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7화 〉세번째 대회, 이스케이프(1) (27/109)



〈 27화 〉세번째 대회, 이스케이프(1)

"이... 이런 능력이 존재한다니… 믿어지지가 않네요."
"오팔라 선수. 그냥 웃기려고 한 생각입니다. 잊어주세요."
"..."

물론, 변명치곤 너무 허접하다.
뭣보다 입에서 나오는 말은 속일 수 있어도 나 자신의 마음까지 속이진 못한다.

...젠장.

"제 마음을 읽는 능력처럼, 그… 그 능력도 코치님만의 능력이니, 제가 참견할 일은 아니겠지요.
걱정마세요. 밝히길 원치 않으시다면 저는 아무에게도 말 안할게요."
"...정말 고마워요. 오팔라 선수."
"다만."
"...?"
"라비 선수와 앨리스 선수… 그녀들과 코치님 사이의 관계에 권위를 내세운 강압이나, 옳지 못한 것이 섞여 있다면...
그렇다면 전 용서할수 없어요. 선수로서도… 여자로서도."

차마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오팔라의 꿰뚫는 시선이  몸을 관통하듯 투시했다.
어떤 거짓말도, 변명도 불가능하다.

오팔라는 눈을 감고 내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듯 집중했다.

내 마음속에서 지금 떠오르고 있는 그동안의 에피소드를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정말로 불순해요… 하지만 목적은 순수하군요.

당신의 욕망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사실.
하지만 팀을 위하는 마음도 진짜…
라비, 앨리스 두 선수들을 위하는 마음도 진짜…

...이해하기 힘드네요. 처음이에요, 이렇게 까다로운 마음은.”

쿠미는 옆에서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우리 둘을 번갈아 바라봤다.


“...적어도 범죄로 여겨질 행위는 없네요. 조금 저속하긴 하지만… 흠흠.

알겠습니다. 실례를 범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간섭할 여지는 없군요.”
“후… 전 떳떳합니다.”

아슬아슬한 선타기를 밥줄로 삼아 여자들과의 관계를 가져온 나였다.
내 삶의 방식을 우직하게 고수한 보람이 있군.
설마 이런식으로 마음을 읽어가며 날 심판할 사람이 나타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선배님, 얼굴이 빨개요. 괜찮으세요?”
“응, 괜찮아. 가자.”


다만 오팔라에겐 자극이 좀 강했던 모양이리라.
오팔라는 나와의 시선을 피하며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대회 경기장에서 뵙겠습니다, 오팔라, 쿠미 선수.”
“네.”

가는가 싶더니 오팔라가 나를 돌아봤다.

“코치님.”
“...?”
“플레잉 코치 바디 빌리러 오신 거죠?”
“아, 예.”
“이미 아실 수도 있겠지만, 플레잉 코치 바디엔 대부분의 능력자들의 능력이 통하지 않아요.”

확실히, 앨리스의 ‘화염폭풍’을 직격으로 맞았을때도 라비만 타버렸지 난 멀쩡했다.
전혀 뜨겁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능력도 플레잉 코치에겐 통하지 않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알고 있는 정보니까 코치님께도 알려드려야 공평한 것 같아요.”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그러면 이만.”

부끄럽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다.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누군가에게 낱낱이 보여준 경험은 처음이다.

진이 다 빠진다.
생전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


잠깐만, 뭔가 이상한데…

중요한 걸 빼먹은 기분이 든다.
‘LOVE파워’를 들켰다는 것때문에 정신이 온통 그쪽으로 쏠려 있어서 몰랐는데,

생각해보니 난 그거 말고도 남들이 들으면 놀랄만한 비밀이 있잖아.

원래 이 세계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전생 진수현이 트래쉬의 몸을 빌리고 있다는 사실.

대상이 떠올리지 않은 과거의 기억은 못 읽는다더니, 진짜 그런가보다.

이거까지 알았으면 더 기절초풍했겠지.

뭐, 아무래도 상관없나.


***



모든 준비가 끝났다.

대회 당일.

지금부터 4일 동안, 우리 <홍삼&인삼 파워 스포츠>의 세 명은 경기장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묘한 기분이다. 스포츠라지만 자발적으로 자유를 제한당하러 들어가다니.

“고생이 많겠어, 트래쉬 군.”

레이지 아재가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며 말했다.

“4일동안 그러면  몸 관리좀  해주십쇼.”
“암, 걱정 말게.”


라비와 앨리스는 그나마 본인들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원래 몸이니  나을거다.
난 인형  속에 들어가 일상에서 괴리된 감각을 견디며 4일동안 버텨야 한다.

밥도 못먹고, 딸도 못친다.
가만히 생각하니 잠은 잘  있나? 남들 잘때 눈만 멀뚱히 뜨고 기다리는 것도 못할 짓인데.
원래  몸은 그동안 가만히 누워서 영양액만 맞고 있을테니 근손실도 분명 있겠지.
플레잉 코치도 가만보면 쉬운 일은 아니다.

“으… 코치와 24시간 같이 있어야 하다니…”

앨리스가 투덜거렸다. 2주일동안 훈련하며 조금 사이가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아니면 사이가 좋아져서 그나마 이정도인가.
사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최대 96시간 같이 있어야 하지만  입을 다물었다.

“우엑~~~ 후… 배는… 정말 괴로워요… 이런 걸 어떻게 타고 다니는거죠…”
“아니 뭔 원양어선도 아니고 섬까지 한시간 걸리는 여객선 타고 배멀미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그치만… 그치만…”


라비는 그 짧은 시간만에 용케(?) 배멀미를 하고 있다.
전생에 몽골 사람이었나, 땅이 흔들리지 않고 단단히 고정되어 있지 않으면 못 견디는 스타일인가 보다.

옛날에 내가 아는 유명한 축구선수 중에도 비행기 타는 걸 무서워해서 국제경기는 뛰지 않았다는 선수가 있었는데…

어쨌든 대회 당일에 라비의 컨디션이 조져진건 조금 뼈아프다.


‘코치 힐링, 첫 날은 바로 라비한테 써줘야 겠군. 경기에서  일이 있을지 모르니.’

마침내 우리는 섬에 도착했다.

‘지옥섬’ 펠리칸.

주변의 물살이 빠르고 복잡한 조류가 이리저리 얽혀, 작은 나룻배로는 접근하기 힘들다.

섬을 둘러싸고 절벽이 우뚝 솟아 깔때기처럼 해변가 한군데로만 좁아지는 특유의 지형.

천혜의 요새다. 그 특징 탓에 예로부터 무거운 죄를 지은 죄수들을 가두어 놓는 감옥 섬으로 쓰여왔다.

솔직히 지금도 그렇게 써도 괜찮을  같은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이렇게 <이스케이프>의 대회 경기장으로 재개장되었다.

해변가에 내려서자 독특한 자연경광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예전에 군대 신병훈련소에서 ‘각개전투’ 교장이 딱 이렇게 생겼었지. 한없이 올라가고,  올라가며, 맨 위 정상으로 향해야 하는 극한의 코스.

혹은 수학여행 때 갔던 제주도 성산일출봉의 넓찍한 벼랑같기도.

그 꼭대기에 을씨년스러운 감옥이 자리잡고 있다.

이 섬은 토대부터 사람이 인공적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믿어질 정도다.


“저 감옥에서  해변가로 탈출하면 우승이란건가.”


앨리스가 말했다.
3km 정도의 짧다면 짧은 거리지만 고저차와 특유의 지형을 감안하면 쉽진 않을 거다.

일단, 라비부터 회복시켜주자.


[코치 힐링을 사용했습니다.]

[라비의 컨디션이 회복됩니다.]

“오오~~! 기분이 갑자기 나아졌어요. 역시 사람은 땅에 발을 딛고 살아야 해.”

기운이 돌아온 라비는 체스트 프레스 머신 쓰듯 양팔을 가슴 앞으로 폈다 당겼다 하며 좋아했다.


“아, 그거  스킬이야. ‘코치 힐링’. 하루에 한 번만  수 있는데, 작은 부상은 회복시켜줄 수 있어. 필요하면 써줄게.”
“오, 코치님. 유능해요. 최고!”
“...그건  쓸만하네, 코치.”


이것이 D급 코치로 올라선 무시무시한 자의 능력이다.
‘코치 이머전시’는 경기를 포기할 정도로 우리 선수들의 부상이 심각하지 않으면 쓰지 않겠지만.

우리 뒤로 다른 선수들도 줄줄이 배에서 내려서기 시작했다.
급이 높아진 대회라 그런지 하나같이 위용이 쟁쟁하다.

발 밑을 조심해가며 사뿐히 섬에 발을 디디는 오팔라가 보인다. 고작 4일 머문다기엔 꽤 짐이 많아보인다.
이번 대회의 최고 경계대상.

“저 선수가, 내가 말한 오팔라. 얼굴은 TV에서 한 번 봤지?.”
“아하.”

라비와 앨리스는 오팔라를 바라봤다.

“나로서는 말이야.”


앨리스가 시니컬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여기서 누구라도 좋으니 저 애하고 같이 자폭이라도 해주면 참 좋겠다 싶은데.
역시 무리려나. 한 명만 희생하면 나머지 모두가 편해지잖아.”
“...앨리스, 참 그런 뻔뻔한 말을 태연히 말해버리는게 앨리스의 매력이지만요. 그래도 그건 무리죠.”

그건 모두가 바라고 있을 것이다. 나 말고 다른 누가 오팔라를 처리해주기를…
몹시 번거롭기 짝이 없는 능력이니 말이다.

“뭐, 일단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두세요. 라비, 앨리스 두 명의 모든 생각은 오팔라가 읽을 수 있습니다.”
“와, 기분이 이상해요! 생각을 읽다니. 법으로 금지해야 하는거 아니에요? 헤헤.”
“정말 귀찮아 죽겠어.”


나는 손가락을 들고 둘의 주의를 모았다.


“그리고 미리 얘기했던 대로, 저는 중요한 전략이 떠올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여러분들한테 바로 얘기하지 않을거예요.

오팔라는 플레잉 코치의 생각은 읽지 못하니까요. 우리 비장의 수를 노출당하지 않으려면  방법밖에 없어요.

그러니, 갑자기 마지막에 제가 뜬금없는 전략을 주문하더라도 절 믿고 바로 따라주세요. 오케이?”
“그래. 대신에 코치 역할이 엄청 아주 많이 중요하다는 거, 잊지 마.”

이게 일단 내가 준비한 전략이었다. 오팔라가 투시할 수 없는 플레잉 코치 상태의 내가 어떻게든 4일 안에 그럴듯한 작전을 생각해내야 한다.


그 때 뒤에서 “비켜, 비켜!”하며 재촉하는 여자애 목소리가 들렸다.

“아, 죄송합니다.”
“길가에 서서 뭐해?  참. 깝깝하네.”

노란 머리의 트윈테일, 송곳과 해골, 발톱 모양의 온갖 장식과 뱃지들이 덕지덕지 달린 검은 가죽자켓.
하지만 또 그 밑에는 허벅지 위까지 올라오는 샛노란 미니 드레스.
다리는 가늘지만 은근히 근육이 탄탄하다.
얼핏 미스 매칭같지만 묘하게 조화롭다.

노란색과 검은색의 조합은 예로부터 ‘경고’, ‘주의’를 상징할때 널리 쓰이는 색상이었다.
얘는 그야말로 인간 경고등같은 아이다.

개구쟁이처럼 짖궂은 표정으로 들고 있는 스포츠백을 사납게 휘두르는 소녀.
누가 맞더라도 전혀 상관없어 보인다.

“<블랙 이글>의 라이카 선수군요.”
“뭐야,  알아? 난 당신들 모르는데.”


트윈테일 여자애는 안하무인의 얕보는 태도로 우리를 비스듬히 쳐다본다.


[감식안 사용]

[이름: 라이카
나이: 19
종족: 인간
성별: 여
칭호: ‘검은 번개’

체력: 27
근력: 24
지혜: 10
기교: 20
의지: 16
속도: 27

특이사항: 최고의 재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강한 에고에서 나오는 자신감으로 인해 타인보다 스트레스가 덜 쌓입니다.

강한 경쟁심과 승부욕을 지니고 있습니다.
경쟁에서 승리할 경우 얻는 경험치가 더 많습니다.

폭력에 익숙합니다. 타인을 공격하는 것도, 본인이 공격받는 것에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번개의 마법에 놀라운 재능이 있습니다. 전격에 거의 면역입니다. 감전에 내성이 있습니다.

타인보다 빠른 속도를  수 있습니다.


보유스킬: ‘마이페이스A’, ‘분노폭발B’,‘번개의 마법A’, ‘번개 저항B’, ‘마력회복C’, ‘마력폭주B’, ‘고속이동B’, ‘순간대쉬B’


종합능력: S
잠재성: SS ]



‘오팔라도 그렇고, 하나같이 괴물들이군.’


얘는 라비의 피지컬에 앨리스의 마법특화를 섞은 듯한, 무시무시한 녀석이다. ‘번개의 마법’, 보나마나 줫같이 센 마법이겠지.

“너, 뭔데 시비야? 옆으로 돌아서 가면  거 아냐.”

미친 년엔 미친 년으로 상대한다는 건가.
앨리스가 대번에 불꽃같은 시선을 이글거리며 라이카에게 쏘아붙였다.

아마 얘가 날 챙겨줘서 대신 나선 건 아닐테고, 그냥 라이카가 꼬우니까 못참겠는거겠지.

그래도  편을 들어주니 기쁘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둘은 당장이라도 치고 받을 듯이 신경전을 벌였다.


“하아? 뉘슈?”
“뭐?”
“아니, 니가 어디서 뭐하는 누군지 모르겠다고. 어디서 이래라저래라야. 나하고 말 섞을 레벨은 돼?
<블랙 이글>은 미안한데 시골 촌구석 팀들까지 일일이 외울 시간이 없어서 말이야.”
“쪼끄만게 건방지기는…”
“니가 더 쪼끄마 하잖아. 웃기고 있어.”

라비는 어쩔줄 몰라하며 앨리스와 라이카 사이에서 쩔쩔맸다.
역시 내가 중재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라이카. 그만해.”

뒤에서 한 아가씨가 걸어오며 말했다.


“어?”
“뭐하자는거야, 여기서 한바탕 하게? ‘또’ 실격당하고 싶어?”
“아니  사람들이…”
“얘가 보다시피 멍청하고 성격도 이 모양이라 사고를 많이 쳐요. 그냥 무시하세요.”

윤기있는  검은 머리를 등 뒤로 묶은 아가씨가 나보다 한 발 앞서 상황을 정리했다.
허리춤에 긴 장검 한 자루를 차고 있다.
무협지에 나올 것 같은 여검사 풍의 선수다.

볼 것도 없군. ‘꽃잎 가르기’ 유우다.

[감식안 사용]

[이름: 유우
나이: 21
종족: 오족烏族
성별: 여
칭호: ‘꽃잎 가르기’, ‘검은 날개의 검사’

체력: 28
근력: 30
지혜: 18
기교: 27
의지: 21
속도: 27

특이사항: 최고의 재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족의 종족 특징을 이어받아, 원할때 등에서 날개를 꺼낼 수 있습니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으나 비행에 특화된 신체구조가 아니므로 속도는 보통 수준입니다.

무기 사용에 능숙합니다. 특히, 검을 탁월하게 다룰 수 있습니다.

폭력에 익숙합니다. 타인을 공격하는 것도, 본인이 공격받는 것에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타인보다 빠른 속도를 낼  있습니다.


보유스킬: ‘비행A’, ‘장검술S’,‘발도술A’, ‘위기감지A’, ‘침착함B’, ‘고속이동A’, ‘순간대쉬B’


종합능력: S+
잠재성: SSS ]

까마귀 인간이라 날아다닐  있는 건가.
얘는 그럼 시작하자마자 바로 날개 펴고 하늘로 ‘잘있어요 여러분’ 하며 가버리면 끝 아닌가?

대회측에서 물론 이런 특징까지 고려해 뭔가 대비책을 갖춰놓긴 했겠지만.

겉보기엔 심지가 굳은 진지한 인상의 미인같은데 인간이 아니라니. 신기하다.
까마귀의 특징은 오로지 날개가 추가된 정도로만 형편좋게 적용되었나보다.


“라이카, 가자.”

유우는 나막신을 절그럭거리며 혼자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야야, 기다려!”
“그래, 빨리 꺼져.”


앨리스가 비웃는다. 라이카는 유우의 뒤를 따라가려다 그 말을 듣고 발끈했다.


“넌 진짜 대회 시작하면 뒤졌다.”
“누가 할 소릴. <블랙 이글>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너 같은 버러지는 참교육이 필요해보이네.”
“후… 오팔라 말곤 안중에도 없었는데 말야. 이거 또 재밌어지네. 야, 니 이름 뭐야?”
“너같은 애하고 통성명하기 싫은데.”
“진짜 하나하나 성질 긁네.
기다리기 싫으니까 첫날에 바로 한번 뜨자.
설마 무서워서 도망치는건 아니겠지?”


갑자기 대화의 흐름이 멋대로 흘러간다.


“누가 무서워한다고? 좋지. <블랙 이글>이니까 이름값하게 해줄게. 아주 까맣게 자글자글 태워서.”
“키히히… 정해진거다 그러면.”

라이카는 악마같이 웃으며 유우 뒤를 따라 멀어졌다.

저 둘이 이번 대회 전투력 최강 듀오.
하지만 우리의 대응은 과연 옳았던걸까?
굳이 어그로를 잔뜩 끌고, 결투신청까지 받을 필요는…

“앨리스…”
“아, 됐어. 코치. 조금 감정적이긴 했네. 그래도 난 무시당하곤 못살아. 이기면 되잖아.”
“지금 팀의 의견을 안듣고 되게 멋대로 행동한 거 아시죠.”
“...알았어, 미안해.”

앨리스는 조금 풀이 죽었다. 불꽃처럼 과격하고 성질이 급한 반면에, 이처럼 감정이 변하는 것도 불이 확 꺼지듯 빠르다.

“싸울거면 꼭 이기셔야 해요. 앨리스가 리타이어하면 저희 절대로 못이깁니다.”
“맞아!  혼자선 무리라구, 앨리스.”

시작부터  버라이어티하구만.
우리는 <지옥섬> 펠리칸의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곧 경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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