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스이나와 게임(4)
현재 상황.
나, 슬랙스 바지와 팬티, 양말. 상의는 탈의.
스이나, 원피스. 양말.
이너웨어는 알 수 없다.
그래도 노브라노팬티거나, 아니면 속옷을 두 겹씩 입지는 않았곘지.
기껏 더해야 캐미솔이나 속바지 정도려나.
지금부턴 자존심 승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스이나를 벗기고 싶어졌다.
...게임으로.
‘차분히 분석하자. 못 이길 상대는 아냐.
냉정하게 대처하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어.’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 백승이라던가.
나는 스이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눈을 감고 차분히 떠올렸다.
스이나…
귀엽다.
이쁘다.
청순한 미인. 실제 알맹이는 게임폐인이지만.
그리고,
현실의 피지컬은 별로지만, 게임 속 피지컬은 탁월하다.
프레임 단위로 움직임을 보고 반응할 수 있다.
정신이 너무 말똥말똥해서 조작 실수같은 걸 기대하기도 힘들다.
상대를 농락하는 경향이 있다.
아주 약오르게 게임을 한다.
이기고 난 후 몇초 동안 티배깅을 한다.
한 마디로 씹고인물이다.
‘...’
큰 그림을 그리자.
전투가 아닌 전쟁을 보자.
눈 앞의 게임이 아니라 전체 승부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을 구상하자.
다시 눈을 떴다.
분석 완료. 난 마음을 정했다.
“코치...슬슬… 다음판 고?”
스이나가 ‘어서 덤벼보시죠.’라는 도발적인 표정으로 날 응시했다.
개구쟁이같은 미소가 어려있다.
“스이나.”
내가 말했다.
“종목 바꿉시다.”
***
내 결론은 이거다.
격겜에선 쟬 이길수 없다.
졸렬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단시간 내에 내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스이나 손목을 부러뜨릴 수도 없는 일.
내가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불리한 전장에서 싸우지 않는 게 곧 최선.
게이머는 이기기 위해선 자존심도 버릴 수 있다. 이건 도주가 아니라, 전략적 후퇴라구.
“...킥. 다른 게임이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종목이든 스이나가 더 잘한다는거죠?”
“...아마도…”
이 오만한 기집애. 승리에 취해서 냉정한 사고를 못하게 됐군.
하지만 이런 반응조차 내 계산대로.
격겜에서의 일시적 승리가 널 방심하게 만들었다.
그 오만함이 널 전쟁에서 지게 만들 것이다.
“그러면 다음 종목은 제가 고르겠습니다.”
“마음대로…”
여전히 생글거리며 웃고있다.
그 미소를 곧 수치로 바꿔주지.
스이나의 책장에 진열되어 있는 수많은 게임타이틀.
하나하나 세밀하게 살펴볼 시간은 없지만, 내가 찾는 그 어떤 종류의 게임은 분명 있을 터…
아, 이거!?
문득 책장 선반에 놓여있는 어떤 것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이거라면.
나무로 만든 술통.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은 해적 한 명이 통 안에 들어가 빼꼼 상반신만 내밀고 있다.
통에는 칼을 박아넣을 수 있는 여러 개의 구멍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뚫려있다.
일종의 파티용 미니게임.
룰은 간단하다.
번갈아가며 통에 하나씩 칼을 꽂아넣다가, 운 나쁘게 꽝 구멍에 칼을 박으면, 해적이 위로 피용 튀어나오고, 패배.
왜인진 모르겠지만 원래 세계에서 <해적 룰렛>이라 부르던 장난감이 여기에도 있다.
“이걸로 하죠.”
“...그건, 실력보다, 운빨...인데요...코치…”
“그래요? 두려우신가요?
저같은 허접 게이머한테 운빨로라도 질까봐?
그럼 딴걸로 하죠.”
“...”
역 도발.
스이나가 눈썹을 한번 찡그렸다.
“진정한 게이머는 운조차 다스릴 수 있어요… 코치… 후회하지 마세요.”
“그런가요.”
잘 걸렸다.
사실, 스이나 말대로 이 게임은 그저 운빨로 모든 게 정해진다.
하지만 지금의 내겐 훨씬 유리한 조건이다.
적어도 승률 10% 이하였을 격투게임에 비해, 운빨 해적 룰렛은 승률 50%니까.
마다할 이유가 없다.
우리 둘은 해적 룰렛을 가운데 두고 서로 마주 앉았다.
“먼저 하시죠. 레이디 퍼스트.”
“...이 게임은 선공이 불리해요…”
“큭.”
“그래도 제가 먼저 해드릴게요… 핸디캡.”
시작하자마자 20개의 구멍 중 꽝 구멍에 걸릴 확률은 5%.
스이나는 망설임없이 첫번째 칼을 박아넣었다.
푸욱.
“...”
“...”
세이프.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다음은 내 차례.
어차피 20개 중에 하나든, 19개 중에 하나든 확률상 별 차이는 없다.
그래봐야 5.2%.
푹.
세이프.
“스이나, 쫄려요?”
“...”
“후회하고 있죠?”
스이나가 플라스틱 칼을 빙빙 돌리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코치, 착각이에요…
운게임이라고 해서…
승리공식이 없을 거라고 판단하는 건…”
“예?”
마치 꿰뚫어보듯이, 나무통을 지그시 응시하는 스이나.
“방금 두번의 시도로… 어느정도 위치는 감이 왔어요…”
“...”
“꽝 구멍이 어디인지… 그 쪽만 피해서 넣으면 되는거죠.”
뭐, 그런게 있어?
설마… 이 장난감은 할 때마다 구멍 리셋이 재깍재깍 안되는건가.
꽝 구멍이 고정되어 있는 타입..?
그러면 진짜 똥겜인데...
혹시 이거 메이드 인 차이나….?
“아마 여기가 안전…”
스이나가 여유롭게 칼을 꽂아넣었다.
푱☆
자신있는 발언이 무색하게 해적이 덜컥 위로 튀어나왔다.
표정이 일그러지는 스이나.
예~ 5.5% 당첨.
운 지지리 없구나, 이 여자애.
나이스.
“걸렸는데요.”
“제 말은… 여기가 안전...하지 않다고 말하려고… 했어요.
일부러… 정확히 노린거예요. 꽝을…”
“됐고 벗어요.”
스이나는 작게 한숨을 내쉰 후, 별 망설임 없이 발목 양말 두짝을 벗었다.
앙증맞고 귀여운 발.
내가 쳐다보니 놀리듯 꼼지락거린다.
발페티쉬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이라면 저 발만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몰랐던 내 또다른 취향에 눈 떠버렷…!
비록 양말이지만 얘가 내기에 져서, 내 앞에서 일부분이라도 옷을 벗었다는 것 자체가 꼴린다.
하복부에 반응이 오기 시작한다…
“빠,빨리 합시다.”
다음 판은 8번째에서 꽝을 건드린 내 패배.
나도 양말을 벗었다.
그 다음 판, 승부의 갈림길.
푱☆
“우오오오오옷~~~~!!!”
“...!!”
운명의 여신은 내 손을 들어줬다.
15번째 턴까지 가는 일진일퇴의 공방끝에, 스이나가 해적의 몸에 칼을 꽂고 말았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이마에 열이 오르다 못해 바짝바짝 따가운 느낌마저 든다.
이게 게임이지.
“어떻게 된거예요? 무조건 이긴다면서요?”
“...”
내가 깐죽거리자 스이나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관자놀이를 긁적긁적하더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애써 가장하며 말한다.
“괜찮아요. 별 타격 없어요…”
“진짜요?”
“코치는 어차피 친한 사람이니까…
코치 앞에서 조금 벗어도, 별로 부끄럽지 않아요…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하면, 져도 진 게 아니죠…
코치에겐 벗는게 벌칙이지만…
제겐 아니라는 얘기예요…”
이게 무슨 논리야.
스이나는 어떻게든 게이머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정신승리를 하다 못해,
말도 안되는 궤변의 세계로 빠져 든 모양이다.
“아니요, 그건 아니죠.
원피스 밑에 뭐 속옷말고 더 입고 있어요?
...무리하지 마세요.
굳이 안벗어도 됩니다.”
“진짜 괜찮아요…
브래지어와 팬티라면, 수영복이나 마찬가지잖아요…”
스이나는 본인의 말을 스스로 증명하겠다는 듯 훌렁훌렁 원피스를 벗기 시작했다.
어깨끈을 내리고, 위부터 천천히, 끌어내린다.
이거 말려야 되는 거 아냐…?
승부로 열이 오른 머리속 한구석에서도 선을 넘고 있다는 경고가 강하게 온다.
하지만 내가 채 제지하기도 전에 스이나는 시원하게 하늘색 원피스를 탈의해버린지 오래다.
하얀 브래지어, 하얀 팬티.
역시 밥을 든든히 안먹어 버릇해서 그런지, 여리여리한 몸이다.
같은 작은 체구라도 앨리스는 근육이 알맞게 발달했는데 스이나는 그냥 또래 마른 아가씨의 체형.
근데… 진짜 그냥 벗어버리네.
비현실적인 풍경이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코치가 더, 부끄러워 하는 것 같은데요?
전 아무렇지 않은데…
스이나가 쿡쿡 웃었다.
아니다.
부끄러워 하는게 아니다.
그저 한 군데로 집중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을 뿐.
‘팬티… 좀 끼는 거 아니냐?’
아무리 좋게 말해도 큰 가슴이라곤 할 수 없다.
브래지어가 작은 건 이해가 간다.
하지만 허리도 잘록하고, 골반도 넓은 여자애가 팬티는 왜 이렇게 쪼끄맣고 꽉 끼는 걸 입은거야?
사이즈 너무 작잖아...
눈 둘 곳이 없다.
거기다가, 다소 작은 하얀 팬티가 그대로 스이나의 서혜부에 밀착되어,
성기의 형태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갈라진 한줄기 균열.
소위, ‘도끼자국’이라고 불리는 그것.
‘이게 어디가 수영복이랑 마찬가진데…!?
존나 야하잖아… 미치겠네.’
스이나의 대음순의 위치가 자기자랑이라도 하듯 선연히 노출되어 있는 상황.
그것뿐만이 아니다.
얘가 뭐 그렇겠지만, 털관리도 제대로 안하는 모양인지, 아주 미세하지만 작은 팬티의 끈 언저리에 음모가 몇 가닥, 고개를 내밀고 있다.
돌겠다.
보통 도끼자국은 털이 부숭부숭 덮여있는 성기를 가진 여자들에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분석이 이뤄졌다.
음순 주변은 깨끗. 음모의 굵기로 볼 때 성기 윗 부분에만 흩뿌리듯 살짝 자라나는 타입…
스이나의 보지스캔 완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가만히 지켜보니, 아주 주의깊게 바라봐야만 보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소변자국의 누런 얼룩은 아니고, 살짝 아이보리 색에 가까운, 면봉으로 팬티 중심부에 몇 번 톡톡 두드린 듯한 투명한 한 두 방울의 얼룩…
‘냉 자국인가.’
이래서 속옷과 수영복이 절대 같지 않은거다.
스이나의 은밀한 정보를 그녀가 의식하지도 못하는 새에 너무 많이 알아버렸다…
“그만할까요?”
내가 말했다.
멈추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이미 게임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음란한 플레이의 영역으로 돌입하고 있었다.
자존심때문이라지만, 지나치게 선을 넘어버렸다.
“코치… 이제와서? ...쫄려요?”
“...스이나, 후회할 거라고 말했어요. 나중에 울지나 마세요.”
속행!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 다음 게임이 이어진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우리는 눈을 부릅뜨고 나무통 안을 투시하려고 애쓰며 신중하게 칼을 꽂아나갔다.
“으악!!”
공교롭게도 내 차례에 해적이 튀어나왔다.
“바지, 벗으세요… 이제 한 번만 더 걸리면 제 승리…”
스이나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폭주하는 전차마냥 이미 이 게임의 행방은 이성으로 컨트롤 할 수 없다.
지면, 벗어야 한다. 그저 그뿐이다.
나는 허리띠를 풀고, 바지까지 벗었다.
사실 남자는 팬티 한 장 차림이어도 그렇게까지 부끄럽진 않다.
적어도 여자보단.
같이 팬티 차림이라면, 여자가 훨씬 수치스럽기 마련..
그런데 지금은 좀 예외다.
남자에게 최고의 위기….!!!
절대로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야 하기 때문.
‘풀… 풀발기….!!’
지나치게 스이나의 치부를 구경한 탓일까,
아까부터 다리 사이에 뻑쩍지근하게 힘이 들어간다 싶더니 지금은 완연한 풀발의 상태로 진입..
아무리 스이나가 성적 어필에 대해 둔감하다 한들 이것까지 눈치채지 못할 리는 없다.
방안에는 나와 스이나 단 둘 뿐.
성욕이 향할 곳은 오직 스이나 뿐.
설마 내가 장난감 해적을 보고 발기할 미친놈은 아니니까.
한마디로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아도, ‘나 지금 존나 개꼴림… 미치겠음...’ 하고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허벅지에 편안하게 달라붙는 드로즈 팬티를 힘껏 밀어올리며 내 자지가 용맹을 과시하고 있었다.
스이나의 도끼자국은 이거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지금 내 팬티 위 모습은 그냥 자지다…
대놓고 돌출된 육봉…!!
“아하하하, 웃겨요....”
당황하는 날 보고 손가락질하며 웃는 스이나.
머리 속이 꽃밭인가…?
이걸 보고 웃어?
이 상황에서도 아무렇지 않은 해프닝이라고 생각하는건가.
아니면 당황한 속마음을 숨기기 위해 단지 억지로 아무렇지 않은 척 허세부릴 뿐인가.
“저희 유치원 다니는 사촌 동생 꺼는… 엄청 쪼끄맣던데… 코치는 무지 커요… 무겁겠네요… 킥킥…”
“...어른이니까요.”
“어른은 다 그래요? …”
스이나, 아직까지 현실파악이 제대로 안되나보군.
이 자지는 그냥 웃기기만 한 물건이 아니다.
내가 지금 거의 도인 수준으로 성욕을 컨트롤하고 있기에 망정이지,
어지간한 남자였으면 벌써 일이 벌어지고도 남았다.
“그렇게 다 벗겨야 직성이 풀린다 이거죠, 스이나.
끝까지 갑시다. 오케이?”
“킥킥… 그래요.”
나는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여전히 자지가 불룩하니 하늘로 솟구쳐있다.
설마 한 번 더 진다면…
수치스럽게도 게임에서 진 것도 모자라 알몸으로, 무슨 힘 좋은 노예마냥 헐벗고 있어야 한다.
거기에 그걸로 게임도 종료. 감질나게 스이나의 속옷차림 이상은 구경도 못할테지.
괜찮아, 아직 게임이 끝난 건 아냐.
내겐 1벌의 팬티가 남아있다.
명량 해전처럼 이 1벌의 팬티에 모든 걸 담아 난 반드시 이 역경을 돌파하고야 만다.
‘하늘이시여… 도와주세요…!! 제 남은 수명 30년을 바치겠습니다…!!
벗고 싶지 않아요…!!
벗기고 싶어요..!! 부탁입니다...!!!’
나는 필사적으로 기원했다.
이전의 여러 대회들보다 지금 이 순간이 더 간절하다.
누가 보면 바보같다 말하겠지만, 실제로 심정이 그런 걸 어떻게하겠나.
“속행… 이에요, 코치님…”
스이나는 속옷 차림인데도 나와 달리 전혀 긴장하지 않은 채로, 여유롭게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