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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화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 2 (23/380)



〈 23화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 2

물건이나 대상을 지정하여 찾아내는 추적 마법인 포지션 트레킹은 7 서클 마스터인 카이라스가 쓸 경우 보다 넓은 범위까지도 확실하게 찾아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의 추적 마법으로도 카일라의 위치를 알아낼 수가 없었고 그 때문에 그는 초조한 기분이 되었다.

'대체, 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소드 마스터 상급인 그녀의 실력이라면 쉽게 당하지 않았겠고 주변의 풍경을 보아하니 상당히 격렬한 싸움이 있던 것 같지만 결정적으로 카일라가 사라졌다는 것과 그녀를 습격한 자는 카일라보다 강하다는 것이 카이라스에게는 중요했다. 그가 아무리 카일라보다 강하다고는 하지만 습격한 자 역시도 카일라보다 강했고 어쩌면 지금의 그보다도 강할 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트윈 헤드 오우거에게서 얻은 이 내단은 내가 복용해야할지도 모르겠어.'

그 뿐만이 아니라 1 년 동안 틈틈히 자연의 기운을 쌓아주었던 드래곤 하트들의 기운 역시 당장에 흡수를 해야할지도 몰랐다.

'지금이라면 최소 중급 정령들과는 계약할 수 있겠지.'

중급 정령들이라면 하나하나가 5 서클 마스터에 비할법한 실력이었으니 분명히 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정령들을 운용해본 적은 없지만 플로리아가 어떤 식으로 정령들의 힘을 활용하는지를 보아오고, 또 정령술을 쓰는 엘프들과도 수많은 전투를 겪어본 그는 당연하게도 정령술을 상대하는 법만이 아니라 어떻게 활용해야할지도 상당히 알고 있었고 계약을 하고 난다면 처음 몇 번은 실수도 있겠지만 금방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기운들을 흡수한다면 정령 계약 외에도 부수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었다.

'당장 계약을 해야겠어.'

정령들을 이용한다면 카일라를 찾기도 보다 수월해질 것이었다. 당장 쓰기는 아깝기는 하지만 드래곤 하트에 모여있는 기운들이야 다시 모으면 그만이었고 당장 그는 보다 힘이 필요했다.

그리고 아공간에서 불의 마나, 물의 마나, 바람의 마나, 대지의 마나, 뇌전의 마나를 저장하고 있는 5 개의 드래곤 하트들을 꺼낸 카이라스는 단순히 손에 쥐고 힘을 흡수하는 것이 아닌 아예 기운들을 모조리 끌어들여서 자신의 체내로 받아들이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렇게 드래곤 하트에 깃든 자신의 것으로 단번에 흡수를 하는 것은 8 서클 이상의 대마법사는 되어야 가능한 일이었지만 마나만 부족할 뿐이지 깨달음 자체는 10 서클 마스터인 카이라스는 7 서클 마스터인 지금도 충분히 이런 짓을 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5 개의 순수한 자연의 속성을 가진 기운들이 일제히 카이라스의 체내로 흡입되어 전신으로 퍼져갔다.

'크으윽!'

그리고 5 개의 기운들은 당연하게도 반발을 보이며 카이라스의 신체 내부에 전신으로 퍼지며 막대한 고통을 그에게 선사했지만 초월적인 정신력으로 그 고통을 견뎌내면서 카이라스는 그 기운들을 모조리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바로 절반은 자신의 심장 부근의 마나홀로 보냈고, 나머지 절반은 자신의 배꼽 근처의 마나홀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그 기운들은 서서히 카이라스의 체내에 있는 마나들에게 흡수되었다.

마나홀들로 들어온 순수한 자연의 기운인 다섯 개의 기운들인 금새 얌전히 마나홀들에 안착이 되었는데 본래라면 아무리 순수한 기운들이라 해도 이렇게 얌전하게 안착할리는 없었지만 마나홀에 들어온 순간 10 서클 마스터의 정신력을 가진 카이라스의 막강한 의지에 짓눌린 마나들은 얌전히 그의 통제를 따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야말로 10 서클 마스터에 올랐던 그만이 가능한 현상이었다.

또 그로 인해 카이라스는 늘어난 마나를 통하여 막혀있던 한 개의 벽을 뚫었다.

쿠궁!

바로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을 넘어서 소드 마스터의 경지로 오른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옷이 바로 불타버리며 바디 체인지의 현상이 시작되었지만 이 자리에서 기절했다가는, 또 바디 체인지로 시간을 끌었다간 카일라가 어떻게 될지도 몰랐기에 카이라스는 필사적인 정신력으로 강제로 의식을 잃지 않고 버티었고 다행히도 바디 체인지의 현상은 불과 3 분만에 끝이 났다.

역사상 전례 없는 속도였지만 억지로 바디 체인지의 속도를 자신이 보유한 마나들로 가속화시킨 대가로 카이라스는 바로 피를 토해냈지만 그것만을 제외하면 문제가 없었고 그는 숨을 가다듬었다.

'빨리 정령들을 불러내야해.'

특히나 바람의 정령과 대지의 정령이라면 카일라가 어디에 있는지도 손쉽게 찾아내 줄 수 있을 것이었기에 카이라스는 제일 먼저 바람의 정령과 계약에 들어갔다.

스윽스윽

소드 마스터 초급의 경지를 회복하여 보다 섬세하기 움직일 수 있게 된 검으로 바닥에 마법진을 정교하게 그린 카이라스는 바로 마법진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의 마음은 다급하기 그지 없었지만 이 상황에서도 마법사 답게 침착함을 잃지 않은 그는 조급함으로 인한 실수를 보이지 않았고 그 덕분에 마법진을 단번에 완성시킬 수 있었다.

"나, 카이라스는 태고의 약속에 따라 이 세상에 구성된 바람의 의지를 불러낸다."

그리고 정령 소환을 위한 주문을 외운 카이라스의 말에 반응하여 그가 그린 마법진, 정확하게는 정령 소환진에서는 빛이 났고 정령 소환진에서는 카이라스가 체내에 가지고 있는 바람의 마나로 인해 급격히 늘어난 그의 바람 속성의 친화력을 느끼고는 카이라스가 바라던 바람의 정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소환된 바람의 정령은 12 살 정도로 보이는 녹색의 머리카락의 예쁘장하게 생긴 제법 귀여운 용모의 소녀의 모습이었는데 꺄르르 웃으면서 카이라스의 소환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정령들에게는 정령계는 너무 심심한 세계였고 중간계는 놀거리가 풍부한 별천지로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정령사에게 소환되길 바라는 정령들은 너무도 많지만 친화력을 가진 인간의 숫자는 한정이 되어있어서 소환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소환의 부름을 받아 중간계로 소환되는 것에 성공한 정령들은 거의 복권에 당첨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기분들이었다.

'중급 정령이군.'

카이라스는 소환된 바람의 정령, 실프를 바라보고는 눈 앞의 실프의 등급이 자신이 원한대로 중급 정령임을 단번에 파악했다. 이로서 그는 확실하게 중급의 바람의 정령사가 된 것이었다. 그렇지만 아직 정령과 계약을 성사시킨 것은 아니었기에 카이라스는 정령과의 계약을 위하여 절차대로 나갔다.

"내 이름은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 그대를 소환한 소환자로서 바람의 정령인 그대와의 계약을 원한다."

카이라스가 계약의 의사를 밝히자 바람의 중급 정령, 실프 역시 응답했다.

[나 중급의 바람의 정령, 실프는 그대의 계약에 응하노라.]

슈우우웅!

그리고 녹색의 바람의 정령의 문장이 카이라스의 오른쪽 손등에 새겨지며 찬란한 빛을 발하였고 카이라스는 무엇인가 연결고리가 생긴 것을 느끼고는 계약이 성사되었음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계약이 끝나자마자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한 실프는 까르르-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카이라스의 옆에서 장난을 치고는 했는데 계약을 성공한 것이 너무나도 기쁜 모양이었다.

카이라스는 11 살이었지만 균형 있는 식사와 꾸준한 단련을 해왔기에 키가 또래에 비해서는 상당히 큰 편이었기에 오히려 12 살 여자애의 모습인 실프보다 키가 컸지만 그의 표정은 지금 더 없이 굳어있어서 장난을 받아줄 상황이 아니었다.

"실프, 소환하자마자 미안하지만 사람 한 명만 좀 찾아줄래?"
[사람?]

카이라스의 말에 실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이내 자신과 실프의 계약자로서의 연결 고리를 통하여 카일라에 대한 정보를 보내었고 실프는 잠시 멀뚱히 서있다가 이내 무엇인가를 속삭였다.

[바람이 남긴 기억을 찾았어. 이것을 따라 추적하면 될거야.]

그렇게 말한 실프는 카이라스가 그녀에게 카일라에 대한 모습과 정보를 보냈듯이 카이라스에게 '바람'이 본 이곳에서 벌어진 일들을 우선 보여주었고, 카이라스는 불과 몇 초만에 빠르게 지나가는 영상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마치 주마등을 보는 것처럼 그가 본 것을 모두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

그리고 바람이 보여준 이곳에 남겨진 바람의 기억을 통하여 이곳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본 카이라스의 안색이 더욱 굳어졌는데 그의 안색은 아예 이제는 창백하게 보일 정도였다.

"어떻게...어떻게 여기서?"

카일라를 습격한 존재를 바람의 기억을 통해서 확인한 그는 전신의 체온이 급격히 내려간 것을 느끼었다. 그녀를 습격했던 존재는 놀랍게도 그가 아주 잘 알고 있는 존재였다. 이 시대의 '그'는 자신을 모르겠지만 적어도 미래에서 시공회귀를 한 그는 카일라를 습격한 자가 누구인지 아주 잘 알았다.

"보링논...!"

바로 뱀파이어 퀸 디아나의 부하 중 하나였으며, 뱀파이어들에게서조차 비열함의 대명사로 불렸던 악질 중의 악질이었던 후작의 작위를 가진 뱀파이어였다.

'망할, 어떻게 여기서 그 놈이 나오는거야?'

카이라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뱀파이어들이 사는 곳은 하라나드 숲이 아니었다. 아르테일 공작가의 서부에서 북쪽에 위치한 하라나드 숲이 아닌 그들의 서식지는 오히려 아르테일 공작가에서 남쪽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뱀파이어 퀸인 디아나의 성 역시 남쪽의 어딘가에 있다고 알려져있었고 전쟁 당시 카이라스는 그 얘기가 사실이라는 것도 직접 확인도 했었다.

'역시 지금 내단을 복용해야겠어.'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한 카이라스는 망설임이 없어졌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시공회귀 이전에 보링논은 그랜드 소드 마스터 초급에 비견될만한 힘을 지니고 있던 자였다. 거기에 매혹이나 현혹, 그리고 환술 등은 무척이나 성가셨고 7 서클 마스터인 지금으로서는 그가 아무리 다른 7 서클 마스터들보다 강한데다가 소드 마스터 초급의 힘도 겸하고 있다지만 승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

카일라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확실한 힘이 필요했다.

'카일라 누나에게 이상한 짓을 하기라도 한다면 네 놈의 영혼조차 남겨두지 않겠어.'

그렇게 분노에 불타는 목소리로 말한 카이라스는 바로 아공간에서 트윈 헤드 오우거를 잡으면서 얻은 내단을 꺼내었다. 지금 그는 드래곤 하트에 저장된 기운들을 흡수하였지만 억지로 마나홀에 쑤셔넣고 10 서클 마스터의 정신력으로 그 마나들을 강제로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완벽한 힘을 발휘하려면 좀 더 안정을 시킬 여유로운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지금 그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그가 본 기억에서 카일라는 보호 마법들을 시전자인 카이라스도 느끼지 못하게 주술로 해제를 하고 들어온 보링논의 습격을 받고는 전력을 다하여 맞서 싸웠지만 결국 보링논에게 패배하여 끌려갔기 떄문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끌려간 방향도 모두 알고 있었고 바람이 통하지 않는 어느 건물 안으로 들어간 것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제발 늦지 않기를...'

그렇게 말한 카이라스는 바로 내단을 삼키었다.

바스락-

"하아하아..."

그리고 내단을 갓 삼킨 카이라스의 앞에 숨을 거칠게 쉬는 그와 비슷한 11 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 흑발에 붉은 눈동자를 한 소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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