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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화 〉[3 년 후] 2 (44/380)



〈 44화 〉[3 년 후] 2

"그래, 그럼 지금 유리아나를 데려오도록 하마."

카이라스가 자신의 말에 납득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카이우스가 다시금 연무장 밖으로 나가려 하면서 말했다.

"지금요?"
"그래, 가능하면 빨리 시작할 수록 좋은거 아니겠느냐?"
"아, 네..."

뭐가 문제냐며 자신을 쳐다보는 삼촌의 모습에 준비가 안되었다고 말하려던 카이라스는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난처해하며 하루만 좀 가르칠 것들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고 했겠지만 그가 가르쳐야할 사람은 유리아나였다.

카일라에 대해 사소한 정보들까지도 알듯이 그는 유리아나에 대해서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어디가 민감하고 어디가 약하며 어떤 섹스를 좋아하는지까지도 완벽하게 알 정도로 그녀에 대해서는 그녀 자신보다도 더 많이 파악하고 있는 것이 카이라스였다.

당연하게도 그녀가 쓰는 검술의 방식이나 그녀가 미래에서 익히는 검술은 물론이고 그녀의 검술 시 실수하는 부분들도 모두 기억하고 있었고 그녀를 어떤 식으로 검술을 가르쳐야할지는 모두 정리된 상태였다. 단지 그보다 뛰어난 검술 실력을 가진 그의 삼촌 카이우스와 그의 어머니 엘리나가 있었기에 실행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볼지도 모르겠네.'

카이우스가 연무장 밖을 나가자 카이라스는 시공회귀 이전의 유리아나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카일라의 공격이 빠르고 현란하게 움직이며 동시에 그 안에 막대한 충격파를 담고 있기에 방어를 하더라도 상대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데다가 대단위 충격파를 이용한 다양한 기술들로 검성으로서 활약했다면, 유리아나를 검의 여제라고 불리게 한 것은 바로 오러를 이용한 플라워(Flower)였다.

붉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전장터를 걸어다니는 그녀의 검술은 마치 춤을 추는듯한 움직임을 선보였고 그 모습이 마치 아름다운 여신이 춤을 추는 듯 하였었다. 그런 그녀가 지나가는 자리에는 오러로 만들어진 푸른 꽃잎들이 휘날리며 향긋한 꽃향기를 퍼트렸는데 그 오러의 꽃잎들은 유리아나의 의지가 담기는 순간 유리아나를 제외한 주변의 모든 것을 공격하는 무기로 돌변하였고 유리아나의 검에서 꽃이 피어날때 그 꽃에 달린 꽃잎들은 하나하나가 오러 블레이드의 위력을 머금고 있는 치명적인 공격들이었고 그렇기에 그녀가 일으키는 오러의 꽃들을 죽음의 꽃들이라고 부르며 데스 플라워(Death Flower)라는 이름을 사람들이 지어주고는 했었다.

'본인은 마음에 안들어했지만.'

검사라고는 해도 여자 같은 감수성을 지녔던 유리아나는 오러 블레이드를 통해서 만들어낸 꽃들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했었다.

"라스 오빠, 이거 봐바. 예쁘지?"

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앞에서 오러 플라워를 마구 만들어낸 후 자랑스러워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귀여워서 웃음을 지었던 기억도 카이라스는 현재 마치 영상을 보는듯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이 만들어낸 예쁜 꽃들에 데스 플라워라는 이름이 붙은 것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고 카이라스에게 그것에 대해 한탄을 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데스 플라워라는 이름이 안붙게 도와줘야겠군.'

오러 플라워나, 블루 플라워라는 이름을 대충 붙여주면 적어도 이번 생의 유리아나는 감수성에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었다.

'흠?'

그 때 카이라스는 연무장 쪽으로 다가오는 기운을 느꼈고, 그 기운이 유리아나나 카이우스가 아님을 파악했다. 현재 카이우스는 유리아나를 데리러 갔다가 졸고 있는 유리아나의 모습을 보고는 이마를 붙잡으며 자고 있는 아이를 깨울수도 없고 그렇다고 기다리는 카이라스를 계속 기다리게 할 수도 없는 상황에 난처해하고 있었으니깐.

'셀리나군.'

연무장으로 다가오는 사람은 바로 셀리나였다.

끼이익!

연무장의 문을 열고 들어온 셀리나의 한쪽 손에는 쟁반이 들어올려져있었는데 그 쟁반의 위에는 시원해보이는 레모나이드가 커다란 유리잔 안에 가득채워져있었다.

"주인님, 목 마르실것 같아서 레모네이드를 하나 만들어왔어요."

그러고는 맑게 웃음을 짓는 셀리나에게 카이라스도 웃음으로 마주 대답해주며 말했다.

"고마워, 셀리나. 잘 마실께."

3 년이라는 세월. 이 세월 동안 달라진 것은 외모들과 상승한 경지들만이 아니었다. 카이라스와 셀리나의 사이 역시도 보다 허물 없는 사이가 되었는데 3 년 동안 아르테일 공작가에서 지내면서 셀리나는 항상 순종적이면서 밝은 모습들을 보여주며 메이드로서의 일을 충실히 해왔고 카이라스에게는 언제나 사근사근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3 년이란 세월 동안 그녀가 보여준 그런 모습들은 카이라스의 마음을 열게 하는데 성공한 상태였다.

"맛있게 드세요."

레모네이드를 카이라스에게 건네준 셀리나는 손을 살짝 입술에 갖다대고는 꺄르르~ 웃음을 지었다. 카이라스가 자신이 만든 레모네이드를 마셔주는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에 카이라스는 레모네이드를 마시면서 천천히 그녀의 모습을 위아래부터 흝어보았다.

14 살로 성장한 그녀는 서서히 여자 다운 모습이 갖춰지고 있었다. 가슴 역시 봉긋하게 나오기 시작했고 보다 진한 여인으로서의 향기가 풍기기 시작했으며 외모 역시 보다 성숙해지며 이목구비 역시 뚜렷해지고 있었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착하고 순수하며 맑아보이는 인상은 여전하여 겉모습으로 그녀를 판단해 본다면 흑발적안의 용모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뱀파이어 프린세스가 아닌 성녀로 인식할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었다.

'메이드복 차림이라는게 특이하다고 여기겠지만.'

3 년이 지나 14 살이 된 지금도 그녀는 메이드복을 고집하고 있는데 은근히, 아니 상당히 메이드복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았다.

"허흠..."

그리고 헛기침을 하는 소리와 함께 카이우스가 다시 돌아왔다. 그는 카이라스를 보더니 어색하게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헛참...이거 삼촌으로서 면목이 없구나. 유리아나 녀석이...피곤했던지 깊이 잠에 들어있더구나."
"괜찮아요. 그 나이 때면 잠을 많이 잘 때잖아요."

카이라스의 말에 카이우스는 다시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흠, 아무래도 유리아나는 내일 가르쳐줘야겠구나. 오늘은...혼자서 수련을 해야겠으니...후우...정말 면목이 없다."
"그럼, 셀리나나 가르치고 있죠 뭐. 검술은 아니더라도 셀리나는 뱀파이어 프린세스여서인지 움직임이 섬세하지 여러 기술들을 가르쳐주면 빨리 익히거든요."

그 말에 카이우스가 셀리나를 쳐다보자 셀리나는 싱긋 웃음을 지었다. 카이라스가 다시 자신을 가르쳐줘서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기뻐하는 것을 보니...딸 둔 아버지로서 입맛이 썼다.

'유리아나 녀석도 오빠가 좋다고 맨날 그러는데...후우, 역시 능력 있는 녀석이다보니 여자들이 잘 꼬이는구나.'

사실 생각해보면 자신의 형인 루스칼리스도 그랬다. 아니, 지금도 그러고 있었다.

만약 그가 피임을 하지 않았다면 그의 아이라고 주장하는 아이들이 한 100 명은 가뿐히 넘게 몰려올 것이었으니 임신에 대한 처리는 확실히 하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대체 어떻게 했는지 버림받은 여자들이 단 한 명도 원망을 안한단 말이지...'

그의 형의 능력은 참으로 불가사의했고, 그의 형의 아들인 조카, 카이라스 역시 불가사의한 놈이었다.

'14 살에 9 서클이라니. 형님 같은 괴물은 당분간 못볼 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래도 조카도 자식이라고, 카이라스 정도라면 유리아나를 잘 데리고 살아줄 수 있을 법 했고 유리아나가 좋다면 카이라스의 둘째부인이건 셋째부인이건 기꺼이 그에게 시집을 보내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자 완전히는 아니지만 보다 마음이 편해진 카이우스는 카이라스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말했다.

"그럼, 나는 이만 나가보마. 열심히 수련하거라."
"네, 삼촌도 열심히 수련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카이우스는 카이라스와 셀리나의 인사를 받으면서 연무장 밖으로 나갔고 이제 연무장 안에는 카이라스와 셀리나. 이 둘만이 남아있었다.

후루룹!

카이라스는 셀리나가 가져온 레모네이드를 빨대로 한번 빨아먹어 본 후 말했다.

"맛있네. 잘 만들었어."
"고마워요, 주인님. 헤헤..."

칭찬을 받자 마치 주인에게 칭찬을 받아 좋아하는 강아지처럼 웃음을 짓는 셀리나의 모습을 웃으면서 바라보던 카이라스는 레모네이드를 모두 마신 후 유리잔이 깨지지 않게 안전한 아공간 안에 넣어버린 후 셀리나에게 말했다.

"자, 그럼 수련을 시작해볼까?"
"지금요?"
"그래. 긴장할 것은 없고 가벼운 복습만 해보는거니까 말이야. 발을 빠르게 움직이는 보법을 가르쳐준 것은 기억해?"
"아, 네...이렇게 하는 거 말씀이세요?"

메이드복 차림새 그대로 셀리나는 가볍게 발을 움직였다. 얼핏 봐서는 그냥 발을 빠르게 움직이는거 같았지만 타고난 밤의 귀족인 뱀파이어들 중에서도 공주인 뱀파이어 프린세스 답게 그녀의 움직임에는 조금의 소리도 나지 않고 있었고 움직임 역시 너무도 부드러웠다.

"좋아, 그러면 블러드 클로를 생성해봐."
"네."

셀리나는 카이라스의 명령대로 자신이 가진 블러드 마나를 실체화시켜서 날카로운 손톱과 같이 만들었고 그녀의 오른손에는 디아나의 블러드 클로만큼 예리하고 무시무시해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나 위협적으로 보이는 30 cm 정도의 블러드 클로가 생성되었다.

'저 정도면 소드 마스터의 오러 블레이드도 견딜 수 있겠지만...그 뿐이지.'

디아나의 블러드 클로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생성한 오러 서클을 휘감은 오러 블레이드와도 정면으로 맞붙을 수 있었다. 하지만 셀리나의 블러드 클로는 아직 성취가 미약해 그 정도의 힘을 보유하고 있지 못했고 기껏 해야 소드 마스터의 오러 블레이드를 상대로 10 번 정도 버틸 수 있는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셀리나의 나이는 고작 14 살이고, 그녀가 가진 가장 천부적인 재능은 바로 은신이었다. 9 서클에 이른 카이라스도 아직도 완벽하게 기운을 파악하기 힘들어할 정도로 뛰어난 은신술을 가진 그녀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나 8 서클 마법사 정도가 된다면 다가올때까지 기척은 느끼지 못하더라도 공격하는 순간 빠르게 방어를 할테니 암살 같은 것이 통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7 서클 이하의 마법사나 소드 마스터들은 충분히 암살할 수 있는 능력이 지금의 그녀에게 있었다.

"근데 블러드 클로 말이야. 길이를 더 길게 할 수 없어? 디아나도 30 cm이던데 말이야."
"그게...길게 할 수는 있는데 고모님은 늘리느니 그냥 응축을 해서 더 단단하게 하는게 효율적이라며 늘리지 않으시더라고요. 늘리면 아무래도 위력이나 강도가 약해지는지라..."
"속 빈 강정이란 거군...뭐, 그럼 내가 저번에 가르쳐줬던 기술들 기억하지?"
"네, 그...유술 계열을 말씀하시는건가요?"
"그래, 유술 말이야. 그것들로 상대를 제압하고 양 손으로 붙잡은 상태에서 블러드 클로를 생성하면 꽤나 효과가 좋을텐데..."
"그, 그건 좀..."

생각만 해도 잔인한지 뱀파이어 프린세스이면서, 마음이 여린 소녀인 셀리나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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