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화 〉[강해지다] (13/380)



〈 13화 〉[강해지다]

1790년 6월 13일 오후 4시.

"검술을 배우고 싶습니다."

아르테일 공작가 소가주의 이 발언은 새로운 전설의 기록의 시작이었다.

*              *             *

시공회귀 이전, 20 대 시절의 카이라스는 30 살 이전까지는 자유라는 가문의 법상 카일라와 유리아나를 데리고 각 지역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유적을 주로 탐사하고 있었고 30 대에 들어선 카일라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있었고 카이라스 본인도 9 서클 마스터였으며 10대인 유리아나는 소드 마스터였기에 유적 탐사를 셋이서 하는 것으로도 어려움은 없었다.

유적은 보통 수많은 마물들과 함정들이 존재하는 던전이었기에 보통 사람들로서는 무척이나 위험한 곳이었지만 9 서클 마법으로 철저한 방어를 하고 있는 카이라스나 오러 가드를 쓸 수 있는 경지인 소드 마스터인 유리아나와 유리아나보다 훨씬 강력한 오러 가드를 쓰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 카일라에게는 함정으로서 발동되는 날카로운 자동 화살들이나 마법 공격들은 통하지 않았다.

그리고 앞을 가로막는 마물들은 카일라와 유리아나가 휘두르는 오러 블레이드들에 의해 토막이 나거나 카이라스가 날리는 8, 9 서클 마법들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버리거나 아예 가루가 되어버렸다.

그런 식으로 방해물들을 가볍게 처리하고 유적 탐사를 하던 카이라스가 탐사한 유적들의 숫자만 해도 100 개는 가볍게 넘어갔고 유적 탐사를 통해 그는 막대한 보물들을 손에 넣을 수 있었으며 동시에 1대 마도시대 당시 때의 유물들 역시 손에 넣었다.

그렇게 대륙에서 카이라스는 최연소 9 서클 마스터 이외에도 수많은 던전을 공략하여 유적을 탐사한 유적 탐사자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었지만 카이라스는 여전히 보다 높은 것을 갈망하고 있었다. 23 살에 9서클 마스터에 오른 그는 더 이상 마법에서 올라갈 경지가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직 드래곤 로드만이 가능하다고 알려진 경지인 10 서클의 경지를 찾기 시작한 것이었다.

드래곤 로드가 대륙에 존재하는 유일한 10 서클 마스터이기는 하지만 같은 드래곤들에게도 10 서클의 경지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드래곤 로드가 인간인 카이라스에게 10 서클의 경지를 알려줄리 없었고 오히려 죽이려 들지만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러던 중 1대 마도시대 때의 유물 중 10 서클에 관한 정보가 적혀있는 양피지를 우연하게 발견한 카이라스는 의욕을 가지고 보다 많은 유적들을 뒤졌고 마침내 그의 나이 27 살. 그는 마침내 10 번째 서클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냈고, 1대 마도시대 당시 10 서클의 경지에 오른 인간 출신의 마법사의 기록도 찾아내 고대어를 해석하는 것으로 읽게 되었다.

그 기록을 남긴 10 서클 마법사는 기록의 말미에 자신은 이제 다른 차원으로 떠나갈 것이라고 써놓았고, 자신의 후인을 위하여 준비했다며 10 서클의 마법의 종류들과 수식들까지 준비해놓았다.

그 기록을 발견한 덕분에 카이라스는 뛰어난 재능을 바탕으로 하여 10 서클 마법의 경지를 이루어냈고 그 10 서클 마법사가 남긴 유물들은 아공간에 집어넣고는 카일라와 유리아나만 아는 비밀로 해두었고, 그는 그 누구에게도 이 사실들을 말하지 않았다.

10 서클에 오른 그는 대륙의 놀라움의 대상이 되었으며 전쟁에서도 인간들이 이종족들의 상상 이상으로 오래 버티는 원동력이 되어주었지만 결국 전쟁은 이종족의 승리로 끝나갔고 10 서클 마법의 힘조차도 인류를 구원할 수는 없었다.

결국 그는 소중한 가족들을 잃어버린채로 복수심을 품어오다가 복수조차 가능하지 못하다는 현실에 과거로의 회귀를 택하였다.

*              *             *

"...아!"

잠에서 깨어난 카이라스는 지금 자신이 꿈으로 과거의 회상을 보았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일어난 순간 그는 전신에서 욱씬거리는 고통을 느끼었다. 바로 근육통이었다.

"아우, 이 느낌은 참 오랜만이네."

성장통, 근육통. 성인이 되었던 시공회귀 이전에는 영원히 작별이라고 생각했던 단어들이었지만 10 살의 소년으로 돌아온 지금, 검술 수련을 다시 시작한 지금 이 고통을 제대로 맛보고 있었다.

미래에서 그는 소드 마스터 최상급의 경지에까지 올라본 검사이기도 했지만 그가 검술을 익히기 시작한 나이는 너무나도 늦은 나이였고, 이 때 10 살이던 그는 검술과는 거리를 두고 있던 순수 마법사 소년에 불과했다. 운동이나 체력 단련은 마법사라 해도 육체는 튼튼해야한다는 가문의 가르침에 따라 틈틈히 하고 있지만 이렇게 혹사 수준으로 검술을 익히지는 않았다.

어린 시절의 그는 검술에 관심을 그리 두지 않고 있어서 몸을 혹사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6 서클은 이제 완전한 마스터가 되어가고 있고...드래곤 하트라도 하나 먹는다면 9 서클까지는 금방 가능할텐데 말이야.'

그렇다고 드래곤 하트가 생긴다고 진짜로 드래곤 하트를 복용할 생각은 없었다. 분명 드래곤 하트를 복용한다면 힘을 회복하는 속도가 무척이나 빨라지겠지만 어차피 10 년 이내에 반드시 완벽하게 회복하게 될 경지였고 무궁무진한 활용도가 있을 드래곤 하트를 소모하기는 너무나 아까웠다.

또 현재 육체는 6 서클에 불과해도 정신은 10 서클인지라 마법사로서 마력이 쌓이는 속도는 무척이나 빨랐고 아마 7 서클이 되었을때는 마나가 쌓이는 속도가 더더욱 빨라질 것이었다. 더군다나 지금 그의 육체는 바디 체인지를 겪은 상태였고 검술 쪽의 마나홀로 이어진 마나로드도 무척이나 깨끗하고 또 소드 마스터 최상급까지 이르었던 깨달음을 통해서 마나홀에도 많은 양의 마나를 축적할 수 있었다. 드래곤 하트가 빠르게 힘을 회복시켜주기는 하겠지만 절실하진 않은 것이다.

'마나를 집중시키는 마법진 위에서 하면 빠르게 경지를 높일 수 있을테니 생각보다 시간이 절약되겠어.'

카이라스가 느낄때 이 정도라면 28일 정도면 소드 익스퍼트 급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전생에서 늦은 나이에 시작한 그는 검을 잡은지 반년이라는 시간이 걸려서 소드 익스퍼트 급에 도달했었는데 지금은 고작 4 주만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카일라 누나와 데이트가 끝나자마자 바로 카이우스 숙부님을 찾아가서 검술을 가르쳐달라고 한 것은 옳은 선택이야.'

근육통이 느껴져서 인상이 찡그려져기는 하지만 카이라스는 자신의 선택이 옳은 것이라 확신했다. 조금이라도 어릴 때, 육체가 완전히 성장하기 이전부터 검술을 익혀두는 것이 그에게는 유리했다. 비록 이종족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15 년 후라지만 힘은 조금이라도 더 빨리 쌓아두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미래에 강자가 될 자들이 누구운지도 그는 알고 있었으니 빨리 한시라도 강해져서 그들과의 만남을 가져서 그들을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벌써 아침인가..."

근육통을 느끼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난 카이라스가 창 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지금 시간은 아침 6 시. 시공회귀를 하고 바로 다음날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검술 수련은...당연히 무리였다.

'역시 카이우스 삼촌의 가르침은 어머니와는 달리 상당히 거칠어.'

현재 아르테일 공작가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는 엘리나와 카이우스, 두 명이었지만 카이라스는 엄마인 엘리나를 찾아가서 배우는 것보단 숙부인 카이우스에게 배우는 것을 택하였다. 바로 카이우스의 검법의 스타일이 그와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여자인 엘리나는 패도적인 검술이 아닌 기교 형의 검술을 익히고 있었고 그녀의 검술 타입은 단숨에 적을 쓰러뜨리는 방식이라기보다는 적의 공격을 옆으로 물 흐르듯이 흘려버리면서 빈틈을 노려서 적을 공격하는 타입이었다. 반면 카이우스는 거대한 검을 압도적인 근력을 바탕으로 밀어붙이는 패도적인 형의 검술이었고 그의 검이 워낙 거대한 탓에 그는 진짜 그의 무기인 대검은 등에 걸고 있었고 허리에 찬 장검은 거의 보통은 봐주기 용으로 쓰거나 장식에 불과했다.

비록 아직 육체의 한계 탓에 시공회귀 이전과는 달리 거대한 대검을 휘두르지 못하는 지금 그는 카이우스에게 검술을 가르쳐달라고 한 결과 무지막지한 체력 수련으로 인해 온 몸이 근육통이었고 당장은 일상생활도 제대로 하기 힘들었다.

'그렇다해도 금방 낫겠지만...'

그렇게 생각한 그는 자신의 전신에 마법을 걸었다.

"힐링."

3 서클의 기초 치료 마법 힐링을 사용한 카이라스는 전신에서 느껴지던 통증이 덜해지는 것을 느끼며 약간 인상을 찡그렸다.

"겨우 이 정도 효과라니..."

6 서클의 마법사인 그가 썼기에 힐링의 효과도 3 서클의 마법사가 쓰는 것과는 비교도 안되게 뛰어났지만 애초 죽기 직전의 사람도 완벽하게 치료해내는 수준에 이르어있던 시공회귀 이전의 그가 느끼기에는 너무도 어설펐다.

그래도 6 서클의 마법사는 소드 마스터에 비할만한 상당한 고위 마법사였기에 힐링 마법의 효과로 인해 전신에서 느껴지는 근육통에 대해 진통제 역할을 해주고 있었기에 일상생활을 당장 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듯 했다.

카신성 마법은 복구라는 개념에 가까웠기에 사용한다면 근육통은 단번에 사라져도 어제 체력 단련을 위해 한 수련의 노력이 모조리 날라가버리는 효과도 불러일으키겠지만 힐링 마법은 상처를 입기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 아닌 포션처럼 치유력을 높여서 상처를 치유하는 방식이었기에 카이라스의 입장으로서는 그나마 다행이었다.

'오늘은 마력이나 쌓아두면서 쉬어야겠다.'

카이우스 삼촌도 마침 다음 수련까지 사흘 간은 쉬고 있으라고 하였으니 카이라스는 오전에는 마법사로서 마력을 쌓아두고 저녁에는 검사로서 마나를 마나홀에 쌓아두기로 일정을 잡았다.

'아 그러고보니 오늘이 ...의 생일이네. 올해는 축하도 못해주겠어.'

*              *             *

1790년 6월 14일.

아슬아슬하게 허리까지 내려오는 흑발을 지닌 어린 소녀는 말 없이 목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찌르기 자세만 1000 번을 하고 있는 그녀였지만 그녀의 동작은 하나도 흐트러지지 않았고 거기에는 필사적인 노력의 의지가 엿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가르치던 갈색 머리카락의 여성이 약간 놀라운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대체 어제부터 무슨 일인데 이런 실력을 보이는거야? 어디서 드래곤 하트라도 주워 먹었어?"
"아뇨, 그런건 아니에요. 그냥 보다 필사적으로 노력을 해야할 이유가 생겼달까요?"

올해 13 살인 소녀의 말에 젊은 나이에 은거를 한 최상급의 소드 마스터인, 39 세의 과부, 유리엘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뭐야, 그게. 꼬마애가 귀엽지 않게."

유리엘이 말을 그렇게 했지만 소녀는 무척이나 귀엽게 생긴 용모였다. 흠결 하나 없이 새하얗지만 순백색이라기 보다는 보기 드물다는 황인종의 살색에 가까운 피부와 오른쪽 눈 밑 살짝 나있는 점이 지금은 귀여운 느낌이지만 이 다음에 성장한다면 그녀가 요염한 느낌을 풍기는 미녀가 되리라는 것을 암시해주고 있었고 붉은빛의 입술은 유난히 눈에 잘 띄었으며 또 그녀의 검은색 눈동자는 맑은 흑요석과 반짝이는 별을 섞은 것 같아보였다.

그러나 사부인 유리엘의 말에도 소녀는 배시시 미소를 짓고 있었고 동시에 그녀는 자신과 함께 싸운 동료를 떠올리고 있었다.

'라스, 기다려. 금방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되어서 돌아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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