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뱀파이어 후작 보링논]
"실프, 잠시 돌아가있어. 필요하면 다시 부를테니까."
[응.]
이 안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지 몰랐기에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며 카이라스는 실프를 정령계로 역소환을 하였다.
그리고 실프를 정령계로 되돌려보낸 후 혼자서 건물의 안 쪽으로 들어간 카이라스의 시야에 보이는 것은 정말인지 단 하나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지만 건물의 안에 있는 유일한 것은 지하로 가는 통로였고 카이라스는 지하로 가는 통로의 문을 잡아당겨 열고는 천천히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가 지내는 곳이기 때문인지 위의 건물은 적어도 문을 열면 그 순간만큼은 빛이라도 들어왔지만 이 지하는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불 하나 없어서 무척이나 어두웠고 정말인지 한 점의 빛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카이라스에게 빛 하나 없는 어둠은 문제 되지 않았다. 3 서클의 주문인 인프라비젼 마법으로 어둠 속도 환한 곳처럼 볼 수 있게 만든 다음 4 서클의 주문인 위자드 아이 마법으로 멀리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은 이미 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마치 대낮을 걷는 것처럼 실수 없이 걸음을 걷는 그는 마침내 평면으로 된 바닥에 발을 디디었다. 계단이 끝이 난 것이었다.
하지만 카이라스는 이어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들을 감지하며 얼굴을 찌푸렸다.
'이 불쾌한 것들도 오랜만이군. 재수없는 환영을 보게 하는 환술들과 온갖 주술들이 쳐져있으니 말이야.'
뱀파이어들이 전쟁에서 보여주었던 능력은 단순히 기척을 숨기는 능력을 통한 지휘관 암살들만이 아니었다.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강자조차도 완벽한 방어를 하지 못할 정도의 환술을 사용하는 후작 이상의 뱀파이어들은 인간의 군대에게 이 환술들을 사용하여 인간의 군대는 그 탓에 막대한 혼란에 빠지기도 하였었다. 이 환술에 대항할 방법은 적어도 그랜드 소드 마스터나 8 서클의 이상의 대마법사 같은 절대강자들이 나서야하는 것이었고 그들이 나선다해도 본인들만이 무사할 뿐 병사들이 환술에 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기에 환술의 대처법은 결국은 절대강자가 나서서 환술을 쓴 뱀파이어를 찾아내 처리한다나 대신관 급의 신관이 신성력으로 병사들에게 정신 보호를 걸어주는 것 정도였기에 그로인해 병사들의 피해가 막중해져가자 당시의 10 서클 마스터였던 카이라스는 휘하의 백마법사, 흑마법사를 가리지 않고 같이 연구를 하여 환술을 대처하는 마법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카이라스가 사용할 마법은 병사들에게 걸어주는 대단위 마법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만 사용할 마법이었다.
"나는 위대한 마법의 힘으로 세상을 왜곡시키는 진실을 꿰뚫어본다, 더 아이즈 오브 트루스."
진실의 눈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마법은 사실 단순히 환술 용으로만 개발한 마법은 아니었다. 환영 마법은 물론이고 사람의 감정을 꿰뚫어볼 수도 있었으며 기운의 종류 등도 선명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효능을 지닌 이 마법은 8 서클의 마법이었기에 10 서클 마스터였던 카이라스가 병사들을 위한 마법을 만들다가 시간이 남을때 순전히 자신을 위해 겸사겸사 만든 마법이었다.
애초 환술로 시야를 속이는 것이라면 모를까 8 서클 이상의 마법사 정도가 된다면 그 막강한 정신력 탓에 공작급의 뱀파이어들의 환술도 그다지 효과를 볼 수가 없었다. 애초 환술이라는 종류 자체가 시야를 속이고 또 정신에 간섭하여 정신에 혼란을 불어일으키는 종류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뱀파이어 퀸 디아나 정도가 된다면 상급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나 9 서클의 마법사가 아니라면 저항을 완벽하게 할 수 없는 수준의 환술을 구사할 수 있었고 환술이 아니더라도 그녀가 가진 순수한 전투능력 역시 엄청났다. 그런 전투능력이 있었기에 비록 공작급 뱀파이어 4 명을 패퇴시킨 후라 지쳐있기는 하지만 최상급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 유리아나를 쓰러뜨리고 그녀를 먹이로 삼을 수 있었을 것이었다.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린 카이라스는 불쾌한 시선으로 그 기억을 떠오르게 만든 주변에 서려있는 환술의 기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는 환술의 기운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바로 이 환술이 지하인 이곳에 가득차있는지 알아차렸다.
'보링논, 그 자식 본인하고 그 자식의 수하인 뱀파이어들을 제외하고 모두 시각적으로도 혼란을 느끼게 해놨군.'
10 서클 마스터의 정신력을 가진 카이라스에게야 환술이 정신적으로는 영향을 끼치지 못하지만 시야 쪽에는 약간 성가시게 할 수는 있었다. 물론 완벽한 환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그저 거리를 재는데 살짝 오차가 생기게 하는 정도였지만 그것만 해도 성가시기는 충분히 성가셨다.
"침입자..."
"호호, 침입자네..."
그리고 지하로 그가 내려오자마자 그의 냄새를 맡았는지 보링논의 수하로 짐작되는 뱀파이어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카이라스의 주변에는 어느사이 10 명의 뱀파이어들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특이하게도 전부 다 아름다운 여성들이었다.
'별로 대단하지는 않군.'
그렇지만 외모는 아름다우면서 도발적인 미녀들이었지만 카이라스는 그녀들이 그다지 전투능력이 대단하지 않음을 알아차렸다. 기껏 해야 소드 익스퍼트 중급들 정도랄까? 물론 한 명은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 수준의 무위를 가진 것 같지만 8 서클까지 경지를 회복한 카이라스가 볼때에는 그다지 대단해보이지 않았다.
단지 눈에 들어오는 점이라면 복장들이 죄다 야시시 하달까?
검은 색의 T팬티와 검은 브래지어만을 착용하고 새하얀 엉덩이와 풍만한 가슴골들을 내놓고 있는 그녀들의 모습은 참으로 뇌새적인 모습이었고, 보통 사람들이라면 그녀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넋을 잃고 있다가 그녀들에게 먹이가 될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대륙에서 손꼽히는 수준의 미녀인 어머니를 두고, 또 그와 비슷한 반열의 수준의 미녀인 카일라를 보아온 카이라스의 시점에서 그녀들의 미모는 그다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당장에 지금은 5 살 짜리 꼬마에 불과하다지만 미래에 아름답게 성장할 유리아나의 미래의 모습만 해도 카일라에 못지 않은 대륙에서 손꼽히는 수준의 절세미녀였다. 시공회귀 이전에도 뱀파이어 족 중에서 그녀들의 미모에 비견될만 했던 것은 뱀파이어 퀸인 디아나 정도였다.
'셀리나라는 아까 그 여자애라면 가능성이 보이지만.'
그것을 끝으로 그녀들의 외모에 대한 생각을 접은 카이라스는 주의 깊게 자신을 둘러싼 뱀파이어들을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그의 시선은 그녀들의 목으로 향했는데 10 명 전원이 목에 상처의 자국이 일부가 나있는 것을 본 그는 얼굴이 굳어졌다.
이곳에 모인 10 명의 뱀파이어 미녀들은 전부 순혈의 뱀파이어가 아니었던 것이었다. 그녀들은 전부 인간이었다가 뱀파이어에게 물리고 피를 빨린 후 감염되어 뱀파이어가 되어버린 인간 출신의 뱀파이어들이었고 그녀들의 모습을 보자 카이라스는 카일라가 잡혀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보링논 그 자식! 역시 카일라 누나를 뱀파이어로 만들 생각이었나?'
그것을 떠올리자 카이라스는 급격한 분노를 느끼었지만 그의 정신은 어느때보다 차갑고 침착했다. 그렇지만 차갑고 싸늘한 분노가 그의 머리 속에 가득 채워졌고 그의 시선은 자신을 둘러싼 10 명의 뱀파이어 미녀들 중 가장 아름다운 외모이면서도 가장 강한 무위를 지닌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갈색의 머리카락의 여인에게 물었다.
"혹시 방금전에 은발의 머리카락을 가진 21 살의 아름다운 미녀가 잡혀오지 않았냐?"
대마법사의 반열을 회복한 카이라스의 말은 위엄이 깃들여져야했지만 애석하게도 그의 육체는 11 살 짜리 꼬마였다. 당연스럽게도 그의 말은 위엄은 커녕 그냥 꼬맹이의 시건방진 말투로 밖에 들리지 않았고 그렇기에 갈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미녀 뱀파이어가 살포시 인상을 찌푸렸다.
"침입자 꼬마야. 말이 너무 건방지구나."
"질문에나 대답해, 당장."
그러나 사사로운 말싸움을 하고 있을 여유감 따위는 지금의 카이라스에게서는 없었고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그의 8 개의 서클이 빠르게 회전하며 그의 전신에서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기세에 필적할만한 대마법사의 막대한 프레셔가 뿜어져나왔다.
쿠구구궁!
"꺅!"
"꺄악!"
솜털이 보송보송한 어린 소년의 모습인 카이라스의 겉모습을 보고 방심하며 그를 포위하고도 여유를 부리고 있던 뱀파이어 미녀들은 갑작스럽게 뿜어지는 8 서클의 대마법사의 프레셔에 저항도 하지 못한채 비명을 지르며 주저 앉았고 막대한 위압감이 그녀들의 전신을 압박해왔다.
"다시 묻겠다. 21 살 정도의 아름다운 은발의 미녀가 잡혀왔었냐?"
8 서클 대마법사의 프레셔에 소드 마스터의 살기까지 담은 카이라스의 물음에 갈색의 머리카락의 미녀 뱀파이어는 여유로웠던 웃음을 지우고는 겁에 질려 울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네...아까 전에 보링논 님께서 잡아오셨어요. 정말 상상도 못할 정도로 예쁘게 생긴데다가 맛있는 냄새를 풍기던 인간이었어요."
"그녀는 지금 어디있지?"
"저...그건..."
그녀는 대답을 망설이자 카이라스의 얼굴이 더욱 사납게 일그러졌다. 다섯 자리 수의 이종족을 전쟁에서 죽여보았던 그가 진심으로 살의를 품고는 살기를 풍기자 그녀를 비롯한 다른 뱀파이어 미녀들은 일제히 더더욱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렇지만 카일라가 어디에 있는지는 발설하지 않았는데 카이라스는 그것으로 그녀들이 보링논에게 상당히 깊숙히 세뇌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원래 인간들만 아니었으면 그냥 죽여버리면 그만일텐데 말이야.'
하지만 그녀들은 억울한 피해자들이었다. 미친 뱀파이어에게 납치되어 강제로 뱀파이어가 되고 세뇌까지 당한 불쌍한 여인들이었으니 카이라스는 그녀들을 인간으로 되돌려줄 생각이었다. 마도시대라고 다시 불리고 있는 현 시대의 마법의 발전은 당연히 수많은 마법약들과 치료약들을 만들어냈고 그 중에서는 뱀파이어에게 물리고 감염되어 뱀파이어가 된 인간을 다시 인간으로 되돌려주는 약들도 있었다.
물론 지금 카이라스에게는 그 약들이 없었지만 아르테일 공작가의 힘이라면 1 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약들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럴려면 우선은 지스트라 자작가로 가야하지만 카이라스에게는 카일라의 구출이 더욱 시급했다. 그렇기에 그는 주문을 입으로 외운다면 들킬 위험성이 있기에 속으로 8 서클의 마법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나는 위대한 마법의 힘으로 내면 속을 들여다보는 권능을 얻는다, 리드 마인드!'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8 서클의 마법을 속으로 주문을 외우는 것으로 발동한 카이라스는 다시금 갈색 머리카락의 미녀 뱀파이어에게 얼음장 같이 싸늘함을 담은 흑안으로 노려보며 물었다.
"다시 묻겠다. 지금 그녀는 어디있지?"
"우으..."
그렇지만 그녀는 공포로 인하여 눈물을 글썽거리기만 할 뿐 당연히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카이라스는 그녀가 자신의 질문에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카일라가 있는 위치를 떠올리는 것을 읽어냈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는 카일라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리드 마인드는 시전자보다 정신력이 강한 상대의 마음은 읽을 수 없었지만 카이라스의 정신력은 드래곤 로드인 에라시안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비교할 수 없을 막대한 경지였기에 세세한 정보까지도 확실히 읽어낼 수 있었다.
'빨리 서둘러야겠어.'
카일라가 있는 위치를 알아낸 카이라스는 바로 10 명의 뱀파이어 미녀들을 향해 7 서클의 마법을 사용했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라. 파워 워드, 스턴!"
7 서클의 기절 마법이 그녀들에게 시전되자 그녀들은 비명소리도 없이 주저앉아서 훌쩍이던 상태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