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7화 〉[친구와의 재회] 2 (47/380)



〈 47화 〉[친구와의 재회] 2

"정녕...정녕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이십니까?"
"그렇습니다. 9 서클의 마법을 한번 써서 시범을 보여드리고는 싶지만, 여기서는 무리겠죠. 대신 이것으로 증명해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그가 꺼낸 것은 아르테일 공작가의 직계임을 뜻하는 오리하르콘으로 만들어진 신분패였고, 그것을 본 한스는 경탄했다.

"진짜,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이시군요. 도련님, 저 분은 진짜입니다. 저 신분패는 아르테일 공작가의 직계를 뜻하는 신분패입니다."
"한스 경."
"허, 험!"

너무 흥분한 한스에게 지그문트가 주의를 주자 한스는 헛기침을 했다.

"죄송합니다. 제 호위기사가 무례를 범했습니다."
"후후, 아닙니다. 익숙한 반응인데요 뭐."

이미 카이라스가 자신을 밝혔을때부터 주변의 사람들의 시선이 카이라스를 향한채로 웅성거리고 있었다가 그가 확실하게 본인임이 밝혀지자 더더욱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 소년이 그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
"이야, 인물은 어린게 진짜 훤칠하네."
"쉿, 조심하게. 상대는 아르테일 공작가야. 잘못했다간 경을 칠 수가 있어."
"아, 알겠네."

주변에서 이렇게 떠들어댔지만 카이라스는 신경쓰지 않았다.

"보아하니, 방을 못 구하신거 같은데 여기 제 별장이 있습니다. 꽤나 넓은 저택이니 남는 방도 여러개 있으니 괜찮다면 제 별장에서 머무르셔도 됩니다."
"그, 그래도 됩니까?"

지그문트는 카이라스의 호의에 눈이 휘둥그레지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한스가 지그문트에게 살짝 속삭였다.

'수락하십시오. 도련님께는 지금 푹 쉬실 장소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지그문트는 앞으로 나서서 감사를 표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꼭 사례를 드리는 것으로 갚겠습니다."
"사례는 안하셔도 괜찮은데..."
"아니, 제가 마음이 편하기 위해서라도 꼭 사례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이 편하기 위해서 사례를 하겠다는 지그문트의 말에 카이라스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지그문트 녀석 성격이 그런 것은 어릴때도 마찬가지였군.'

그의 기억에 있는 친구, 검황 지그문트는 기사들의 존경을 받는 마법사인 카이라스가 봐도 참된 기사의 표본이던 강직한 성격의 남자였다. 그러면서도 거짓말을 하지 않고 솔직하면서도 호감 가는 시원한 외모와 성격도 좋은 편이었기에 인간 연합군은 그를 검황이라는 호칭 외에도 기사 중의 기사라 하여 '대기사'라고 부르기도 헀었다.

"제가 앞장 설테니 따라오십시오."

카이라스가 그 말을 하고 몸을 돌리자 그의 등 뒤에 서있던 사람들이 황급히 옆을 비켜섰다.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의 앞길을 가로막았다간 어떤 꼴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물론 카이라스가 그런 것에 처벌을 하려고 들 성격은 아니었지만 그만큼이나 아르테일 공작가의 위세는 타 공작가인 이곳에서조차 높았다.

그리고 마치 기적이 일어나는듯 인파가 옆으로 갈라서서 자리를 만들어주자 지그문트 일행은 카이라스의 뒤를 따라갔다.

*              *             *

카이라스가 말한 별장은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남서쪽에 위치해있었는데 밖에서 보더라도 정말 무척이나 거대하고 넓었다.

'이게 별장이란 말인가?'

지그문트는 타 공작가인 리히테나워 공작가에 이런 거대한 별장을 가지고 있는 아르테일 공작가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일부나마 체감하고 혀를 찼다.

그런 그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카이라스가 대문의 앞에 서서 말했다.

"저택은 3 층으로 되어있고 방은 지하까지 합치면 100 개 정도가 있습니다. 마굿간도 있긴 하지만...말들이 없으시군요."
"네, 전부 팔아서 돈으로 충당을 한지라..."

지그문트는 어려운 여인들을 위해서 돈이 필요해 말들을 모두 팔았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한 일들을 자랑하는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그가 선행을 하기 위해 말을 팔았다는 것을 시공회귀 이전의 그의 친구인 마법왕 카이라스는 잘 알고 있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푹 쉬십시오. 이곳에서 일하는 시종들에게 일러서 목욕물들도 준비하게 하겠습니다. 아니, 제가 클린 마법 한 번 써드리면 그냥 끝날텐데 클린 마법을 써드릴까요?"
"아, 괜찮습니다. 따뜻한 목욕을 하면서 몸의 피로를 푸는 것도 검사에겐 중요하거든요."
"후후, 그렇기는 그렇죠."

지그문트의 말에 카이라스는 동의했다. 그는 비록 바쁘게 사냐고 목욕을 하는 시간도 아까워 거의 대부분을 클린 마법으로 샤워나 목욕을 대신하고 카일라와 함께 목욕을 할때만 목욕을 하지만 목욕의 상쾌함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문 열어, 카이라스다."

끼이익!

카이라스가 자신의 이름을 대며 문을 열라고 하자 문이 열려졌고 카이라스가 "자, 그럼 들어오시죠." 라고 들어오라는 제의를 하자 지그문트 일행은 카이라스의 뒤를 따라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대문을 지나서 마당에서 중간 쯤 왔을때였다.

"주인님~"

그리고 밝고 명랑해보이는 맑은 소녀의 고운 목소리가 들려오며 긴 흑발을 가진 붉은 눈동자의 카이라스 또래로 보이는 메이드복 차림의 아름다운 소녀가 카이라스의 앞으로 다가왔다.

"다녀왔어 셀리나."
"다녀오셨어요, 헤헤~"

그러면서 셀리나는 살짝 카이라스에게 안겨왔는데 카이라스 역시 살포시 안고는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강아지처럼 좋은듯 눈을 감았고 그러다가 지그문트 일행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 급히 떨어졌다.

"어, 어멋...죄, 죄송해요. 손님들이 계신데..."

셀리나는 새하얀 얼굴을 연분홍빛으로 붉히면서 고개를 숙였고 그 사랑스러운 모습을 본 지그문트와 한스를 비롯한 그의 호위기사들은 일제히 충격을 받았다.

'아, 아름답군.'
'귀, 귀여운데?'

비록 14 살 정도로 밖에 되어보이지 않지만 셀리나의 용모는 넋을 잃을 정도로 아름답게 성장해있었기에 그들에게는 보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충격이었다.

순수하고 맑아보이는 착해보이는 그녀의 인상이 더욱 그녀를 사랑스럽게 보이게 만들어주고 있었고 더군다나 메이드복의 차림새에 순종적인 그녀는 그야말로 남자들의 로망인 메이드였다!

물론 카이라스에게는 로망이 아니지만.

"셀리나, 다들 뭐하고 있어?"
"카일라 언니는...지금 검술 수련을 하고 계셔요. 그리고 유리아나는 지금 디아나 고모님이 놀아주고 계시고요."

셀리나는 카이라스의 물음에 얼굴이 붉어진 상태에서도 얌전하게 대답하고 그녀는 다시 조신한 몸가짐을 보였는데 귀족들을 여러번 보아온 지그문트와 한스는 그녀의 몸가짐을 보고는 그녀가 단순한 메이드가 아님을 알아차렸다.

마치 고위 귀족의 영애나 왕족, 황족들이나 보일 법한 조신한 몸가짐을 하는 메이드가 보통 메이드일리가 없었다. 아니면 아르테일 공작가는 메이드부터가 비정상이거나.(사실 둘 다 맞는 말이다.)

"카일라 누나는 여전히 열심히네."
"저, 카이라스...공?"

지그문트는 카이라스를 뭐라고 호칭해야할지 몰라 난처해했다. 그가 만약 무가(武家)의 자식이라면 카이라스 경이라 부르면 되겠지만 그는 무가의 자식이 아닌 마법사 가문의 자제였고 동시에 제국 최강의 세력을 지닌 아르테일 공작가의 자제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그가 고민한 끝에 나온 호칭은 공이었다.

"지그문트 경, 그렇게 힘들게 부를 필요 없습니다. 나이가 올해 13 이시죠?"
"네, 그렇습니다."
"그럼 그냥 카이라스 형이라고 부르십시오. 카이라스 공이라는 칭호...솔직히 말해서 아직 제가 공작도 아닌데 부담스럽니다. 제가 나이가 14 인지라 한 살이 위이니까요."
"네, 카이라스 형님. 그럼 형님도 저에게 말을 편히 놓으십시오."
"...뭐, 좋습니다. 아니, 좋아, 지그문트."

카이라스는 마지 못해서 수락해서 넘어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셀리나에게 말했다.

"셀리나 일단 지그문트와 그의 호위기사 분들이 지금 오랫동안 걸으셔서 많이 힘드실거 같거든? 그러니 시종들과 시녀들에게 일러서 따뜻한 목욕물들을 준비하라고 하고."
"네, 주인님."

셀리나는 살짝 치마자락을 들어올리며 카이라스에게 기품 있게 허리를 숙인 후 아름다운 흑발을 흩날리며 빠르게 사라졌고 그녀의 움직임을 본 지그문트와 호위 기사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특히나 한스의 충격은 상당했는데 그녀의 발 움직임은 어떻게 된 것이 소드 마스터인 자신보다 훨씬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카이라스 형님."

카이라스가 나머지 남은 마당을 마저 걸어가 저택으로 향하기 위해 출발하자고 하려 했을때 지그문트가 그를 불렀다.

"응, 왜?"
"근데 방금전 혹시 카일라 님을 언급하셨는데...그 분이 혹시 여기에 계십니까?"

카일라의 이름을 들은 지그문트가 동경에 찬 눈으로 카이라스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만이 아닌 한스를 비롯한 호위무사들 역시 동경심이 가득한 눈초리를 하고 있었고 카이라스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내 약혼녀이며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 카일라 누나를 말하는 것이라면 맞아. 나와 함께 여기에 왔어."
"그랜드 소드 마스터이신 그 분을 뵐 수 있다니...정말 영광입니다."

카일라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 초급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들어선 순간부터 그녀는 대륙에서 손꼽히는 절대자 중 한 명의 반열에 올라선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대륙의 모든 소드 마스터 최상급 이하의 검사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었고, 특히나 24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의해 젊은 무인들의 동경심이 더욱 더 강하였고 지그문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일단 저택이나 들어가자."
"네, 형님. 근데 형님의 약혼녀이신 카일라 형수님은 정말 그렇게 아름답습니까?"
"형수님?"
"네, 카이라스 형님을 형님으로 부르기로 했으니 형님의 약혼녀이신 카일라 형수님은 당연히 제 형수님이 되시는 거 아닙니까?"
"아니, 맞는 말이다."

카이라스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그문트의 말은 얼핏 아부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단지 돌려말할 줄 모르는 그는 너무 솔직하게 말하다보니 그게 아부 비슷하게도 들리는 것이었다.

'허, 정말 예상치도 못한 소득이군.'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와의 친분을 자신이 모시는 도련님인 지그문트가 얻자 한스는 이 예상치 못한 행운을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리고 거기다가 그 역시도 그랜드 소드 마스터를 직접 만난다는 사실에 참기 힘들 정도로 기대감이 가득했다.

그리고 저택의 문에 도착했을때 화려하고 넓은 거대한 저택 답게 문 역시 문 자체는 값비싼 나무들로 되어있었고 손잡이는 황금으로 되어있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가 황금으로 된 손잡이를 돌려서 문을 열려고 하기도 전에 손잡이가 저절로 돌아가더니 문이 열려지며 문 너머에는 여신과도 같은 숨이 막힐듯한 초월적인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고고한 자태의 은발의 여인이 은색의 드레스 차림으로 서있었다.

그녀는 당연하게도 카이라스의 약혼녀이며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른 최연소 천재 검사인 카일라 폰 카르세드, 훗날의 카일라 카르세드 아르테일 공작 부인이 될 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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