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7화 〉[뱀파이어 후작 보링논] 3 (27/380)



〈 27화 〉[뱀파이어 후작 보링논] 3

스으으윽!

푸화아악!

케르베로스의 세 개의 머리가 육체와 분리된 것은 순식간이었다.

카이라스의 강력한 마법들에 연달아 맞으면서도 고통스러워하기는 해도 치명상은 입지 않았을 정도로 강력한 방어력을 가졌던 마물인 케르베로스였다.

그런데 그런 케르베로스의 머리가 단 하나의 7 서클 마법에 세 개가 전부 육체와 절단이 되어 땅으로 떨어져 데구르르 구르고 있었고 세 개의 머리를 잃은 케르베로스의 육체는 그대로 쿵 하며 쓰러졌고 오직 뱀으로 되어있는 꼬리 부분만이 어설프게 쉭쉭- 거리며 울고 있을 뿐이었다.

"윈드 커터."

그러나 그 마지막 꼬리인 뱀마저도 카이라스가 가볍게 사용한 윈드 커터 마법에 의해 절단되어 떨어졌고 이로서 케르베로스는 완벽한 죽음을 맞이했다.

[...놀랍군. 케르베로스를 죽이다니. 방금 그건 마법인가? 대체 무슨 마법이지?]

케르베로스가 이렇게 간단하게 죽을 줄은 몰랐던지 보링논은 더 이상 카이라스를 비웃지 못하고 있었다. 미지의 것에 공포를 느끼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었다. 엘프도, 드워프도, 뱀파이어도, 심지어 드래곤조차도 자신들이 모르는 미지의 것에 대해서는 깊은 호기심을 느끼면서도 또 두려워하기 마련이었다. 그렇기에 보링논은 카이라스가 방금 케르베로스를 단 일격에 죽여버리는 것으로 그 위력을 보여준 괴상한 마법에 경계심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창안한 공간을 베어버리는 마법, 공간참. 내가 개발한 것이니 당연히 처음 보는 걸꺼다. 후후후.'

그리고 당연하게도 카이라스는 자신의 힘을 친절하게 적에게 설명해줄 생각이 없었다. 자고로 적이 자신에 대해 모르면 모를수록 자신에게 보다 유리한 법이었으니깐.

"내가 말해줄 이유는 없는데 말이야? 가자, 실프."
[응!]

그러면서 살짝 비웃음을 한방 날려준 카이라스는 바로 실프와 함께 홀의 반대쪽 밖으로 나가는 문을 통하여 밖의 복도로 나갔고 복도로 나간 그는 바로 여러가지의 마법들을 자신에게 걸었다.

"트리플 실드 & 헤이스트 & ESP 엑스트라센서리 퍼셉션(초감각적 지각) & 프리카그니션(예지)"

이 앞에는 무엇이 있을지 몰랐기에 그는 항상 그의 몸에 걸려있는 평상시의 보호 마법들 외에도 추가로 자신의 주변을 트리플 실드 마법으로 삼중으로 감싼 후 헤이스트 마법으로 신체 속도를 상승시킨후 ESP 엑스트라센서리 퍼셉션 마법으로 자신의 지각(知覺)을 강화시킨 후, 프리카그니션 마법으로 예측력을 한층 더 강화시키는 작업들을 모두 끝낸 그는 복도를 걸어갔다.

'대체 어떤 함정이 있는거지?'

그가 리드 마인드로 마음을 읽은 갈색 머리카락의 미녀 뱀파이어에게서 읽어낸 정보들에는 함정들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보링논이 미모를 보고 뱀파이어로 만들어 세뇌하여 자신의 노예로 만든 여자에게 이 별장에 있는 모든 함정들을 다 알려준다면 그것은 바보임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카이라스는 이렇게 감각을 극대화시키고 보호마법을 걸며 신체속도도 상승시키는 등의 작업들을 한채로 조심스럽게 걸어가고 있었다.

'이제 이 복도를 지나고 거대한 연무장을 지나기만 하면 카일라 누나가 잡혀있는 곳이야.'

보링논이 카일라를 데리고 피신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자신이 그가 반드시 죽여야하는 셀리나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이상 그는 자신을 생포하려고 들 터였으니 적어도 그가 도망갈 확률은 대폭은 낮출 수 있었다.

'이것이 일거양득이라는거지.'

자신을 조롱하던 보링논을 역으로 비웃어줌과 동시에 그가 도망을 치지 못하고 자신을 반드시 노리게 만들었으니 진짜 이것이야말로 말 한마디로 두 가지의 이득을 얻은 것이었다.

"자, 그럼 가보자. 실프."
[조심해, 여기 웬지 불안해. 나.]
"후후,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여차하면 윈드 베리어 같은 것도 부탁해."
[응, 맡겨둬!]

카이라스는 적당히 달리는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면서 여전히 시전되어있는 진실의 눈 마법, 더 아이즈 오브 트러스를 통하여 주변의 기운들을 파악하면서 예리하진 지감과 안그래도 예지 수준이던 감이 더욱 확실한 예지 수준이 되어버린 상태였기에 그 예지를 이용하여 안전함을 계속해서 확인하며 앞으로 달려가던 카이라스는 마침내 연무장 쪽의 문 앞에 도달하였지만 그는 당장 문을 열 수가 없었다.

'뭐지? 이 불안감은...?'

문을 열어서는 안된다는 급격한 불안감이 그의 전신을 옭아매고 있었고 또 안에서는 너무나도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문을 열어서는 안되요."

그리고 그 때 뒤에서 변성기도 채 되지 않은 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카이라스는 바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등 뒤에 서있는 것은 긴 흑발에 맑고 순수한 붉은 눈동자를 가진 착해보이는 인상의 귀여운 용모의 뱀파이어 소녀, 셀리나였다.

"뒤에서부터 나타는데는 뭐 있구나, 너."
"죄, 죄송해요. 아무래도 위험하실 거 같아서..."

감각을 극도로 강화시켰는데도 셀리나가 다가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자 카이라스는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셀리나를 살짝 타박했다. 그렇지만 그는 속으로는 상당히 긴장하고 있었는데 기척과 기운을 숨기는 셀리나의 능력이 그만큼이나 가공했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면 기척과 기운을 숨기는 권능에 대한 재능은 디아나 이상인거 같은데?'

자신이 타박하자 움찔거리면서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저 순진하고 착해보이는 귀여운 용모의 어린 소녀가 뱀파이어 퀸인 디아나 이상의 암살자로서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과연 누가 믿을 것인가? 그리고 뱀파이어들이 인간들을 적대하고 습격하던 미래를 떠올리니 셀리나가 미래에 이종족 전쟁에서 인간들의 적이었다면을 생각하니 소름까지 돋을 정도였다.

'셀리나가 죽어서 디아나가 인간들을 적대하게 되었다고 보기엔 석연치 않은 것이 너무 많아. 즉, 어쩌면 이 계집애도 적이 될 수도 있었다는거지.'

그런 생각에까지 미치자 카이라스는 눈 앞의 소녀를 죽여야하나라고도 생각이 들었지만 금새 그 생각을 지웠다. 보링논이 어째서인지 눈 앞의 소녀의 목숨을 노리는 이상, 자신이 이 소녀를 데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를 끌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문을 열어서는 안된다고 한 것을 보아서 문 너머에 뭐가 있는지 알고 있는거야.'

그것을 알아낸다면 자신을 불안하게 하는 이 기운의 정체도 알아낼 수 있을 것이기에 아직 그녀는 충분히 이용가치가 여러가지가 남아있었다.

"문 너머에 대체 뭐가 있는데?"

카이라스의 물음에 셀리나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1 만 명이나 되는 인간들이 죽었어요. 그리고 그들을 죽이고 그들의 피로 만든 혈기(血氣)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어요. 정말 끔찍한 짓을 저질렀네요. 보링논은..."

울음까지 터트릴듯한 셀리나의 목소리보다도 1 만 명이나 되는 인간들이 죽었다는 것이 카이라스에게는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망할 자식, 벌써부터 1 만이나 되는 사람들을 죽인거냐?'

시공회귀 이전 끔찍한 전쟁을 겪어온 카이라스는 이종족들이 설사 어린아이나 여자라 할지라도 죽이는 것에 아무런 죄책감도 망설임도 없었다. 그렇기에 셀리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려는 잔혹한 생각까지도 품을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인간들은 별개였다.

정말 죽어도 싼 쓰레기라면 모를까, 1 만이나 되는 인간들이 죽어서 그들의 피로 만든 혈기가 연무장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니...

'아무래도 날 낚기 위해 준비한 함정인 것 같은데?'

아까전 그가 리드 마인드로 확인한 정보에는 이 연무장은 혈기 같은 것은 채워져있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냥 혈기도 아니고 억울하게 살해된 1 만 명의 인간들이 품은 원한이 깃든 혈기였으니 그 잔악함과 효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었다. 10 서클 마스터인 카이라스라면 모를까 8 서클 익스퍼트인 지금의 그로서는 그 혈기에 잠식당하거나 미치지는 않겠지만 대신 전력을 발휘하지는 없을 터였다.

"그래서, 대처법은 있어?"
"...그렇게 잡혀간 사람이 구하고 싶은 사람인가요?"

셀리나가 카이라스에게 물어왔다. 그리고 그녀의 질문에 카이라스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내 팔 한 짝을 자르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구해야할 사람이야."

시공회귀를 한 후 그는 카일라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스스로에게 맹세했었다. 사악한 엘프 퀸, 세레시아 같은 년에게 살해당할 운명을 바꿔버리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그녀가 뱀파이어가 되고, 그대로 보링논의 노예로 전락하게 놔둘수는 없었다. 자신이 팔 한짝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그녀를 구출해야만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군요...그런데 저 혈기를 이겨낼 방법은 있으신가요?"
"......"

카이라스는 침묵했다. 그냥 단순한 혈기라면 10 서클 마스터의 마나 운용력을 지닌 그는 세세하게 혈기들을 조작하여 한 곳에 뭉치게 하거나 다른 곳으로 흘러가게 만들어버릴 수는 있었다. 하지만 문 너머로 느껴지는 저 불길함은 아무래도 1 만명의 인간들이 품은 원한의 감정이 그대로 혈기에 녹아있는지라 초월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는듯 했다.

자신들을 죽인 보링논에게 힘을 주지는 않겠지만 혈기인 이상은 그에게 피해를 끼치지는 못하였고 그 대신 원한이 폭주하여 혈기의 영향권 내에 있는 그 누구라도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해올 것이었다. 10 서클 마스터이던 때라면 모를까 지금의 카이라스는 보링논과 대적하면서 혈기들을 조작할 능력이 없었다.

'안에 보링논이 와서 대기하고 있다면...또 진짜 최악이지.'

연무장의 안에 보링논이 대기하고 있다면 혈기에 의해 약해진 그는 그에게 역으로 당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가 당한다면...

'카일라 누나를 놈은 자기 신부로 삼겠지. 으득...'

분노하여 이를 가는 카이라스의 모습에 셀리나는 그가 혈기에 대한 대처법이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는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물었다.

"저, 저 오해하지는 마시고 들어주실래요?"
"말해."
"제가...실은 그 혈기의 영향을 받지 않게 할 방법이 있어요."
"......"

셀리나는 설명을 하려고 했지만 카이라스는 손을 들어서 그녀의 설명을 막았다. 그러고보니 방법이 있긴 있었다.

왕족 뱀파이어들에 대해서 연구를 해보았던 카이라스는 그들이 가진 다양한 특성들도 알고 있었고 눈 앞에 있는 셀리나는 이름을 보아서 틀림없이 왕족 뱀파이어. 그녀라면 혈기를 이겨내게 할 힘을 그에게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제기랄, 내가 뱀파이어 계집애 따위랑 키스를 해야하다니.'

이종족에 대한 감정이 혐오와 증오의 수준에 이르어있는 카이라스로서는 정말인지 짜증이 나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 방법이라는 것이 바로 왕족 뱀파이어와의 입맞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그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카일라를 구출하기 위한 시련으로 생각한 카이라스는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셀리나에게 소리쳤다.

"제길, 키스 이외에는 피를 빨려는 것 같은 이상한 짓을 했다간 바로 죽여버릴테니 똑똑히 명심해."
"네, 네...!"

카이라스의 살기 가득한 눈빛에 겁을 집어먹었는지 셀리나는 두려워하면서도 급히 고개를 끄덕였고 이윽고 그녀는 살짝 두 눈을 감더니 카이라스의 입술에 살짝 자신의 입술을 갖다대며 밀착해왔고 이윽고 둘의 입술은 맞닿았고 카이라스는 가볍게 살짝 그녀의 입술을 빨아보았고 셀리나의 새하얗던 얼굴이 더욱 붉어지며 뭔가 몽롱한듯 입맞춤에 열중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영락없는...

'뱀파이어도 첫키스에 로망이 있었냐?'

첫키스의 로망을 마음에 품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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