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
오우거는 육상의 몬스터 중에서도 상위급에 속하는 대표적인 대형 몬스터였다. 소드 익스퍼트 중급 이상의 기사가 아니라면 상대하기 힘들다는 몬스터였고 과거의 경우는 그 존재 자체가 강자의 숫자들이 부족하던 당시의 인간들에게는 무척이나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렇지만 지금에 이르어서는 그저 값비싼 사냥감에 불과하도록 전락해버린지 오래였다.
과거에는 전설적인 존재로 취급받던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대륙에 70 명 정도나 대륙에 존재했고 8 서클 이상의 대마법사들 역시 100 명 이상 존재하는 현 시대에서는 1000 명에 달하는 수많은 소드 마스터들과 2000 명을 넘고 있는 6, 7 서클의 고위 마법사들은 오우거 무리를 가볍게 사냥할 수 있는 막강한 존재들이었다.
당연하게도 소드 익스퍼트급의 검사들과 4, 5 서클의 마법사들은 셀 수도 없이 많았고 인간들이 강자들이 늘어난 만큼 대륙의 몬스터들은 더 이상 인간들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아닌 사냥감에 불과할 따름이었고 그것은 오우거 역시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몬스터들 중에서도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강자들도 쉽게 무시하지 못할 강력한 몬스터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트윈 헤드 오우거였다.
오우거의 변종이라 할 수 있는 이 몬스터는 이름 그대로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오우거였는데 두 개의 사고를 동시에 할 수 있으며 덩치 역시 오우거의 1.5 배에 달하는 크기였으며 자연스럽게 가진 힘 역시 오우거에 못지 않았다. 더군다나 소드 익스퍼트 중급에 이르지 않으면 생채기도 내기 힘들다는 단단한 가죽을 지니고 있었으며 막강한 괴력과 스피드 등을 감안하면 기본적으로 소드 마스터는 되어야 상대할 수 있다고 알려진 그야말로 괴물이었다.
그렇지만 트윈 헤드 오우거는 잡았을 경우 오우거의 100 마리를 잡은 것보다도 값진 결과물이기도 했는데 무엇보다도 트윈 헤드 오우거는 드래곤 하트의 약화판이라 할 수 있는 트윈 헤드 오우거만의 내단(內團)이라는 것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붉은 보석과도 같은 드래곤 하트는 9 서클 마스터에 달하는 마나가 저장되어있었기에 만약 복용을 할 경우 어마어마한 마나를 얻을 수 있었지만 그걸 복용하려는 사람은 최소 그랜드 소드 마스터나 8 서클 이상의 대마법사들 뿐이었는데 그 정도의 경지가 되지 않는한 오히려 통제할 수 없는 막대한 양의 마나는 부족한 깨달음으로는 다룰 수가 없어 역으로 원래부터 약해지는 결과만을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보통은 드래곤 하트는 손에 쥐고 마나연공법을 하기 마련인데 검사의 마나연공법이나 마법사의 마나연공법은 하는 방법들도, 마나를 인도하는 곳도 배꼽 부근의 마나홀과 심장 부근의 마나홀이라는 점에서 틀리지만 드래곤 하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효능은 똑같았다. 바로 드래곤 하트를 손에 쥐고서 마나연공법을 하면 드래곤 하트에 있는 마나가 손에 쥔 사람의 체내로 흘러들어가 평상시 마나연공법을 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되게 많은 양의 마나를 축적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드래곤 하트에는 9 서클 마스터까지의 마나가 저장되어있었고 500 살을 갓 넘긴 성룡 급의 드래곤의 드래곤 하트라 해도 꾸준히 마나를 흡수한다면 9 서클 마스터가 될 때까지 마나가 부족할 일은 결단코 없었다. 물론 성룡 급의 드래곤 하트는 5000 살 이상의 드래곤인 에이션트 급 드래곤의 드래곤 하트에 비하면 마나도 잘 회복이 되지 못한다는 단점 때문에 마나석의 대용품으로는 기대할 수 없다는 단점도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 에이션트급 드래곤의 드래곤 하트는 최상급 마나석보다도 빠른 마나 회복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최고의 마나석으로도 꼽히는데 마도시대에서 에이션트 급 드래곤의 드래곤 하트는 거의 영구적인 동력기관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마나를 흡수하기 시작할 경우에는 에이션트 급의 드래곤의 드래곤 하트라 할지라도 다른 존재의 의지의 간섭으로 인해 그 마나 회복력을 상실하게 되니 무한한 마나를 흡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과거 아르테일 공작가에서 연구한 바에 따르면 드래곤이 죽더라도 드래곤 하트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여 드래곤이 계속 살아있다고 생각하며 마나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하였으며 마나를 흡수할 경우 마나 회복력이 사라지는 원인은 자신이 보유한 마나를 흡수하려는 다른 존재의 의지를 느끼고는 드래곤의 육체가 이미 죽었음을 알아차리고 마나 회복을 자동스럽게 중단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트윈 헤드 오우거의 내단은 그런 드래곤 하트에는 비교할 수는 없지만 상당한 양의 마나가 쌓여있었고 적어도 복용한다면 7 서클의 마법사 수준의 마나는 단숨에 얻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트윈 헤드 오우거는 지금 재수없게도 하라나드 숲의 약간 깊숙한 부근에 들어온 카이라스의 눈에 띈 상태였다.
'후후후, 이게 웬 빵이냐? 생각지도 못한 대박인데?'
트윈 헤드 오우거를 마법으로 은신한채 숨어서 지켜보는 카이라스의 두 눈은 뜨거운 열기로 불타고 있었는데 그것은 당연하게도 트윈 헤드 오우거의 내단을 노리고 타오르는 열기였다.
'지금 내가 복용한다면 단숨에 8 서클 마법사가 되겠지? 검사 쪽으로서 마나를 보낸다면 소드 마스터가 될테고 말이야.'
물론 일반적인 7 서클 마스터라면 그냥 마나만 대폭 늘어난다고 해서 8 서클의 경지로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검사건 마법사건 단순히 마나만 많아야 경지를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닌 육체도 그만큼 단련이 되어있거나 걸맞는 지식들이 있어야하며 또 정신적인 깨달음 역시 충족되어있어야만 했다.
그렇지만 10 서클 마스터의 지식과 깨달음을 가지고 있는 카이라스는 마나만을 채우면 경지를 올릴 수 있었기에 이런 내단은 그에게 있어서 빠르게 힘을 회복하게 해주는 둘도 없는 천고의 보물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그가 직접 저 내단을 복용할 생각은 없었다.
'카일라 누나에게 선물로 줘야지.'
그는 내단을 사랑하는 여인에게 선물로 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여인이며 어머니가 점찍어준 절반 쯤은 약혼녀인 카일라는 정말인지 미친듯이 사냥에 몰입하여 현재 약간 떨어진 거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었고 그녀와는 달리 힘을 아껴둔 덕에 그녀가 쉬는 동안에도 그는 이렇게 사냥을 할 수 있었다.
'트윈 헤드 오우거는 머리가 하나만 살아있어도 다른 한 쪽의 머리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재생해버리지.'
트윈 헤드 오우거를 사냥할 때 가장 짜증나는 점을 꼽으라면 모두들 당연하게도 트윈 헤드 오우거의 거대한 덩치도, 괴력도, 스피드도, 방어력도 아닌 재생력을 꼽을 것이었다. 팔, 다리를 자르더라도 몇 분 지나지 않아서 새로 돋아나는 것은 물론이고 머리 두 개를 보통 1 분 내에 연달아 잘라버리거나 파괴하지 않을 경우 머리를 하나를 파괴하는 것으로는 다시 재생해버리는 트윈 헤드 오우거의 트롤 이상의 짜증나는 재생력은 보통 성가신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괜히 소드 마스터나 6 서클 이상의 마법사만이 트윈 헤드 오우거를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에게 트윈 헤드 오우거는 가벼운 사냥감에 불과했다.
"윈드 캐논 & 윈드 캐논 & 파이어 캐논!"
트리플 캐스팅으로 인한 3 개의 주문으로 인해 두 개의 바람의 포탄과 하나의 불의 포탄이 정확한 각도로 각각 트윈 헤드 오우거의 머리에 명중했다.
"크어어어엉!"
머리에 거대한 타격과 폭발을 동시에 당한 트윈 헤드 오우거는 이 갑작스러운 날벼락에 의식이 희미해지는 것을 느끼었다. 카이라스는 마법으로 철저하게 기척을 숨기고 있었고 심지어 냄새나 기운마저 숨기고 있었기에 트윈 헤드 오우거는 카이라스의 존재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런 와중에 7 서클 마스터인 그의 기습에 제 아무리 흉폭하고 위험하기로 유명한 트윈 헤드 오우거라 해도 무력할 뿐이었다.
특히나 일반적인 7 서클 마스터들과는 달리 주문을 한 번에 네 개까지 외울 수 있는 카이라스는 그야말로 트윈 헤드 오우거에게는 천적이라 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는 5 서클 이하의 마법을 시동어만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다가 무려 한 번에 4 번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
"번 플레어 & 번 플레어 & 파이어 캐논 & 파이어 캐논!"
트윈 헤드 오우거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틈을 노린 카이라스는 바로 연이어서 4 개의 5 서클의 폭발 주문 2개와 불의 포탄 마법 2개를 다시 사용하여 트윈 헤드 오우거의 머리에 정확히 날렸고 원하는 목표 지점에서 알아서 폭발해주는 번 플레어는 그렇다쳐도 정확하게 각도를 조절해 날려야하는 2 개의 파이어 캐논 역시도 카이라스는 10 서클 마스터의 센스와 운용법을 사용하여 정확하게 트윈 헤드 오우거의 두 개의 머리에 명중시켰고, 트윈 헤드 오우거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채 머리가 완전히 날라가버리는 것으로 앞으로 쿵 하고 쓰러졌다.
"자, 그럼 내단을 꺼내보실까."
머리가 날라간 트윈 헤드 오우거의 사체로 히죽 웃으면서 다가간 카이라스는 바로 마나를 느끼는 것으로 트윈 헤드 오우거의 내단이 있는 위치를 확인했고 정확히 트윈 헤드 오우거의 등을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의 검사의 상징인 오러 쓰레드를 생성시켜서 정확하게 찔른 카이라스는 검의 옆면으로 트윈 헤드 오우거의 몸 속에 있는 내단을 꺼내었다. 트윈 헤드 오우거의 내단은 녹색으로 되어있었는데 드문드문 빨간 피가 묻어있는 것이 외관상 별로 좋지 못했다.
특히나 이 내단을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선물하려고 하고 있는 카이라스로서는 선물이 이런 더러운 꼴인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클린!"
바로 클린 마법을 사용하여 내단에 묻어있는 피들을 깨끗히 제거한 카이라스는 흡족하게 웃음을 지었다. 거대한 트윈 헤드 오우거의 시체 앞에서 흡족한 웃음을 짓고 있는 11 살의 소년의 모습은 그야말로 기괴하기 그지 없었지만 카이라스 본인은 지금 카일라에게 줄 좋은 선물을 구했다는 것에 무척이나 기뻐하고 있었다.
"자, 그럼 돌아갈까."
아공간 안에 트윈 헤드 오우거의 사체를 넣은 후 카이라스는 카일라가 있을 자신이 만들어둔 휴식처로 돌아갔고, 그 곳으로 향하던 중 그의 안색이 살짝 굳어졌다.
'마법이 깨져있어?'
그가 쳐둔 보호 마법이 깨져있는 것을 알아차린 카이라스는 급히 스스로에게 헤이스트 마법까지 걸어서 스피드를 빠르게 한 다음 빠르게 달려갔고 그곳에서 그가 본 것은 초토화되어있는 주변 뿐이었다. 그리고 그가 두고 간 돗자리며 물품들은 그야말로 갈기갈기 찢어져있었으며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카일라 누나가 없어?'
분명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을 카일라의 모습은 이곳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카일라가 사라졌다는 것에 카이라스는 입술을 살짝 깨물면서 서서히 가슴에서부터 치솟아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대체...어떤 새끼가 카일라 누나를 습격한거야? 카일라 누나에게 사소한 상처라도 냈다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어.'
속으로 평상시 하지 않던 욕설까지 섞어가며 크게 분노한 그는 바로 카일라의 위치를 찾기 위해 2 서클의 추적 마법인 포지션 트레킹을 우선 사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