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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화 〉[동행을 요청하다.] 2 (19/380)



〈 19화 〉[동행을 요청하다.] 2

한편 루스칼리스에게 스테이크를 썰어서 먹여주던 엘리나는 틈틈히 자신의 조카딸과 아들의 모습을 쳐다보며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아, 빨리 우리 라스가 커야할텐데 말이야. 호호.'

카일라의 나이는 21 살로 이제는 아르테일 공작가 내에서도 엘리나를 제외하면 비교할 대상이 없는 아름다운 미녀였고 제국을 통틀어도 그녀와 비견될만한 미모를 지닌 여인은 찾기 힘들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를 직접 길러온 엘리나로서는 그녀가 조카딸임과 동시에 며느리가 되었으면 하고 1 년전보다 보다 강하게, 더욱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아름다운 미모, 확실한 신분, 천재적인 검술의 재능에 성격이 비록 차갑고 말투도 무미건조하지만 카이라스는 오히려 그런 그녀의 말투를 재밌게 여기는 것 같아보였으니 문제 될 것도 없었다. 카이라스가 15 살이 되어 성인이 된다면 엘리나는 마음 같아서는 둘을 혼인시키고 싶었다. 외가쪽으로 사촌 관계인 둘이었지만 애초 친사촌은 물론이고 친남매 사이에서도 결혼이 성행하는 것이 귀족 사회였다.

외사촌이라는 혈연적 관계는 문제 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엘리나는 카이라스 몰래 카일라를 따로 불러서 그녀에게 혼인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고 카일라는 4 년후를 보고 생각해보겠다며 답변을 미루었다. 하긴, 11 살 짜리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은 어지간한 소아성애자가 아닌 이상은 현실적으로 가능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카일라는 카이라스가 자라기만 하다면 괜찮다는 식의 반응을 보인 것만으로도 엘리나에게는 기쁜 일이었다.

그리고 카일라도 카이라스를 의식해보려고 하는지 그의 옆에 앉아서 그와 같은 종류의 음식을 하녀에게 주문하는 것을 보니 엘리나는 아예 남편에게는 시선도 안주고 남편의 입에 음식만 넣어주며 둘의 모습만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흐응~라스 녀석. 꽤나 기쁜 모양이네?'

카이라스는 카일라가 자신의 옆에 있는 것을 무척이나 기뻐하고 있었지만 카일라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추고 있었다. 하지만 엘리나는 카이라스를 직접 배에서 10 달 동안 품어서 낳은 친엄마였고, 카이라스가 카일라의 사소한 표정변화까지도 놓치지 않는 것처럼 그녀 역시도 아들의 사소한 표정변화 역시 놓치지 않았다.

카이라스는 아무도 몰래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겠지만 엘리나는 카이라스가 카일라를 이성적으로 좋아한다는 것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거기에 묘하게 닮았단 말이야.'

특히나 서로 표정을 감추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 웃음을 안낼 수가 없었다. 엘리나는 더 이상 포크로 찍을 스테이크도 없자 아예 포크를 내려놓고 흐뭇하게 둘의 모습을 감상했다. 그리고 루스칼리스는 엘리나의 시선이 둘에게 향한 것을 느끼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들에게 밀리는 아버지라니. 비참하다...'

쓸데없는 것에서 승부욕을 느끼는 그였고 카이라스가 이런 그의 생각을 읽었다면 유치하다고 디스했을 것이었다.

*              *             *

슈우우웅-

카이라스는 연무장에 홀로 서서 검에 시퍼런 오러를 생성시키고 있었다. 그런 그의 주위에는 투명한 마력장이 주변의 마나를 장악하여 그의 체내에 있는 마나와 공명을 하고 있었고 카이라스는 천천히 검로에 따라 검을 움직이며 주문을 외웠다.

"나는 마나의 흐름을 깨달은 자, 그 깨달음으로서 적들의 마나의 흐름을 봉쇄한다. 안티 매직 쉘."

그리고 8 서클 이상의 대마법사들만이 쓸 수 있다는 8 서클의 마법, 8 서클 미만의 마법들을 모조리 사용할 수 없게 만든다는 대마법사들을 제외한 마법사들의 천적이라 할 수 있는 마법이 연무장 전체를 덮었다. 이제 안티 매직 쉘의 주인인 카이라스만이 7 서클 이하의 마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8 서클 이상의 마법사들에게만 대마법사의 칭호가 붙여진 이유였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는 주변의 마나를 장악하는 것으로 마법사와 검사들이 마나를 자유롭게 다루는데 애를 먹게 만들며 특히 마법사들의 경우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를 상대로 할 경우 마법을 전개하려다가 마나가 꼬여서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8 서클 이상의 대마법사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마나 제어에 자신의 마력장을 펼치는 것으로 맞대응을 할 수 있지만 7 서클 이하의 마법사들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검사들 역시도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되지 않는한 8 서클의 마법사를 상대로 승산은 없었다. 바로 8 서클의 마법사들은 방금 카이라스가 사용한 안티 매직 쉘을 이용하여 주변의 마나를 봉쇄해버리는데 본래 7 서클 이하의 마법사들만을 제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마법이었지만 이것이 검사에게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쳐서 7 서클 이하의 마법사들처럼 아예 아무것도 못하게 되어버리는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최상급의 소드 마스터라 해도 오러 블레이드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으며 마나의 제어에 상당한 애를 먹게 되어 제 실력의 반의 반도 채 낼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그랜드 소드 마스터와 8 서클 대마법사가 규격 외의 강자들이라 불리는 이유였으며, 그들이 전략병기인 이유이기도 했다. 물론 그들은 그런 힘이 없더라도 7 서클 마스터 여럿이나 소드 마스터 최상급 여럿이 자신들의 힘을 완벽히 발휘하며 덤벼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막강한 힘들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있기에 더더욱 강력한거지.'

그리고 8 서클의 마법을 사용하는데 성공한 카이라스는 바로 안티 매직 쉘을 해제하였다. 8 서클의 마법 중에서 가장 마나 소비가 적으면서도 유용한 마법이었기에 아직 7 서클 마스터인 이 어린 육체로도 카이라스는 마력장의 마나를 끌어모으는 것으로 성공시킬 수 있었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7 서클의 마스터였지 8 서클의 대마법사가 아니었다. 시공회귀 이전에 10 서클 마스터의 경지에까지 올랐기에 완벽하게 성공할 수 있었지만 8 서클의 마법을 유지하는데는 아직 그의 7 서클이라는 경지가 발목을 잡고 있었다.

'역시 버거워.'

마나가 너무나 막대하게 소비된 것을 느낀 카이라스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안티 매직 쉘은 원래 이렇게 빠르게 마나가 소모되는 마법이 아니었다. 단지 보다 높은 경지의 마법을 억지로 사용한 바람에 그로 인해 시전하는데 10 배에 달하는 마나가 필요했으며 유지하는데 10 배에 달하는 속도로 마나가 떨어진 것이었다.

'일단 당분간은 비장의 수단으로 생각해둬야하나.'

아직 그의 나이는 11 살이었고 이 시기는 이종족들도 활동을 시작하는 때는 아니었기에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인 그가 위험에 처할 일은 일어나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카이라스는 방심하지 않고 만약을 대비해서 그의 목숨을 구해줄 마지막 수단 하나 정도는 준비해두고 있었다. 세상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세상일이었으니깐. 그것은 미래에서 온 그라 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단지 큰 줄기를 보다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소득은 없는 것은 아니니. 검로를 통해 구현을 했으니까.'

전생에 쓰던 방식을 다시금 현재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카이라스는 만족하기로 했다. 방금전 그는 손으로 수인을 맺지 않고 마법을 사용했고 대신 그는 모범적인 검로로 수인을 대신하여 마법을 사용하였다. 검술로 수인을 대신하는 방법은 회귀 이전 10 서클 마스터이던 그가 소드 마스터의 무위를 같이 손에 넣었을때 만들어낸 방법으로 지금까지는 검술의 성취가 너무도 형편이 없어서 수인을 대신할 정도로 빠르게 검을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해 사용할 수 없었었다.

아무래도 정상적인 수인이 아니다보니 검술로 수인을 대신할 경우는 천천히 해도 되는 마법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마법들의 경우는 검술의 속도가 무척이나 빨라야했고 소드 익스퍼트 상급의 속도로도 부족한 감이 있었다. 그렇지만 최상급에 오르고 거기에서 또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의 경지가 완숙의 단계에 다달음에 따라 부족한 속도를 충족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이대로 소드 마스터에만 오른다면 보다 완벽한 검법과 마법의 합일(合一)을 다시금 재현할 수 있을 것이었다.

"수련 중이야?"

연무장의 안으로 카일라가 들어와 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고 그녀는 기운도, 기척을 감추지 않고 연무장 안으로 들어왔기에 그녀가 오는 것을 알고 있던 카이라스는 놀라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시험해볼 것을 시험해봤어. 근데 누나는 어쩐 일이야? 누나도 수련 하려고? 아니면 대련?"
"둘 다 아니야."

카일라의 말에 카이라스는 속으로 약간 아쉬움을 느꼈다. 카일라가 대련이나 수련을 할때마다 보여주는 검을 휘두르는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을 카이라스는 무척이나 보기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몬스터 사냥이라도 갈거야?"
"응."

이번에 카일라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21 살이 된 지금도 여전히 그녀는 몬스터를 사냥하여 그 부산물들을 통한 수익을 그녀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어머니인 세르리안느의 가문, 리에스 남작가로 보내고 있었다. 지금 그녀가 이곳에 온 것은 그에게 사냥하러 떠난다고 말을 미리 해주려고 온 것이 분명했다.

'리에스 남작가라면 괜찮지, 뭐.'

카이라스는 리에스 남작가가 어떤 가문인지 잘 알고 있었다. 변방에서 권력도 모르고 살아온 하급 귀족이기 때문인지 권력에 대한 욕심도 그다지 강하지 않았고 또 가족애도 강한 가문이었다. 다른 귀족 가문이었다면 세르리안느의 죽음을 이용하여 아르테일 공작가에서 지내는 카일라를 통하여 아르테일 공작가의 눈에 들려고 하겠지만 리에스 남작가에선 아르테일 공작가의 눈에 드려는 행동은 시공회귀 이전, 이종족들의 공격으로 멸문하기 이전까지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었다.

그들이 하는 것은 그저 카일라에게 별 일 없이 지내냐는 안부 메세지만 보내고 그녀의 생일날에 약소한 선물을 배달하거나 하는 것 정도였다. 그렇다고 아르테일 공작가에서 잘 지내고 있는 그녀를 리에스 남작가라는 촌구석으로 데려오려는 시도도 없었고 그저 가끔 카일라가 찾아가면 자신의 외손녀와 조카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정도였다.

'나중에 카일라 누나랑 결혼하고 나면 이전보다 더 잘 대해줘야겠네.'

그렇게 생각한 카이라스가 은근한 어조로 카일라에게 물었다.

"몬스터 사냥은 어디로 갈 예정이야?"
"일단 하라나드 숲에 오우거들이 많이 출몰하는 지역이 있다고 해서 거기로 가볼 예정이야."

'하라나드 숲. 목적지는 거기란 말이지.'

목적지를 들은 카이라스가 다시금 물었다.

"누나, 근데 이번에도 혼자 갈 예정이야?"
"응."
"나도 같이 가면 안될까? 나도 영지 밖에 좀 가보고 싶은데 말이야."
"......"

자신의 몬스터 사냥에 동행을 하겠다는 카이라스의 요청에 카일라는 살짝 고민했다. 비록 그의 나이가 어리더라도 아르테일 공작가의 규율상 아르테일 공작가의 영지 내부를 돌아다니는 것은 7 서클 이상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더군다나 그녀가 가려는 하라나드 숲은 아르테일 공작가에 소속된 영지 근방에 있는 숲이었다. 당연히 동행해도 문제 될 것은 없을 것이어싿. 그러나 그녀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안돼."
"왜?"
"아무리 라스가 경지가 높아도 피 보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야."

카일라의 말에 카이라스는 헛웃음을 흘릴 뻔 했다. 피를 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라? 이 대륙에서 현재 그 만큼이나 많은 피를 본 사람이 같이 과거로 온 '그녀' 외에 존재할까? 그렇지만 그 사실을 말할 수는 없는 카이라스는 다른 이유를 댔다.

"그럼 따라가도 되겠네. 나는 아르테일 공작가의 실전 훈련소에서 이미 마물들을 상대로 여러번 피를 보았거든. 그럼 이제 문제 없는거지?"
"...맘대로 해."

7 서클 마스터에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인 카이라스의 동행 요구를 거절할 마땅한 명분이 없던 카일라는 그대로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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