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0화 〉[하라나드 숲에서] (20/380)



〈 20화 〉[하라나드 숲에서]

하라나드 숲.

아르테일 공작가에 소속되어있는 가신 가문인 지스트라 자작가의 영지의 북쪽 끝에 위치한 웬만한 왕국 이상의 크기를 넓은 숲이었다.

그리고 이 숲은 하라나드 숲이라는 공식지명 이외에도 다른 이름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몬스터의 왕국이라는 이름이었다.

오우거, 와르그, 맨티스, 자이언트 앤트, 미노타우루스, 와이번, 드레이크 등 수많은 종류의 몬스터들이 서식하고 있었고 대륙에서 가장 많은 숫자의 몬스터가 서식하는 장소 중 한 곳으로 꼽히고 있었다. 그 탓에 몬스터의 부산물을 필요로 하는 아르테일 공작가 소속의 마법사들은 자주 파티를 만들어서 이곳에 사냥을 오기도 했고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속이 아니더라도 다른 거대 마탑들에 소속되어있는 제국의 마법사들은 물론이고 그런 마법사들의 의뢰를 받는 높은 수준의 실력을 지닌 용병들도 지스트라 자작가로 많이들 몰려와 지스트라 자작가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당연히 돈이 유통되기 마련이었고 온갖 여관들과 호텔들, 그리고 식당 등은 당연하게도 무척이나 장사가 잘 되었기에 지스트라 자작가는 아르테일 공작가 내에서도 상당히 부유한 가신에 속하고 있었다.

거기에 당대의 지스트라 자작은 7 서클 마스터로 제법 고위 마법사였고 아주 먼 방계이나마 아르테일 공작가의 피를 지니고도 있었기에 아르테일 공작가에 혈연적으로 속해있었고 한 해에 거두는 수익 중에서 10% 만을 아르테일 공작가로 보내는 그들은 나머지 90%의 수익을 대부분 마법 연구, 특히 인챈트 마법 계열에 투자할 정도로 마법에 깊은 애정을 가진 아르테일 공작가의 혈족 다운 마법사들이었다.

그리고 하라나드 숲의 입구는 지스트라 자작가에서 통제를 하고 있었기에 하라나드 숲에 입장을 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입장료를 내야했고 그 탓에 아침부터 점심시간까지는 사냥을 하고 지스트라 자작령으로 돌아와 식사를 한 후 다시 사냥을 나가는 것을 반복하는 마법사들이나 용병들의 경우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었고 그 탓에 지스트라 자작가에서는 아예 발급패라는 것을 만들어서 일정 금액을 낸다면 1 년 간은 무료로 하라나드 숲에서 몬스터 사냥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나누어주는 것으로 그런 불만들을 잠재웠다.

물론 지스트라 자작가에서 하라나드 숲에서 사냥하는 것에 이용료를 받는 것에 불만을 품은 마법사들이나 용병들도 있었지만 지스트라 자작가의 배후에는 아르테일 공작가가 있었고 지스트라 자작가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막대했으며 그 수익을 통하여 그들의 인챈트 계열의 마법의 연구는 상당한 진척을 보고 있었기에 마법사 가문인 아르테일 공작가에서는 지스트라 자작가에 가해질 압력들을 모두 막아주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지스트라 자작가는 비록 방계라 해도 아르테일 공작가의 혈족이었다.

아르테일 공작가의 가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가문의 혈족을 타당한 이유 없이 건드는 자들에게는 그에 따른 보복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황궁 마법사들조차도 지스트라 자작가에 아무런 압력도 가하지 못한채 묵묵히 입장료를 내면서 하라나드 숲에서 사냥을 해야했다.

'그렇지만 예외가 있지.'

여관의 침실에서 카이라스는 살짝 눈을 반짝이면서 자신의 손에 쥐어진 진금(眞金)이라 불리우는 금속, 오리하르콘으로 만들어진 신분패를 바라보았다.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를 뜻하는 신분패! 지스트라 자작가는 엄연히 아르테일 공작가에 소속된 가신이었기에 황궁 마법사들에게서조차 입장료를 뜯어낸다고 해도 아르테일 공작가, 본가의 사람에게만큼은 무료로 하라나드 숲을 사용하게 해주고 있었다.

지스트라 자작가가 지스트라 자작령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엄연히 아르테일 공작이 지스트라 자작가에 하사한 영지였기에 절대적인 권한은 모두 아르테일 공작이 지니고 있는 셈이었고 특히나 다음 세대의 아르테일 공작이 될 카이라스에게 입장료를 뜯으려했다가는 그대로 지스트라 자작가는 영지 몰수라는 처분을 받게 될 것이었다.

'아, 오랜만에 바깥에 나와보니 좋네.'

오랜만에 보는 아르테일 공작가가 위치해있는 도시인 아르테일 시 바깥의 세상이었지만 카이라스에게는 그보다도 더 그를 기분 좋게 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우웅."

침대 위에 누워서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살짝 깊이 잠들어있는 카일라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가문에다가는 2 주일 정도 밖에 지스트라 시에서 지내다가 온다고 말을 해둔 상태였으니 2 주일 동안은 그녀가 잠들어있는 모습을 매일매일 감상할 수 있었다.

'아, 정말 귀여워 미치겠어.'

11 살 짜리 소년이 21 살의 여인이 잠들어있는 모습을 보며 귀여워 미치겠다고 하는 광경은 참으로 언밸런스한 모습이었지만 평소의 차가운 표정이 아닌 두 눈을 감고서 살짝 숨소리를 내며 깊이 잠에 빠져있는 카일라의 모습은 확실히 누가 보더라도 귀엽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스트라 자작령에 도착한 날은 오늘이었고, 도착하자마자 자주 들르던 여관으로 와 식사를 하고 침실로 향한 카일라는 씻자마자 바로 잠에 들었고 당연하게도 현재 그녀는 가벼운 차림으로 잠들어있었다. 얼핏 보면 참으로 무방비한 모습이었지만 카이라스는 그것이 체력을 최고조로 해두기 위한 준비임을 알고 있었다.

'사냥은 오늘 밤에 시작할테니까.'

대부분이 포식자인 몬스터들인 당연하게도 낮보다는 밤에 활발하게 활동하는 야행성들이었다. 그렇기에 카일라와 그는 밤 10 시부터 사냥을 나가기로 한 상태였고 밤새도록 사냥을 하기 위해서 카일라는 미리 잠에 들어 수면을 미리 채워두고 있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어둠에 의해 시야가 가려지는 것은 치명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겟지만 7 서클 마스터인 카이라스와 소드 마스터 상급인 카일라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소드 마스터의 경우 오러를 쓰지 않더라도 신체부터가 일반인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뛰어났고 당연히 시력 역시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당연히 어둠 속의 물체도 대낮처럼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고 더군다나 체내에 보유한 마나도 시력을 특히 강화할 경우 500m 밖에 떨어진 물체의 모습도 바로 눈 앞에서 보는 것처럼 확인할 수 있었다. 거기에 기척을 느끼는 능력 역시 탁월했으니 몸을 숨기고 야습을 하려는 몬스터들의 존재도 쉽게 파악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고위 마법사 역시 소드 마스터 못지 않게 어둠 속에서도 강력했다. 어둠이 시야를 가리는 문제를 3 서클의 주문인 인프라비젼 마법으로 밤에도 낮에처럼 볼 수 있게 만든 다음 4 서클의 주문인 위자드 아이 마법으로 멀리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게 한다면 소드 마스터가 그러하듯 고위 마법사가 느끼기 역시도 별빛 하나 없는 어두운 밤도 대낮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마법사는 기척을 느끼는 점은 검사에 비해 한참 떨어지지만 기운을 느끼는 것은 검사보다 발달되어있어 기습하려는 몬스터들의 접근도 기운을 느끼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다양한 마법으로 몬스터들의 기습을 역으로 엿먹여줄 다양한 함정들을 설치할 수도 있었다.

그런 소드 마스터와 고위 마법사가 함께 한다면? 아마 몬스터들은 죽어나갈 일만 남았을 것이었다.

'내 년이면 8 서클에는 오를 것 같고...당분간은 카일라 누나를 도와줘야겠어. 연습도 될테고 말이야.'

자신이 지금 생각하는 새로운 힘들을 얻기 위한 준비를 하냐고 마법의 진도가 영 부진했지만 카이라스는 미래를 위해서 기꺼이 참아내고 있었다. 마법만 죽자고 익힌다면 그는 이미 8 서클의 후반부 쯤이나 아슬아슬하게 9 서클에 도달하는 수준이 되었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검술 쪽에서 빠른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었다. 아무래도 강력한 힘이 있으면 그 힘에 더욱 의지를 하게 될터였고 더군다나 뒤늦게 시작한 것일수록 깨달음을 얻기는 더욱 힘든 법이었다.

이미 완벽한 깨달음들을 가진 마법보다는 전생에 완벽하게 깨달음을 얻지 못한 검술 쪽에 더욱 많은 깨달음을 얻어야만 했고 또 그 외에도 새로운 힘들을 얻어야만 했다.

'그런 점에서 에이미와 플로리아에게 배워두길 잘했지.'

전생에 대주술사였던 에이미와 대정령사였던 여황제 플로리아가 가진 힘들은 당연하게 10 서클 마스터로서 마법사 중의 마법사인 카이라스로서는 흥미가 동할 수 밖에 없었다. 애초 마법사라는 종자들이 호기심이 무척이나 강했고 지식에 대한 탐구욕이 상인들의 재물욕을 가뿐히 능가하고 있었으며 카이라스 역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나 황족들이 모조리 살해당함으로서 갑자기 황제라는 막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자리를 떠안게 되어버린 플로리아는 레드 드래곤 카르베너스와 트롤 로드 트루이의 합공에 살해당하기 이전에는 전쟁터에서 항상 막대한 활약을 선보이고는 했었다. 놀라울 정도로 막강한 그녀의 정령력은 인간 정령사들은 물론이고 엘프 정령사들도 상상도 할 수 없는 막대한 수치였었고 카이라스는 어떻게 인간이 그런 정령력을 가질 수 있는지 신기하게 여기며 그녀의 허락 하에 그녀가 가진 힘을 연구해보고는 했었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그냥 타고난 재능이라는 것이었다. 10 서클 마스터였던 카이라스가 볼 때에도 어떻게 그런 막대한 정령들에 대한 친화력을 지녔으면서도 동시에 자신 못지 않은 마나에 대한 친화력을 가진 것이 놀라웠었다. 만약 플로리아가 두뇌 역시 카이라스의 수준이었다면 아마 그녀는 카이라스 이상의 괴물이 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머리가 좋기는 해도 8 서클을 넘길 수준까지는 아니었지.'

하지만 그녀는 마법을 익히더라도 8 서클 이상을 넘길 수 있는 수준의 재능은 되지 못했고 거기에다가 육체는 심각한 몸치였기에 검을 쥐어줬다간 자기 발을 찌르고도 남을 여인이었다. 거기다가 그녀가 그 정도의 힘을 가진 이유 자체도 본래는 그저 마나를 쌓아서 정령력으로 변화시키고 정령들을 보다 오랜 시간 중간계에 강림해 지낼 수 있게 하여 같이 오랫동안 노는 것이 전부였었다.

정령들과 즐겁게 웃으며 노는 그녀는 진심으로 행복해보였고 전쟁으로 인해 정령들이 전투에 나서서 싸울때도 그녀는 정령들을 싸움에 몰아넣는 것을 항상 내키지 않아했고 그녀에 의해 소환된 정령들이 괜찮다고 그녀를 달래주는 광경도 카이라스는 심심치 않게 봤었다.

'현재 드래곤 하트에 저장된 자연의 종류는 5 개지만 넣어둔 기운의 숫자가 너무나 적어.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라면 당분간은 이런 약골인 상태도 감수해야겠지.'

7 서클 마스터에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이면 상당한 무력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카이라스는 지금의 이 허약한 상태로 몇 년을 더 지내야한다는 것이 암울하기만 했다. 그렇다고 지금 한 쪽만 갑자기 강해진다면 다른 쪽의 발전을 시키기는 힘들터였고 무엇보다도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지금, 그는 적절히 조율을 해가며 성장을 해야할 때였다.

만약 지금 그가 10 서클 마스터가 된다면 그의 육체는 여러번의 바디 체인지 현상으로 인해 완벽하게 마법사로서의 육체가 될터였고 다른 분야에서는 원래 가진 재능만큼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이었다. 그렇지만 적절히 섞어가며 익힌다면 그의 육체는 성장을 해갈때도, 바디체인지 현상을 겪을때도 그가 가진 힘들을 모조리 소화해낼 수 있게 알아서 변형을 하고 성장을 해줄 것이었다.

'그리고 빨리 자라야 얼른 누나와 결혼도 할 수 있겠지.'

마치 키스를 기다리는 동화 속의 공주님처럼 잠들어있는 카일라를 바라보는 카이라스의 두 눈은 뜨거운 갈망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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