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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화 〉[뱀파이어 퀸 디아나 블라디미르] (31/380)



〈 31화 〉[뱀파이어 퀸 디아나 블라디미르]

순혈의 최강의 암살자 디아나 블라디미르.

허리까지 내려오는 풍성한 금발에 매혹적인 붉은 색의 눈동자를 가진 그녀는 어깨가 살짝 드러나고 풍만한 가슴골을 살짝 드러낸 붉은 색의 화려한 드레스의 차림이었는데 우아한 기품과 도도함을 지니면서 동시에 도발적인 매력과 요염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그야말로 영락 없는 미(美)의 화신이 지상에 강림한 듯한 모습으로 카일라와 엘리나에 필적하는 미모를 지닌 그녀는 도도한 표정으로, 하지만 불쾌함이 담긴 눈으로 보링논을 노려보고 있었다.

"나에게 잘도 약을 투입하고 있었다니. 어쩐지 이상한다 했어."

보링논을 쳐다보는 디아나의 붉은 눈동자에는 싸늘함이 깃들여져있었다.

"거기에 셀리나까지 해치려고 하다니...정말 용서할 수 없군."

슈우우웅-

디아나의 눈에 살기가 깃들여짐과 동시에 손에 붉은 색의 기운이 서리기 시작하더니 그것은 길다란 손톱과도 같은 형태로 변하여 총 5 개의 날카로운 핏빛의 칼날들이 그녀의 가늘고 새하얀 손가락들에 마치 손톱처럼 생성되었다.

'블러드 크로우.'

카이라스는 그녀가 지금 쓰는 것이 무엇인지 아주 잘 기억하고 있었다. 유리아나의 오러 서클을 휘감고 일반적인 소드 마스터의 오러 블레이드보다 10 배 이상은 강력해진 오러 블레이드까지도 막아내며 맞상대를 하던 디아나가 가진 혈기, 블러드 마나가 만들어낸 전용무기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잠깐, 아직 이 쪽이 보링논에게 볼 일이 있는데?"

아무리 사정을 알았다고는 하지만 뱀파이어 종족에 대한 원한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고, 또 디아나에게 패배하여 그녀의 품에 안겨진채 피를 빨리며 죽어가던 유리아나의 모습이 아직도 그의 기억에는 선명했다. 그렇기에 자연히 좋은 목소리가 나올 수가 없었다.

"응?"

디아나는 카이라스를 쳐다보며 무엇인가가 이상하고, 또 신기한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카이라스는 이곳에 있는 혈기들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주는 것을 이상하게 쳐다보는가 하고 생각했지만 디아나는 그의 상상을 뛰어넘는 발언을 했다.

"내가 빌렸는데?"
"......"

이 순간 카이라스 뿐만이 아니라 그녀에게 뿜어져오는 위압감을 소드 마스터에 올랐고, 또 현재는 뱀파이어이기에 확연히 느끼고 있던 카일라까지도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디아나는 잠시 눈을 깜빡거리며 이해를 못한듯 서있자 카이라스가 나서서 말했다.

"난 빌려준다고 한 적 없는데?"
"왜 안 빌려주는데?"

겉모습은 여신 같은 위압감과 도도함, 고귀함, 우아함 등을 골고루 풍기면서 하는 말이 애 같으니 참으로 매치가 안되었다. 특히나 전생에서 광폭하고 잔인하던 최강의 암살자였던 그녀의 모습을 선명하게 기억하는 카이라스로서는 지금의 그녀와 미래의 그녀가 정말 같은 뱀파이어는 맞는지조차 의심이 들 정도였다.

'아니, 세뇌를 당해서 성격이 변했으니 이게 정상인가?'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여전히 짜게 식은 눈으로 계속해서 디아나를 쳐다보았다. 확실히 지금의 카이라스의 힘으로는 카일라와 함께 덤비더라도 디아나에게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할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혈기들은 그의 의지를 따라주고 협력해주고 있었기에 내상을 한 번 더 각오한다면 9 서클의 마법을 한 번 더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9 서클 마법 중에서 디아나를 단숨에 죽일 수 있는 마법이 하나 있었다.

파워 워드, 킬

9 서클의 즉사 살해 주문으로 정신력이 시전자보다 낮은 대상을 반드시 죽이는 최악의 일인 전용의 살인마법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카이라스의 경지는 8 서클 익스퍼트라지만 그의 정신력은 10 서클 마스터였기에 에라시안을 제외한다면 중간계에서는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정신력을 지니고 있었다. 설사 뱀파이어 퀸 디아나라 할지라도 그가 파워 워드, 킬을 사용한다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었다.

이런 비장의 수단이 하나 있었기에 카이라스는 보다 여유를 가지고 그녀를 대할 수 있었다.

"후웅..."

디아나는 블러드 클로우를 생성하지 않은 왼손의 검지 손가락으로 살짝 붉은 입술을 매만지며 고민을 하다가 카이라스에게 물었다.

"이해가 안돼...대체 왜 안 빌려주는거야? 여왕인 내가 빌려달라고 했는데..."
"...지금 그 말 진심이야?"
"...?"

카이라스가 기가 막혀하며 되묻자 디아나는 오히려 자신의 말이 뭔가 문제가 있냐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라스, 이 여자의 정체가 대체 뭐야?"

카일라가 카이라스의 옆으로 와서 묻자, 카이라스가 미처 대답을 해주기도 전에 디아나의 시선이 카일라에게 향했다.

"보아하니 갓 뱀파이어가 된 신생(新生) 뱀파이어구나. 나는 뱀파이어 퀸 디아나 블라디미르. 모든 뱀파이어들의 여왕이다."

뱀파이어들의 여왕 답게 고귀한 기품과 강력한 위압감이 넘치는듯한 모습으로 카일라를 쳐다보는 디아나는 자신에게 필적하는 수준의 미녀는 처음 봤는지 살짝 신기한듯 뱀파이어 퀸이라는 말에 살짝 놀란듯한 카일라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카일라의 시선 역시도 놀라움을 담은채로 디아나를 정면으로 쳐다보고 있었는데 두 미녀의 모습은 영락 없는 은발의 여신과 금발의 여신이 마주보고 선채로 서로의 눈을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의 눈에는 다르게 보였다.

'허세 부리고 있군.'

디아나가 보이는 위압감과 고귀한 기품 등은 전부 허세임이 지금의 카이라스에게는 손바닥 보듯이 훤히 보여졌다. 그녀의 본래 성격은 그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철부지였던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저 놈 빌려줄거야? 이 아이를 인간으로 되돌려주면 되는거야?"
"......"

카이라스는 3 초 정도 고민했다. 카일라를 다시 인간으로 빠르게 되돌려준다는데 그에게는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평상시의 그라면 디아나의 진의에 대해서 의심하겠지만 지금 그는 리드 마인드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고 뱀파이어 퀸인 디아나는 정신력이 제법 강한지라 보링논처럼 아주 깊은 속마음까지 다 읽어낼수는 없지만 당장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 정도는 충분히 읽어낼 수 있었고 디아나의 말에 거짓이 없다는 것을 알아냈다.

"몇 대만 더 때리고 빌려주도록 하지."
"응, 알았어. 근데...왜 반말이야? 어려보이는게."

'참 빨리도 지적한다.'

이렇게 생각하며 카이라스는 자신을 싸늘하게 노려보는 디아나에게 말했다.

"일단 거래는 성립된거네. 그럼..."

카이라스는 히죽 웃으면서 오러 블레이드를 생성한 검으로 보링논의 양 쪽 귀를 제일 먼저 잘라버린 후 이어서 바로 코를 잘라버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이 사태에 보링논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소리쳤다.

"쿠아아아악! 이 미친 꼬맹이! 이게 어디 때리는거냐! 절단이지!"
"아, 실수. 홧김에 잘라버렸네."
"라스."

절규하는 보링논을 카이라스가 비웃을 때 그의 옆에 카일라가 다가왔다. 그녀의 손에도 검이 쥐어져있는데 그녀의 붉은 눈동자는 다시금 이전의 싸늘한 냉기를 담은 눈동자로 돌아와있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그녀의 눈동자에 얼마나 뜨거운 분노가 가득한지 알아볼 수 있었다.

"나도 몇 대 좀 때려도 되겠지?"
"얼마든지."

카이라스는 기꺼이 카일라에게 양보를 해주었다. 자신도 자신이지만 납치를 직접 당한데다가 뱀파이어까지 되어버리는 등 여러 굴욕들을 당한 그녀로서는 얼마나 보링논이 증오스럽겠는가?

"크흐흐흐, 뱀파이어가 되서도 참으로 먹음직스럽구나. 나의 신부야."
"...말을 섞기도 불쾌해."

그에게 당한 온갖 치욕들을 떠올리며 카일라는 카이라스가 자신을 구하러 오는 것이 조금만 늦었으면 몸까지도 완전히 더럽혀졌을 것을 생각하자 소름이 돋음과 동시에 분노가 더욱 급격히 타올랐다. 그리고 대화를 길게 나눠봤자 모욕만 들을 것이 뻔함을 이미 알고 있는 그녀는 바로 보링논의 한 쪽 눈을 검으로 파버렸다.

"끄아아아악!"

생 눈이 파여지는 고통에 보링논이 카이라스에게 당했을때보다 더욱 크게 비명을 질렀다. 그렇지만 자신의 알몸을 음흉하게 바라보며 쓰다듬었던 보링논의 모습을 기억하는 카일라는 한치의 동정심도 담지 않고 오히려 더욱 강한 살기까지 풍기고 있었다. 보링논은 이제 고통에 실신 직전이었지만 카일라는 아예 그의 목을 쳐버리려는듯 검을 치켜올렸다.

"잠깐, 죽이면 안돼."

카일라의 살기를 느낀 디아나가 그녀를 제지했고 카이라스 역시 카일라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이제 됬어. 그냥 미친 개에게 물렸다고 생각해."
"...애늙은이 같아."

카이라스의 말에 카일라는 그렇게 말은 하지만 카이라스의 말에 따라 얌전히 검을 바닥에 박아넣었다. 검집도 연무장 너머에 있는 보링논의 방에 그녀의 벗겨진 옷들과 함께 있었기에 검을 넣을 검집이 없어 대신 바닥에 꽂아 넣은 것이었다.

'역시 이게 카일라 누나 답지.'

말과 행동이 묘하게 다른 모습이 그녀 다워서 카이라스는 기분이 보다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디아나가 카이라스에게 물어왔다.

"이 아이를 원래대로 인간으로 되돌리면 되는거지? 그럼 빌려주는거지?"
"그렇다니깐."
"흐응~말투가 뭔가 마음에 안들지만 셀리나에게 블러드 로얄의 가호를 받은 것을 봐서 특별히 넘어가줄께. 그럼...저기...이름이 뭐지?"

카일라를 부르려던 디아나는 자신이 그녀의 이름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카일라에게 이름을 물어왔다.

"카일라."

성은 말하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대답해준 카일라는 보링논의 눈알 하나를 파버리는 것으로 속이 좀 풀렸는지 다시금 평상시의 얼음장 같이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와있었기에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 카일라.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아직 뱀파이어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빠르게 인간으로 되돌릴 수 있지만 변화된 육체를 다시 변화시키는 작업이다보니 고통이 있을거야. 참을 수 있지?"
"...빨리 시작하시나 해."

초면부터 반말로 나오는 카일라의 태도에 디아나가 살짝 얼굴을 찡그렸지만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았어. 그럼...시작할께."

솨아아아아!

그리고 디아나의 전신에서 풍겨져오는 거대한 핏빛의 기운이 카일라의 전신을 뒤덮었고 카일라는 바로 피를 토했다.

"우웁!"

피를 토한 카일라는 가냘픈 몸을 바들바들 떨더니 이윽고 억지로 터져나오려는 고통을 참고 있는지 입술 사이로 피까지 살짝 흘리며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고 그녀의 갑작스러운 모습에 디아나가 당황해하였다. 아니, 당황한 수준이 아니라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있었는데 안절부절 못하는 눈으로 카이라스를 쳐다보며 물었다.

"피, 피를 토했어. 어, 어쩌면 좋아? 마, 많이 아픈가봐."
"...확실하게 인간으로 되돌아오기는 하는거지?"
"응, 그럴거야. 아마도..."
"아마도라고?"

카이라스의 눈이 싸늘하게 굳혀지고 살기를 풍기자 디아나는 찔끔하며 대답했다.

"실은...나 이거 처음 해보는거야..."
"제기랄...!"

카이라스는 급히 카일라에게 다가가 그녀의 상태를 바라보았다가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푸른 색 눈동자로 되돌아와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가 그녀에게서 풍겨져오는 기운들도 뱀파이어의 기운이 아닌 완벽한 인간의 기운이었고, 전신이 땀에 흠뻑 젖은채로 힘들어보이기는 해도 카이라스는 그녀가 완벽하게 인간으로 되돌아온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디아나도 때마침 그것을 알아내고는 헛기침을 하며 식은땀을 흘리는 얼굴로 말했다.

"후...후훗! 서, 성공했네. 역시 내 예상대로야."
"...거짓말 하지 마!"

심장이 떨어지는듯한 기분까지 갔던 카이라스가 버럭 디아나에게 소리를 지르자, 디아나는 고작 11 살 짜리 어린아이의 호통에 마치 혼나는 어린아이처럼 찔끔하며 놀라했다. 여왕 다운 고귀한 기품보다는 철이 없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에 카이라스는 확신했다.

'이 여자, 이제보니 겉모습만 그렇지 철부지에 허세에 바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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