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8화 〉[카일라의 선택] (38/380)



〈 38화 〉[카일라의 선택]

"후우우~"

8 번째 고리의 내상을 치료한 카이라스는 숨을 들이켰다. 밤새도록 내상을 치료하고 새로 얻은 경지들과 힘들을 안정시키더니 어느 사이 밤을 그대로 넘겨버려 현재는 커튼이 활짝 펼쳐져있기에 해가 지평선 너머에서 뜨고 있는 광경이 창 밖으로 보이기까지 하고 있었다.

"아침인가..."

카이라스는 창문으로 다가가 창문을 활짝 열었고 그러자 시원한 아침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정면으로 맞아주면서 카이라스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일단 이 정도면 힘은 안정화되었지.'

보링논과 싸우기 위해 급하게 8 서클의 경지에 오르고 바디 체인지의 현상도 강제로 가속화시켰기에 하라나드 숲에서 그의 8 서클의 경지는 불완전한 감이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그는 아직 마나가 부족해서 8 서클 마스터까지는 되지 못하여도 8 서클 익스퍼트에서 안정기에는 들어서있었다. 그리고 초급에 이른 소드 마스터의 경지도 보다 안정이 되었으며 무엇보다도 어제 밤 계약들을 완료하였다.

"실프, 운디네, 노움, 샐러맨더, 일렉트론."

바람의 정령 실프.

물의 정령 운디네.

땅의 정령 노움.

불의 정령 샐러맨더.

뇌전의 정령 일렉트론.

현재 카이라스가 계약에 성공한 5 명의 정령들이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정령들이 이 세상에 있었지만 가장 계약이 쉬운 정령들은 저 5 명이었고 카이라스가 현재 계약을 한 중급의 정령들이었다.

[꺄르르~라스다. 라스.]
[주인님, 부르셨어요? 헤헤~]
[마스터, 부르셨습니까?]
[주인, 불러서 왔다.]
[부르셨습니까, 마이 마스터.]

5 명의 정령들은 생김새도 다 가지각색이었다. 예쁘장한 편인 12 살 정도의 녹색의 머리카락의 소녀의 모습을 한 실프나, 셀리나만큼이나 귀여운 용모를 한 푸른 머리카락의 12 살 정도의 소녀의 모습을 한 운디네, 예의 바른 뚱뚱한 120cm의 키를 가진 노인의 모습을 한 노움, 붉은 도마뱀의 모습을 한 샐러맨더, 그리고 금발의 미소년의 모습을 한 일렉트론까지.

가장 계약이 쉬우면서도 기본적이라는 5 명의 원소의 중급 정령들의 모습에 카이라스는 정신이 산만한 것 같았지만 기분이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

'플로리아가 왜 그리 정령들을 소환하길 좋아했는지 알만했지.'

마치 집사 교육을 받는 소년처럼 깔끔한 복장에 예의 바른 모습인 일렉트론이나 동물의 모습인 샐러맨더는 그렇다쳐도 120cm의 뚱뚱보 노인네의 모습을 하고 있는 노움은 시각적으로 무척이나 보기 안좋았지만 예쁘장한 편에 속하는 소녀의 모습을 한 실프나 무려 셀리나에 비교할만한 미소녀인 운디네의 경우는 시각적으로 아주 훌륭한 눈정화를 해주고 있었다.

물론 10 서클 마스터의 경지에까지 올랐던 카이라스가 겉모습만으로 차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눈에 보기 좋은 것이 겸사겸사 좋은 거 아니겠는가?

끼익!

그리고 그 때 문이 열려지더니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 긴 흑발의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착하고 순수해보이는 소녀가 안으로 들어왔다.

"주인님, 일찍 일어나셨네요."

그러면서 배시시 미소를 짓는 소녀의 모습은 마치 성녀의 어린 시절이 이러할까 정도로 맑은 미소였지만...카이라스는 짜게 식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셀리나, 왜 네가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거야? 그리고 주인님이라니?"
"...?"

셀리나는 무엇인가 자신이 실수 한게 있나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카이라스를 향해 마치 주인에게 혼날까봐 두려움에 떠는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저, 제가 뭔가 실수 했나요?"
"아니, 그건 아닌데...왜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거야?"

카이라스의 말에 셀리나는 살짝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손가락을 꼬면서 말했다.

"신세 지기 미안하다고 아버님께 말씀드렸으니...당분간 시녀일을 할 생각이 없냐고 물으셔서 제가 좋다고 했어요. 그리고...간단한 공격 후에 바로 주인님의 전속 시녀로 배정시켜 주셨어요."
"......"

카이라스는 그의 아버지, 루스칼리스가 시켰다고 하자 바로 납득이 되었다. 그 양반이라면 이런 일 시키고도 충분히 남을 양반이었으니깐.

"어머니, 아니 엄마는 뭐라 안하셨어?"
"어머님이요? 아버님께 '어린아이에게 뭔 짓을 시키는 것이냐'라고 했지만 주인님의 전속시녀로 배정된다고 하니 바로 수락하시던데요?"
"......"

카이라스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저...잘못...된건가요?"

카이라스의 표정이 좋지 못한 것을 보자 셀리나가 살짝 떨리는 눈으로 카이라스를 쳐다보며 물었다. 순수하기 그지없는 맑은 그녀의 붉은 눈동자에 불안감이 담겨져있는 것을 본 카이라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셀리나가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 모습은 아직 어린나이지만 의외로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검은색과 흰색이 섞인 메이드복이 그녀의 긴 흑발과 섞이니 무척이나 조화롭게 보였고 더군다나 그녀의 새하얀 피부는

"아니, 나도 모르겠다. 그냥 마음대로 해라."

원래 아침에 그가 늦게 일어날 경우 그를 깨우러 오는 것은 카일라였기에 카이라스는 뭔가 아쉬움을 느끼었다.

'아, 아침마다 깨우러오는 카일라 누나의 모습을 못보는건가?...아쉬운데 그건.'

가끔은 그녀가 자신의 방을 찾아오기를 원하는 마음에 일부로 잠에서 깨어나고도 침대에 누워있던 적도 여러번이었을 정도로 그는 카일라가 찾아오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있었다.

[주인님, 이제 우리 뭐하고 놀거에요?]

그 때 운디네가 살포시 카이라스의 등 뒤에서 그의 목을 껴안으며 안겨왔다. 그러자 그녀의 푸른 머리카락이 카이라스의 신체를 간질거렸고 동시에 분명 정령인데도 인간 소녀와 같은 체향이 풍겨져왔다. 마치 어린아이가 "친구야, 놀자~"라고 하는듯한 운디네의 분위기에 카이라스는 속으로 고민했다.

'나, 이번 팔자는 보모 노릇을 할 팔자인가?'

유리아나야 그렇다쳐도, 셀리나에 운디네...그리고 육체는 성인 여성이어도 정신은 철부지 어린아이 같은 디아나까지 생각하니 굉장히 설득력 있게 들렸다.

"뭐, 운디네, 실프, 노움, 샐러맨더, 일렉트론. 나, 잠시 아침 먹고 올테니 너무 소란 피지 말고 놀고 있어. 아침 먹고 나서 놀아줄테니까."

그리고 각자 "네!", "응!", "알겠어요." 등으로 대답하는 정령들의 대답을 뒤로 하고는 카이라스는 잠옷 차림 그대로 거울 앞에 선채로 간단히 생활용의 저서클 마법으로 자면서 흐트러진 자신의 모습을 단정하게 하고는 문 밖으로 향하면서 셀리나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내려가자."
"네!"

그리고 셀리나와 함께 방 밖으로 나가자마자 정령들이 자신들이 가진 원소의 속성은 쓰지 않더라도 베개를 집어던지고 노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지만 카이라스는 그 정도는 아량있게 넘어가줄 수 있었다. 애초에 방을 치우는 것은 그가 아니었으니깐.

'디아나.'

1 층으로 내려온 카이라스의 시선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아침으로 나온 간단한 크림 스프를 맛보고 있는 디아나의 모습이었다. 뱀파이어이기에 스프 같은 것을 먹어봤자 허기가 달래질리는 없지만 디아나는 그냥 순수하게 미각을 즐기기 위해서 먹는 것이었고 어제 그녀에게 지급된 블러디 캔디가 상당히 여러개인지라 그녀가 허기를 느낄 일은 없었다.

"웃..."

그 때 셀리나가 살짝 코를 가렸다. 그것이 뱀파이어의 후각의 문제임을 알아본 카이라스가 그녀에게 물었다.

"체향들 때문에 그래?"
"네...너무 맛없는 냄새들이..."

셀리나의 말에 카이라스는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갈 뻔 했다. 맛 없는 냄새라. 하긴 남성들의 피는 뱀파이어들이 느끼기에는 참으로 거칠고 맛이 없는 음식들이었다. 어린아이라면 훨씬 낫겠지만 그래도 뱀파이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달콤한 여성의 피였다.

특히나 검술을 익힌 여성의 경우 뱀파이어들의 기준으로는 특히나 맛있다고 하며 특히나 아름다운 미녀의 경우 이상하게 피가 더욱 맛있다고 하였으며 그 때문에 보링논이나 뱀파이어 공작들, 그리고 셀리나가 카일라의 체향에 강한 유혹을 느꼈던 것이었다.

'거기다가 처녀였으니.'

유부녀의 피도 상당히 맛있게 느끼는 뱀파이어들이었지만 그들에게 가장 맛있는 피는 역시 아름다운 미녀에 검사에, 처녀이기까지 한 여인들이었다. 그런 점에서 카일라는 그야말로 뱀파이어들 기준으로 최고급의 음식이나 다름 없었고 그녀의 체향을 맡으면서 이성을 유지한 뱀파이어 공작들이나 셀리나도 대단했고 또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던 디아나는 더더욱 대단한 셈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먹음직스러운 체향도 남자, 그것도 맨날 마법 연구들만 해대는지라 온갖 약 냄새까지 뒤섞여있는 마법사들의 냄새에 섞여서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니 셀리나로서는 오히려 현재가 훨씬 나았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1 층에서 식사 중인 아버지 루스칼리스와 어머니 엘리나의 모습을 본 카이라스는 그들에게 다가가 언제나처럼 인사를 올렸고 이제 6 살이 된 유리아나의 옆에서 그녀에게 아침으로 나온 소세지를 잘게 썰어 주는 카이우스에게도 아침 인사를 올렸고 그들 역시 카이라스에게 "좋은 아침이다(야)." 맞 인사를 해주었고 카이라스는 카이우스의 옆에 있는 유리아나에게 "잘잤어? 우리 유리아나."라고 평소처럼 사촌여동생을 사랑해주는 오빠의 모습인 '척'을 하고 유리아나의 맑은 아침 인사를 받아서 흐뭇해진 기분으로 오늘은 평소와는 달리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는 카일라에게 시선을 두고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누나, 잘 잤어?"
"...응."

그리고 카일라는 뭔가 살짝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서 카이라스의 시선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고, 카이라스는 그녀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아직도 못 잊은거야?'

어제 그는 방 안으로 들어간 후 아침까지 내상을 치료하고 자신이 얻은 힘들을 정리하고 안정시키냐고 아침까지 계속해서 시간을 보내었고 카일라는 자신 때문에 그가 내상을 입었던 것을 아직도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이었다.

'잊어달라고 해서 잊을리도 없을테니, 그냥 넘어가주는게 제일 좋은 방법이겠지.'

그리고 간단한 오믈렛과 빵, 크림스프, 그리고 소세지로 아침식사를 하려는 카이라스를 향해 디아나가 갑자기 그를 불렀다.

"카이라스, 좋은 아침이야. 잘 잤어?"

대체 무슨 생각인지 밝은 웃음을 지으면서 자신을 향해 아침 인사를 해오는 뱀파이어 퀸을 보고 있자니 그 속셈이 무엇인지 카이라스는 진심으로 궁금해져서 리드 마인드 마법을 쓸까도 했지만 이곳은 아르테일 공작가였고 가문에서는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자는 의미에서 리드 마인드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가주 이외에는 금지 되어있었다. 그렇기에 "좋은 아침."이라고 대충 대꾸해준 카이라스는 디아나의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무시하고는 카일라에게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어깨가 살포시 드러나는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는 풍만한 몸매의 여신 같이 아름다운 도도해보이는 은발의 머리카락의 차가운 인상의 미녀의 모습, 사랑하는 여인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그의 마음이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옆에서 셀리나가 머뭇거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는 카일라의 모습을 보는 것에서 시선을 떼고 싶지가 않았다.

"라스."

그리고 그 사랑하는 여인이 그를 불렀다.

"응, 왜?"
"아침 먹고 나서 잠깐 둘이서 얘기 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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