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네번째 대회, 헌팅(4)
여긴 어디지?
분명 내 머리 속 시가지의 지도 정보로 미루어 볼때 지하수도가 틀림없는데.
내비게이션으로 본 길과 실제 두 눈으로 본 길이 너무 달라 헷갈릴 때처럼,
난 잠시 혼란에 빠졌다.
“끄응…”
염동력을 사용해 겨우겨우 다치지 않고 착지한 스이나가 신음을 흘리며 일어났다.
바닥에 짚은 손에 끈적한 물이끼와 검고 축축한 무언가가 죽 들러붙어있다.
스이나의 표정에 ‘극혐’이라고 생각하는게 드러났다.
“위로 다시 올라가는 건… 무리겠죠?”
내가 묻고도 실없는 질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방금 우리가 떨어졌던 구멍을 올려다봤다.
지상까지의 거리가 30m 이상은 족히 되어보인다.
스이나의 염동력으로 그정도의 공중부양은 불가능.
초능력 전문가의 말로는 몸이 같은 자리에 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염동력을 사용한 건 고난이도의 기술이라고 한다.
컵을 바닥에 놓고 물을 따르는 것과, 롤러코스터를 타는 중에 따르는 것의 차이라나 뭐라나.
무슨 말인지 잘 이해는 안 가지만 어쨌든 지금의 스이나에겐 자기 자신에게 염동력을 써서 하늘을 날아가는 건 무리다.
“코치, 그냥… 여기서 기다리는 것도…”
“흠.”
스이나는 앞에 길이 있다 해도 지하수도를 나아가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깜깜한 지하 수도.
저 앞으로 걸어 가는 건 어지간히 담력이 센 사람도 꺼려질 만 하다.
기껏 바퀴벌레나 쥐밖에 없을 현실의 지하수도와 달리 여기는 온갖 흉악한 괴물들이 드글드글할 터.
그리고 녀석들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건 스이나 혼자뿐.
코치인 나는 도움이 안되니…
그래도, 마냥 어리광을 들어줄 상황도 아니다.
“라비와 앨리스는… 포이스와 전투중인 모양입니다. 우리를 신경 쓸 겨를이 없어보여요. 위쪽에서의 구조를 기다리긴 힘들 것 같네요.”
“...”
“여기는 우리끼리 어떻게든 탈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하수도를 빠져나가면 의사당 건너편으로 통하니까, 거기서 만나면 되겠죠.”
이렇게 피치 못할 사정으로 팀원끼리 뿔뿔이 흩어질 경우, 즉시 서로를 구해줄 수 있을 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각개전투 모드로 변경하자고 팀에 미리 얘기를 해뒀었다.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다음 목적지로 정한 곳에서 만나기로.
경기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헌팅>은 어쩔 수 없이 냉정한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도 있기 때문.
스이나가 한 번 가볍게 한숨을 쉬고, 목에 건 야간투시경을 들었다.
***
철벅, 철벅.
들려오는 건 사방에 고여있는 물웅덩이를 밟는 스이나의 발소리.
그리고 가끔 높은 천장에 맺혀있다가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뿐.
간혹 지하를 배회하던 눈 없는 괴물들이 우리를 눈치채고 덤벼들었지만, 다행히 한 두 놈이 전부라 큰 위협은 아니었다.
그래도 만약 야간 투시경이 없었다면 조금 위험했을지도 모른다.
스이나의 염동력은 오직 그녀의 시야에 포착된 적에 한해서만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으니.
필요한 장비를 적재적소에 갖췄으니 운이 따라준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이렇게 따로 지하에 떨어진 것 자체가 운이 없다고 해야 할까.
“여기서 왼쪽입니다.”
혹시나해서 지하수도의 지도를 달달 외워두길 천만다행이다.
난 잠을 줄여가며 시가지의 모든 지형을 머릿속에 넣느라 고생했는데, 이것 하나만으로 그 노력은 무의미하지 않았다고 봐도 좋을 정도.
지나치게 복잡한데다 이곳저곳 중간에 끊긴 길까지 즐비한 지하수도의 길은 천연의 미로로 변해버린지 오래였다.
이제 한 5분만 더 가면 탈출할 수 있을텐데...
지금쯤 지상에서 포이스와 격전을 벌이고 있을 라비와 앨리스가 신경쓰인다.
우리가 탈출했는데 약속장소엔 아무도 없고, 라비 일행은 이미 쓰러진지 오래라면…
어두운 지하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생각도 부정적으로 바뀌는 걸까.
난 불길한 상상을 떨쳐버리기위해 고개를 세게 흔들었다.
“조금 속도를 낼까요.”
끄덕.
말이 무색하게 걷다가 다시 우리는 걸음을 멈췄다.
앞에 누군가 있다.
뛰어난 청각과 육감을 이용해 보지 않아도 주변의 적들을 감지하는 무협지 속 고수 까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지하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청각이 예민해진 우리였다.
자연물이 내는 소리와 전혀 다른 이질적인 소음이 귀에 꽂혔다.
“...?”
스이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도 그럴게, 지하에 돌아다니는 괴물들과도 또 다른, 처음 듣는 소리였기 때문.
넓은 발바닥으로 조심성없이 철퍽철퍽 걸어다니며, 가끔 꼬리로 탕탕 주변을 쳐대는 용족 괴물들과 달리 우리 눈 앞에 있는 누군가는 조용하고 신중했다.
일부러 큰 소리를 내려 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새어나오는 느낌.
누구지?
혹시 우리 앞에 기다리는 누군가가 지금껏 경험한 적 없는 다른 종류의 위험이라고 가정하면, 이대로 곧이 곧대로 걸어가 마주하는 건 바보짓일지도 모른다.
다만 지금 가는 길을 포기하고 빙 우회한다 치면 왔던 길을 한참이나 돌아가야하고, 시간은 두 배 세 배로 걸릴 것이다.
진퇴양난이다.
잠시 우리가 망설이고 있을 때-
“거기 누구 있어요?”
“...!”
우리의 망설임을 놀리듯, 앞의 미스테리한 인물이 태연히 말을 건넸다.
우리가 저쪽을 눈치챘듯 저쪽도 우리가 다가오는 걸 감지하고 있었나보다.
일단 ‘크라고스의 용군단’은 아닌가.
말이 통하는 걸 보면.
다른 팀 선수일까?
“<브로큰 윙>의 라크입니다! 팀에서 낙오해 헤매고 있었어요. 저기, 여기서 빠져나갈때까지 같이 행동해도 될까요?”
“...어떻게 하지.”
“...”
... 라크… 그런 선수가 있었나.
일단 <브로큰 윙>이라는 팀은 분명히 들어봤다.
우리처럼 저쪽 팀도 어떤 이유로 뿔뿔이 흩어졌나보군.
“예. 그렇게 하죠”
우리가 다가가자,
붉은 기가 서린 검은 단발 머리의 키 큰 여성이 반색했다.
뼈갑옷에 뼈칼. 야만족의 여자 족장같은 와일드한 인상의 아가씨다.
“이런 곳에서 돌아다니시네요. 무섭지도 않으세요? 잘 보이지도 않는데.”
“라크 선수도 마찬가지잖아요.”
“...하긴 그렇네요.”
라크는 멋쩍어하며 웃었다.
우리처럼 야간 투시경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한 치 앞도 안보이는 이 어둠 속을 태연히 돌아다닌건가.
비범한 사람이다.
“그건 그렇고 라크 선수에겐 저처럼 플레잉 코치가 붙지도 않았네요.”
“플레잉 코치?”
“예.”
“아, 그러게요. 아마 절 그냥 포기한 모양이지 뭐예요. 어쩔 수 없죠.”
...꽤 비정하군.
이쪽 팀은 라크가 혼자 지하수도에 떨어졌다고 가차없이 손절때린 모양인가.
뭐 팀마다 나름의 전략이 있고 사정이 있으니 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다.
“자… 이제 어떻게 할까…”
라크가 입맛을 다시며 웃었다.
“왜 그러세요?”
“여기서 우연찮게 그쪽 두 분도 만났고, 앞으로 뭘 할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뭘 하긴요. 일단 나가야하지 않겠어요?”
“흠… 그런가요.”
“저희쪽 소개를 안했네요. 그러고보니까.
저는 <홍삼&인삼 파워 스포츠>의 트래쉬 코치고, 이쪽은 스이나예요.
어쨌든 나갈 때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요. 저도 잘 부탁해요.”
라크는 씨익 웃었다.
주변이 온통 캄캄해서 그런지 평범하게 웃는 것 같은데 어째 음산한 느낌이 든다.
“라크 선수.”
“예?”
“혹시라도 이 안에서 저희랑 싸울 생각 하는거 아니죠?”
“...그럴리가요~”
“밖으로 탈출하는 거에만 주력하자고요. 괜히 여기서까지 쓸데 없이 투닥대면 진짜 같이 망해요.”
가만히 듣고 있던 스이나가 조용히 말했다.
“맹세… 해요, 라크.”
“맹세?”
“우리 <홍삼 스포츠>하고… 싸우지 말기. 배신하지 말기 ...동맹 맺어요.”
“흠…맹세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닌데...”
꽤 당돌하게 요구하는 스이나.
라크는 그런 스이나가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그녀가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알았어요. 스이나, 대신 마지막 순간에는 어쩔 수 없어요. 그러면 경기가 안 끝나니까. 그건 이해할 수 있죠?”
“...예.”
“그래요, 저 라크는 <브로큰 윙>을 대표해 <홍삼 스포츠>와 동맹을 맺겠습니다.
최종국면에 다다르기 전까진 서로 공격하지 말자고요. 맹세합니다.”
“...저도 맹세할게요.”
라크는 마음이 놓였는지 스이나의 머리를 멋대로 부비며 쓰다듬었다.
스이나가 살짝 표정을 찌푸렸다.
“응! 잘됐다. 스이나, 무지 귀여우니까. 같은 편이 되어서 다행이네요.”
제멋대로인 아가씨다.
“나가는 길은 알아요, 라크?”
“아, 네. 저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은 다음에 쭉 가다가 한 번 더 왼쪽으로 꺾으면 바로 출구예요. 중심 지구쪽.”
어? 내가 아는 길이랑 좀 다른데?
내가 지적하자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답했다.
“코치님은 조금 옛날 버전의 길로 알고 계신가 보네요. 그 길로 가면 중간에 통로가 무너져 더이상 갈수 없는 길이 나와요.
믿고 절 따라오세요.
저는 후각이 엄청 민감해서 그걸로 바깥 냄새를 추적해 길을 찾거든요.
제가 훨씬 더 정확할걸요?”
라크가 자신있게 앞장섰다.
***
“코치랑 스이나 생각은 머리 속에서 잠시 지워, 라비.”
앨리스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아까부터 라비가 눈 앞의 강적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눈치챈 것이다.
“아...알았어.”
“길을 아는 코치도 붙었으니 그 쪽은 조금 고생이야 하겠지만 위험할 일은 없어.
둘이서 저 놈을 잡아야하는 우리가 더 위기라구?”
“...응.”
라비는 스스로 뺨을 찰싹 때린 후 참격도를 고쳐잡았다.
앨리스 말이 백번 맞다.
이 쪽도 여유부릴 때가 아니다.
자칫하면 코치님과 스이나가 지상으로 돌아왔을 때 반겨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포이스의 거대한 주먹이 라비의 코 끝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주먹이라고는 했지만 진짜 저게 주먹이 맞긴 한지, 아니면 돌기, 촉수, 뭐라고 불러야 할지 라비는 짐작도 할 수 없다.
그저 제대로 맞으면 그대로 끝장이라는 것만 알 뿐.
잠시 숨을 돌리며 놈의 움직임을 가늠하던 참에 소리없이 다가온 산성 슬라임들이 라비의 발을 노렸다.
느릿느릿한 주제에 조금만 냅두면 금새 가까이 다가와 덮치려고 든다.
속전속결로 가야 해.
장기전은 승산이 없다.
쓰자. ‘시간 가속’.
뒷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그러나 아까 전에 녀석에게 ‘반월 참격’과 ‘화염창’ 이연타를 먹였는데도 데미지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건,
지금 라비가 들고 있는 참격도로는 정통으로 놈을 베어본 들 결정타를 먹이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떻게 하지...
“앨리스, 잠깐만 시간을 끌어줄래?”
“응? 왜?”
“확인해보고싶은게 있어.”
“...알았어. 대신 서둘러야 해.”
“응!”
라비는 아까전부터 신경쓰였던 걸 먼저 체크해보기로 했다.
앨리스가 추한 괴물에게 염탄을 날렸다.
데미지는 거의 없다. 단지 포이스의 시선을 끌 용도.
날뛰는 괴물을 상대로 한 극한의 외줄타기.
라비는 망설이지 않고 즉시 본회의장 안쪽, 의장석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박스 두개가 있다.
원래라면 놈을 쓰러트린 후 느긋하게 확인해야할 보상품.
어쩌다보니 여기에 기대를 걸어야 할 처지가 됐다.
[점멸의 장화
등급:☆☆☆
방어력:하
5m 안 원하는 공간으로 순간 워프할 수 있는 특별한 마법의 장화.
20000보를 걸을 때마다 워프 능력 1회가 충전됩니다. ]
[절단대도 ‘일기당천’
등급:☆☆☆☆☆
공격력:특상
하늘까지 베어버릴 듯한 위압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대검.
비현실적인 무게, 비현실적인 공격력을 보유한 상남자의 무기다.
특수능력 ‘차원베기’ ]
“헤헤, 그래 이거지~~~”
라비는 참격도를 한 구석에 던져버렸다.
이런 발육부진의 왜소한 검은 더이상 필요가 없으니.
드디어 천하제일의 무기를 찾았다.
눈물이 다 흐를 지경이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의지는 굳건하며,
그녀의 검은 존나게 크고... 아름답다.
이 이상 필요한 게 뭐가 있으랴.
자기 키에 필적할만큼 큰 대검을 번쩍 들어올리자 전설의 용사가 된 것 같은 자신감이 그녀의 온몸에 흘러넘쳤다.
“앨리스, 아주 잠시만 빈틈을 만들어줘!”
“뭐야, 그 무식한 검은…”
앨리스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큰 대검의 위용에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찼다.
하지만 더이상 토를 달지 않고 화염창을 만들어낸다.
라비가 든 존나 큰 검에는 길게 말하지 않아도 앨리스를 납득시킬 설득력이 충분했다.
“화염창, 아까처럼은 안 통할거야. 두 번은 안 당해주려는지 놈이 잔뜩 경계하고 있거든.
니가 그 바보같은 검으로 어떻게 못하면 상황 무지 복잡해져. 알겠지?”
“응, 나만 믿어! 앨리스.”
앨리스의 손에서 불길의 창이 긴 화염꼬리를 그리며 쏘아져나갔다.
앨리스 말대로 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포이스가 거구에 걸맞지 않게 재빨리 주먹을 휘둘러 날아오는 화염창을 요격했다.
그대로 폭발과 함께 사라지는 화염창.
녀석의 손껍질이 그을려 벌겋게 벗겨질만큼 심각한 화상을 입혔지만, 포이스는 손 따위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니라는 태도다.
아까처럼 본체에 직접 데미지를 허용하지만 않겠다는 뜻.
하지만 이걸로 다시 한 번 포이스의 자세가 흐트러졌다.
놈에게 ‘절단대도’와 인사를 나누게 할 차례다.
“시간 가속!!”
라비의 외침이 울려퍼지자 그녀 주변의 세상이 느려졌다.
사방에 날리는 돌가루와 잔해도, 앨리스도, 슬라임도, 포이스도 모두 달팽이처럼 느릿느릿해졌다.
그녀만이 도달할 수 있는 절대적인 속도의 영역.
슬로우모션으로 움직이는 세상 속에 라비 혼자만 시간을 뚫고 달려갔다.
소리조차 느려졌는지 그녀의 귀엔 모든 소리가 늘어지고 비틀린 이명으로 들린다.
화염창을 박살낸 자세 그대로 공격 직후의 무방비한 자세를 노출하고 있는 포이스.
시간이 느려진 상태에서도 놈으로부터 뿜어져나오는 분노와 적의만큼은 라비에게 생생히 전해진다.
‘이 정도면 충분히 날뛰었잖아요. 이제 그만 쉬세요.’
라비는 포이스의 새빨간 마안으로부터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어쩐지 그 최후를 끝까지 지켜봐줘야 할 의무감이 들었다.
써걱.
벤 걸까?
아니면 짓이긴 걸까.
라비의 손에 전해지는 감각은 그 둘 사이의 무언가여서 다소 애매하게 느껴졌다.
예리한 날로 벰과 동시에 무게로 짓이기는 느낌이랄까.
뭐 어느쪽이든 포이스의 목숨을 끊기엔 충분하다.
최고간부라 한들 무방비 상태에서 급소인 목을 썰리고 버틸 수는 없으니.
게다가 어지간한 일격 수준이 아니다.
가보 갑주의 특수능력 ‘보복’으로 1.5배 위력이 상승한 ☆5개 급 대검의 일격.
라비는 천천히 대검을 땅에 꽂았다.
세상이 이제서야 그녀의 속도를 따라왔다.
다시 시간이 정상적으로 움직인다.
“헤헤… 잡았다.”
거대한 육체에서 잘려나간 ‘기어다니는 포이스’의 목이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