ‘시간 가속’을 테스트해본 결과 효과는 뛰어나지만, 체력 소모가 엄청나게 크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그래? 어느정도길래?”
“후, 하… 진짜, 진짜 힘들어요. 거의… 10km 러닝 전력으로 뛰고  기분. 와~ 이 정도로 숨 차긴 오랜만이다.”


체력 능력치 23, 괴물급의 체력을 보유한 라비가 힘들어서 쩔쩔맸다.
‘시간가속’은 일종의 필살기인 셈이다. 중요한 순간에 뒤를 생각하지 않고 한 두번만 쓸 수 있는.


라비는 2주일의 훈련 동안 ‘시간가속’을 탐구해 대강의 사용법을 머리 속에 넣어놨다.

첫째, 본인의 초가속. 순간의 위기탈출엔 최고의 능력이지만 체력문제상 그 다음이 없다.

둘째, 공격용. ‘시간가속’을 사용한 상태로 물건을 던지면 총알 같은 속도로 물건이 날아간다.

스피드건이 없어 정확히 측정은 못했지만 전직 야구부였던 내가 보기엔 적어도 150km는 거뜬한 속도로 공을 날릴 수 있었다.

셋째, 동료의 가속. 라비보다 느린 동료를 도와줄 때, 굉장히 유용했다.

‘분명히 어떤 식으로든 활용할 수 있을 거야.’

우리의 전력 상승도 충실히 이뤄졌다.

라비도, 앨리스도 2주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으니.

게다가 <이스케이프>라는 종목에 대한 이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평가하자면 <트레져 헌트>, <메이즈>떄보다 훨씬 더 준비가 잘 되어 있다.
그만큼 상대들도 강하지만, 나는 할 만큼은 했다.

‘이제 내일이 대회 시작이군. 그러면 마지막으로  일 하나만 마무리하면 준비는 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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