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아르테일 공작가로의 귀환]
디아나의 아름다운 입술이 벌어지며 드러난 그녀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그대로 유리아나의 새하얀 목에 박혀들어갔다.
푸욱!
"아아아...!"
디아나에게 목이 깨물린 유리아나의 푸른 눈동자가 급격히 커졌다.
"유리아나...!"
약간 떨어진 거리에서 드래곤들과 싸우고 있던 카이라스는 전신이 피로 뒤집힌 상태에서 디아나에게 피를 빨리고 있는 유리아나의 모습을 보고는 급히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려고 했고, 동시에 주문을 외우려고 했다.
"모든 것을 밀어버리는 절대의 척력, 리플루션!"
그러나 그를 향해서 주문을 날리는 나릇나릇한 미성의 목소리가 외우는 주문에 의해 발동한 마법에 의해 그의 육신은 한참 뒤로 밀려났다.
"크으윽! 에라시안, 방해하지마!"
이글거리는 눈으로 소리치는 카이라스가 소리쳤으나 그를 막은 황금빛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미녀의 모습으로 폴리모프를 한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은 키득 거리며 웃으며 말했다.
"어머, 방해를 하지 말라니요? 호호호, 검의 여제가 확실히 끝장이 나기 직전인데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죠. 당신은 거기에서 당신의 사랑스러운 유리아나가 죽는 광경이나 지켜보세요. 카이라스."
"으아아아! 비켜! 비키라고! 헬 파이어 & 헬 파이어 & 헬 파이어 & 헬 파이어 & 헬 파이어 & 헬 파이어 & 헬 파이어!"
카이라스가 괴성을 지르면서 닥치는대로 헬 파이어 마법을 에라시안에게 난사하면서 디아나의 품에 안겨져 피를 빨리고 있는 유리아나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런 그를 방해하는 것은 에라시안만이 아니었다.
"네 녀석은 여기서 막혀있어줘야겠어."
에라시안의 휘하의 3 마리의 에이션트급 드래곤들은 에라시안에게 협조하며 카이라스의 움직임을 계속해서 막아서는데 집중하고 있었고 카이라스는 그 때문에 도저히 틈을 만들 수가 없었다. 하다못해 에라시안만이라도 없다면 어떻게든 단번에 자신의 힘을 방출하는 것으로 에이션트급 드래곤들 '따위'는 떨쳐버리고 유리아나에게 다가갈 수도 있겠지만 에라시안과 에이션트급 드래곤 3 마리의 합공은 지금의 그로서는 막아내기도 급급한 비참한 상황이었다.
"아...아아아!"
유리아나의 입에서 야릇한 신음소리가 서서히 흘려나왔다. 마치 그와 진한 섹스를 나눌 때와 같은 신음소리였고, 그녀의 부드러운 새하얀 목에 송곳니를 박아넣고 그녀의 피를 흡혈하는 디아나는 서서히 그녀의 옷을 하나하나 벗기기 시작했고 이윽고 속옷들까지 벗겨져 완전한 나신이 되어버린 유리아나는 디아나의 손이 거친 애무를 시작하자 더욱 쾌감을 느끼는지 몽롱한 표정이 된채로 죽어가고 있었다.
"라스...오빠..."
그러나 쾌락 속에서 죽어가는 와중에도 카이라스를 부른 유리아나의 맑은 푸른 눈동자에는 이윽고 생기가 사라졌다.
'죽었어.'
죽었다. 유리아나가 죽었다. 그 사실이 카이라스의 머리 속을 가득채웠다. 하지만 절망하지는 않았다.
'육체...육체가 무사해. 육체만 되찾으면 되살려낼 수 있어.'
10 서클 마법의 힘이면 죽은 유리아나를 되살려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카이라스는 희망을 품고 있었지만 그 희망은 오래가지 못했다. 디아나가 차갑고 잔혹한 미소를 아름다운 얼굴에 띄우며 그를 쳐다보며 한 말 때문이었다.
"나는 이 계집을 뱀파이어로 만들어서 나의 권속으로 삼고 싶었지만...안타깝게도 에라시안님께서는 항상 방해만 하는 너에게 절망감을 안겨주고 싶어하시네. 그럼 이 계집의 시체가 사라지는 광경을 잘 지켜보도록 해."
디아나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아차린 카이라스는 다급히 이 상황에 필요한 마법을 사용했다.
"죽어! 파워 워드, 킬!"
디아나를 단숨에 죽이는 것으로 그녀가 하려는 행위를 제지하려는 카이라스였지만, 이번에도 그의 의도는 무산되었다.
"절대적인 무효, 인밸리디티."
바로 에라시안이 10 서클의 무효(無效) 마법인 인밸리디티를 사용하여 그가 사용한 파워 워드, 킬을 무효화시켜버렸기 때문이었다.
사아아-
그리고 유리아나의 아름다운 몸은 산산이 부서져 가루가 되어 흩날렸고 나신으로 죽은채로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본 카이라스는 상상을 초월하는 절망감이 전신을 가득채우는 것을 느끼었고 그런 그를 향해 손으로 입술을 가리며 웃음을 터트리는 에라시안의 모습이 보여졌다. 거기에 그 뿐만이 아니었다. 저승으로 가게 되려는 유리아나의 영혼을 붙잡은 디아나는 그녀의 영혼까지도 산산히 박살을 내버렸고 그로 인하여 유리아나는 영혼조차 남기지 못하고 소멸해버렸다.
유리아나를 먹이로 삼아 그녀의 피를 통하여 체력을 회복한 디아나까지 합세하자 카이라스는 3 마리의 에이션트급 드래곤과 뱀파이어 퀸, 드래곤 로드의 합공에 위기에 처했지만 뒤늦게 그를 도우려고 온 동료들의 도움으로 위험한 모험을 하기 싫어하는 에라시안이 도주함에 따라 겨우겨우 무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혼조차 남아있지 않은 유리아나를 잃은 상실감은 너무나 컸고 카이라스는 그 상실감을 매꾸기 위하여 그 자리를 이종족들을 향한 증오와 살의로 채워넣었다.
* * *
텔레포트 마법진에 의해 시야가 바뀌며 카이라스는 자신이 아르테일 공작령으로 돌아왔음을 실감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편한 마음으로 가서 뭔 고생이었냐...'
예상치도 못한 보링논의 존재 때문에 그저 카일라와 가벼운 데이트 여행 정도로 생각했던 하라나드 숲에서의 몬스터 사냥이 카일라 구출로까지 번지고 거기에 뱀파이어 퀸 디아나와 재회(?)까지 하게 되며 뱀파이어 프린세스 셀리나와의 만남 등 시공회귀를 한 후 1 년 동안 가장 스펙터클하면서도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지스트라 자작가에서 텔레포트 마법진을 통해 그와 함께 아르테일 공작가로 돌아온 것은 카일라 뿐만이 아니었다. 피의 맹약을 통해서 카이라스에게 신뢰를 얻은 디아나와 셀리나 역시도 동행하여 함께 찾아온 것이었다.
성격이야 어떻든 디아나의 미의 화신과도 같은 아름다움이라면 그녀의 아름다움에 홀리는 자들이 있는 것이 보통이었고 특히나 그녀와 필적하는 미모를 지닌 카일라와 나란히 서있는 모습은 특히나 장관이었다.
금발적안의 미녀 디아나와 은발벽안의 미녀 카일라. 이 대조적인 두 미녀가 걷고 있고 그녀들의 곁에는 로브를 뒤집어쓴 어린 소년과 흑발적안의 무척이나 귀엽게 생긴 어린 소녀 밖에 없으니 지스트라 자작가의 영지에 있던 때 그녀들에게 말이라도 붙이려고 접근을 시도하려는 자들은 많았지만 성공하는 자들은 하나도 없었다.
애초부터 날파리들의 접근 자체를 싫어한 카일라는 항상 차가운 냉기를 풍기면서도 소드 마스터의 위압감을 전신에 풍기고 있었고, 뱀파이어가 되었다가 인간으로 돌아온 그녀는 깨달음을 얻어 소드 마스터 최상급의 경지에 오른 상태였기에 더욱 그녀가 뿜어내는 위압감이 강해져있었다.
그리고 화려한 붉은 드레스를 입고 있는 디아나는 겉으로 보아도 고귀하다는 느낌이 풍기는 우아한 기품의 미녀였기에 보는 사람들은 그녀의 철부지 같은 본래 성격을 전혀 모르고 있어 여신이나 여왕 같은 기품과 위압감을 풍기고 있었다.
이 두 미녀의 위압감을 느낀 날파리들은 접근을 시도하다가도 알아서 자신도 모르게 떨어졌고 특히나 디아나의 경우야 아직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유명하지 못하지만 카일라의 경우는 지스트라 자작의 영지와 아르테일 공작령에서는 무척이나 유명했기에 지스트라 자작령에 처음 온 사람이 아니라면 그녀를 다들 알아보고 있었고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고 접근을 하려는 자들은 대부분 지스트라 자작령에서 하라나드 숲에 입장하여 몬스터를 사냥하여 한탕 좀 해보려는 풋내기들 뿐이었다.
그리고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하여 아르테일 공작령으로 돌아온 카이라스는 카일라와 함께 마법진에서 내려왔고 텔레포트 마법진을 관리하던 마법사 둘이 그를 알아보고는 다가와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어서오십시오, 카이라스 공자님. 그리고 카일라 아가씨."
"수고들 하시네요. 오자마자 이런 부탁을 해서 미안한데 잠시 두 분이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삼촌만 따로 불러 주실 수 있으신가요? 할 얘기들이 있거든요."
"아, 네. 알겠습니다."
카이라스의 부탁은 소가주의 명령이었기에 두 마법사는 텔레포트 마법진의 관리도 멈추고는 바로 아르테일 공작가의 저택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카이라스는 마법진에서 내려온 디아나와 셀리나에게 말했다.
"둘 모두 일단 여기에 서있어. 곧 아버지나 어머니, 숙부님이 오셔서 설명을 해야하니까."
"응, 왜?"
디아나가 이해가 안가는지 고개를 갸웃거리자 카이라스가 설명해주었다.
"뱀파이어 퀸이 갑자기 찾아온다면 괜히 시끄러워진다고. 일단 한 종족의 왕이잖아? 지금 카르시스 제국은 특히나 이종족들도 평등하게 대우하고 있으니까."
카르시스 제국은 정말 보기 드물 정도로 이종족들을 인간과 동등하게 대우하고 있었으며 이종족들에 대한 차별을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카이라스는 그 점이 더더욱 화가 났다. 그렇게 평등하게 대우해주고 있었는데도 이종족들은, 특히 엘프들은 자신들이 인간들보다 우수한 종족이라는 우월주의에 빠져서 인간들을 공격해 멸망시키는데 가장 적극적이었으니깐.
'뱀파이어들은 별 생각이 없는거 같았지만.'
반면 뱀파이어들이 인간에게 느끼는 감정은 그냥 무심함이었다. 적대할 이유도 없지만 편을 들어줄 이유도 없달까?
시공회귀 이전에도 그냥 여왕의 명령이었으니 전쟁에 적극 참여했던 것이었지 인간들에게 원한을 품은 뱀파이어들은 정말인지 극소수들이었다.
"라스, 근데 세 분을 모두 부를 이유라도 있어?"
카일라가 카이라스에게 그녀 특유의 무미건조한 차가운 말투로 물었고 카이라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디아나와 셀리나가 뱀파이어라는 것은 일단 가능하면 가문 내에서도 숨기려고. 알려져서 좋을 것이 없으니까."
"그렇네."
카일라 역시 카이라스의 의견에 동의했지만 디아나는 무엇인가가 불만인지 볼을 부풀리며 투덜거렸다.
"우웅, 대체 뭐가 그리 문제가 심한거야. 나 같은 여신 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여왕님이 지내는게 대체 뭐가 문제라고..."
"......"
디아나가 투덜거리는 반면 셀리나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는데 카이라스는 그 대조적인 여왕과 공주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디아나가 빨리 왕의 자리를 셀리나에게 양위하는 것이...뱀파이어 족에게는 밝은 영광을 얻는 일일지도...'
그리고 그 때 디아나가 빠르게 표정을 관리하더니 살포시 미소를 짓더니 붉은 드레스의 치마 끝자락을 살포시 잡고는 우아하고 기품 있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뱀파이어 퀸 디아나 블라디미르라고 합니다."
그런 그녀의 인사가 향하는 방향에는 바로 도착하여 아들의 이름을 부르려고 하는 아버지 루스칼리스와 어머니 엘리나의 모습이었고, 또 그의 삼촌 카이우스가 있었다. 그리고 디아나의 완벽하기 그지없는 우아하고 기품있는 인사를 보며 카이라스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갑자기 왜 내숭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