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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화 〉뉴페이스(2) (49/109)



〈 49화 〉뉴페이스(2)

“...예요. ....해요.”
“아니, 뭐라고 하는거야? 하나도 안들리잖아. 좀 크게 말해봐.”


앨리스가 불평했다.
스이나가 새로 입단했으니 우리 선수들한테 소개시켜주려고 불렀는데,  첫인상이 좋지 않을  같은 예감이 든다.


“하이 네스트에서 온 스이나라고 한다네요. 언니가 시켜서 입단했대요. 운동은 잘 못한대요. 잘부탁한대요.”
“어떻게 알아들은거야?”

놀라는 앨리스. 그러게. 나도 신기하다.
라비가 스이나를 보며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와! 머리 너무 예뻐. 오래 기른거지? 관리 엄청 잘했나보다.”

머리를 목  이상 기르지 않는 라비는 스이나의  흑발이 부러운 모양이다.

“...예요.”
“자르기 귀찮아서 그냥 기른 거라고? 헤헤, 재미있는 애구나.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스이나.”
“왜 나만 못알아듣는거지?”

앨리스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중얼거렸다.


“앨리스,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봐. 그냥 말이 아니라 마음을 들으려고 노력하면서 말야.”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어. 흥.”
“그건 그렇고, 예쁘지만 운동할 땐 조금 불편하겠다. 내가 머리 묶어줄게, 스이나.”

라비가 서랍을 뒤적뒤적하더니 빨간 리본을 하나 꺼냈다.
스이나는 약간 난처한 표정이었지만 크게 거부하지 않고 가만히 라비에게 머리카락을 맡겼다.

인형놀이하듯 재미있어 하며 스이나의 머리를 틀어 올리는 라비.


“자, 됐다! 이거면 방해 안되겠지. 내가 옛날에 머리 좀 길렀을 때 쓰던건데, 딱 어울리네. 귀여워, 스이나.”
“...”


긴 머리를 허리까지 닿도록 풀어내렸을땐 청순한 인상이 강했는데,
이렇게 리본으로 묶어 뒤에 깔끔하게 고정하니 깜찍한 느낌이 두드러졌다.

좋은 느낌으로 이미지 체인지에 성공한 스이나.

스이나는 목을 갸웃갸웃하며 머리를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아주 미세하게 만족한 표정이 스쳐지나간다.


“...해요. 라비.. ….아요.”
“고맙긴 뭘. 그보다 내가 돌봐주는게 언니같다니, 스이나 언니 있어?”
“아, 스이나는 <블랙 이글>의 유우 선수 동생이에요.”
“에엑~~~!?”


라비는 물론 앨리스도 경악했다.

“워워, 코치. 이거 완전 호랑이 새끼를 들인  아냐, 우리가.
얘는 그러면 적 아냐?”
“아니지 않나요? 스이나 선수는 이제 우리 팀이고, 유우 선수도, 별 상관없잖아요. 어차피 다른  선수끼리는 경쟁이 당연한거니까.”
“...그런가?”


아리송해하는 앨리스.


“자자, 그러면 오늘 훈련 시작합시다. 일단은 스이나도 새로 팀에 합류했으니, 오전은 기본 체력단련으로 갈게요.”

나는 박수를 짝 쳤다.
라비와 앨리스는 운동용 체육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라커룸으로 향했다.
스이나가 어째야하나 어리버리하다  뒤를 따라갔다.


***


스이나의 체력은 상상 이상으로 저질이었다.

몸풀기 체조만 잠시 시켰는데도 도저히 못 따라오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후….하아….후….”


비틀비틀하며 허수아비처럼 흐느적대는게 가여워보여서 나는 스이나 옆에 가 응원했다.


“괜찮아, 다왔어요!  번만 더 하면 돼요. 목표가 저 앞입니다!
 수 있다, 스이나. 힘내요!”
“하아아….. 하아…. 하아…..”

풀코스 마라톤의 마지막 1km 지점이 아니다.
말했듯 몸풀기용 체조. ‘국민체조’로 치면 ‘팔다리 운동’에서 스이나는 완전히 체력이 고갈되어버린 것이다.


“하나만  합시다! 화이팅!”


라비도 어느새 옆에 와서 응원했다. 앨리스가 한심하다는 듯이 먼저 스트레칭을 하며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

“후욱...후욱...하아….”

팔을 바들거리며 마지막 몸풀기 체조 코스까지 마친 스이나는 그대로 잔디가 깔린 운동장 바닥에 무너졌다.

무방비하게 대자로 뻗어 눈을 감았다.
...죽은 거 아니지?

“이야~ 잘했어, 스이나. 대단한데?”

라비가 과장되게 칭찬했다. 새삼 착한 여자애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치고는 엄청 잘한거야! 난 운동 처음 시작할때 체조 다 못끝냈어.
한 한달쯤 지나고서야 그때부터 겨우겨우 몸풀기 체조를 소화할  있었다구…”
“하아...하아…
...요?”
“그럼, 진짜지.”


말이 되냐.
운동 선수가 3분 30초짜리 몸풀기 체조를 한달 동안 수련해야 수행할 수 있다는게…
초등학교 1학년 체육시간때부터 배우는 거잖아.


하지만 난 굳이 태클을 걸지 않았다.
때로는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것도 세상에 존재하는 거니까.



“라비, 물  가져다 줄래? 스이나  마르겠다.”
“알겠어요, 코치님.”


라비가 일어섰다. 물통이 놓여있는 벤치로 걸어가려던 라비에게 스이나가 손을 뻗었다.
손끝이 바들바들 떨린다.


“....돼요, 라비.”
“응? 안가도 된다고?”


순간 바닥에 머리를 대고 누워있던 스이나의 눈에 영롱한 섬광이 일었다.
긴 속눈썹 밑 안구의 동공이 초록색 고리모양의 빛을 낸다.

그리고 허공에 치켜든 스이나의 손 끝에 보이지 않는 실이라도 연결된 것처럼, 멀리 떨어진 벤치에 있는 물통이 살랑살랑 흔들리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우리가 넋놓고 지켜보는 동안 물통은 투명한 누군가가 들고 오는 것마냥 공중을 날아와 스이나의 손 안에 착지했다.

스이나의 눈에서 초록색 안광이 꺼졌다.
꽤 무거운지 물통을 잡은 스이나의 손이 덜컹 밑으로 내려갔다.

“와와! 그거 뭐야? 완전 신기하다.”


라비가 꺄꺄 호들갑을 떤다. 신기하긴 하다.


“...이에요. ….해요.”
“염동력? 와, 처음봤어. 과자 손에 안묻히고 먹을 때 엄청 편해? 진짜 그렇겠다.”



조용히 말하며 스이나는 물통 뚜껑을 낑낑 거리며 돌렸다.

하지만 어림도 없지. 모든 체력을 소진한 스이나에게 이 물통은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스이나의 얼굴에 짙은 현자타임이 드러난다.
물통 하나 못여는 인생의 무상함이 청초한 얼굴에 드리워져있다.

내가 물통을 들고 대신 열어줬다.


“너무 잘했어요. 스이나, 오늘은 이정도면 충분해요. 여기까지 합시다.”


사슴이 물먹듯 꼴깍꼴깍 마시며 고개를 끄덕이는 스이나.


“뭐, 저게 오늘 훈련 끝이라고?”

앨리스가 어이없다는  중얼거렸다.


“사람에겐 다 적절한 수준의 훈련 강도라는게 있는 법이니까요.
그러면 저 잠깐 스이나 좀 라커룸에 데려다 주고 올게요.”
“어메이징하네.”

앨리스가 비꼬듯 말했지만 나는 신경쓰지않았다.
그녀로서는 팀 동료가 될 사람의 체력이  꼴이라는게 영 미덥지 못하고 불만스러우리라.

‘그래도 조금만 기다려. 얘는 잘 키우면 분명히 강력한 전력이 될테니까.
이래봬도 성장성 SSS야.’

“스이나, 수고했어~”
“그러면 라비하고 앨리스는 일단 러닝 10km부터 시작하고 계세요.  갔다올 동안.”

라비가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

“그래도 할만하죠?”


운동장에서 나와 걸어가며 스이나에게 물었다.


“...않아요.”
“다시는 하고싶지 않다고요…
그래도 지금 스이나는 큰 산을 하나 넘은 겁니다.
이제 내일 똑같은 걸 또 해봐요. 아마 스이나 본인이 알게 될걸요.
어제보단 훨씬 하기 쉬워졌다는 걸.”

...과연 그럴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한계 돌파]

[스이나가 그녀의 한계를 돌파했습니다.

위업 달성: 몸풀기 체조 1회 수행

인생에서 운동이라곤 화장실 갈 때, 편의점  때 걷는 것 밖에 없는 스이나.
  횡단보도에서 초록불이 깜박여도 절대로 뛰지않는, 조선시대 양반의 모범인 스이나.

머리감다 지쳐서 욕실에서 뻗어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이제는 머리도 언니가 감겨주는 그녀가 인생 최초로 3분 27초의 고행을 이겨냈습니다.


그녀의 능력치가 올라갑니다.

‘초재능A+’의 효과를 받아 더욱 더 상승합니다.

체력: 2 (+1)
근력: 3 (+1)
의지: 4 (+1) ]


‘뭐냐 이건.’

어처구니없게도 오히려 그동안 너무 신체를 안 움직였기에 극단적인(?) 운동을 한 결과 얻는 보상도 엄청 많았다.

한번에 보너스를 몰아 받은 느낌이다.


‘씨발… 미쳤다. ‘LOVE파워’도 안썼는데 이정도로 오른다고?’


물론 능력치가 올라도 여전히 일반인 이하의 저열한 수준인  마찬가지다.
오십보 백보.
그래도  가파른 성장세엔 기대를 걸어볼 여지가 충분하다.


“....러워요, 코치…”
“예?”

딴 생각하느라 잘 못들었다. 나는 다시 되물었다.

“...지럽다구요, 속이…. 안좋아… 우욱…”
“아, 갑자기 몸을 많이 움직여서 체력이 확 바닥나 그런거네요. 괜찮아요. 좀 쉬면 나아져요.”
“...”

하지만 스이나의 표정이 몹시 안좋다. 금방이라도 바닥에 토할 기색이다.


“아이구, 그러면 제가 업어다드릴게요. 제 등에 업혀요.”
“...”


스이나는 거부하지 않고 얌전히 내게 업혔다.
무지 가볍다.
이래서 운동 하겠나.

본의아니게 스이나의 엉덩이 바로 밑, 허벅지를 손으로 받치게 되었다.
하필 운동복도 또 얇아서 그대로 허벅지의 보드라운 느낌이  손끝에 전해진다.

슬렌더한 체형의 스이나가 내 등에 폭 무게를 싣고 있으니 여러가지 감각이 전해진다.
온 신경이 등에 집중되는 기분이다.

내 어깨에 두른 하얗고 가느다란 팔도 신경쓰이고,
귓가에서 헉헉거리는 스이나의 호흡도 신경쓰인다.

잠깐의 운동으로  땀에 젖은 스이나의 몸이 부비자 내 등도 벌써 축축해졌다.

등 근육에 와닿는 작고 말랑말랑한 두개의 호빵같은 촉감은 분명 쪼끄맣고 귀여운 그녀의 생가슴이겠지.

...풀발은 아니지만 약간 47%정도 자지가 부풀어올라서,
 걷는 걸음걸이도 옆에서 보면 조금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LOVE파워 사용]

[스킨십: 업어주기]

-춘향아, 우리 업고 놀자.
-아이고, 부끄러워서 어찌 업고 논단 말이오.

고전 소설 속 커플이 나눈 대화입니다.
하지만 성관념적으로 현재보다 조숙했던 그들의 ‘업어주기’는 SEX를 의미합니다.
참고로  때 이 커플의 나이는 겨우 16살이었습니다.

반면에, 당신과 허약한 검은머리 아가씨의 ‘업어주기’는  그대로 등에 업은 것뿐입니다.
너무 죄책감을 가지지 마세요. 거기에 성적인 의도는 별로 없었으니까요.


스킨십 보너스.

스이나의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지혜: 15 (+1)
기교: 16 (+1)

스킬을 얻었습니다. ‘염동력D’
]

[스이나는 힘들어 죽겠어서 이 스킨십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스이나는  때려치우고 게임이나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슴 작네.’


 겉보기에도 체형부터가 그래보였다.
앨리스에 이어 다음 선수도 크지 않은 가슴을 가지고 있다는 건 내게 한 가지 분명한 목표를 심어줬다.

‘다음에는 큰 가슴을 가진 선수를 영입해야 밸런스가 맞겠어.’


딱히 가슴 크기로 사람을 고르는 취향은 없다.
여자는 여자 그 자체로 저마다 매력이 있고, 아름답고 귀엽고, 섹시하고,
안아주고 싶다는  내 입장이다.

하지만 밸런스라는 건 중요하다.
만약 바다에 빠져 간신히 판자를 짚고 우리가 물 위에 동동 떠다닐 때,

한 쪽에만 가슴이 작은 여자애들이 몰려있으면 자칫 균형이 안맞아 기울어 버릴수도 있으니 말이다.



나는 스이나를 사무실 쇼파에 눕혀줬다.
오는 동안 조금 체력이 돌아왔는지 아까보단 표정이 좋아보인다.

“그럼 쉬고 있어요. 이따가 오후엔 상황 봐서 더 해도 되고 안해도 되니까 너무 부담가지지말구.”
“...”
“가볼게요.”
“...워요.”


스이나는 조그맣게, 고마워요, 하고 중얼거렸다.
그래, 머리 검은 짐승이면 응당 감사를 표할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애가 그래도 첫인상만큼 근본이 없는 건 아니네.

나는 충전이 끝난 스이나의 게임기를 그녀의 손에 쥐어줬다.


“오전에 운동 열심히 했으니까 이거 하면서 좀 놀구 있어요.”
“...”

빙긋.


스이나가 살짝 웃은 듯하기도 하고.


***



“다음 대회는 <헌팅>을 할까 생각하고 있어요.”


라비와 앨리스가 훈련하는 걸 지켜보며 넌지시 말했다.

“와, 진짜요? 헤헤… 드디어 제 주종목 차례가 된건가요.”


라비가 물 만난 물고기처럼 기뻐하며 웃었다.
얘는 <홍삼&인삼 파워 스포츠>의 초창기 시절, 원년 멤버들과 함께 셋이서 <헌팅>에 주력해 활동해왔었다.
근데 주종목치고는 전혀 성적을 못내긴 했지만.


“<헌팅>? 그거 세명이 하는 거잖아.”
“예.”
“그럼 걔… 스이나도?”
“그렇죠.”
“아니, 무리지 않아?”

앨리스가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코치의 사람 보는 눈에 반론을 제기할 생각은 없어.
그건 선수인 내가 참견할 영역이 아니니까.

근데 실제로 뛰는 거에 대해선 나도 할 말이 있다고 봐.
...솔직히, 걔는 1인분은 커녕 오히려 둘이 뛰는 것보다 팀에 마이너스가 될 거라고.”
“지금  상태라면 그렇겠죠.”

앨리스는 복근운동인 크런치를 하다가 멈추고 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배엔 아직 라비만큼 선명한 11자 복근이 새겨져있지 않다.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탄탄해 섹시해보인다.


“<헌팅>대회까지 얼마나 남았는데?”
“1주일하고도 한 삼일 남았네요.”
“코치, 전부터 얘기하고 싶었는데 말야.”

앨리스가 말했다.

“왜 그렇게 확신이 있는거야? 선수 육성하는 능력에 대해…?
마치 뭘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뭔가 믿고 있는 구석이 있는 것처럼…?”
“...”
“코치의 그 마사지도, 생각해보면 이상해. 나름 찾아봤는데 스포츠 계에 그런 스킬을 가진 사람은 전에도, 지금도  명도 없었다고.
뭐야 그거, 무서워.”

뭐 슬슬 이상하다는 생각이 하나 둘 들기 시작할 때도 됐지.
조금은 정보를 풀어주자.

“...말은 안했지만, ‘감식안’,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그 스킬이 저한테 있어요.”
“뭐? 그거 엄청 희귀한 코칭 스킬 아냐.
근데 왜 이런 팀에서…”
“코치님, 진짜예요?”

옆에서 말없이 우리 대화를 들으며 운동하던 라비도 놀랐다.

“그래. 하지만  부분에 관해선 제게 확고한 신념이 있으니까,

여러분의 성장 상태, 미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여러분 본인들에게 알려주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어, 왜요? 궁금해요.  능력이 어떤지! 말해주면 안되나요 코치님.”
“...미안. 이 부분은 어쩔 수 없어.”

그도 그럴게, 유망주들이 고꾸라지는 주된 이유  하나를 난 알고 있다.

자기 능력에 대한, 미래에 대한 과도한 확신, 자만!

사람의 심리란건 참으로 미묘해서, 아직 자기 손에 들어오지 않은 것도 미리 알고 있으면 이미 자기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선수의 재능도 마찬가지다.

분명 위대한 선수가  재능을 타고났다 하더라도,
그건 도달 가능한 상한선이 그만큼 높다는거지 반드시 거기까지 올라갈 거라는 보장은 못된다.

그리고 자기의 미래 성장치를 알아버리면 자만에 빠져, 혹은 방심해, 그 상한선의 반도 못찍고 그저 그런 선수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그게 내가 지금껏 라비와 앨리스의 구체적인 능력치, 성장성을 그녀들에게 얘기하지 않은 이유다.

“...그래. 믿을게. 코치가 우리에게 거짓말을 한 적은 없으니까 말야.
스이나도 지금은 모르지만 대단한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거겠지.

그런데 일주일만에 전력이 될 정도로 성장한다는 건  다른 얘기 아냐, 코치?

성장성이 문제가 아니라 단시간에 육성시킬 방법이 있다는 거잖아.”

...앨리스를 속여넘기기는 쉬운 일이 아니군.
역시 명탐정.

“그것도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특별한 마사지에 관련된 거?”
“지금은 그렇다고만 얘기해드리죠. 언젠가 자세한  전부 얘기해드릴게요.”

나는 진지한 눈으로 라비, 앨리스에게 말했다.


“이거 하나만 분명히 말씀드릴게요.
전 라비, 앨리스 두 분 다  나은 선수가 되도록 키워드릴 방법이 있어요.

하지만,  방법에 있어서 여러분이 싫어한다면 하지 않을겁니다.
제겐 여러분의 마음이 더 중요하니까요.”
“...”
“...”


잠시 모두 말이 없었다.


“코치님, 전 코치님을 믿어요. 지금까지 코치님이 시킨대로 해서  잘됐으니까.
뭘 하든 전 믿고 따를게요.”
“그래, 고마워 라비야.”

라비는 이미 내게 푹 빠졌으니 문제없고.

“...”
“자, 그럼 다시 계속 훈련하죠.”
“코치.”
“예?”
“나는 라비처럼 코치를 엄청 믿지는 못하겠어.
그래도…
코치가 거짓말을 하고, 나를 속일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아.

...나중에는 사실을 꼭 얘기해줘.”
“물론이죠. 앨리스.”


앨리스는 가볍게 한숨을 쉰 후,  어깨를  쳤다.

“아, 이것저것 따지니 귀찮네.
그러면 스이나의 육성이나, 팀의 육성 다 코치한테 맡길게.
나는 운동만 열심히 하면 되는거지.”

휴.
어떻게든 잘 넘어갔다.
하지만, 곧 진실을 털어놓을 때가 다가온 것 같다.
나의 ‘LOVE파워’에 대해.

라비에겐 당장 오늘이라도 말해야겠어.
이제 슬슬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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