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화 〉[하라나드 숲에서] 2
"음메에에에!"
키가 무려 3.5m에 달하는 거구의 미노타우루스가 전신이 감전이 되어 연기를 모락모락 피우며 뒤로 쿵- 하고 쓰러졌다.
상위급의 대형 육상 몬스터라는 미노타우루스를 쓰러뜨린 11 살의 소년, 카이라스는 바로 미노타우루스의 생명의 기운을 감지해보았다. 그리고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통하여 미노타우루스가 죽었음을 확인한 그는 미노타우루스의 사체에 다가간 후 자신의 아공간을 열고는 미노타우루스의 사체를 자신의 아공간 안으로 집어넣었다.
"이게 바로 고위 마법사의 장점이지."
아공간을 닫으며 카이라스가 미소를 지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푸화아악!
"음메에에..."
그리고 그가 미소를 지은 순간 옆 쪽에서는 또 하나의 미노타우루스가 목 위와 목 아래가 사이좋게 분리되었고 목 위가 목 아래 부분과 떨어져 허공을 나르며 지상으로 떨어져 데구르르- 구르자 당연하게도 생체기능이 정지된 미노타우루스는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앞으로 쓰러졌다.
슥-
미노타우루스의 목을 간단히 베어버린 카일라는 말 없이 자신의 검을 허리에 찬 검집의 안으로 집어넣었다.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여 미노타우루스의 목을 베었기에 오러 블레이드가 절단한 미노타우루스의 목 중앙 부분은 마치 불로 지진듯한 모습으로 타있었고 당연하게도 그녀의 검에도 단 한 방울의 피도 묻지 않았다.
이 둘은 현재 하라나드 숲 속에서 몬스터 사냥을 한창 하는 중이었고 이 미노타우루스들은 재수 없게도 상급의 소드 마스터와 7 서클 마스터의 파티에 걸려든 사냥감들이었다.
"누나, 그 쪽도 끝났나보네."
"응, 끝났어. 빨리 아공간에 넣어."
카일라가 무미건조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이런 말투는 그녀의 여신과도 같은 아름다운 외모가 아니었다면 듣는 사람들은 불쾌함을 느낄 법한 말투였지만 당연하게도 카이라스는 조금의 불쾌함도 느끼지 않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았어. 이것만 넣고 아침 차릴께."
"응."
카이라스는 카일라가 처리한 미노타우루스의 사체를 아무렇지도 않게 바로 아공간 안으로 집어넣었는데 몬스터의 사체를 바라보는 그의 눈은 당연하게도 아무런 거리낌도 없어보였다. 보통 11 살이라면 시체라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정상이었고, 두려워하지 않는 강한 정신력을 가졌다해도 혐오감을 느끼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카이라스가 미래에서 겪은 전쟁에 비하면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매일매일 수많은 종족들의 시신을 보아오고 수많은 적군들을 직접 죽여온 카이라스는 다섯 자리수는 가볍게 넘기는 숫자의 이종족들을 그의 강력한 마법의 힘으로 처리해왔기에 이런 몬스터의 사체 따위를 보아봤자 그의 정신력은 아무런 미동도 일어날 수 없었다.
카일라도 처음에는 몬스터를 죽이고도, 몬스터의 사체를 보고도 아무런 흔들림도 없는 카이라스의 모습에 살짝 놀라워했지만 아르테일 공작가의 훈련소에서 마물들을 이미 죽여본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쉽게 납득하며 넘어갔다. 11 살짜리 꼬마가 몬스터의 사체를 보고 무덤덤한 모습은 11 살 짜리 꼬마가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의 경지와 7 서클 마스터를 겸하는 것보다는 정상적이었으니깐.
"자, 그럼 아침부터 차려볼까."
그렇게 말한 카이라스는 넓은 공터의 주변에 가볍게 결계 마법을 쳐두어 자신들의 모습이 몬스터들의 시야에 잘 띄지 않게 한 후 공터의 중앙에서 나뭇가지들을 놓고는 바로 불을 피웠다.
"파이어."
1 서클의 마법, 파이어를 통해서 불을 피운 카이라스는 아공간에서 만든 즉시 아공간에 냄비채로 넣었던 쇠고기 스튜를 꺼내서는 냄비 채로 불 위에 놓고 가열하여 데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쇠고기 스튜의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갔고 카이라스는 냄비를 마법으로 허공에 고정시켜서 자동적으로 불로 쇠고기 스튜가 끓여지고, 또 데워지게 한 후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는 그 위에 접시를 올려놓은 후 숟가락과 포크를 꺼내었다.
"물도 있어야지."
그리고 물컵들도 하나씩 꺼낸 그는 거기에 3 서클의 정화 마법, 퓨리피케이션 마법을 통하여 정화시킨 깨끗한 시원한 생수들을 담았고 그 후 빈 접시 위에 버터를 발라서 구운 빵들을 아공간에서 꺼내 올려놓고는 마법으로 살짝 데우는 것으로 빵을 갓 만든 빵처럼 따끈따끈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스튜를 덜어먹을 그릇들과 국자를 꺼낸 카이라스는 그릇 하나를 카일라에게 건네주었다.
"스튜는 누나가 원하는 만큼 떠 먹어. 먹을 것은 많이 있으니 얼마든지 먹어도 돼."
"응."
여자들은 살 찌는 것에 민감하여 많이 먹지를 않는다지만 그런 고민은 카일라에게는 통용되지 않았다. 애초에 그녀가 하루에 소모하는 칼로리는 정상인의 10 배는 가뿐히 넘었고 특히나 검술 수련 뿐만이 아니라 몬스터 사냥을 반복해야하는 당분간은 소모할 칼로리가 특히나 많이 소모될 것이었기에 결단코 살이 찔 일은 없었다. 물론 소드 마스터인 그녀는 움직이지 않더라도 마나를 전신에 순환시키는 것만으로도 살이 찌는 일을 막아버릴 수 있었지만 말이었다.
"후우~"
자신의 그릇에 먹을만큼 스튜를 던 카이라스는 우선 숟가락으로 감자를 잘라서 떠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옆의 카일라에게 계속해서 시선을 주었는데 그녀 역시도 맛있게 스튜를 먹고 있었고 사랑하는 그녀가 자신이 만든 스튜를 그녀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카이라스는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어머니인 엘리나는 요리 실력이 상당히 뛰어난 편이었지만 그녀의 친조카인 카일라는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요리에 재능이 없었다. 시공회귀 이전에도 카이라스는 그녀에게 요리를 가르쳐보려고는 했었지만 그녀는 요리를 배우려고 하는 의지도 부족했고 재능도 심하게 없었고 그녀가 만든 요리들은 도저히 인간이 먹을 요리가 아니었다. 그녀의 요리를 한 번 맛본 카이라스는 해독 마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겨우겨우 끔찍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정도였다.
'유리아나도 만만치 않았지만...'
카일라와는 달리 요리를 배워서 자신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겠다는 열정이 가득했던 유리아나였지만 그녀가 만든 요리는 요리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 자체가 음식에 대한 모독들이었다.
'내가 요리를 할 줄 알아서 다행이었지.'
그렇기에 이번 생에서도 카이라스는 결단코 카일라는 물론 아직 어려서 훗날 자랄 유리아나에게도 요리를 시킬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구나...후후후.'
스튜와 빵을 먹고 있는 카일라의 모습을 보자니 정말인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느낌이었기에 카이라스는 스튜를 느릿느릿 먹으며 카일라의 모습을 마음껏 감상하였다. 검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핫팬츠에 마법이 걸려있는 가벼운 미스릴이 함유된 은색의 상의를 입고 있는 카일라의 모습은 가냘프게까지 보이는 날씬한 몸매와 풍만한 굴곡을 강조하여 여신 같이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과의 조화로 인해 스튜를 먹고 있는 모습까지도 너무나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특히나 그녀의 연분홍빛 입술에 묻은 스튜의 소스를 본 카이라스는 키스로 닦아주고 싶다는 충동을 억지로 억제해야했다. 실제로 시공회귀 이전에는 입술을 혀로 핥아주거나 키스로 빨아주는 등은 아무렇지도 않게 했지만 지금의 그는 11 살이었고, 15 살이 되기 이전에는 자중해야만 했다.
"누나, 여기."
카이라스는 충동을 억지로 억누르며 아공간에서 붉은 냅킨 하나를 꺼내서 카일라에게 건네주었고 냅킨을 아무런 말 없이 받은 카일라는 마침 스튜를 다 먹은 참이었기에 입술을 비롯한 입 주변을 냅킨으로 닦은 후 카이라스에게 돌려주었다.
"잘 썼어."
그리고 냅킨을 돌려준 카일라는 이어서 빈 그릇과 접시도 건네주었다.
"그리고 잘 먹었어."
"누나가 잘 먹었다니 기분 좋네."
카이라스는 그렇게 말한 후 미소를 지으면서 빈 그릇들과 냅킨을 향해 클린 마법을 시전하여 단숨에 설거지(?)를 끝낸 후 깨끗해진 그릇들을 아공간 안에 집어넣었다. 언제나 생각하는 것이었지만 마법이란 정말로 편리하기 그지 없었다. 특히나 아공간은 아공간 안에 넣은 물품들은 서로 충돌도 일어나지 않고 알아서 분리되어있고 서로 맞닿지도 않으니 음식 같은 것을 넣어도 오염될 위험도 없었고 몬스터의 사체를 넣어도 다른 물건들이 더러워질 위험성도 없었다.
그저 아공간에 넣어둔 물품들은 아공간을 열면 알아서 아공간 안에 있는 정보들이 전달되어서 무슨 물품들이 있는지 알려주었고 그 원하는 물품을 꺼내고 싶다고 생각하며 손을 넣기만 하면 꺼낼 수 있으니 아공간이야말로 마법사에게 가장 큰 축복이라고 카이라스는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슬슬 아침도 먹었는데 누나는 어떻게 할래? 좀 쉬었다가 갈까? 아니면 지금 갈까?"
"...좀 쉬었다가 가자."
밤새도록 사냥을 한 카일라는 카이라스의 물음에 쉬었다 가는 것을 택하였고 카이라스는 공터 주변에 다시금 은신의 결계를 더욱 강하게 쳐두고는 여러가지 보호 마법과 결계, 그리고 알람 마법 등을 쳐둔후 카일라가 앉아있는 돗자리 위로 돌아왔다.
"마법들을 쳐놨으니 일단 후각이 좋은 오우거도 우리를 쉽게 발견하지 못할거고 또 찾아낸다 해도 공격을 여러번은 해야 지금 쳐둔 보호 마법들이 깨질거야. 이제 나...하암...1 시간만 잠시 잘께."
아직 성장기라서 그런지 카이라스는 7 서클 마스터임에도 불구하고 육체가 쉽게 졸려지는 것을 느끼고는 살짝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일라에게 할 말을 다한 카이라스는 돗자리 위에 앉아있는 카일라의 옆에 누워서 그대로 잠들었고 카일라는 말 없이 잠시 잠들어있는 카이라스를 쳐다보았다.
"......"
무릎을 공손하게 꿇고 앉아있던 카일라는 카이라스의 머리를 살짝 들어올리고는 자신의 허벅지에 머리를 기댈 수 있게 해주었고 베개 이상으로 부드러운 그녀의 허벅지에 얼굴을 기댄 카이라스는 더욱 편안하게 수면에 빠질 수 있었다.
"잘 자네."
잠들어있는 카이라스의 모습을 바라보던 카일라는 밤새도록 사냥을 한답시고 많은 양의 마나를 소모했기에 천천히 마나홀에 마나를 회복시켜두기 시작했다. 카이라스가 마법을 골고루 쳐두기는 했지만 이곳은 하라나드 숲이었다. 몬스터들의 왕국이자 천국이었다.
지금 이렇게 쉬는 시간일 때, 카이라스의 보호 마법들이 있을 때 소모한 마나를 조금이라도 더 보충해둬야만 했다.
"......"
두 눈을 감고 카일라가 명상에 빠져든지 1 시간 후, 여전히 카일라는 명상을 하며 마나홀 안에 마나를 끌어모으고 있었고 카이라스는 수면에서 일어났으면서도 계속해서 가만히 누워있었다.
'아, 정말 좋다.'
카일라의 부드러운 허벅지의 감촉을 계속해서 느끼고 싶은 카이라스는 하라나드 숲에 오길 잘했다는 기분이 새록 들었다. 더군다나 이렇게 가까이에서 편하게 향기를 맡고 있으니 입 안에 군침까지 고이고 있었다. 시공회귀 이전이었다면 바로 카일라의 새하얀 허벅지를 핥고 빨았을 터였기에 그 충동을 다시금 억누르며 카이라스는 15 살이 되는 날이 미친듯이 기다려졌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이 순간까지도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만남을 이 하라나드 숲에서 하게 될 줄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채 이렇게 카일라와 함께 있는 기분을 즐겁게 여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