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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데이트?] (11/380)



〈 11화 〉[데이트?]

당연하게도 다른 사람도 아닌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의 방문인 만큼 이 레스토랑의 주방장이 직접 뛰어나와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요리를 하던 중인듯 새하얀 옷차림 그대로의 모습으로 뛰어나온 중년의 주방장이 카이라스와 카일라에게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오랜만이에요."

카이라스가 미소를 지으면서 그 주방장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주방장의 시선이 카이라스의 옆에 있는 은빛 드레스를 입고 눈부신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는 카일라에게 향했을때는 일순간 눈이 커졌다가 겨우 진정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음성이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 아가씨께서도 오셨군요."

이 아르테일 공작 직령지에서 카일라는 무척이나 유명했다. 아름다운 아르테일 공작가의 안주인, 엘리나의 조카로 어린 나이에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천재검사로 그녀의 고모인 엘리나와 더불어 아르테일 공작령내 양대 미녀로 불리는 그녀를 모른다면 아르테일 공작령의 사람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카일라에게로 집중되어있었지만 차가운 카일라의 표정은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어있음에도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얼음장 같이 차가운 그녀의 표정은 이미 이 공작령 내에서 그녀의 상징과도 같았기에 그녀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도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과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은발, 그리고 사파이어빛의 푸른 눈동자를 보는 것만으로 그녀의 정체(?)를 알아보고 수근거려댔고 그 수근거리는 내용들은 전부 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들과 놀라움 뿐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무려 그녀의 옆에 서있는 아르테일 공작가의 차기 주인의 존재감마저 옅게 만들어버리고 있었다.

"5 층의 방을 쓰겠어요."
"5 층 말입니까?"

5 층이라는 말에 주방장의 눈이 빛났다. 인사이드 스테이크 레스토랑에서 제일 유명한 곳은 당연코 5 층이라 할 수 있었다.

1 층은 주로 부유한 평민들이 식사를 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2 층은 준남작 및 남작과 같은 준귀족 및 하급 귀족들이 식사를 하는 곳이었고, 3층은 주로 자작의 작위를 지닌 자들이 향하는 곳이었으며 4층은 백작이나 후작 같은 고위 귀족들이 들르는 곳이었다. 그렇기에 위로 향할 수록 사람이 적어질 수 밖에 없었고 대신 더욱 고급화가 이루어져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5 층은 최대 인원수가 고작 4 명인 층으로 그 값이 어마어마했다.

그 4 명도 테이블 하나를 중간으로 하여 소파가 하나하나씩 놓여져있어 4 명이 앉을 수 있다 뿐이지 실상 보통은 2 명이서만 앉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인사이드 스테이크 레스토랑에서 가장 비싸고 맛있는 스테이크는 이곳 아르테일 공작령만이 아닌 제국에도 유명했는데 인사이드 스테이크 레스토랑의 주인이 황제의 생일을 축하하는 날, 황제에게 스테이크를 바치었고 그 맛을 본 황제가 최고의 스테이크였다며 극찬을 하며 준남작의 작위를 내린 일화는 무척이나 유명했다. 그리고 인사이드 스테이크 레스토랑에서 그 황제가 극찬을 하며 작위까지 하사하게 했다는 스테이크는 오직 5 층에 들어선 사람만이 맛 볼 수 있었다.

인사이드 스테이크 레스토랑은 그 스테이크의 명성을 헛되이 쓰지 않은 것이었다.

오직 5 층을 쓰는 사람만이 맛 볼 수 있었지만 5 층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우선 5 층을 사용하는 것 만으로도 사용료로 10 골드를 내야했는데 1 골드가 100 실버이고 10 실버가 평민 4인 가족 기준으로 1 년치 생활비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려 평민 100 가구의 1년치 생활비를 고작 사용료로 소모되는 것이었다. 아무리 귀족이라고 해도 고작 사용료로 10 골드를 사용한다는 것은 대영지를 가진 백작이나 후작, 공작 쯤 되지 않으면 상상도 못할 액수였다.

거기에 5 층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스페셜 스테이크의 가격은 무려 500 골드! 허영심이 상당한 귀족들이라 해도 고작 한 끼 식사에 쓸 정도의 거금은 아니었고 특별한 날에만 예약을 해서 기념할 때 쓸 정도의 액수였다.

그렇지만 단순히 10 골드를 내는 것만이 제한이었으면 5 층이 이렇게까지 유명세를 타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바로 5 층에는 또 다른 제한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희소성을 위해 100 년전, 아르테일 공작가의 당시의 가주에게 부탁하여 5 층의 사용자는 아르테일 공작가의 허락을 받은 자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공표해주길 원하였고 아르테일 공작은 당시의 인사이드 스테이크 레스토랑의 주인과 친구 사이였기에 흔쾌히 그 부탁을 수락하고 받아들임으로서 아르테일 공작가의 허락이 필요해졌다.

그렇지만 그 조건들은 카이라스에게는 문제라고 할 수도 없었다. 10 골드는 소가주인 카이라스에게 한 달에 1000 골드의 금액이 유지비에 관한 액수로 내려졌고 그걸 거의 쓰지 않고 꾸준히 모아둔 카이라스는 아공간에만 3만 골드에 달하는 금액을 보유하고 있었다. 거기에 아르테일 공작가의 허락은 그가 바로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였고 아르테일 공작가의 차기 주인으로서 권한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었다.

"우선 여기 10 골드에요."

카이라스는 바로 5 층의 사용료인 10 골드를 아공간에서 꺼내 주었고 워낙에 높은 신분의 사람들을 손님으로 받다보니 아공간이 6 서클 이상의 고위 마법사만이 쓸 수 있는 것이란 사실도 알고 있는 주방장은 놀란 눈이 되었지만 이내 아르테일 공작가에서 또 천재가 나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덤덤히 넘어가며 말했다.

"제가 직접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네, 고마워요."

예의 바른 태도로 감사를 표한 카이라스는 카일라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자, 들어가요."
"...응."

카일라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을 지은채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카이라스와 함께 주방장의 안내를 받으면서 마법진 위에 섰고 단거리용 텔레포트 마법진을 통해 그들은 단숨에 5 층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5 층에 도착한 그들에게 보여진 것은 실력 좋은 장인들이 만든 것이 분명해보이는 대리석 조각들과 은은한 음악의 소리였다.

"여기 앉으십시오."

그리고 카일라와 카이라스는 서로를 마주보는 자세로 마주 앉았고 주방장은 직접 그들을 안내한 것도 모잘라 그가 직접 주문까지 받았다.

"뭘 주문하시겠습니까?"
"5 층에 왔으면 역시 스페셜 스테이크가 좋겠죠? 저희 두 명 모두 스페셜 스테이크 풀코스로 부탁해요."
"네, 알겠습니다."

스페셜 스테이크 풀코스! 바로 단순히 스페셜 스테이크만 시키는 것이 아닌 스프부터 시작해 와인까지 모두 나오는 것으로 그 가격 역시 600 골드나 하였다. 거기에 2 명 분을 시켰으니 1200 골드였고, 카이라스가 느끼기에는 상당한 액수이기는 했지만 그는 당장 그 정도 금액은 있었다. 그렇지만...

"저, 카이라스 공자님. 당신은 아직 미성년자 아닙니까?"
"......"

어린 카이라스가 와인을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차로 부탁해요."

아무래도 10 살 시절로 돌아왔다보니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도 마실 수 없는 서글픈 현실을 느낀 카이라스는 고개를 푹 숙인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알타이르 산의 와인에 맞먹는 값을 지닌 카르시스 황실 직령지에서 생산된 칼리투스 차로 가져오겠습니다."

제국의 남부에 위치한 알타이르 후작가의 돈줄인 알타이르 산의 와인은 알타이르 후작가의 상징적인 물품이었고 알타이르 후작가에서 생산되는 포도들로 만들어진 포도주, 와인들은 카르시스 제국 황실에도 납품을 할 정도로 유명했고 당연히 그 중에서도 최고급 품은 알타이르 가문의 이름이 당당히 붙어있었고 루스칼리스와 엘리나 역시 즐겨 마시는 편이었다.

그리고 칼리투스 차는 황실에서 생산되는 최고급 차로 칼리투스라는 차의 이름은 500 년 전 때의 황제의 이름으로 황제가 가까스로 최고급의 향과 효능을 지닌 차를 개발하는데 성공하였지만 막대한 마나를 머금는 특성이 있어서 찻잎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이 무척이나 오래 걸렸고, 만들어지는 숫자 역시 한정되어있었다.

대신 보관은 오랫동안 가능했지만 막대한 마나를 머금고 있고 차를 마시는 자는 상처도, 부상도, 피로도 회복되는 거의 포션에 가까울 정도의 효능을 발휘하기도 하는데다가 마나로드를 보다 깨끗하게 해주는 효과도 있지만 수량의 한정 때문에 그 값은 무려 100 골드에 달하고 있었다.

"네."

칼리투스 차가 온다면 오히려 스페셜 세트가 600 골드인것은 스테이크 이외에 다른 음식들도 함께 나오는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싼 값(?)이었다.

그리고 카이라스의 대답이 끝나자 주방장은 연이어 풀코스에 나오는 음식들을 어떻게 나오게 할지 물어보았고 카일라는 가만히 있는 동안 카이라스는 직접 자신이 하나하나 설명해주며 골라주었다. 카일라의 입맛에 맞는 음식이 무엇인지쯤은 카이라스는 이미 손바닥 보듯이 알고 있었다. 슬프게도 카일라는 요리에 대한 재능이 있기는 커녕 집안일 자체가 모두 파괴범 수준의 재앙의 화신이라 불러도 과장이 아니었기에 전쟁을 하러 다닐때 그녀의 입맛에 맞는 음식들을 맞춰주기 위해 카이라스는 필사적으로 요리 연습을 하여 요리에도 상당한 경지에 올라버린 상태였다.

"샐러드는 싱싱한 계절과일에 겨자소스를 약간 해주시고, 디저트는 초콜릿맛 아이스크림으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스프는 마나 버섯이 들어간 머슈룸 크림 스프 2 인분으로 해주시고요. 감자는 으깬 감자 2 인분으로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주문을 모두 받은 주방장은 그들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한 번  하고는 밑으로 내려갔고, 5 층에는 단 둘이 남았다. 사람을 부를때는 식탁의 끝에 있는 수정구에 대고 사람을 호출하면 되는 방식이었기에 그것을 제외하면 이곳은 은은하게 들려오는 음악 소리들을 제외하면 무척이나 아늑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마법사는 본래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인종들이었고 그것은 카이라스 역시 다르지 않았다.

"조용하니 좋네."

카이라스가 카일라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확실히, 싫지는 않아."

카일라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카이라스는 식탁 위에 팔꿈치를 대며 카일라를 가만히 쳐다보았고 카일라는 그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자 여전히 얼음장 같이 차가운 표정을 지은채로 차갑게, 하지만 고운 목소리로 물었다.

"뭘 그리 쳐다봐."
"아뇨, 누나가 예뻐서."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

카일라의 차가운 대답에도 카이라스는 속으로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부끄러워하고 있는 모습이 정말 귀여워 미칠 것 같다니깐, 후후.'

아쉬운 것은 아직 그의 육체가 심하게 어리다는 것이었다. 시공회귀 이전 카일라와 데이트 삼아서 이곳에 가끔씩 왔던 카이라스는 이곳에서 낯뜨거운 짓도 참 많이 했었다. 스페셜 스테이크를 잘게 썬 후 카일라의 입 안에 넣은 상태에서 그녀가 고기를 하나도 씹지 않은 상태에서 입맞춤으로 고기를 입 안으로 넘겨받아 먹는 것은 기본이었고 식사 도중이건 후이건 꼴리는 느낌을 받을때면 언제든 섹스의 열락으로 돌입하고는 했었다.

가끔 유리아나까지 데려와 그녀들을 양쪽에 끼고 식사를 하기도 했지만 카일라는 보통 이곳에는 단 둘이 오길 원했기에 카이라스는 이곳에서 단 둘의 데이트를 여러번 즐기기도 했었다.

'누나는 기억을 할 수 없겠지만...내가 기억하고 있지.'

당장 지금은 그것이면 충분했다. 카일라가 이것을 데이트라 느끼지 못해도 일단 그가 지금 이것을 시공회귀 후 소드 마스터 상급와 6 서클의 경지에 오른 것에 대한 기념을 핑계로 삼아 하는 데이트라고 느끼고 있으면 충분했다.

"라스."

그리고 카일라가 그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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