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3 년 후]
1794년 7월 12일
아르테일 공작가의 안주인인 공작 부인 엘리나의 연무장.
이곳에는 지금 백설처럼 새하얀 피부들을 드러내며 아무것도 입지 않은 아름다운 은발의 여인이 눈을 감은채로 가부좌 자세로 앉아있었다.
간단한 속옷 하나도 입고 있지 않은 아름다운 여인은 당연하게도 카일라였다.
올해 24 살이 된 그녀의 몸매는 당연하게도 이전보다 훨씬 풍만해져있었고 카이라스가 기억하던 시공회귀 이전의 그녀의 몸매의 발육도에 가까워져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최고급의 은을 녹여서 만들어 뽑은듯한 긴 은발의 머리카락과 더불어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존재하는 그녀의 머리색과 같은 은색의 무성한 방초숲은 비록 털이 많이 나있기는 하지만 보는 사람이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하나하나가 아름다운 빛을 띄고 있었기에 오히려 자극적인 모습이었다.
거기에 매일 같은 검술의 수련으로 당연하게도 군살 하나 없는 그녀는 나올 곳은 전부 다 나오고 들어갈 곳들은 전부 다 들어가있어서 그녀의 움푹 들어간 귀여운 배꼽이나 풍만한 가슴이 더욱 돋보여졌다. 거기에 여전히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두 눈을 감고 있는 지금도 은발의 여신과도 같은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풍기고 있었다.
솨아아아!
그리고 이 때 그녀의 전신에서 새하얀 빛이 나기 시작했고 그 새하얀 빛에 의해 그녀는 더더욱 여신과도 같이 보였지만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쓸 틈이 없었다. 지금 그녀가 겪고 있는 것은 바로 바디 체인지의 현상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하게 머리 속이 깨달음으로만 가득차있는 그녀의 아름다운 육체가 허공에 떠오르더니 이윽고 전신이 뜨겁게 타올랐는데 그녀의 육체는 보다 마나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고, 또 그녀가 가진 깨달음들을 감당할 수 있도록 재구성이 되어갔고 보통 이럴때는 입고 있는 옷들이 모조리 가루가 되어버리겠지만 그녀는 이럴 때를 대비하여 아예 아무런 옷도 입고 있지 않았기에 옷이 타버리는 일은 없이 그저 허공에 뜬채로 육체만이 강력해진채로 바닥에 내려진 그녀는 완전히 의식을 잃어버렸다.
이로서 그녀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들어선 것이었다.
"......"
그녀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른 광경을 본 그녀의 고모이며 스승인 그녀 못지 않은 여신과도 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성숙미의 극에 달한 몸매를 지닌 금발의 절세미녀, 엘리나는 살짝 눈을 감았다.
'내가 32 살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올랐을때도 화제였는데 고작 24 살의 나이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올랐다는 것이 알려지면 정말 난리 나겠네.'
24 살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 이것은 가히 대륙 역사상 최연소로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것이었고, 카일라의 경지가 알려진다면 당연히 제국 뿐만이 아니라 대륙 전체가 난리가 날 것이었다. 당장에 카르시스 제국의 황실에선 그녀에게 백작의 자리를 내릴테고 다른 가문 소속이라면 모를까 그녀가 아르테일 공작가에 있는 이상 그녀를 영입하려 드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었다. 특히나 그녀가 이미 아르테일 공작가에서 차기 안주인으로 알려진 이상에는 더욱 그러했다.
'정작 카일라는 그런거에 신경 쓸 거 같지가 않지만.'
엘리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사랑하는 조카딸인 카일라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필사적으로 오르려고 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자신의 아들이며 그녀의 10 살 연하의 약혼자인 카이라스에게 방해가 되지 않고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조카딸인 카일라가 자신의 며느리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엘리나에게는 참으로 기쁜 다짐이었고, 또 강해지고 싶다는 열망이 강렬했던 카일라의 눈을 보았던 엘리나는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했다.
그녀의 수련은 무척이나 고되었고 카일라는 아름다운 육체에 수도 없이 상처를 입었지만 8 서클에 오른 카이라스의 치료 마법들을 받아서 완벽하게 외상을 치료한 후 계속해서 엘리나의 수련을 쉬지 않고 받았고 그 노력의 결과 3 년만에 그녀는 소드 마스터 최상급의 벽을 뚫고 이렇게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끼이익!
만약을 위해서 카일라의 옆에서 호법을 서던 엘리나와는 달리 그녀가 바디 체인지를 겪을 동안 밖에서 대기를 하고 있던 카이라스가 문을 열고 들어와 의식을 잃고 쓰러져있는 카일라를 보며 미소를 지으면서 엘리나에게 말했다.
"카일라 누나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드디어 올랐네요. 24 살이라면 최연소죠?"
"응, 라스가 11 살에 8 서클에 올라서 좀 빛이 죽는 느낌이지만 정말 누구의 조카인지 대단하다니까."
"누구의 약혼녀인지 대단한 거 겠죠."
"어머, 얘는...호호."
카이라스의 말에 엘리나는 약혼녀를 잘 챙기려는 모습이 싫지 않은지 손으로 입술을 가리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 3 년의 세월 동안 카일라만이 변한 것이 아니었다. 카이라스의 외모 역시 무척이나 변해있었는데 먼저 14 살인 그는 현재 키가 160cm에 달하고 있었으며 외모 역시 이목구비가 보다 선명해져 남성적인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를 보유한 미소년으로 성장해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3 년 동안 가문 내에서 소수만이 알고 있는 그의 경지는 경악 그 자체였다.
소드 마스터 최상급에 이른 검술, 5 명의 상급의 정령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14 살의 나이에 9 서클의 경지에 입문을 한 전대미문의 천재였다.
14 살의 나이에 9 서클의 경지에 들어선 것은 그녀의 남편이자 카이라스의 아버지인 루스칼리스가 세운 기록을 깨버린 것이었고 그의 경지를 알고 있는 카이우스를 비롯한 가문의 어른들은 혀를 내두르며 놀라워하면서도 크게 기뻐하며 가문을 더욱 빛내줄 후계자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카일라 누나가 갈아입을 옷을 가져왔는데 아무래도 제가 입혀줘야겠네요."
카이라스는 카일라의 알몸을 보고선도 부끄러워하거나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직 성년이 될 때까지는 1 년을 남겨둔 카이라스였기에 속마음이야 어떻든 겉으로는 소년 다운 모습을 보여야하지만 그녀의 알몸을 보면서도 그저 웃음을 보이며 카일라에게 옷을 입혀주겠다는 말을 자신의 어머니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었다.
"응, 그래. 벌써부터 마누라를 챙기는게 열심이네, 아들?"
엘리나는 오히려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그 모습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 이유는 바로 이미 2 년 전부터 카일라는 카이라스가 어리고 미성년자이기에 섹스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그를 약혼자로 인정한 후에는 그가 자신의 알몸을 보는 것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무덤덤한 모습들을 보이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녀는 카이라스의 요구를 순순히 따라서 같이 목욕을 하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가끔씩은 침대에서 이불을 함께 덮고 같이 자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같이 잔다고 해도 아직은 카이라스가 미성년자였기에 가벼운 포옹이나 손만 잡고 자는 것이었다.
또 14 살이 된 후로는 카이라스는 카일라랑 거의 마주 끌어안을 정도로 키가 커졌기에 그녀에게 자주 키스를 해주기도 하였고 가끔은 그녀의 외상을 마법으로 치료해주면서 살짝 애무를 해주기도 할 정도로 둘의 사이는 가까워져있는 상태였다. 더군다나 가끔 시간을 내어서 데이트도 하는지라 카이라스가 15 살이 되는 생일이 그녀의 처녀지신이 무너지고 그녀를 동경하던 수많은 남자들과 여자들이 눈물을 흘리는 날일 것이었다.
물론 여전히 카일라는 차갑고 무미건조한 태도를 보이지만 그 속에서 그녀의 감정을 확실히 파악해내는 재주를 가진 카이라스는 그녀의 마음을 모두 읽고는 항상 웃으면서 그녀의 태도에 단 한 번도 불만을 가지지 않고 대해주니 엘리나가 볼 때는 정말로 사이 좋은 약혼자와 약혼녀였다.
"자, 우선..."
카이라스는 우선 카일라에게 속옷부터 입혀주기 위해 카일라의 새하얗고 늘씬한 다리를 붙잡았다가 묘한 장난기가 돋아서 엘리나가 보는 앞임에도 그녀의 다리를 살짝 옆으로 벌렸는데 그러자 그녀의 사타구니에 위치한 붉은 색의 균열이 벌어지며 카이라스를 강렬하게 유혹해왔고 사랑하는 여인의 은밀한 부위의 유혹에 9 서클에 들어간 카이라스도 입맛을 다시었지만 그는 어머니의 살짝 따가운 눈초리와 1 년이라는 기한을 떠올리고 그 유혹을 참아내며 카일라의 몸을 마법으로 허공에 띄웠다.
그리고 1 분후, 카일라는 마법을 쓰지 않고 손으로 직접 옷들을 입혀준 카이라스에 의해 간편한 은색의 무복 차림이 된채 바닥에 눕혀졌고, 8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의식을 차리고 일어날 수 있었다.
이것이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 * *
1794년 7월 19일
카일라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른 후에도 아르테일 공작가는 그다지 변함이 없었다. 갓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른 카일라는 보다 자신이 가진 힘을 능숙하게 다루기 위해 여전히 엘리나에게 수련을 받고 있었고 카이라스 역시 계속해서 마법과 검술의 경지를 보다 높이기 위해 수련을 계속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마법이야 마나만 모으면 되고, 정령술은 드래곤 하트들에 자연의 기운을 계속해서 모아두고 있었으니 그렇다쳐도 문제는 검술의 경지였다.
'소드 마스터 최상급까지는 이미 알고 있던 단계이니 손쉽게 올랐지만 그랜드 소드 마스터는 좀 힘들구나.'
카이라스가 마법에 너무 뛰어나서 부각되지 않아서 그렇지, 그는 검술에도 검성 카일라나 검의 여제 유리아나, 검의 여왕 레이나, 검황 지그문트 등 최강의 검사들과 비교해서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 수준의 재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방법은 꾸준히 연습하기 밖에 없었으니 카이라스는 연무장에서 평소처럼 검을 휘두르면서 수련을 하며 시간을 보낼 때였다.
"잘 안되는가보구나."
흑발의 머리카락에 근육으로 탄탄한 체구의, 자신의 형인 루스칼리스와 흡사한 외모를 지닌 젊은 청년의 외모를 한 8 살 짜리 딸을 둔 유부남이며 카이라스의 삼촌인 카이우스가 연무장 안으로 찾아와 물었다.
"아, 삼촌. 네...솔직히 말해서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벽에 막혀서 진전이 없네요."
카이라스는 솔직하게 자신이 진전이 없다는 것을 밝혔다. 천재들의 고질병 중 하나는 남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거부하며 자신의 힘만을 맹신한다는 것이었지만 카이라스는 그것에 포함되지 않았다.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세우기에는 그가 겪은 일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었다.
"흐음, 그럼 우선 유리아나를 가르쳐보면 어떻겠냐?"
"유리아나를? 가르쳐요?"
"그래. 배우기만 하는 것보다 남에게 가르치는 것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느냐?"
"흐음, 확실히...그렇군요."
카이라스는 카이우스의 말에 납득을 했다. 확실히 배우기만 해서 익히는 것보다 남을 가르치면서 스스로 배우게 되는 것도 상당했고 어쩌면 자신이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되는데 필요한 것은 그것일지도 몰랐다.
'특히나 유리아나가 더 강해진다면...나에게 좋은 일이지.'
아직 어린아이인지라 시공회귀 이전의 그녀의 모습이 연상이 잘 안되어서 그렇지, 유리아나 역시도 시공회귀 이전에는 그가 카일라 만큼이나 사랑하던 여인이었으며 카일라에 필적하는 그녀 역시도 검술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강해진다면 카이라스로서는 그저 기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