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2화 〉앨리스의 결심(4) (62/109)



〈 62화 〉앨리스의 결심(4)

그대로 계속해도 별 상관은 없었겠지.
아마 손가락 만으로 보내버리는 것도 가능했을 터.

하지만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앨리스는 그녀의 한계를 뛰어넘을 파워를 그녀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처음 앨리스가 결심했던 대로.

나는 오늘밤 그걸 도와줄 조연이지, 주인공이 아니다.

잘 설명하긴 힘들지만 그게 중요한 포인트라는 직감이 온다.


“이제 앨리스가 원하는 페이스대로 하셔도 됩니다.”
“아, 그...그래. 알았어.”


음란한 꿈에서 갑자기 깨어난 듯 화들짝 놀라는 앨리스.
내 애무가 끝나자 앨리스의 표정에서는 아주 잠시 아쉬움, 갈망이 비쳤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더 해달라’고 조르는 건 그녀가 절대 남에게 내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일테니까.

만약 조금  우리 사이가 가까워진다면 그때는 모르지만…


“후.... 이, 일단…. 위에… 하앙…”

또 감기라도 걸렸는지 오해할 정도로 가쁘게 숨을 내쉬며, 앨리스는 침대 위에 앉아있는 내 허벅지 위로 올라왔다.

그녀가 천천히 내 몸 위에 걸터 앉는다.

그녀는 모르겠지만 ‘대면좌위’라는 기본 체위 중 하나.

서로가 시선을 마주한 채 앉아서 사랑을 나눈다.
좋은 선택이다.
행위 내내 비슷한 눈높이를 유지할 수 있는 자세.
절대 남한테 얕보이고 싶어하지 않는 앨리스라서, 본능적으로 택한건가.

라비에겐 미안하지만, 앨리스가 처음이라도 더 능숙하다.
숫처녀에게도 격의 차이가 있는 건가…
라비가 들으면 화내겠지만.

단지 허리를 무작정 들이대는  아니라  자지를 잡고 정확히 그 끝을 자기의 보지구멍에 겨눠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웃…”

귀두 끝에 앨리스의 작고 귀여운 보지의 끈적이는 촉감이 전해진다.
위치는 잘 잡았다.
앨리스는 살짝 허리를 든 후 내려앉으며 질구 안으로 내 자지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으읏...하아…”

쉽지 않을거다.
그러나 나는 도와주지 않기로 했다.
적어도 삽입에 있어서만큼은 그녀가 홀로 해나가길 바란다.

“후우… 하아...코치….”
“...예.”
“쓸데없이…. 너무 크잖아…. 고릴라도 아니고….”
“죄송합니다.”
“이렇게   알았으면, 안했어… 하앙…”

앨리스가 목구멍 깊은 곳에서 새어 나오는 0옥타브의 목소리로 목멘듯 속삭였다.
말하는 동안에도 그녀의 여린 보지가 수축과 흡입을 반복하며  이물을 밀어내려고, 혹은 빨아들이려고 애쓴다.

“내일 아침까지 해도 되니까 서두르지 마세요.
체크인 시간 넉넉합니다… 앨리스 편한대로, 천천히.”
“응.”


이러고 앨리스의 누드를 끌어안은 채 귀두 끝에 보지가 전해오는 자극을 즐기고 있으면, 과장 보태서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계속 세운 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조금씩 아주 천천히  자지를 받아들이려고 애쓰는 앨리스가 너무 귀여워 머리를 격렬하게 쓰다듬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면 무지 화낼테니 마음속으로만.

우리는 거대한 킹 사이즈 침대를 제단으로 성스러운 의식이라도 치르듯 우리만의 템포로 느긋하게 결합해갔다.

앨리스의 땀이 흘러내린다. 나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하체 밑 침대 시트가 서로가 분비한 땀, 애액등의 분비물이 섞여 끈적하게 젖어들었다.

“코치, 이제…”
“예.”

앨리스는 잠시 멈췄다.
남자들의 판타지와 달리 여성 본인은 관계 중에 처녀막의 감각을 예민하게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던데, 앨리스는  특별한 경우일까?


“여기는… 하아… 조금 용기가 필요하겠는걸…”
“앨리스라면 할 수 있어요.”
“흐응...기세로 몰아붙여야겠어. 더이상 망설이지 말고.”
“제가 도와드릴까요?”
“아니… 여기까지 온 거 내가 끝까지 해볼래… 코치… 그냥 한 마디만 해줘…”
“뭐라고요?”
“그냥 아무 말이나… 내 주의를 돌리게.”


아하. 치과에서 어린아이 주사 놓을 때 의사가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린 후 한번에 고통없이 놓듯, 비슷한 효과를 노려보겠다는 거군.
영리하다.


“알았어요.”
“그럼… 후우… 간다, 셋… 둘… 하나….!!”

앨리스가 힘껏 허리를 튕겼다.

“사랑해요.”
“...응!? 후으으응...♥”

성공.

자지가 반 뼘 정도  그녀의 안으로 짓쳐들어갔다.
앨리스의 처녀를 내가…
뭐라 한 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복잡한 기분이 든다.

이 자존심 센 고집쟁이 아가씨가 내게 처녀를…
앨리스가 숨을 헐떡이며 내 품에 안겨 속삭였다.

“치시하게… 씨… 누가… 그렇게 연인같은 말 하래… 하필 이런 순간에… 꼭 진짜같잖아….”
“미안해요. 너무 아프진 않아요?”
“...응. 생각보다는 괜찮았어…”

휴.  ‘LOVE인챈트’로 상냥해진 자지가 고통을 충분히 경감시켜준 모양이다.
원래는 울고불고 하며 빼달라고 난리를 쳐도 이상하지 않을 사이즈 차이였는데.


“아마 이것도 내가 천재라 그런거겠지…”
“엥?”
“난 뭐든지 잘한다고 했잖아, 코치.”
“...”
“왜? 맞는 거 같은데…”
“그래요. 섹스천재 앨리스님, 허리  흔들어 보실래요?”


앨리스가  목에 팔을 두르고 안긴  째려봤다.

“사실 여기서 빼도 되긴 해요.
 능력이라면 아마 이정도만 해도 충분히 앨리스의 능력을 올릴 수 있을 거예요.”
“뭐?”
“그러니까, 계속 할지 어떨지 앨리스가 선택하세요.”

앨리스의 동공이 흔들렸다.

아마 여기서 끝내면 ‘처녀상실’, ‘대면좌위’, ‘여성쪽에서 SEX요청’ 뭐 이정도 뜰테고,
애정 5단계니 여성주도 보너스니 이런 것도 있겠지.

‘LOVE파워’를 하도 써서 어느정도 예측이 된다, 이제는.


근데 굳이 지금 그만 둘 이유도 없다.
내가 일부러 말한 목적은 뻔했다.
그게 재밌으니까.

 안해도 되는데 앨리스가 순전히 욕망때문에 그만두지 못하고 내 몸을 탐하는 그림을 보고 싶었다.

오직 능력 향상 때문만이 아니라 나와의 성교 그 자체에 쾌락을 느껴 섹스를 하는 앨리스가 보고 싶었다.

약간 짗궂어도 어쩔 수 없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여기까지 해놓고…
 이도저도 아닌 건 딱 질색이야.”
“그런가요.”
“처음인데 하다가 중간에 빼고 끝내면 꼴사납잖아… 됐어, 조용히 해.”

앨리스는 심호흡을 한 후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본인의 자신감과는 달리 섹스천재(?)는 아닌 모양이다.
허리 움직임은 미숙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특유의 쪼끄만 보지가 꽉 힘을 줘서  자지를  하고 문 듯한  조임만큼은 어마어마하다.
질내 주름도 분명 조밀하게 발달했는지, 오물오물하며 자지를 훑는 듯한 착각이  정도다.

‘그리고 서투르면 서투른대로 귀여워… 크크…’


어디 텐프로 에이스를 초빙한 것도 아니고, 내가 앨리스에게 바라는 건 화려한 섹스 테크닉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가까이 몸을 맞대고 서로의 체온을 느끼는 게 좋다.

평소에 오래 알고 지냈던 그 까다로운 여자애의 귀엽고 야한 모습을 마침내 볼 수 있는 것 자체가 좋다.


앨리스가 끙끙거리며 날씬한 허리를 움직이는 동안, 난 느긋하게 스킬을 사용해봤다.

[LOVE체크를 사용합니다]

[앨리스 로잘레스:
흥분, 미세한 쾌감, 부끄러움, 갈망, 긴장

신체상태:
체온 상승(상)
호흡 가속(상)
전신 땀 분비(상)
유두 발기(극상)
클리토리스 발기(중)
애액 분비(상)
도파민 분비(중)

성감대 확인: 58% 확인 완료, 개발중

엉덩이: 응, 좋아
허리: 좋아
가슴: 좋지만 주무르지 마!!
유두: 좋지만 만지지 마!!!
배: 건드렸다간 알아서 해
클리토리스: 좋… 좋아....
질: 잘 모르겠어...

러브러브 섹스 61% 학습중
손가락 애무 71% 학습중
대면좌위 55% 학습중

현재 마음속:
내가 주도적으로 하고 싶어!!! 그치만 조금… 리드당하는 것도…

]



‘오케이. 접수 완료.’


잘 몰랐는데 이거 거의 준 독심술에 가까운 스킬이었다.
신체의 반응으로 어림짐작하던 앨리스의 선호를 낱낱이 꿰뚫어볼 수 있다.
섹스 한정 독심술.
앨리스가 나름 열심히 5분 가까이 노력했으니 이제 내 차례인가.


“앨리스, 자세를 조금 바꿀까요?”
“흣...어...어?...왜?....”
“엄청 열심히 했으니까, 이제 제가 교대해드릴게요.”
“...”


난 자지를 결합한  앨리스의 겨드랑이 밑에 손을 넣고 살짝 들어올렸다.
기저귀 갈아입히는 아기처럼 침대에 가지런히 눕혔다.
그리고 다리를 벌리려는데,

“시...싫어!”
“왜요?”
“왜긴, 부끄럽다고, 이런 자세는…”
“괜찮아요. 아무렇지도 않아요.”
“누가 마음대로 하래? 하읏…”

평소의 앨리스라면 싫을  아주 단호하게 싫다고 한다.
고로 지금은 귀여운 투정에 불과하다.
난 앨리스의 허벅지를 조금 넓게 벌렸다.
M자에 가깝게 다리가 벌려지자 앨리스는 수치심을 느끼는지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와, 앨리스, 대단하네요.
처음인데… 어떻게… 타고나셨나봐요?”
“뭔 소리야…”

아무말이나 하며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앨리스는 영화를 안 봤으니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하겠지.
너무 힘을 주면 앨리스 몸에 부담이 클 것 같아 최대한 상냥하게 하기로 했다.

츠웁, 츠웁, 츠웁…

이미 애액이 한껏 분비된 앨리스의 젖은 성기가 비벼지는 습기찬 소리가 난다.
비오는 날 장화를 신고 빗물 고인 땅을 밟는 듯한 소리.


처벅, 처벅…

힘을 덜 준다고 노력했는데도 작은 앨리스의 몸이 위아래로 들썩이는  어쩔 수 없다.
조금 허리의 템포를 늦추고, 네글리제를 살짝 내린 후 몸을 기울여 앨리스의 작은 가슴을 한껏 머금었다.

“시, 싫어! 하지마 그거.”

대번에 질색하며  어깨를 밀어내는 앨리스.
작은 가슴에 콤플렉스가 있는 걸까…
역시 꼴알못이다.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예쁜 것을…
앨리스의 잘못된 인식은 나중에 시간을 들여 천천히 고쳐줘야겠다.

“저, 코, 코치...”

슬로 템포로 앨리스의 반응을 관찰하며 허리를 움직인 지 10분 쯤 되어갈 무렵, 앨리스가 애원하듯 말했다.


츠붑, 츠붑, 츠붑

“네.”
“그… 서로…. 좋아하지 않아도…. 느낄  있는거지?”
“예?”
“자극… 흐응….아, 짜증나… 왜...”



첫경험인데다, 이 정도로 사이즈 차이가  익숙해지기 전까진 고통이  클텐데,
벌써 느낌이 온다고?
‘LOVE인챈트’의 위력이 어마어마하다.

거의 기대도 안했는데.


“그럼요.”
“...그치?”
“근데 완전 서로 마음이 없으면 또 그렇지도 않아요.”
“...무, 무슨 말이야…”
“저희 궁합,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은가봐요.”
“아으….”

앨리스는 현실을 부정하려는 듯 고개를 도리질했다.

“저도 슬슬.”
“아! 코, 코치…”
“걱정마세요. 안에다 하지 않을게요.”
“그, 그게 아냐… 하응…”
“예?”
“먹어서… 괜찮아… 피임...약…”
“...저기요.”

 딱 허리를 멈췄다.
신음을 참던 앨리스가 눈을 지그시 뜨고 날 바라봤다.
뭐야, 왜그래 하는 표정이다.


“앨리스, 선수가 아무 약이나 넙죽넙죽 먹게 되어있나요?”
“...그, 그래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을까봐…”

경험도 없는 애가 어디서 주워들은 것만 많아가지고, 안에다 싸지 않으면 제대로 된 섹스가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처녀답지않게 음란빗치같은 생각에 귀엽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해 헛웃음이 나왔다.

“그런 거 신경 안써도 돼요. 다음부턴 약 드실 일 있으면 코치인 저한테 꼭 말하고 먹는 겁니다. 감기약이라도 말입니다. 알았죠?”
“...알았어…”
“약국에서 파는 피임약이면 뭐 괜찮겠지만.
그래요, 알겠습니다…”

난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이번엔  속도를 내서, 스퍼트를 올린다.

“웃, 읏… 뭐, 뭐야, 갑자기, 흣… 응♡”
“앨리스가 직접 안에다 부탁하셨는데 해드려야죠. 갑니다.”
“흐읏… 하앙… 흐극… 빠, 빨라… 잠깐만….”

앨리스는 야한 신음을 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침대보를 붙잡고,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연약한 모습을 감추는데 급급하다.

내가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어 가슴을 주물러도 신경쓰지 못할만큼.

“시, 싫어… 만지지 마…. 가슴… 핫…”


나는 무시하고 네글리제 윗단을 슬쩍 끌어내리고 단단하게 선 유두를 손가락으로 굴렸다.
처음인데 남자의 허리 밑에서 잔뜩 가슴 만져지며 질내사정이라.
앨리스라서 그런가, 제법이다.
시작부터  본격적인걸.

지금이면 힘들이지 않고 앨리스의 입술에 키스도 즐길 수 있을 터.
하지만 봐주기로 했다.
열심히 했으니까 자존심은 세워줘야지.


“후, 후욱, 앨리스, 너무 좋아해요…”
“자꾸, 하앙… 치사하게… 하읏… 이럴 때에…”


진심이 담긴 애정표현에 약한 앨리스였다.
나도 꽤 달아올랐던 모양이다.

자지가 맥동하며 앨리스의 안에 찐한 정액을 꿀떡꿀떡 들이부었다.
 번, 다섯 번, 여섯 번…
이건 넘치겠는걸.

약은 먹어서 임신은 안하겠지만, 앨리스의 자궁으로 달려가는 내 정자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자지가 마지막  방울까지 사정할 동안 그대로 앨리스의 질내에 박은 채 여운을 즐겼다.

에로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동시 절정으로 함께 가버렷~~!!’ 같은 상황은 좀 무리지만 앨리스가 처음인데도 통증보다 쾌감쪽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는 것에서 일단 만족이다.

“끄… 끝났어?”
“아니요.”
“뭐어어?”
“몇 번이든 더 할 수 있어요. 원하시면 밤새도록.”

앨리스가 얼굴을 새빻갛게 물들인  소리쳤다.

“누...누가 그런대! 끝났으면 빼,  바보야.”
“...”



정액, 애액, 땀으로  젖어 하얀 시럽을 뿌린 핫도그처럼 처참한 몰골이 된 내 거근을 천천히 빼냈다.
이게 앨리스의 안에 들어갔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완전히 뿌리까지 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자의 몸이란 정말 신기하다.
이러니 나중에 자지보다 훨씬  아기도 나올 수 있는건가.

나중에 우리 사이가 더 깊어지면 앨리스가 관계 후에 입으로 깨끗하게 해줄 날도 올까?

… 아무리 그래도 그것만큼은 영원히 안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뭔가 잘 상상이 안가는 모습이다.


“아, 피곤해… 이거 힘드네. 운동되겠어.”
“그쵸?”

티슈로 깨끗이 밑을 닦아주는 동안 앨리스는 기진맥진해 얌전히 내 손에 몸을 맡겼다.

“그거 아세요. 이러구 바로 자면 잠 엄청  와요.”
“으응?”
“인생 최고로 잠이 잘 오는 타이밍 중 하나예요. 지금이.”

나는 침대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팔을 쭉 펼치고 눈짓했다. 이리 오세요.

“됐거든.”
“에이~ 뭐 어때요.”
“자꾸 선 넘을래? 그 정도는 아니라고.”
“오늘 밤 뿐이에요. 이리 와요, 앨리스. 이대로 푹 잡시다. 피곤한데. 씻는건 내일 아침에 하고.”
“...”

고집쟁이.
앨리스는 굳이 베개를 따로 들고 반대로 등을 돌린  누웠다.
킹 사이즈 침대의 널찍한 공간을 살려 살짝 나와 거리를  점이 앨리스답다.

“알았어요. 수고하셨습니다.”

앨리스가 중얼거렸다.


“효과 빠르네.”
“...뭐가요?”
“벌써 느낌이 와. ‘불의마법’... 하아,  이래? 놀라운 걸 떠나서 황당할 지경이야, 코치 능력.”
“아하. 능력이 오르셨구나.”
“...”


앨리스가 침대에 팔을 대고 상반신만 일으킨 채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생각을 하는지,
그러더니 비척비척 움직여 다가와 내 팔 위로 다시 누웠다.
앨리스의 금발이 내 팔을 살랑살랑 건드려 간지럽다.

“그래도 서로 얼굴 보면서 잠 청할 정도는 아니니까.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양보야.”


팔베개를 했지만 그래도 등을 돌리고 있다.

“그렇다고 착각하면 안돼? 연인이라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몹시 부끄러운 모양이다.
어쩌면 아까의 섹스에 필적할 정도로.
조금 돌아오나 했던 귀의 색깔이 다시 천천히 붉게 변하는게 등 돌린 앨리스의 얼굴에서 보인다.

“잘자요.”
“...”


첫날밤이 그렇게 지나간다.
나는 행복한 기분으로, 얘는 그러고 보니 팬티 다시 안입고 자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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