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2화 〉[뱀파이어 퀸 디아나 블라디미르] 2 (32/380)



〈 32화 〉[뱀파이어 퀸 디아나 블라디미르] 2

그리고 카일라도 자신이 인간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는 살짝 미소를 지었고 그녀의 미소를 보자 카이라스는 안도감에 몸에 힘이 쫙 풀리는 것을 느꼈지만 아직 디아나가 있었기에 그는 긴장감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제길, 저 바보 흡혈귀 여왕 때문에 심장이 멎을 뻔 했네."

카이라스의 그런 생각을 모르는 디아나는 아직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 하지만 인간으로 되돌렸잖아. 결과가 좋으니 잘 된거 아니야?"
"울듯한 울먹거리는 눈으로 그런 말 하면 설득력 없거든?"
"누, 누가 울었다고!"

그렇게 소리친 디아나는 그 말에 자신이 울음을 터트릴듯한 울먹거리는 상태였음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는지 황급히 손등으로 눈가를 닦았다.

처음 등장시에 보여준 우아한 기품과 도도함, 고귀함 등 아름답고 차가운 뱀파이어들의 여왕 같은 모습은 이미 깨끗하게 사라진 상태였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던 카일라가 서서히 힘겹게 말했다.

"라스..."
"누나, 이제 말이 좀 나와?"
"응...나 잠시만...15 분만 기절 좀 할께."

그 말을 남기고는 카일라는 눈을 감고는 잠들듯이 뒤로 쓰러졌고 기절한 카일라의 이마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던 카이라스는 디아나에게 시선을 돌렸고 디아나는 가슴에 힘을 주며 말했다.

"흐, 흠! 어...어쨌든 약속대로 이 녀석 빌려간다? 괜찮지?"
"어, 약속했으니 빌려가도 좋아. 대신 너무 험하게 다루지 말고 돌려줘야해."
"응, 그럴께."

보링논은 자신을 무슨 물건 취급하는 둘의 대화에 기가 막혔지만 애꾸가 되어버린 그는 지금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만약 거슬리는 말을 했다간 저 성질 더러운 괴물 꼬맹이에 의해서 마지막 남은 눈 한 쪽도 파여버릴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제길, 이 혈기들이 억누르지만 않는다면 어떻게든 재생이라도 할텐데. 크으윽!'

아직도 그가 죽인 1 만의 인간들의 원한이 녹아있는 혈기들은 그를 속박하여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당하는 고통을 기뻐하고 있다는 것을 보링논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천한 인간들 따위의 원한에 내가 당하다니! 젠장할!'

그리고 그 때 디아나가 보링논의 앞으로 다가왔다.

"자, 그럼...어떻게 할까?"

디아나는 아름답게 미소를 지으면서 아름다운 입술을 살짝 벌려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

"나에게 약을 먹이다니. 용서할 수 없네. 여왕인 나에게 감히 그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줄 알아? 거기다가 셀리나를 해치려고 하다니 더더욱 용서가 안돼."
"쿠후후후, 날 죽일 생각이오?"
"아니, 빌린 거니까 죽이지는 않아. 대신 알아낼 것들은 알아내야겠지. 우선 나에게 먹인 약은 대체 어떤 식으로 만들어진거야?"

디아나는 진심으로 그 점이 궁금했다. 그것이 자신을 세뇌하기 위한 약임은 알고는 있었지만 대체 어떤 원리로 만들어졌기에 몇 년간 복용을 하면서도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완벽한 무색무취(無色無臭)에다가 최근까지는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도 못했을 정도로 복용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길 수 있었는지 도저히 그녀로서는 상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곳에 그녀가 온 것도 그녀를 찾아왔던 어떤 흑발의 어린 소녀 때문이었다.

나이는 14 살 정도 밖에 되어보이지 않는 어린 소녀였지만 무척이나 귀엽게 생긴 용모를 하고 있었던 소녀는 상당히 군침 도는 향기를 풍기고 있었지만 살아있는 인간을 습격하지 않도록 어릴적부터 교육을 받고 자라온 디아나는 그 체향의 유혹을 이겨내고는 자신에게 중요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그녀의 말에 호기심을 느끼고 그녀와 얘기를 했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셀리나가 위험하니 하라나드 숲으로 가보라는 얘기를 들은 디아나는 셀리나의 위험이라는 말에 바로 수하들을 불러서 셀리나를 찾아보게 하였지만 그 누구도 셀리나의 행방을 알지 못하자 그녀가 진짜로 위험하다고 확신하고 그녀가 죽을까봐 걱정이 된 디아나는 그 소녀의 말에 따라 하라나드 숲으로 오게 되었고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별장을 발견하고는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도중에 셀리나도 만나 지금은 그녀의 수하인 뱀파이어 공작 4 명이서 나란히 셀리나를 보호하고 있었으니 셀리나에 대한 안전도 확실하게 확보한 상태였다.

"또 내 귀여운 조카인 셀리나는 대체 왜 죽이러 한거야? 대체 나 같이 여신 같은 미모를 지닌 여왕님 밑에서 뭐가 불만이라고."
"쿠후후후...정말 궁금하오? 아름다운 여왕이여."

하나 밖에 남지 않은 보링논의 눈에 음심이 깃들여진채 디아나의 풍만한 굴곡을 흝어보았다.

"당신은 분명 강하오. 그리고 누구보다 아름답지. 거기다가 사내랑은 한 번의 경험도 없는 처녀인 여왕이라 더더욱 정복 욕구를 자극하지. 나는 당신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소. 쿠후후후, 계획대로라면 4 달의 시간만 지났으면 세뇌가 완료되어 당신은 내 앞에서 발가벗고 다리를 벌렸을텐데 정말 아쉽게 되었소."

그러나 디아나는 자신의 금발을 살짝 뒤로 넘기며 우아한 자태로(그러나 카이라스의 눈에는 허세 부리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도도하게(역시 허세로 보인다.) 말했다.

"나와 같은 아름다운 여왕을 홀로 독차지 하려 하다니, 정말 최악이야. 보링논 후작."

그리고 디아나가 더 이상 할 말이 없는듯 보이자 가만히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며 쓰러져있는 카일라를 보호하듯이 경계를 서고 있던 카이라스가 디아나에게 물었다.

"디아나, 가능하면 끼어들지 않으려고 했는데 배후가 누구인지는 안 물어?"
"응? 배후가 있었어?"

디아나가 무슨 소리냐는듯 카이라스를 쳐다보자 카이라스는 머리가 지끈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역시 이 여자. 바보 중에서도 왕 바보야.'

이러니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에게 세뇌되어서 그녀의 노예로 전락했지. 라고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카이라스가 설명을 해주었다.

"생각을 해봐. 보링논 따위가 어떻게 당신을 세뇌시키려는 생각까지 품었겠어? 또 보링논이 당신을 세뇌시킬 수 있는 그런 약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분명히 부추기고 약을 지원한 배후가 있는거지."
"그, 그렇네..."

디아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내 허리를 꼿꼿히 피고는 애써서 가슴에 힘을 주며(이 때 풍만한 가슴이 위아래로 거세게 출렁거려 눈요기는 참 잘 되었다.) 어색한 목소리로 허세를 담아 말했다.

"나, 나도 그것 쯤은 생각....했어."

그러나 뒤에 들어가서는 목소리가 작아지는 것이 자신감이 상당히 결여된 듯 보였고 카이라스는 고개를 저었다.

'에라시안이 만만하게 보고 세뇌를 하려 들 만도 하군.'

디아나의 성격이 이런 이유는 카이라스는 한번 추측해보았다. 아무래도 그녀는 어릴적에는 후계자이자 공주로서, 성장해서는 여왕으로 자란데다가 외모 역시 미모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뱀파이어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주위에서 그녀를 떠받을여주기만 했을 것이었고 더군다나 뱀파이어 퀸인 그녀는 에이션트급 드래곤과 싸우더라도 지지 않을 강력한 전투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런 바보가 되었을 것이었다.

'고생이라는 것을 해보지도 않은 전형적인 철부지 바보 아가씨, 아니 여왕이라는거군.'

그렇지만 그런 디아나도 자신을 바라보는 카이라스의 시선이 한심함을 담고 있는 것을 알았는지 울컥한 표정으로 그를 한번 노려보았다. 그런데 눈가가 살짝 촉촉한 것이 상당히 분한 나머지 눈물까지 살짝 고인 것 같았고 그 모습에 카이라스는 당황하고 식은땀을 흘렸다.

'사, 상당히 강력한 공격인데?'

시공회귀 이전에는 뱀파이어 종족도, 그들의 여왕인 뱀파이어 퀸 디아나도 모두 증오스러운 존재에 불과했다. 특히나 유리아나를 살해한 디아나는 더욱 용서할 수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시공회귀 이후의 디아나는 시공회귀 이전과는 완벽하게 다른 존재였고 허세가 강하면서도 자존심이 강한 그녀의 모습은 독특하게 매력적이었으면서도 동시에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를 보니...귀여워보였다.

"우우..."

울음을 터지기 직전까지 갔던 디아나는 애써서 스스로를 달래고는 삐진듯이 고개를 훽- 돌렸는데 그 모습도 철부지에 어린아이 같아서 카이라스는 헛웃음이 나왔다.

'이래서야 죽여버리려는 생각도 들 수가 없잖아?'

도저히 눈 앞의 저 철 없는 어린아이 같은 여왕이 인간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에게 세뇌만 당하지 않는다면 그녀가 앞으로 인간을 적대할 일도 없을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유리아나를 죽인 그 뱀파이어 퀸은...아직 태어나지도 않았고, 탄생 자체를 내가 원천봉쇄해버린 셈이로군.'

죽은 미래의 유리아나도 이것에 충분히 만족해줄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카이라스는 마음이 보다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는데 원수 중 하나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자, 그럼 배후를 불어!"

그러나 그의 편안한 마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다짜고짜 배후를 불라고 소리치는 디아나의 모습에 기가 막혔기 때문이었다. 정말 더 이상 기가 막힐 것도 없었다.

"디아나, 그렇게 해서 배후를 불리가 없잖아."
"그, 그래? 그럼 어떻게 해야해?"
"...권능은 뒀다가 어디에 써먹는거냐. 뱀파이어 퀸의 권능 중에서 [매혹의 유도]를 사용하면 원하는 정보들을 다 불게 할 수 있잖아."
"그, 그랬지? 아...하하하..."

디아나는 습관적으로 긴 금발을 살짝 손등으로 쓸어넘긴 후 잠시 침묵을 했다.

"그, 근데 그런 권능이 있었나?"
"......"

카이라스는 기가 막힐 것도 더 이상 없다고 생각했던 것을 취소했다.

"아니, 왜 자기 권능도 모르는거야?"

카이라스가 진심으로 이해가 되지 않아 묻자 디아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검지 손가락을 서로 마주대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꼬마애에게 이런 지적 받다니...정말 기분 나빠...그치만...그치만...어떻게 그 많은 권능들을 다 기억하냐고..."

그녀의 말을 들은 카이라스는 지금 이 시대의 디아나는 시공회귀 이전의 잔인한 디아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권능도 제대로 모르고 있다면 정말 심각한 수준인데...'

그리고 카이라스는 종합적으로 디아나를 평가했다.

'이 여자는 정말 허세에 순진한 바보에 심지어 헛수고질까지 하는...그야말로 답이 없는 철부지 여왕이야.'

카이라스의 한심하다는 시선을 다시 받은 디아나는 갑자기 보링논에게 고개를 훽- 돌리더니 눈물이 고인 눈으로 그를 향해 손가락을 하며 소리쳤다.

"너...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내가 이런 창피한 꼴을 당하잖아!"
"뭐, 뭐?"

보링논은 갑작스러운 디아나의 행동에 당황했지만 금새 이 상황을 깨달았다.

'이 여자 화풀이를 하려는거군!'

셀리나를 죽이려 한 죄인에다가 자신을 세뇌하려고까지 든 용서할 수 없는 원수. 이 만큼이나 화풀이를 하기 좋은 상대가 있겠는가? 그리고 가슴과 엉덩이는 그야말로 탱탱하고 탐스럽고 그 외의 신체는 전체적으로 공주님처럼 가냘프지만...디아나는 엄연히 뱀파이어 퀸. 신체능력 역시 뱀파이어들 중 비교할 자가 존재하지 않는 뱀파이어들 중 최강의 육체를 지닌 존재였다.

퍼억! 퍼억 퍼억!

"끄억, 우악, 꾸에에엑!"

철부지 여왕, 디아나의 화를 고스란히 받은 보링논은 돼지 잡히는 소리를 내며 비명을 질렀고 카이라스는 고개를 다시금 저었다.

'역시...저 여자를 죽이는 것은 힘들겠어. 어떻게 저런 철 없는 아이 같은 여자를 죽일 수 있겠어...'

그녀에게 품었던 살심이 이제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고 있는 것을 확인한 카이라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