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이벤트 대회, 머더러스 하우스(3)
물론 갑자기 스테이크를 썰던 나이프를 서로에게 휘두르는 유혈극이 벌어지진 않았다.
<머더러스 하우스>의 등장인물들은 곧 있을 참사를 추호도 모른 채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즐겼다.
“의사 선생님은 전부터 생각했는데 몸이 꽤 탄탄해지셨네요.”
아들이 고깃조각을 입에 넣으며 말했다.
그러고보면 주치의의 팔뚝 굵기가 꽤 예사롭지 않다.
“아, 눈치채셨어요? 몇 달전부터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거든요.”
“와, 그래요? 그런데 한다는 말도 못들었네.”
“일부러 안했어요. 과연 누가 가장 먼저 눈치채나 보려고.”
"이야~ 제가 제일 먼저 알아봤구나. 이거 영광이네요."
뭐야, 이 분위기.
이 대화에 느껴지는 미묘한 기류 뭐야?
그래서, 주치의의 몸을 남몰래 주의 깊게 지켜봐준 사람은 아들 밖에 없었다 뭐 이런… 줫같은 흐름이야 설마?
“예? 왜요? 열심히 운동하셨는데 굳이 말하지 않을 이유가 있나요.”
라비가 물었다.
어쩌면 눈치없게 끼어든 걸수도...
“그도 그럴게, 운동 하는데요~ 라고 말해두면 사람들이 아무래도 좋게 말해주잖아요.
그렇게 겉보기엔 달라지지 않았지만 아마 운동하고 있으니까 좋아졌겠지. 하고 말이죠.
반면에 전혀 말도 안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눈치챌 정도면 그건 진짜 몸이 좋아졌다는 거 아니겠어요.”
“오… 그럴듯하네요.”
“반대로 다이어트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나 살 뺄거다, 하고 선포하지 않고 조용히 다이어트를 하던 중에,
누가 너 요새 살 좀 빠지지 않았니? 라고 말한다면 그게 진짜 살이 빠졌다는 거겠죠.”
의사는 일장연설을 마친후 기분좋게 닭다리를 썰었다.
어쩐지 아까부터 단백질과 야채 위주로만 먹고 있다 싶더니 다 이유가 있었군.
휴, 일단 내가 생각하는 그런 흐름은 아니군.
어쨌든 불미스러운 스토리로 흘러가지 않아서 나로서는 다행이다.
...그리고, 저 주치의는 일단 요주의 대상이다.
저 튼튼한 팔로 언제 어떻게 누구를 죽일지 모를 일이니.
“...저 같은 경우에는 말입니다.”
집사가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제 멋대로 주제넘게 말을 꺼낸다.
프리한 분위기의 집안인가 보다.
“보기 좋은 몸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운동의 본래 목적은 실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 집사, 나도 그래! 동감.”
딸도 동의했다.
이 둘은 만능 스포츠에 어울리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인가.
극한의 실용주의자들?
“그래요. 스포츠에서도 그렇지 않습니까. 근육의 크기가 꼭 승패로 직결되는 것도 아니죠…
덩치가 큰 다른 종목의 선수보다, 오로지 격투기술만 깊게 숙련한 격투선수가 싸움에 더 강하다는건 설명할 필요도 없죠…
체급이 한 두 단계 차이나더라도 상대가 안될 겁니다.
자기의 목적에 맞게 운동하면 이처럼 실제로 낼 수 있는 퍼포먼스가 달라지는거죠...
일할 때도, 얼핏 보기엔 비리비리하고 볼품없어 보이는 사람이, 딱 보기에 몸이 좋은 사람보다 오히려 일을 더 잘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사람들은… 딱 필요한 부분만 몸을 발달시킨 거겠죠…”
“하시는 얘기가 뭔지는 알겠어요. 그렇다고 몸을 키우는 게 전혀 쓸모없을 것 같진 않은데요.”
“...”
“물론 제가 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이 집사님께서 말씀하신대로 그닥 실전적인 운동은 아니라는 거에는 동의해요.
근육을 보기 좋게 키우는 데에만 치중했으니 실제 운동 수행능력은 별로일지도 모르죠.
그래도, 운동 아예 안 한 사람보단 제가 나을걸요. 안그래요?”
주치의는 약간 삔또가 상한 모양이었다.
“...쓸모없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기분 나쁘게 했다면 사과드릴게요, 선생님.”
“아, 그정돈 아니에요. 웃자고 하는 말이죠 뭐.”
집사의 발언, 말투에선 기묘한 비틀림이 느껴진다.
저 할배도 요주의의 인물이다.
음침한 표정을 하고 뒤에서 뼈가 잔뜩 불거진 손으로 목을 조르는 광경이 눈앞에 그려진다.
“앨리스는 어떻게 생각해?”
“응?”
갑자기 대화가 앨리스에게로 넘어간다.
아까부터 음식을 먹는 척 하면서 사실 아무 것도 입에 대지 않고 있던 앨리스는 흠칫 놀랐다.
“뭐가.”
“탐정으로서 보기에 말야.
그래도 막상 마주치면 근육이 우락부락한 사람이 더 위협적인가?”
“그거야… 뭐 그렇겠지.”
앨리스는 적당히 얼버무렸다.
오히려 알맹이 없는 대답만 하는 앨리스 쪽이 내가 아는 인공지능의 대답패턴에 가까워보인다.
일반적인 인공지능 봇은 이쪽에서 뭐라고 물어보든 “응… 좋아.”, “그거 멋진데…!” 같이 적당히 동조하는 대답만 남발하는 패턴이 많던데.
“경찰서 앞에 보면 범죄자들 현상수배서가 붙어있잖아.”
비트코이스가 대신 대답했다.
“그런데요, 아빠?”
“근데 보다보면 이런 사람이 흉악범이라니, 싶은 인상이 많거든.”
“그야 뭐.”
“사람의 겉보기와 실제 위험성이 꼭 비례하는건 아니라고 봐.
그런 범죄자가 위험한 이유는
일반인과 달리 사회의 법을 무시하고, 자기들의 공격성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지.
문제는 육체가 얼마나 강하냐가 아니라 남에게 폭력을 행사하는데 얼마나 망설임이 없는가, 그거거든.”
그러자 딸이 받아쳤다.
“근데 아빠, 그렇다고 해서 그 흉악범들이 뭐 신체적으로 더 강인하고 이런 건 아니잖아, 안그래?
법과 윤리를 무시한 상황에서 순수히 살인기술만 겨룬다치면 집사가 말한대로 실전적으로 단련한 사람들, 예를 들어 격투기 선수나 아니면 군인 뭐 이런 사람들이 범죄자보다 위험할 게 뻔해.”
“흠…”
비트코이스, 딸, 집사와 주치의는 주거니 받거니 하며 토론을 벌였다.
이 토론의 결말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뭔가 아귀가 안맞고 지들 각자 할말만 하는듯도 하고.
그리고 왜 생일파티에서 밥 먹는 중에 살인에 대한 화제를 즐거이 입에 올리고 있는 것인가.
실로 불길하기 짝이 없다.
대부호 비트코이스도 뭔가 미심쩍다. 흉악범, 살인기술에 대한 저 관심은 무엇인가.
돈을 쓰다 쓰다 마지막으로 다다른 취미가 살육의 쾌락. 있을 수 있는 일이지.
이 사람도 주의하자.
‘어차피 조금 뒤부터 죽을 사람들이라 그런지, 죽고 죽이는 얘기 참 좋아하네.’
“그래, 이쯤 하자. 어쩐지 기분이 오싹해. 생일인데… 그만, 그만. 이상!”
비트코이스가 이제 질렸다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끊었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던 귀부인이 이 주제가 끝나기만 기다렸다는 듯 즉시 말을 꺼냈다.
“어머, 그러면 이제 선물 증정식을 가져볼까요.”
“아, 맞다.”
그 얘기를 듣고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마다 준비한 선물이 있는 모양이다.
잠시 후 아들이 먼저 돌아왔다.
“열어 보세요.”
“흐으으… 끄으으…”
비트코이스 아재가 선물 포장지를 쥐고 끙끙거렸다.
“이거 왜이리 안뜯어져? 본드 발랐니?”
“아닌데요… 그냥 산 곳에서 포장해달라고 했어요.”
“흐아아~~!”
아재는 헐떡거리며 선물 뜯는 걸 포기하고 집사에게 넘겼다.
“집사, 이거 좀 뜯어 줘요. 허억…”
“...예.”
집사는 손쉽게 포장을 뜯고 내용물을 비트코이스에게 건넸다.
“여깄습니다.”
“...내가 손아귀의 힘이 좀 약한가? 흐…”
비트코이스가 선물을 들여다봤다. 밧줄이다. 동그랗게 올가미가 땋아져있고, 그 밑에 매듭을 지어놨다.
“히익…! 이게 뭐야, 모네로?”
“킥킥킥… 요즘 유행중인 ‘교수형 넥타이’예요. 얼핏 보면 밧줄같죠?
재밌죠?”
미친놈 아니야?
아들은 싸이코패스 일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 감성이 어딘가 어긋나있는 녀석이다.
최고로 주의하자.
“저도 드릴게요, 여기요. 여보.”
귀부인이 손바닥만한 작은 케이스를 건넸다.
“이건 뭘까? ...목걸이구나! 오, 예쁜데. 센스있네, 우리 와이프.”
“그쵸?”
“...근데 조금 작은데? 디자인도 어쩐지 여성용같고… 내 목이 들어가나 이거?
내꺼 맞지? 바뀐 거 아니지?”
“에이 설마요.”
비트코이스는 보석이 주렁주렁 달린 금목걸이를 들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보더니 다시 케이스에 집어 넣었다.
“비트코이스 씨, 제 선물도 가져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시죠.”
“아, 그래요.”
주치의는 잠시 밖에 나갔다가 쿵쿵 발걸음소리를 내며 돌아왔다.
사교 댄스 추듯이 누군가를 안고 있다.
축하의 의미로 춤이라도 선보이려는걸까?
자세히 보니까 안고 있는 건 사람이 아니라, 인체모형이다.
주치의보다 인체모형이 30cm이상 키가 크다.
“와, 학교 다닐 때 과학실에서 보던거다!”
라비가 말했다.
“선생님, 그건…?”
“이건 다트머신입니다. 인체의 각 부위별로 점수가 배정되어 있어서, 맞추기 힘든 부위를 적중시키면 고득점을 얻는 놀이를 할 수 있죠.”
“호오…”
설명서를 보니 ‘눈:300점’, ‘인중:420점’, ‘목:150점’ 등 점수가 나열되어있다.
꽤 재미있는 선물이긴 하지만 의사치고는 너무 악취향이다.
“그리고 게임을 하지 않을 땐 일반적인 인체모형으로도 쓸 수 있죠. 일석 이조라고나 할까요.”
“아...그래, 고마워요. 선생님.”
“내친김에 인테리어하고 싶은 장소에 옮겨다 드릴게요. 이게 무게가 좀 나가서 제가 하는게 낫겠죠.”
“그러고보니 땀을 줄줄 흘리시는군요.”
“1:1 사이즈 비례의 실제 인간크기 모형이라서 좀 많이 무거워요.”
“...그러면 일단 현관 앞 복도에다 좀 가져다 주실래요?”
“알겠습니다.”
의사는 다시 낑낑거리며 인체모형을 안고 사라졌다.
사서 고생이다.
“저희는 따로 준비한 선물이 마땅히 없는데…”
라비가 난처해했다.
“아, 괜찮아요. 이렇게 와준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우니까.”
“그러면 우리는 나중에 당신이 의뢰한 사건을 공짜로 한 번씩 해결해 줄게.”
“아! 그거 좋네요.”
앨리스가 생색내듯이 말했다.
어차피 이 <머더러스 하우스>에 다음은 없다.
우리가 여기 다시 올 일도 없고, 이 사람들이 살아있을지 어쩔지도 모를 일이다.
나중에 금송아지를 갖다준다고 약속해도 사실 문제는 없다.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군. 앨리스.
“그러면 내 선물이 마지막인가.”
딸이 씨익 웃었다.
“모두 따라와요. 깜짝놀랄걸.”
“엥? 여기 가져온 게 아니야?”
“응. 내 선물은 의사 선생님의 인체모형보다 더 무거워서 들고 옮길 엄두가 안나.
그래서 가족들 몰래 미리 체력단련실에 가져다 놨어.”
우리는 모두 의아해하며 딸의 뒤를 따라 체단실로 향했다.
“짜잔~”
딸이 안에 놓인 거대한 물건을 향해 자랑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순간 나무로 만든 벤치프레스인 줄 알았다.
뭔가 모양이 묘하게 비슷해서.
좀 위로 널찍하니 천장까지 닿을만한 무지막지한 파워랙이 추가된.
근데 아니다.
자세히 보니 천장 가까이에 대각선으로 기울어진 칼날이 번쩍거린다.
기억 한 구석에서 저 무시무시한 것의 이름이 떠오른다.
기요틴guillotine.
한국말론 단두대斷頭臺.
18세기 조제프 기요틴 박사에 의해 발명되어 19세기까지도 널리 쓰였던, 말 그대로 목 자르는 사형기구다.
...이게 왜 여깄어.
선물 이전에 가정집에 있을 기구가 아니잖아.
라비와 앨리스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리플아. 이게 뭐니? 그냥 비슷한 모양의 벤치프레스지?”
나하고 똑같은 생각을 한 모양인지 비트코이스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니? 정품 단두대야. 실제로 쓰였던. 역사적 보증서도 첨부되어 있어.”
“그걸 왜…”
“아빠, 뭘 모르네. 이건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골동품이라구.
나도 경매장에서 겨우겨우 낙찰받은거야.
눈에 불을 켜고 진품을 찾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
할 말이 없는지 비트코이스는 이마에서 배어나온 식은땀을 닦았다.
“아, 그래그래. 저 칼날은 위험하니까 빼고, 운동기구로 쓰면 되겠다. 고마워, 우리 딸.”
“히히, 생일 축하해 아빠.”
...
이년이 이 집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다.
확신이 든다.
아까부터 뭔가 낌새가 이상하더니, 완전 또라이 그자체야.
일거수일투족을 주의깊게 경계해야한다.
비트코이스가 심호흡을 가볍게 한 후 마음을 진정시키고, 우리에게 말했다.
“자, 그러면 선물도 다 받았으니, 다들 식후 티 한 잔 괜찮겠죠.
시빅, 준비해주게.”
“알겠습니다 주인님.”
집사가 먼저 물러났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홍차가 우리 앞에 놓였다.
우리 <홍삼 스포츠>팀은 약속이라도 한 듯 차에는 입 한 번 대지 않았다.
가상현실 속 게임이라지만 이런 곳에서 객사하고 싶진 않으니.
아들 모네로가 아까부터 초조한 기색을 보이더니 찻잔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저기, 이 정도면 슬슬 일어나도 되죠? 저는 먼저 방에 올라가볼게요.”
“왜, 더 있다 가지.”
“깜빡 빼먹은 일이 있어서요.”
아들은 우리에게 살짝 고개숙여 인사하고 거실에서 나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앨리스의 눈이 예리하게 빛난다.
이런 모임이 으레 그렇듯 먼저 누군가 한 명이 용기를 내 일어서면 얼음에 금이 갈라지듯 자연스레 파장분위기가 형성된다.
“그럼 우리도 이 쯤 할까요.”
“저는… 가서 뒷 정리를 하지요… 그러면…”
집사도 어두운 표정으로 일어섰다. 주방쪽으로 비척비척 걸어간다.
“그러고보니 선생님은 왜 안오지?”
“그러게요.”
아까 혼자 인체모형을 들고 낑낑대며 나갔던 주치의가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너무 무거워서 옮기다 깔리기라도 한 거 아니에요?”
라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운동도 열심히 하셨는데 그 정도 힘도 없을라고.”
“그래도 일단 찾아보죠.”
비트코이스, 귀부인, 딸과 우리 세 명은 말없이 현관으로 향했다.
긴 복도에 인체모형이 덩그러니 세워져있다.
얼굴 반쪽은 피부가 벗겨진 모형이 동그란 눈알로 어쩐지 우리를 관찰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모형은 여기 뒀는데 말야. 선생님은 어디갔지?”
“아까 집사가 슬슬 긁어서 기분 나빠졌나봐요. 그냥 돌아갔을지도…”
“에이, 그렇다고 말도 없이 가실 분은 아냐.”
“흠…”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마냥 모두가 주치의를 찾는 그림이 됐다.
딸이 체단실 안을 슬쩍 들여다봤다.
“설마 그 새 근손실을 못참고 운동중?”
다음 순간, 딸의 비명소리가 저택을 가득 채웠다.
꺄아아아아악!
소름끼치는 비명에 이게 가공의 게임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가슴이 섬뜩해진다.
“저...저 안에!”
딸이 갈라지는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귀부인이 쓰러질듯한 딸을 부축했다.
비트코이스와 내가 체단실로 진입했다.
“허억!”
안의 풍경을 본 비트코이스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휘청거렸다.
체단실 안에는 벌거벗은 근육질의 사내가 벤치프레스, 아니 단두대에 엎드려있다.
마치 수의처럼 그 몸에 하얀 의사가운이 덮여있다.
그리고 그 기구는, 제 이름에 걸맞게 본래 목적을 충실히 다해 사내의 목을 말끔하게 도려내버렸다.
나는 고개를 들어 단두대를 올려다봤다.
거울처럼 허옇게 빛나는 깨끗한 칼날이 을씨년스러운 빛을 뿌리고 있었다.
허옇게 목뼈가 드러낸 단면에서 피가 뚝 뚝 흘러 단두대 밑에 고이고 있다.
여러 번 무식하게 내리쳤는지 단면이 질기고 거칠다.
“서...선생님…”
비트코이스가 정신이 나갈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앨리스가 나와 라비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이제부터 시작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