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화 〉[엘리나와 카일라] 2 (6/380)



〈 6화 〉[엘리나와 카일라] 2

특히나 자신 때문에 가문에서 나오기까지 했던 엘리나의 가르침이었기에 카일라는 그녀에게 실망감이 아닌 기쁨을 주기 위해 항상 필사적인 노력을 멈추지 않았고 13 살의 나이에도 그녀는 차가운 눈빛과 분위기를 지녔음에도 남성들을 끌리게 하는 마성적인 매력을 풍기는 면이 강하여 훗날 자란다면 엘리나 못지 않은 미녀가 될 것이라 하여 아르테일 가문 내에서 수많은 남자들의 기대를 받고 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접근해오는 사람들을 모조리 차갑게 거부하였고 15 살이 되어 성인식을 하고 난 후에 찾아온 구혼들을 모두 가차없이 차버렸다.

그리고 현재 그녀의 나이 20 살. 그녀는 현재 중급의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어있었는데 그녀의 성장속도 역시 놀라운 수준의 속도였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는 하늘이 내린 재능을 가진 자들이나 도달할 수 있는 경지라고 한다면 소드 마스터는 현재 검술에 재능이 있는 자들은 보다 높은 확률로 도달할 수 있다고 알려진 경지였다.

그렇지만 백작 이상의 귀족들은 한 영지에 200 명이 넘는 기사들을 기본으로 보유하고 있는 카르시스 제국에서도 소드 마스터의 숫자는 500 명을 가까스로 넘고 있었다. 제국 내에서 알려진 기사들의 숫자가 10 만 정도였고, 그 중에서도 500 명 정도만이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있으니 200 명의 기사 중에서 1명 만이 오를 수 있는 경지인 셈이었다.

그런 경지를 십대에 달성하여 20 살인 현재 소드 마스터 중급에 올라있는 카일라는 본인의 능력만으로도 자작의 작위를 가질 수 있고 차기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될 인재이기도 한 그녀는 아르테일 공작가에서도 차대 그랜드 소드 마스터로 기대를 받고 있었고, 또한 엘리나와 더불어 아르테일 공작가 내에서 최고 미녀로 꼽히고 있었다.

대륙력 1790년 6월 13일 아침 9시.

카일라는 신비스러운 느낌이 드는 마치 진은(眞銀)이라 불리우는 미스릴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은발을 흩날리며 연무장에서 여신과도 같은 고고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반대편에 서있는 것은 흑발의 어린 소년이었다. 예쁘게 생겼다기 보다는 시원한 이목구비의 잘생겼다라는 느낌이 물씬 드는 외모의 소년은 고작 10 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 다음에 큰다면 외모만으로도 여자들을 꽤나 홀릴 수 있을법한 모습이었으며 그의 입가에선 미소가 새겨져있어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카일라와는 참으로 대조적이었다.

"라스, 포기하려면 지금 포기해. 다칠지도 몰라."

카일라가 소년, 카이라스에게 충고를 했다. 역시 그녀의 음성은 맑고 고우면서도 차가움이 담겨져있었지만 그 속에는 자신이 제일 존경하고 따르는 고모의 아들인 그를 걱정하는 기색이 담겨져있었다. 그러나 카이라스는 히죽 웃으며 물었다.

"헤에~카일라 누나, 지금 걱정해 주는거야?"
"......"

카일라의 감정이 담기지 않은 차가운 눈에 살짝 당혹감이 새겨졌다가 이내 금새 다시 차가운 눈으로 돌아온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라스, 오늘따라 매를 버는구나."

그리고 카일라의 기세가 강렬하게 퍼졌다. 그녀의 경지는 소드 마스터 중급, 그리고 카이라스의 경지는 5 서클 마스터였다. 6 서클 마스터는 되어야 소드 마스터 중급을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이 대륙에 퍼져있는 공식이었고, 또 사실이기도 했다. 5 서클 마스터가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의 검사에 필적하는 경지이기는 했지만 5 서클 마스터인 10 살의 소년 카이라스가 소드 마스터 중급의 경지에 오른 20 살의 여인인 카일라를 상대로 승리할 가능성은 없었다.

그렇지만 그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침을 먹자마자 바로 카일라에게 대련을 신청했고 이렇게 가문에 위치한 대련장에서 서로 마주보고 서있게 되었다.

"이런, 화났어?"
"입 다물고 덤비기나 해."

워낙에 차가운 표정인지라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그녀와 몸을 오랫동안 섞어온 기억과 경험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니 카일라가 화가 났음을 알아차리지 못할 카이라스가 아니었다. 카이라스는 그녀가 눈치채지 못하게 속으로 웃었다.

'계획대로.'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으면서 살짝 화가 나 있는 누나의 귀여운 모습을 본 것은 덤이라지만 이런 모습을 보니 정말 그녀가 귀여워 미칠 것만 같이 보였다.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본래 목적인 그녀를 방심하게 만드는 것을 잊지 않고 있었고 이 대련에서 혹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심판을 봐주는 카이우스에게 물었다.

"삼촌, 이제 시작해도 되나요?"
"흠, 그래. 3을 세면 시작한다. 1, 2...3!"

카이우스의 카운트 다운이 끝나기 무섭게 카일라가 늘씬한 다리를 빠르게 움직이고는 스탭을 몇번 밟더니 눈에 보이지도 않는 빠른 속도로 카이라스에게 달려왔다. 그러나 생사대결이 아니었기에 카이라스를 기절만 시키려는듯 검에 오러를 생성하기는 했지만 날이 없고 태워버리는 효능도 없는 그저 단단한 몽둥이와 같은 상대로 만들어 카이라스를 향해 휘둘렀다. 그렇지만 카이라스의 반응은 예상 외였다.

"윈드 & 윈드 워크."

카이라스가 두 개의 주문을 영창하자 시원한 바람이 카일라가 카이라스가 있는 곳으로 달려오는 방향 쪽으로 불어왔고 카이라스는 3 서클의 마법인 윈드 워크를 통해 그 바람을 타고 가볍게 뒤로 물러났다.

"!"

그리고 카이라스가 사라진 자리에 카일라가 휘두른 검은 그저 허공만을 허무하게 휘둘렀고 그녀가 다시 검을 휘두르려고 할 때였다. 확실히 지금 그녀가 보여주는 것은 일반 기사라도 따라가지 못할 속도였고 그녀는 확실히 어린 시절부터 몬스터를 사냥을 해보고 또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 엘리나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대련을 해본 경험이 여러번이라 전투경험이 풍부한 6 서클 마스터라도 되지 않는한 감당해내기 힘든 상대임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1 초라도 오차가 있었으면 위험했을 순간에 1 서클의 마법인 윈드를 이용하여 3 서클 마법인 윈드 워크를 강화하여 그녀의 공격을 피해냈고 그가 피할 것을 예상하지 못한 카일라의 검이 애꿏은 허공만을 가르게 되어 그녀의 자세에 일순간 헛점이 생기도록 만든 것이었다. 만약 그가 주문을 약간만 빠르게 외웠다면 카일라는 헛공격을 하지 않고 바로 자세를 바꾸어 그를 쫓아 연격을 펼쳤을 것이었고, 만약 그가 조금만 더 늦게 주문을 외웠다면 그는 윈드 워크를 하려다가 카일라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있었을 것이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카이라스는 바로 거리를 벌린 상태에서 연이은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 것이었다.

"워터 & 아이스...아이스 포그! 내 앞을 보호해라, 아이스 윌!"

주문을 한 번에 두 개를 외우는 더블 스펠을 통해 1 서클의 마법인 워터를 사용한 후 1 서클의 아이스 마법을 바로 사용하여 단숨에 물을 얼려 얼음으로 만들어버린 후 그 냉기를 마법을 위한 촉매로서 사용하여 3 서클의 마법, 아이스 포그(얼음 안개)의 위력을 높여 주변을 얼음의 안개로 덮은 후 나머지 냉기의 안개들을 또 이용하여 4 서클 마법 아이스 윌을 사용하여 자신의 앞에 얼음의 방어벽을 쳤다.

더블 스펠을 끝내자마자 바로 연달아 펼친 3 서클과 4 서클의 마법! 물론 4 서클의 마법은 아직 그의 경지가 5 서클 마스터였기에 짧게나마 주문을 외워야하기에 시동어만으로 발동할 수는 없지만 그가 연달아 펼친 마법은 확실히 그가 고작 10 살의 소년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게 놀라운 일이었다.

특히나 더블 스펠, 2 개의 주문을 한 번에 동시에 사용하는 이것은 평균적으로 7 서클의 대마법사들은 되어야 사용이 가능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대륙 최강의 마법사 가문의 후계자로 태어나, 아르테일 공작가의 역사상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보유한 카이라스는 불과 10 살의 나이에 2 개의 주문을 동시에 외울 수 있는 것이었다. 이것은 보통 사람이 하려 했다가는 두통에 시달릴 위험한 짓이었지만 카이라스의 뛰어난 두뇌는 이 복잡한 연산을 아무렇지도 않게 감당하고 있었다.

거기에 그 뿐만이 아니었다. 마법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주문(스펠)과 수인(소매틱)이었지만 일반 사람들은 모르고 넘어가고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촉매가 될 것이었다.

마법은 변형을 시킬 뿐 결코 창조의 영역이 아니었다. 예를 들자면 사막에서는 수계 마법이나 빙계 마법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화염계 마법의 위력이 상승한다. 또 거센 바람이 부는 곳에서는 풍계 마법의 위력이 상승하며 추운 지방에서는 화염계 마법의 위력이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반대로 빙계 마법의 위력은 극대화되었다. 바로 주변에 촉매로 쓸 것들이 널려있기 때문이었다.

간단하게 1 서클의 마법인 워터 마법만 해도 공기 중의 수분을 촉매로 삼아서 발동하며, 윈드 마법 역시 주변에서 살짝 부는 바람을 촉매로 삼아 구현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카이라스에 만들어진 주변을 가리는 냉기의 안개와 얼음의 장벽은 그 촉매들을 두 개의 1 서클 마법으로 증폭시켜 위력을 극대화시킨 결과물이었다.

채애앵!

그러나 그가 세운 거대한 얼음의 장벽도 카일라가 생성한 오러 블레이드에 의해 간단히 박살이 나버렸다. 소드 익스퍼트 급의 검사에게는 위협적이겠지만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있는 카일라에게는 파괴의 상징이라 불리우는 오러 블레이드가 존재했고 그것에 닿는 순간 얼음의 장벽은 마치 유리처럼 너무도 간단하게 부서졌다.

'그래, 유리처럼.'

카이라스는 이 순간을 기다렸기에 히죽 웃으며 바로 다음 주문에 들어갔다. 깨져버린 얼음의 파편들은 유리처럼 날카로운 법이었고 그것 자체만으로도 일반인들에게는 무시무시한 공격이 되기 마련이었다. 물론 소드 마스터인 카일라는 전신에 마나를 두르고 있어서 전혀 타격이 되지 못하겠지만 그것이 타격이 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자신의 일이었다.

"스트롱 윈드! 거친 바람이 되어 몰아쳐라! 윈드 토네이도!"

3 서클 마법인 윈드를 통해 카일라를 향해 카일라에게 향하던 얼음의 파편들도, 자신이 있는 쪽으로 튀겨지던 파편들도 상관없이 모든 얼음의 파편들이 날라가는 방향을 카일라가 있는 방향으로 바꾸면서 동시에 흐르는 거센 바람을 통하여 날라가는 속도를 몇 배로 뛰어오르게 한 카이라스는 연이어 4 서클의 풍계 마법, 윈드 토네이도를 생성하여 자신이 만들어낸 거센 바람에 끼어들어 카일라에게 이미 날라간 조각들을 제외한 나머지 얼음 파편 조각들이 움직이는 폭풍을 만들어냈다.

거기에 방향은 카일라가 있는 곳! 만약 저것이 명중한다면 일반인이라면 온 몸이 갈가리 찢겨져버려 인육 파편조각이 되어버릴 것이 분명했지만 카이라스는 카일라의 실력을 알기에 죽지 않으리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제법이야."

그 모습을 본 카일라가 카이라스를 향해 입술을 살짝 깨물면서 말했다. 아마도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었다. 아무리 자신이 봐주고 있고, 또 방심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20 살이나 되는 그녀가 고작 10 살도 밖에 되지 않은 고종사촌동생을 상대로 단번에 승기를 못잡고 오히려 그의 손에서 놀아나고 있었으니깐. 더군다나 그녀는 소드 마스터 중급이었고 카이라스는 고작 5 서클 마스터에 불과했다.

"하지만 질 생각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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