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프롤로그]
[프롤로그]
대륙에서 패권을 장악한 종족은 바로 인간이었다.
주신 일루바타르와 그 휘하 열두신에 의해 대륙과 대륙의 생명체들이 창조된 이후 어언 수만년, 그 동안 인류는 초고대문명과 고대문명을 이어서 1000 년 째 다시금 최고의 전성기를 이룩하고 있었다.
대륙 전역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숫자는 어언 70 명에 달했고, 8 서클 마법사의 숫자 역시 70 명, 9 서클 마법사의 숫자 역시 20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소드 마스터와 6 서클 마법사와 7 서클 마법사들의 숫자는 셀 수도 없이 많았고 기본적으로 강대국들은 100 명 이상의 소드 마스터를 보유하고 있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엘프, 드워프, 오크 등 이종족들은 감히 인간에게 대적을 할 수 없었으며, 수많은 몬스터들은 더 이상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아닌 그저 무구의 재료 및 마법의 연구재료에 불과했다.
이렇게 인간이 대륙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와중이라면 이종족들의 대우는 비참할 것 같았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인간들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면서 자연스럽게 노예 제도라는 것을 폐지하며 노예라는 것 자체를 최고의 경멸의 대상으로 여기기 시작했고, 이종족들 역시 인간은 아닐지라도 인간들의 국제법으로 사람으로서 대우받을 수 있었다.
물론 아름다운 엘프 미녀들을 성노예로 삼으려 드는 정신 나간 귀족들은 있었지만 그 사실을 들킬 경우는 그 자리에서 귀족의 망신이라며 작위 박탈은 물론이고 재산 몰수에 본인 역시 감옥으로 직행이었으니 이종족들 역시 어느정도 차별은 있을지언정 심한 꼴을 당하지는 않고 인간들이 지배한 대륙에서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아니꼽게 보는 존재들이 있었다.
바로 중간계의 수호자들이라 자처하는 드래곤들이었다.
인간들을 하찮은 존재라 여겨왔고 자신들이야말로 중간계의 수호자라 생각하는 드래곤들이 볼 때 강력해지는 인간들의 모습은 참으로 눈에 거슬리는 것이었다. 특히나 인간들 중 절대강자에 속하는 반열에 오른 인간들은 드래곤이라 해도 경시할 수 없을 강력한 힘들을 지니고 있었고 드래곤들은 오만한 자존심 상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인간들을 내버려뒀다간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발전할 것이라고는 속으로들 다들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온 결론이 바로 인간들의 문명을 멸망시키자는 것이었다.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은 모든 드래곤들을 결집하여 인간들의 문명을 말살하는 것을 선포하였다.
중간계의 수호자들이라 자처하며 또 그만큼 오만한 그들은 명분 역시 내세웠다. 그들이 내세운 명분은 바로 이것이었다.
[인간들의 세력이 너무 커져서 중간계를 어지럽히고 있다. 중간계의 수호자로서 두고 볼 수 없다.]
인간들의 입장에서는 기가 막히고 억울할 따름이었지만 이미 드래곤들은 인간들의 말살을 결의하였고 수많은 인간들을 상대하기 위해 그들은 심지어 이종족들에게까지 전쟁의 참여를 권유했다.
그리고 인간들에게 더욱 억울한 일이 벌어졌다.
바로 엘프와 드워프 등 모든 이종족들이 드래곤들을 따라서 인간들의 문명을 말살하기로 결의한 것이었다.
대륙 전역의 엘프들이 모여서 그들이 소환한 정령들이 인간의 군대를 사정 없이 공격해왔고, 동시에 엘프 검사들은 오러를 선보이며 인간들을 닥치는대로 학살했다. 그들의 검술이 인간에게서 나온 것을 생각하면 당하는 인간들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억울한 것이었다.
대륙 전역의 드워프들이 모여서 그들이 만든 골렘들로 인간들의 군대를 사정 없이 학살했다. 그 골렘들은 과거 인간 마법사들이 드워프 기술자들과 함께 연구하고 힘을 합쳐 만들어낸 연구의 결과물임을 생각하면 인간들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분통이 터질 일이었다.
그 외에도 부족 단위로 나누어져있던 대륙 전역의 오크들, 트롤들, 고블린들, 뱀파이어들, 늑대인간들 등 온갖 이종족들이 연합을 해 드래곤들의 휘하 아래에서 인간들을 공격해왔다.
대륙 전역의 인간들의 국가가 연합을 했고 신분고하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인간들이 힘을 합쳐서 이종족들의 위험으로부터 맞섰고, 심지어 대륙에서 탄압받는 흑마법사들과 네크로맨서들까지도 인간들의 멸망을 막기 위해 합류하여 함께 저항을 했다.
그리고 대륙 전역이 10 년 째 이어진 전쟁으로 인해 곳곳이 피로 물들었고, 그럼에도 전쟁은 치열하게 이어져왔다. 그렇지만 전세는 점점 인간들에게 불리해져가고 있었다.
대륙 모든 이종족들이 연합을 맺은 이상 이종족들은 서로의 부족한 약점을 완벽하게 보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력한 마법의 힘을 지닌 드래곤들이 온갖 고위 마법들을 난사하거나 인간들의 절대자들인 9 서클의 대마법사들이나 그랜드 소드 마스터들을 막아섰다.
인간의 숫자가 많다는 장점도 태어난지 불과 1, 2년이면 전쟁에 투입이 가능해지는 오크들의 경악스러운 번식력 앞에서 무의미했고, 오크들은 드워프들이 만들어주고 드래곤들이 마법을 걸어준 마법 무구들을 지닌채로 보다 강력한 전력들이 되어서 인간들을 위협해왔다.
그리고 엘프 검사들은 정령술의 힘과 자신들의 오러의 힘을 결합하여 인간들의 소드 마스터들을 견제했으며 그들의 수만 마리의 정령들이 일제히 각종 공격을 퍼부으니 자연스럽게 인간들의 마법사들 역시 정령들을 견제하냐고 움직임이 막힐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 뱀파이어들과 늑대인간들의 야습이나 암살 능력으로 인해 수많은 지휘관들이 암살을 당해왔고 인간들의 전술을 그대로 흉내내기 시작한 고블린들은 드워프들의 무구 지원으로 인해 인간 병력과 거의 차이가 없어졌으며 거기에 육중한 체구를 자랑하고 막강한 재생력을 보유한 트롤들은 소드 익스퍼트 중급 이상의 기사가 아니라면 일반 병력들로는 200 명 이상이 동시에 합공을 하여 전신을 난자하지 않는다면 죽일 수도 없었다.
* * *
"블레이즈 템페스트!"
콰아앙!
"으아아악!"
"끄에엑!"
8 서클의 마법, 블레이즈 템페스트가 불꽃의 폭풍우를 일으키며 단숨에 수백이 넘는 이종족의 군세를 태워버렸다. 그렇지만 일반 병력이라면 수천명도 태워버릴 수 있는 이 마법이 이 정도의 위력 밖에 발휘하지 못하자 이 마법을 쓴 흑발의 청년, 아니 청년의 모습인 남자는 인상을 찡그렸다. 누군가가 그의 마법을 방해하고 있엇다.
인류 중 최초로 10 서클을 달성하는데 성공한 그였다. 그것도 그냥 10 서클이 아닌 10 서클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그는 거의 신(神)과 다름 없는 막강한 권능을 지니게 되었다.
시체만 멀쩡하다면 딱 한 번은 죽은 사람도 되살려낼 수 있었고 영혼이라도 무사하다면 윤회의 고리를 거치지 못하게 하는 대신 육체까지 복구시켜서 되살려낼 수도 있었다. 그런 그의 힘을 이렇게 방해할 수 있는 존재라면 이 중간계에서 딱 하나 뿐이었다.
"에라시안!!"
남자가 증오와 분노를 담은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고, 이윽고 찬란한 빛과 함께 거대한 황금색의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냈다.
에이션트급 드래곤의 머리부터 꼬리까지의 길이라는 400m를 가뿐히 넘어서 거의 550m에 육박하는 거대한 체구를 가진 거대한 황금색의 드래곤은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압도적인 위압감을 내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 아니 그녀의 정체는 대륙 모든 드래곤들을 지배하는 로드, 드래곤 로드였으니깐.
[호호호, 오랜만입니다. 카이라스.]
으득-
흑발의 청년,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은 통제되지 않는 거대한 살기를 풍겨왔다. 그도 그럴것이 바로 눈 앞의 저 사악한 드래곤에 의해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보다도 그를 아껴주던 아버지 루스칼리스와 아름다운 어머니, 엘리나도 저 드래곤에게 살해당하거나 저 드래곤 때문에 비참함을 맛본 후 죽음을 맞이했다.
그가 가족, 친구, 연인이었던 카일라도, 유리아나도, 에이미도, 레이나도, 플로리아도 전부 모두 저 드래곤의 수하들에게 살해당했다.
그의 숙부인 카이우스도, 루시우스도, 우르바누스도, 세르지우스도...그리고 친척형인 마커스도, 펠릭스도 모두 저 드래곤 때문에 죽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거기에 동료이며 전우인 검황 지그문트 폰 알브레히트도, 권황 제이크 슈파이어도, 성녀 실비아도 모두 죽은 원인이 저 드래곤이나 다름 없었다.
그들 대부분이 저 드래곤에 의해 살해당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이 인류를 말살하려는 전쟁을 일으킨 것이 바로 저 드래곤이었으니깐!
그렇지만 그와는 반대로 카이라스는 분노에 이성을 잃고 목숨을 함부로 내던지지 않았다. 그는 10 서클의 대마법사, 마법사는 결코 어떤 상황에서도 냉철한 이성을 유지해야하는 것이 기초 중의 기초인지라 이성을 잃어버려서는 안되는 법이었고 그는 지금 분노를 하는 와중에도 뜨겁게 분노를 하는 것이 아닌 차갑고 싸늘하게 분노를 하고 있었다.
'영악한 년.'
카이라스는 이를 갈았다. 에라시안은 결코 혼자서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항상 그녀를 호위해줄 에이션트급 드래곤 몇몇이 항상 숨어서 그녀를 보조해주거나 혹은 엘프나 오크 중에서도 최강자에 속하는 대정령사나 대전사를 항상 대동하고 있었다.
일 대 일로 싸울 경우 카이라스는 설사 상대가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이라 해도 싸워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일 대 일일 경우였지 하나하나가 8 서클 대마법사에 맞먹는 최상급 정령들 여럿을 공격해서 공격해오는 엘프 대정령사나 그랜드 마스터의 무위를 지닌 오크 대전사가 에라시안을 도우면서 주변의 수많은 이종족의 군세들이 일제히 그녀를 도운다면 카이라스는 그녀를 이길 수도, 죽일 수도 없었다.
"주군! 일단 피하셔야합니다. 지금 상태로는 자살행위입니다."
카이라스의 옆에 있던 검은 로브를 쓴 마법사가 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러자 카이라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10 서클 마스터인 그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저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의 옆에 이종족의 모습들로 변장하고 있는 7 마리 이상의 에이션트급 드래곤의 힘을!
"그래...에라시안. 네 년을 언젠가는 반드시 죽여서 영혼조차 남겨두지 않겠다...언젠가는 반드시."
그렇게 분노를 곱씹으며 카이라스는 바로 수하들이 도망치는데 시간을 벌기 위한 10 서클 마법을 사용했다.
"사이클로닉 미티어 샤워!"
그리고 그가 원하는 이종족들이 있는 자리들에, 각 에이션트급 드래곤들이 포진한 자리에, 에라시안의 머리 위에 수많은 거대한 운석들이 떨어져왔고 그 운석들을 향해 에라시안이 드래곤의 권능, 거대한 브레스를 뿜어내는 틈을 타 그의 수하들은 모조리 미리 텔레포트 마법을 통해 도망친 상태였고, 10 서클 마법을 쓰면서 동시에 텔레포트 마법이 방해를 받지 못하게 시간을 번 카이라스는 그대로 초고속 비행 마법을 통해 전장에서 순식간에 이탈했다.
그의 마법의 위력을 방해해서 약화시킬 수는 있더라도 드래곤 로드인 에라시안조차 그의 마법을 완전히 막아낼 수는 없었기에 그가 도망치는 꼴을 이번에도 눈뜨고 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은 이미 그가 도망치는 것을 수도 없이 보았기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뭐 상관 없습니다. 호호, 이미 인간들의 나라들은 대부분 무너졌고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게릴라일 뿐이니까요.]
이미 전쟁의 승패는 이종족들에게로 기울어졌고, 그것은 위대한 10 서클 마스터인 카이라스조차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