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데이트?]
끼익-
그리고 문이 열리며 카일라와 카이라스가 입을 것으로 추정되는 옷들을 들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금발을 찰랑거리는 보는 사람이 호흡곤란을 일으킬 정도로 아름다운 미녀, 엘리나가 그녀의 취향인 백합의 꽃무늬들이 그려진 새하얀 드레스의 차림으로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는 여전히 카일라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는 카이라스와 카일라는 보며 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카일라, 라스. 소드 마스터 상급하고 6 서클에 오른 것을 축하해."
"고모님..."
"엄마."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 그녀는 역시나 단번에 카일라와 카이라스가 얻은 성취를 알아보았다.
"고모님께 수고를 끼쳐드렸네요."
카일라는 바로 엘리나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며 면목 없다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옷이나 전달해주는 이런 일을 아르테일 공작가의 안주인이며 그녀가 가장 존경하고 따르는 고모가 그녀가 한다는 것에 그녀는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엘리나는 카일라의 말에 고개를 살짝 좌우로 흔들면서 웃으면서 말했다.
"얘는, 고모가 젖병도 물려가면서 키워줬는데 고작 20 살 먹었다고 옷 갖다주는 것도 싫어하게 된거야?"
그러면서 엘리나는 살짝 장난스럽게 주먹을 쥐고는 카일라의 이마를 살짝 툭 쳤다. 카일라의 표정은 여전히 얼음장 같이 차가웠지만 그녀의 장난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엘리나가 "칫!" 하며 혀를 차며 말했다.
"칫, 경지가 올랐으면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너무 얼음덩어리 같잖아. 그래서 시집 가기 힘들다고 고모가 여러번 말해줬잖아."
"생각 없어요."
카일라의 말에 엘리나는 살짝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여전히 카일라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는 카이라스에게로 시선이 향하였다.
"호호, 라스. 많이 컸네. 이 다음에 누나랑 결혼할 생각인가보네."
'정확하십니다, 어머니.'
엘리나는 장난 삼아 한 말이겠지만 카이라스는 이런 속과는 달리 여전히 10 살의 소년 다운 모습을 연기해야하기에 눈을 깜빡였다.
"결혼요? 후웅...결혼은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거죠?"
카이라스는 10 살의 소년 다운 순진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연출했고 속으로는 손발이 오글거렸지만 지금 카일라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는 이 상황을 벗어나기가 싫었기에 그는 연기를 멈추지 않았다.
"응, 잘 아네."
엘리나는 기특하다는듯한 미소를 지었고, 엄마의 미소에 담겨진 뜻을 알아본 카이라스는 속으로 실소를 금치 못했다. 아무리 10 살 짜리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고 그 탓에 육체의 영향을 상당히 받아서 시공회귀 이전의 성격과는 상당히 달라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10 살 시절의 소년의 성격과,같지도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섞여있달까? 어찌되었던 참으로 불균형한 상태라 할 수 있었다.
"후우웅..."
카이라스는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는 '척'을 하며 살짝 카일라의 뒤로 이동했다. 여전히 그의 양팔은 카일라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었기에 그는 움직이며 카일라의 허벅지를 스치면서 지나갔지만 그는 짜릿한 감촉을 느끼는 표정을 짓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며 카일라의 뒷쪽으로 갔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탄력좋은 새하얀 엉덩이의 맨살에 자신의 가슴을 댈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카일라는 그의 흑심을 모른채 엘리나가 주는 옷을 받아들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떨어져, 라스. 이제 옷 입어야 하니까."
"우, 엄마...저는 누나가 좋은데 누나는 제가 싫은가봐요...하아..."
카이라스는 마치 여린 마음에 상처를 입은듯한 불쌍한 어린 소년의 모습을 완벽하게 연출해냈고 그것은 엄마인 엘리나에게는 바로 통하였고, 차가운 카일라까지도 그의 말에 눈이 가늘게 떨렸다. 그만큼이나 카이라스의 목소리는 처량하게 들려온 것이었다.
'아, 가슴이 울적해져.'
그리고 연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카이라스는 본인도 기분이 울적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본인이 진짜 기분이 울적하니 엄마인 엘리나가 볼 때도 카일라 때문에 울적한 것 같아서 그녀의 눈빛에 카일라를 향해 책망하는 감정이 담겨졌고 생전 처음으로 엘리나에게 책망하는 눈빛을 받은 카일라였지만 그녀의 저런 눈빛이 아니더라도 그녀는 카이라스의 처량한 연기에 속아넘어가 움찔거리며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미안. 잠시 옷 좀 입게 비켜줄래?하아..."
"응."
결국 카일라는 사과를 한 후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카이라스는 살짝 뒤로 물러났고 카일라는 엘리나가 건네주는 옷을 입었고, 엘리나는 카일라에게 옷을 건네주고는 바로 카이라스에게 다가가 그에게도 옷을 건네주었다.
"여기, 라스 옷."
"고마워요, 엄마."
"응, 기특한 우리 아들."
고작 10 살 밖에 되지 않는 소년이 6 서클의 고위 마법사라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대륙이 발칵 뒤집어질 것이었다. 사실 이미 그가 9 살에 5 서클에 올랐을 때부터 대륙에서 그의 이름은 화제였지만 10 살에 6 서클이라는 것은 그 이전까지 최고 기록이던 카이라스의 아버지, 루스칼리스가 15 살의 나이에 6 서클에 올랐던 기록을 깨버린 것이었다. 그런 기록을 세운 소년이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에 어떤 엄마가 뿌뜻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연히 엘리나는 천재인 아들이 너무나 기특하고 자랑스러웠기에 아들을 보는 그녀의 얼굴에는 연신 미소가 끊이질 못했다. 부모에게 최고의 기쁨은 누가 뭐라해도 자신의 자식이 잘되는 것이었으니깐.
그리고 바디 체인지의 현상의 부작용은 바디 체인지의 현상을 겪고 난 후에는 무척이나 허기진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카일라도, 카이라스도 동시에 허기진 느낌을 받았고 어느덧 화려하면서도 움직이기 간편한 남성 귀족용 복장으로 갈아입은 카이라스는 새하얀 속옷들을 먼저 입은 후 새하얀 어깨와 풍만한 가슴골을 드러내는 그녀의 머리카락만큼이나 아름다운 은빛을 내는 드레스의 차림을 하고 있는 카일라의 손을 잡으며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누나, 그럼 오늘 약속대로 누나가 소드 마스터 상급에 오른 것과 내가 6 서클에 오른 기념으로 인사이드 스테이크 레스토랑에 가자."
"...응."
카일라가 고개를 살포시 끄덕거렸다. 차가운 표정 탓에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감정을 잘 알아차리기 힘들었지만 그녀를 어린 시절부터 보아오며 길러왔던 엘리나나 그녀도 모르는 그녀의 민감한 부분들까지 모조리 파악하고 있는 시공회귀 이전의 남편인 카이라스는 그녀가 겉으로 내색은 안해도 속으로 즐거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엘리나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어머, 카일라. 우리 라스랑 데이트하러 가는거니?"
"데이트 아니에요."
카일라가 굳은 표정으로 엘리나의 말을 부정했다. 그러나 엘리나는 여전히 맑은 웃음을 지으면서 카일라에게 다가가더니 살포시 그녀를 끌어안았고 이 순간 카일라의 눈이 살짝 크게 뜨여졌다.
"고모님?"
"그냥 고모라고 불러...하여간...아무리 내 앞에서 어른스러운적 해봤자 이 고모가 볼 때 넌 항상 어린아이야. 그리고 라스가 지금은 어리지만 이 다음에 좀 큰다면 진지하게 생각 좀 해줬으면 해. 나는 우리 카일라가 내 조카딸만이 아니라 며느리도 겸하게 되었으면 좋겠거든."
"......"
카일라는 엘리나의 말에 뭐라 대답해야할지를 몰라 말 없이 서있었지만 카이라스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고 속으로 생각했다.
'어머니, 굿잡입니다.'
카일라는 엘리나의 조카였고 카이라스에게는 외사촌 누나였으니 근친이기는 했지만 어차피 귀족이나 왕족 간에는 사촌 간의 혼인은 흔한 일이었다.
이어서 엘리나는 포옹을 풀고는 카일라에게 말했다.
"라스를 잘 부탁해. 6 서클이면 어디서 맞고 다닐 경지도 아니지만, 그래도 엄마 마음이 주책이라고 불안하네...마치 우리 카일라가 10 살이던 때처럼 말이야."
"...네."
카일라는 고개를 살포시 끄덕거렸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카일라의 옆으로 와서 그녀의 손을 자신의 작은 손으로 붙잡고는 엘리나에게 꾸벅 허리와 고개를 숙였다.
"엄마, 그럼 일단 다녀오겠습니다."
"응, 그래. 돈은 있니?"
"네, 나가기는 길에 방에 들르려고요. 이제 6 서클이니 아공간을 쓸 수 있으니까요."
아공간(亞空間). 바로 6 서클 이상의 경지에 들어선 마법사들이 개인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창고로 마법사의 아공간은 마법사의 경지에 따라 크기의 차이가 틀리지만 6 서클의 마법사만 되어도 웬만한 집 한채 수준의 창고를 개인적으로 휴대할 수 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물론 살아있는 생명체는 넣을 경우 아공간 안에는 공기가 없는지라 아공간의 주인이 아공간의 문을 닫는 순간 사망해버릴테지만 가사 상태로 만들고 생명체를 넣을 경우는 그 생명체는 죽지 않고 그저 그 상태로 시간이 멈춘채 가만히 보관되었다.
그 외에도 음식들도 유통기한의 걱정 없이 보관할 수 있으며 온갖 금은보화 등도 아무런 무게의 문제 없이 보관할 수 있는 편리성 때문에 마법사들에게는 제일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었다.
물론 용량의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8 서클 이상의 대마법사 쯤 되면 어마어마한 용량을 지니게 되어 용량의 부족함을 거의 느끼지 못하게 되기에 그런 약점도 경지가 오르면 자연스럽게 해소될테고 또 아공간 마법이 걸려있는 마법 물품들을 아르테일 공작가에서 만들어내어 전 대륙에 유통시키고 있었기에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고위 마법사가 아니더라도 아공간을 사용할 수 있었다.
단 본인의 아공간은 그 누구도 훔칠 수 없지만 마법물품을 통한 아공간은 아공간 마법이 걸린 마법물품을 도둑맞으면 아공간 내에 있는 모든 것을 도둑 맞는다는 문제점이 존재했다.
즉 결코 도둑 맞을 수 없는 무적의 창고를 카이라스는 일부나하 회복한 것이었다.
* * *
아르테일 공작령은 거의 강대국의 왕실 직령지에 맞먹는 수준의 영토의 크기와 비옥함을 지니고 있었고, 아르테일 공작가의 중심지인 이곳 도시, 아르테일은 초대 아르테일 공작의 성을 따라 만들어진 도시로 1000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도시였다.
당연하게도 역사가 깊은 만큼, 또 제국 최고의 가문인 아르테일 공작가가 위치해있는 곳인만큼 이곳은 강대국들의 왕국의 수도들과도 비교해서도 떨어지지 않는 번화의 도시였고, 온갖 마법 물품들의 원산지이기도 했다.
또 이곳에 있는 수많은 레스토랑들은 하나 같이 마법 물품들을 직접 사기 위해 이 도시에 찾아오는 많은 액수의 금액들을 지닌 사람들을 노리고 영업들을 하고 있었고 인사이드 스테이크 레스토랑도 그 중 하나였고 또 수많은 레스토랑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명성을 보유하고 있었다.
마법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온 사람들은 당연히 거대 상단의 상인들만이 아니라 귀족들도 여럿이었고 당연히 인사이드 스테이크 레스토랑은 수많은 귀족들이 들르는 곳이었지만 지금 그들은 지금 가게 내부에 있는 어느 손님보다도 귀중한 손님을 맞이하게 되었다.
바로 이곳 아르테일 공작가의 차기 주인인 소가주,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이 그의 외사촌누나와 함께 방문을 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