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8화 〉앨리스와 카레(3) (78/109)



〈 78화 〉앨리스와 카레(3)

“괘, 괜히 허락해줬어…”


앨리스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달디단 사탕을 맛보듯, 유두를 혀로 굴리고, 빨았다.

앨리스는 차마 못보겠다는  고개를 옆으로 눕히고,
 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앨리스?”
“...”

대답이 없다.

“그만할까요?”
“...맘대로 해…”

앨리스의 왼쪽 가슴만 침범벅이 되어있다. 혀로 꼼꼼하게 핥아 반들반들 빛나는 앙증맞고 귀여운 가슴.

“그거 아세요?”
“...”
“한쪽만 자꾸 빨면, 나중엔 젖꼭지 모양이 양쪽 제각각으로 변한대요.”
“...응?”
“근데 지금 왼쪽만 너무 빨았다는 생각이 들던 참이에요.”
“뭐뭐, ...정말? 아니, 코치! 어쩔거야?! 우씨…”

내 머리를 찰싹찰싹 내리치며 성을 낸다.
그 똑똑한 앨리스가 이런 얼토당토 않은 농담을 진심으로 믿다니…

물론 장기적으로 한쪽만 빨면 유의미한 변화야 있겠다만, 기껏 몇 분 빨은걸로는 티도 안난다.

“어쩔 수 없어요… 앨리스, 반대쪽도 해야 해요.”
“후… 진짜…”

앨리스가 침대를 팡팡 치며 짜증을 부렸다.
고개도 휘휘 저으며.

앙탈부리는 건가?

“그만할까요?”
“우으… 코치, 그거 알아?”
“예?”
“그게 코치의 얄미운 점이야. 처음부터 딱 뭐 해야겠다 정해놓고… ‘그만할까요?’ 이렇게 맘에도 없으면서 물어보는 점이…”
“앗…”

들켰나?


“빨리, 바, 반대쪽도 해줘! 짝짝이 되면 어떻게 해.”
“반대쪽이요.”
“그래!”
“오른쪽 가슴이요.”
“..그,그래!!”
“오른쪽 가슴을 빨아달란 얘기죠?”

철썩.

너무 깐죽댔나.
얻어맞았다. 앨리스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채 씨익거린다.

“자꾸 놀릴래!? 진짜 화내?”
“죄...죄송해요.
사죄의 의미로 더 신경써서 해드릴게요.”

앨리스의 브래지어 어깨끈을 내리고, 살짝 컵을 아래로 젖힌 후 다시 입술을 가져다댔다.

음, 똑같군.
질감도 똑같고 맛도 똑같다.
모양도…

사실 여성의 가슴은 의외로 양쪽의 모양이 다른 경우가 은근히 많다.
사람의 얼굴이 정확히 좌우대칭이 아니듯이, 가슴도 마찬가지.

그런 점에서 앨리스는 마치 실력있는 조각가가 빚어낸 조각처럼,
예술적인 비례로 다져진 완벽한 육체를 갖고 있다.

다소 동년배의 여성보다 작은 가슴도 오히려 신체 균형을 위한 탐미적 표현이라고 받아들여질 정도.

“후으… 큿…”


확신이 온다. 지금 앨리스는 조금씩 느끼고 있다.
이전까진 알지 못했던 쾌감.
콤플렉스인 가슴으로 느껴버리는 배덕감에 차마 내색하지 못하지만,
지금 침대보를 꼭 움켜쥔 손아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츄르릅, 츄릅.

앨리스의 유두에 온신경을 집중한 채, 보지 않고 손을 뻗어 앞치마를 들어올렸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즉시, 반응할 틈을 주지 않고 치마 밑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후응!? 그, 그만… 잠깐만…”


앨리스가 신경쓰지 못하게, 아주 살짝 이를 세워 유두를 잘근잘근 물었다.
통증 없이 이의 단단한 자극만 느껴지도록.

“후으응...♡”


에로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자기 입에서 그런 야한 목소리가 나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즉시 입을 틀어막는 앨리스.

그 틈에 난 바로 앨리스의 팬티 위를 가볍게 어루만졌다.

젖어있다.
라비처럼 흥건하진 않지만, 손가락 반마디만큼 질구  팬티 부분이 분명히 젖어있다.

몇분 간의 가슴애무로 앨리스의 몸은 벌써 분비를 시작한 것이다.

엄지손가락만 이용해 팬티 위를 꾸욱 꾸욱 눌러봤다.
정확히 클리토리스 위의 지점.

얇은 팬티의  밑으로 보드랍고 말랑말랑한 앨리스의 보지가 그대로 만져진다.
누를때마다 조금씩 움찔거리며 귀여운 반응을 보여준다.

침대 매트리스 위로 파고들기라도 하고 싶은 양 엉덩이를 쭉 빼는 앨리스.


“시, 싫어… 하지마…”


옷, 무지무지 사랑스러운 표정.
뺨은 발그레하게 달아올라있고, 반쯤 감겨가는 눈.
이거지.
연인 앞에서만 지을 법한 표정.

팬티를 살짝 옆으로 젖히고, 속살을 드러냈다.
뜨거운 훈김이 뿜어져나오는 듯한 앨리스의 비부.

보지 않아도 끈끈하게 배어나오는 애액으로 알맞게 젖어들어있을 터.

가만히 앨리스의 질구에 손가락을 얹었다.
일부러 집어넣지 않고 입구 위에만.

지금부터가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다.

“...흐읏.”


넣지도, 치우지도 않고 그냥 그렇게 스마트폰 지문인식이라도 하듯 단지 얹어놓고만 있을 뿐이다.

근데도 이미 노곤히 젖어있는 앨리스의 음부가 손가락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받아들인다.

축축한 늪에 나뭇가지가 빨려들어가듯, 손가락의 끝부터 앨리스의 체내로 사라져간다.

집어넣는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스며든다는 말이 알맞겠지.

이런걸 보면 역시 여성의 몸은 본능적으로 남성을 받아들이기위한 구조로 되어있나 싶다.

나는 AV배우처럼 과장되고 요란한 피스톤질을 하지 않았다.
그냥 자연스럽게,  손가락이 앨리스의 질내에 하나가 되듯이 질벽의 주름을 다정하게 어루만졌다.

이날 이때까지 아무도 만져준 적 없는 질내의 굴곡 하나하나를.



“후우… 하아....”
“아프지 않으시죠?”
“...후…”


앨리스는 밑구멍으로 내 손가락을 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좋다는 말은 당연히 하지 않지만,
그만하라는 말도 이제는 하지 않는다.

그렇게 내 애무에 몸을 맡긴 채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 시간이  됐네요.”
“...응?”
“그러면 약속한대로 여기까지만.”


나는 즉시 몸을 뗐다.
앨리스가 꿈에서 갑자기 깬듯한 표정을 지으며 어리둥절해한다.

“어….어... 그게…”
“다시 요리를 시작할까요?”
“...”

앨리스가 침을 꿀꺽 삼켰다.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혼란스러운 심정을 숨기지 못한다.
뭐라 말할듯, 입을 열지만 차마 속마음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명백한 아쉬움의 표현.


“음! 잘 끓고 있네요.”

카레재료를 넣은 냄비에서 좋은 향이 흘러나온다.


“어, 앨리스. 이쪽으로 오셔야죠.”
“...어, 응. 알았어.”


앨리스가 아직도 반쯤 정신을 놓은 채, 멍하니 있다 내 부름에 퍼뜩 고개를 들었다.
걸어오는데 다리가 미세하게 후들거리는  보인다.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해 내가 어깨를 잡아 부축해줬다.

아까와 달리, 내 손이 와닿아도 전혀 지적하지 않는 앨리스.
그대로 몸을 맡기며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는 기색.


“이제 시판 카레가루를 섞고 점성이 생기도록 조금만 더 끓여주면 완성입니다.

먼저 냄비의 불을 중불 이하로  줄여줘야 해요.”

난 끓고 있는 냄비에서 육수를 몇 국자 떠내 카레가루를 담아놓은 그릇에 부었다.
과립형 가루에 육수를 섞고 잘 저어 끈적한 젤 형태로 만들었다.


“그냥 가루를 냄비에 바로 넣어도 괜찮지만, 이렇게 하면 조금  잘 섞여요.
이제 이 카레 반죽을 조금씩 냄비에 풀어가며 원하는 점도가 될 정도로 만들면 끝입니다.”


하지만 앨리스는 지금 요리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그도 그럴만한 게, 몇  전까지만 해도 가슴과 하복부 깊은 곳에서 은은하게 전해지는 쾌감에 몸을 맡기고 있다가,

갑자기 자극이 한번에 사라지니 허한 기분만  크게 느껴질 터.


“그...그래. 쉽네, 코치.”
“그쵸?”


앨리스는 냄비 안 카레가 식욕을 돋우는 노란색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떨떠름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코치, 있잖아…”
“예.”
“이거, 카레 다하고…”
“다하고요?”
“... 그게…”

앨리스가 쭈뼛쭈뼛거린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뻔하다.
하지만 그녀의 자존심  절대 먼저 하고 싶지 않은 말이겠지.


“그게…있지…”
“아, 출출하시구나? 먼저 저희끼리 한 접시씩 먹어보자고요?”
“어? …”
“그거 좋죠. 마침 저도 배고프기도 하고. 밥도 다 해놨으니까.”
“...”

일부러 모른 척 하며 애를 태웠다.
내 오늘의 목표는 앨리스가 직접 ‘더 해달라’고 청하게 만드는 거다.

엇갈리는 우리 둘의 생각과 상관없이 카레는 순조롭게 완성을 향해간다.

앨리스가 카레의 맛을 보는동안 나는 옆에서 설거지를 했다.


“코치, 바로 먹을거야?”
“앨리스가 원하는대로 할게요.”
“응, 요리 만드는 것도 의외로 피곤한데…
조금 쉬었다 먹을까?”


요 귀여운 아가씨가 밑밥을 살살 던지고 있군.
아직도 다리 사이가 근질근질한가 보구만.


“그래요 그럼.”
“알았어… 나는 그럼 좀만 누워있어야겠다.”


앨리스가 앞치마를 벗으며 주방에서 나갔다.
뭐하나 봤더니 바로 침대로 직행.
편안하게 누워 유혹하듯 곁눈질로 날 바라본다.

웃음이 나올뻔했다.


‘절대 자기 입으론  안하겠다 이거지.’

“한  주무세요. 이따 깨워드릴게요.”
“어… 아니, 안잘건데?”
“그러면 그냥 누워서 쉬고 계세요.”

나는 리모컨을 들었다.
앨리스가 급히 내 손을 잡았다.

“T...TV켜지마! 시끄러워.”
“그러면 발톱 깎아도 돼요?”
“어…? 아니, 그게  좀 아니지 않나? 손님 왔는데 누가 발톱을 깎아.”
“그러면 그냥 가만히 있을게요.”


잠시 침묵의 시간.
하지만, 불편하고 초조하건 앨리스 뿐이다.
난 여유롭다.
결국 지금 더 강한 욕구를 느끼는 쪽은 앨리스니까.

1분도 지나지 않아 바로 말을 꺼내는 앨리스.


“저, 저기 있잖아...코치…”
“예.”
“그 코치 능력…  정도만 하면 충분해?”
“예.”


즉시 확답.
앨리스가 발가락을 옴찔거렸다.
인간의 욕구란  무서운 거다.
평소엔 전혀 할  같지 않은 행동을, 말을, 하도록 만드는 게 본능적인 욕구.

“그… 조금만 더… 시간 연장해줄까?”
“시간연장이요?”
“응. 아까 전의… 있잖아 그거.”

아마 이렇게 말하면 좋다구나 하고 눈이 뒤집혀서 덤벼들거라 생각했겠지.
하지만 이미 앨리스는 내 페이스에 말려들었다.
지금 몸이 달아오른 쪽은 앨리스다.


“억지로 신경써주실 필요 없어요. 마음만 받겠습니다.
처음 요리 하느라 피곤하실텐데 그냥 쉬세요.”
“...”


카레는 감자와 당근이 충분히 익을때까지 푹 끓여야 한다.
앨리스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원하게  때까지 안달내지 말고 푹 졸여야 맛이 난다.

“...아이 참. 내가…
후…
미치겠네. 어쩌다 이렇게…”
“앨리스 어디 아파요?”
“아냐! 그냥 좀만  해도 된다고오…!
 이럴 때만 뻐팅기는 거야, 귀찮게…”


앨리스가 왈칵 화를 내며 말했다.

“그래도, 연인 기분 내는 시간은 끝났으니까…”
“괜찮다고, 괜찮다고오…
괜찮다구 하잖아!
몇번을 말해.”
“갑자기 조금 분위기가 바뀌셨네요. 그런거 별로 안 좋아하신거 아니었어요?”

앨리스는 화를 내는 건지 웃는 건지   없는 애매한 표정으로 어깨를 들썩였다.
지금 그녀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이다.

“안 좋아해. 근데 지금은 아냐.”
“뭐에요 그게.”
“됐으니까 더 해. 하다 중간에 끊으니까 감질난다구우~~!”

저 쪼끄만 몸에 수많은 감정을 담아 표현할 수 있다니 볼때마다 신기하다.
화를 냈다가, 부끄러워 했다가.


“그러면 나중에 억지로 강요했다고 뭐라고 안하실거죠?”
“안해.”
“혹시 모르니까 앨리스가 직접 말씀해주세요. 더 해달라고. 그러면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우, 짜증나!”

앨리스가 침대를 팡팡 내리쳤다.
내 팔도 철썩철썩 두들겼다.
떼를 쓰는 어린아이처럼.
그러다 눈을 꼬옥 감고 고개를 흔드며 외치는 앨리스.


“더 해줘! ...됐어?”
“아하하.”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이번엔 화내지 않는다. 가만히  손에 머리를 맡기고, 여전히 화가 잔뜩  표정으로 가만히있는 앨리스.

“그러면 다시 연인 모드 시간 연장이네요.”
“...”
“근데 저도 조금 기분을 내고 싶으니까,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면 안될까요?”
“...또 뭔데.”


즐거운 순간이다.
사랑으로 푹 끓인 앨리스에 마지막 간만 하면 오늘의 요리는 완성.

“연인이라면  정도 말은  수 있잖아요.
코치님, 좋아해요. ...라고. 괜찮나요?”
“...”

앨리스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더이상 못참겠는지 벌떡 일어선다.


“됐어, 안해. 안한다고. 나 그냥 갈래.”

코트를 되는대로 옆구리에 끼고, 정말 나가려는  문으로 걸어간다.
진짜 화난걸까?


“...알겠습니다. 앨리스, 오늘 너무 수고했어요.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씨이…”

현관문 손잡이만 돌리면 바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미적거리며 시간을 끄는 앨리스.
맘에 안드는지 발끝으로 바닥을 톡톡 찬다.
애꿎은 구두주걱을 건드려본다.

나갈까 말까, 고민하는 모양이다.

결심을 내린 듯  돌아선다.


“말해두는데, 진심은 아니니까.”
“...”
“코치가 시켜서 하는거야.”
“...”
“연인사이라면 이렇게 말할거야, 라는거지.
내가 그렇다는게 아냐.”
“...”
“후우... “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코치, 조...좋아해. 더...더….안아주라.”


말을 마치자, 앨리스의 얼굴이 빨갛다 못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상기된다.

극한의 부끄러움에 부르르 온몸까지 떨며 진저리치는 앨리스.


“으아아…!!! 짜, 짜증나…!!
집어치웟!! 이런, 말이나, 시키고!!!”

별안간 내게 달려든다.
진심을 가득 담아  가슴팍을 두들기는 앨리스.
커헉…!
명치까지 맞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그대로 앨리스를 번쩍 안아들었다.


“...자,잠깐….!”
“갑시다.”

아직도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라하는 앨리스를 데리고, 그대로 침대로 향했다.
저항하지 않고 내 품안에서 고개만 푹 숙이는 앨리스.

자취방 안에 기분좋게 퍼져가는 향긋한 카레냄새.

막 완성된 카레지만 먹으려면 적어도  시간은 있어야  것 같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