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화 〉[아르테일 가문에 위치한 실전 훈련소] (15/380)



〈 15화 〉[아르테일 가문에 위치한 실전 훈련소]

흑발에 상당히 잘생긴 외모에 키가 190cm를 넘고 전신이 탄탄하게 단련이 되어있어 겉으로는 마법사보다는 무인으로 보이는 외양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드래곤 로드를 제외한다면 현존하는 대륙 최강의 마법사이며, 아르테일 공작가의 가주인 루스칼리스는 서류 작업을 하는 것은 총관에게 대충 맡기고는 명상에 빠져있었다.

9서클 마스터인 그는 마법으로는 더욱 나아갈 경지가 없었지만(카이라스의 10 서클은 예외로 치고) 서클에 쌓아두는 마력의 양이라던가 운용법 및 활용법 등은 더욱 발전할 여지가 있었고 특히 그는 마법의 개량에 힘쓰고 있었다.

시전 속도를 보다 줄인다거나 보다 강력한 연계를 한다던가 아니면 증폭을 시킨다거나 등을 구상하던 그의 집무실에 밖에서 문을 손등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거라."

명상을 푼 그가 가주용 의자에 걸터앉으면서 말했다. 명상을 하는데 거슬리지 않기 위해서 시녀들이나 하인들도 모두 떨어뜨려놓은 그는 누가 말을 해주지 않더라도 밖에 있는 사람이 아들임을 보유한 기운만으로 알아차렸다.

검사가 기척으로 알아차린다면 마법사는 기척 이전에 생명체가 보유한 기운을 통해서 알아차리기 마련이었다. 물론 무생물인 골렘 같은거라 해도 마나를 통해 움직이는 이상 마나를 통해 감지할 수 있었다.

끼이익

그리고 문이 열리자 그의 예측대로 그의 하나뿐인 아들이며 후계자인 카이라스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래, 무슨 일이냐."
"아버지, 지하에 있는 던전을 개조한 실전 훈련소를 사용하게 해주세요."

카이라스는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의 용건을 말하자 루스칼리스의 눈이 이채를 띄었다.

"그래? 벌써 실전을 경험하고 싶은 것이냐?"
"네."

카이라스의 말에 루스칼리스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내려가자구나."
"네."

루스칼리스가 카이라스가 실전을 경험하고 싶다고 하자마자 자리에서 바로 일어난 이유는 바로 가문의 규율 상 실전 훈련소를 사용할때는 9 서클의 마법사가 같이 참관해야하기 때문이었다. 이 규율은 실전을 경험하기는 하되 희생자가 나오게 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규율이었다. 9 서클의 마법사라면 실전 훈련을 하는 사람이 위험할 때를 골라 끼어들어 구해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주의 집무실에서 나온 루스칼리스는 카이라스와 함께 넓은 저택을 5 분 정도 걷다가 어느 방문 앞에서 멈춰섰고 카이라스 역시 따라서 멈춰섰다. 방문은 다른 방문들과는 달리 특이하게도 미스릴로 만들어져있었고 수많은 마법진들이 그려져있었다.

"......"

이 방문을 보는 카이라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지만 오랜만에 보는 방에 피식 거리는 웃음이 저절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시대의 그는 그저 이야기만 들었겠지만 미래에서 아르테일 가문의 가주까지 되었던 그는 이 방문이 왜 미스릴로 만들어져있고 수많음 마법진들까지 문에 그려져있는지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아르테일 가문은 지하에서 마물들을 키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키운다해도 거창한 것은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1대 마도 시대 문명 때의 지하유적 위에 아르테일 가문이 세워졌고 아르테일 가문에서는 지하에 있는 유적을 어떻게 처리할까 하다가 마물들을 자동으로 마계에서 소환해내는 기능과 막대한 마기가 유적 내부에 가득차있어 마치 마계와도 같은 환경 때문에 마물들의 힘 역시 중간계에서 약화된 힘이 아닌 마계에서의 힘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고 그것을 파악한 아르테일 가문의 대마법사들은 대대로 지하에 있는 유적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다.

그리고 유적, 아니 던전이라 불러 마땅한 지하는 본래 미궁의 형태였지만 9 서클의 마법사들 여럿이 나서서 변형을 시도하고 시스템을 개조한 결과 각 방이 위치해있도록 바뀌었고 소환되는 마물들의 종류와 힘들을 모두 파악하여 6 서클이 상대할 수준의 마물과 7 서클이 상대할 수준의 마물, 8 서클이 상대할 수준의 마물, 9 서클이 되어야 상대할 수 있는 최강급의 마물 등으로 나누어져있었다.

9 서클이 되어야 상대를 할 수 있는 마물은 마계에서 공작 급 마족에 필적하는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마물인만큼 소환되는 놈도 드래곤에 필적할만큼 엄청난 놈들인지라 한 번 죽이면 다시 나타날 때까지 무려 5 일이란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성체이기도 한 그들이 이곳에 갇혀서 꼼짝도 못하고 나오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시공회귀 이전에 10 서클 마스터였던 카이라스조차도 이 시스템에 경악하였을 정도였고 1대 마도시대 때의 능력이 지금의 시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엄청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확인한 가장 큰 일이기도 했다.

특히나 이 시스템들은 마물들이 지정된 장소 밖으로는 도저히 나갈 수 없도록 되어있었고 10 서클을 마스터했던 카이라스가 확인해보았던 바에 따르면 설사 마계의 대마왕이 이곳에 소환되더라도 지정된 위치 이외에는 빠져나갈 수가 없다는 결론이 나와버렸다.

물론 대마왕은 커녕 마왕을 소환하기도 어렵겠지만 마왕보다 바로 아래 단계의 마물들을 소환해내는 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알아서 마계의 마기들을 끌어들여서 조건이 맞는 마물들을 알아서 골라내 소환하며 제약을 건다는 힘을 가진 이런 유적의 절반의 효능조차도 10 서클 마스터인 카이라스조차도 따라하기는 커녕 흉내내기도 불가능한 영역이었었다.

'그런 수준이었다면 아예 마물들을 소환해내서 이종족들을 쓸어버렸겠지...'

애석하게도 그 수준에까지 15 년 내에 도달할 자신이 카이라스에게는 없었다. 이종족들과 전쟁에서 밀리기 시작했을때는 흑마법사들까지 찾아가서 수하로 거둔 카이라스는 심지어 흑마법사들과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연구를 해보았지만 흑마법사들도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답을 찾을 수 없다고 할 뿐이었다.

'그러고보니 흑마법사들도 거두어야겠어...'

지금 시대에서 흑마법사들과 신관들은 그야말로 웬수와도 같은 사이였지만 미래에 이종족들이 전쟁을 일으켰을 당시에는 인류의 위기 앞에서는 흑마법사도, 백마법사도, 원소마법사도, 신관도 구분이 없이 모두가 힘을 합쳐야만 했다. 내부적인 문제에서 다툼을 일어날지 언정 신관들을 이끌던 성녀 실비아와 흑마법사들을 이끌던 아릴리아는 사이가 좋은 편이었기에 두 집단의 충동을 언제나 자제시켜왔고 흑마법사의 2인자인 슈라인은 카이라스에게 충성을 맹세한 존재였기에 실비아가 신관들을 잘 다독이기만 하면 흑마법사들은 신관들에게 먼저 시비를 걸지 않았다.

오히려 차별대우에서 벗어날 좋은 기회라고 여겨 적극적으로 싸워왔고 그 덕분에 전쟁 동안만큼은 흑마법사들은 나름 포상이라는 명목으로 작위도 받고 열심히 이종족들을 상대로 싸워왔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흑마법사들은 미래의 기억을 가진 카이라스에게 있어서 차별받아 마땅한 대상이 아닌 충실한 수족들이었다. 10 서클의 힘만 회복한다면 1 : 1의 대결이라면 상대가 대마왕이라 해도 이길 자신이 있는 카이라스로서는 흑마법사들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자, 들어가자구나."

루스칼리스가 미스릴로 된 문에 자신의 마력을 불어넣자 문이 알아서 스르릉- 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갔고, 루스칼리스는 자신의 어린(?) 아들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네, 들어가요."

어두컴컴한 방은 곳곳에 박혀있는 야광의 힘을 가진 보석들로 인해 밝혀져있었고 루스칼리스는 아무것도 없는 야광빛만이 유일한 어두컴컴한 방에서 벽의 한 부분을 손으로 살짝 누르자 지하로 가는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심해서 따라오거라. 얘기는 들었겠지만 잘못해서 굴러떨어져서 망신 당한 마법사도 있었단다."
"네."

카이라스도 그 망신 당한 마법사의 이야기는 잘 알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이곳까지 따라오는 자는 6 서클 이상의 고위 마법사였고 그 망신 당한 마법사는 7 서클이었기에 항상 자신에게 쳐두고 있는 방어 마법을 통해서 떨어졌을때의 충격까지 모조리 흡수하여 부상은 조금도 없었지만 그래도 쪽팔린 것은 100 년이 지난 지금도 가문의 마법사들 사이에서 잊혀지지 않는 전설이었고 그 마법사는 8 서클의 대마법사가 되었음에도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고위 마법사였다는 수식어를 지니고 있어 쪽팔림을 언제나 감수해야했다고 하는 슬픈 이야기였다.

저벅저벅-

계단을 따라서 걸어 내려가던 카이라스는 그냥 내려가기는 심심했기에 루스칼리스에게 말을 걸었다.

"아, 참. 아버지. 저 오늘 소드 익스퍼트에 도달하는데 성공했어요."
"뭣? 아, 크흠! 대단하구나. 6 서클의 마법사에 소드 익스퍼트까지 10 살에 달성하다니. 정말 너라면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9 서클의 대마법사가 될 수 있겠구나. 하하, 내 피만 이어받아서 머리만 천재인줄 알았더니 엄마를 닮아서 검술에 재능도 좋구나. 하하하!"

처음에는 놀라하던 루스칼리스는 이내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하자 카이라스는 겉으로 미소를 짓고는 있지만 속으로는 그의 말에 반박을 하고 있었다.

'아니, 9 서클이 아니라 10 서클이 될건데요? 그리고 아버지, 당신 키를 보십시오. 탄탄한 근육을 보십시오. 그게 어디 마법사의 몸입니까? 당장 무투가라 해도 믿을 것 같은 모습인데.'

그러나 카이라스는 그것을 입 밖으로 내뱉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않았고 계속해서 걷던 그들은 마침내 계단을 모두 내려와 지하의 던전에 도달하였다.

"여기가 과거 유적이었다가 지금은 던전이라 불러 마땅한 장소다. 뭐, 던전이라 해도 우리 아르테일 가문에서 대대로 개조를 해온 결과 실전 훈련소로 바뀌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물들은 자비가 없으니 주의를 해야한다. 일단 너는 6 서클이니 6 서클의 마물을 상대할 방으로 들어가자구나."
"네, 아버지."

그리고 유적에서 6 서클의 마법사가 상대할만한 마물이 있는 방들은 세 곳이었다. 하나는 1 : 1로 실전을 겪을 수 있는 방이었고, 또 하나는 1 : 다수로 실전을 겪을 수 있는 방, 또 하나는 6 서클 2 명이 함께 해야 상대할 수 있는 마물이 있는 방이었다.

"어떤 방을 고를 생각이냐?"

루스칼리스가 자애로운 표정으로 카이라스를 쳐다보았고 카이라스는 아버지의 자애로운 표정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어머니인 엘리나가 자애로운 표정을 짓는 모습은 아들의 입장으로서도 무척이나 보기 좋았지만, 아버지인 루스칼리스가 자애로운 표정을 짓는 것은 분명 여자들이 꺅꺅 거리며 좋아할 표정이기는 하지만 남자인 카이라스가 볼 때는 고문과 다를바가 없었다.

"아버지."
"왜 그러냐?"
"그 표정, 느끼합니다."
"커억!"

차라리 아들이 성인이었다면, 하다못해 어느 정도 성숙했다면 충격을 받지 않았겠지만 고작 10 살 짜리 어린아이가 봐도 느끼해보인다는 자신의 자애로운 표정에 루스칼리스는 심대한 충격을 받으며 각혈을 할 뻔 했다. 시공회귀의 진실을 모르는 그는 10 살 짜리 아들에게도 이런 소리를 들으니 앞으로 자애로운 이미지는 포기해야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심각한 고민을 했고 그의 고민을 보며 카이라스를 혀를 찼다.

'또 여자들 후릴 생각이시구나.'

키잡을 꿈꾸는 아들과 절세미녀인데가 능력도 좋은 착한 마누라가 있음에도 여자들을 후릴 생각이나 하는 아버지, 이 두 부자를 보고 있자면 인류의 미래가 참으로 어두워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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