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 〉[검술 대회 시작]
검술대회가 있기 하루 전의 깊은 밤, 리히테나워 공작가의 저택.
"내일 있을 검술 대회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겠지?"
당대의 리히테나워 공작가의 가주이며 리히테나워 공작가에도 3 명 밖에 없다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 중 한 명인 갤러트 폰 리히테나워 공작은 갈색의 머리카락에 갈색의 눈동자를 가진 상당히 부드러운 인상의 사내였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면 자신의 기세를 갈무리하는 것이 가능해져 그와 같은 부드러운 인상이 되는 경우는 상당하였지만 그렇다고 진짜로 부드러운 성격의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또 다른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 카이라스의 어머니, 엘리나의 경우 진짜로 온화한 성격이었고 카이라스의 삼촌인 카이우스 역시 상당히 부드러운 성격에 속하였지만 리히테나워 공작은 그들과는 달랐고, 그의 부드러운 인상은 그 속에 숨겨진 날카로운 칼날과도 같은 기세를 숨기기 위한 거짓된 표정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그의 앞에 선 중년의 가신은 그를 향해 경외감과 더불어 강렬한 공포를 느끼면서 고개를 조아렸다.
"넵! 공작 전하의 명령에 따라 검술 대회를 열기로 한 후 모두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말 각국의 인재들이 몰려드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제국 내에서도 실력 있는 용병들도 속속히 모여들어서 참가를 하고 있습니다."
"귀족가의 자식들이야 회유가 거의 불가능하겠지. 하지만 준귀족인 기사 가문이나 자유기사, 혹은 용병들 중에서도 재능이 있는 놈들은 최대한 끌어들여."
"예!"
가신은 리히테나워 공작이 왜 그런 명령을 내리는지 잘 알고 있었지만 감히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모든 것이 아르테일 공작가이기 때문이었다.
아르테일 공작가는 제국 내의 모든 고위 귀족들에게 있어서는 동경의 대상임과 동시에 절망감을 안겨주는 대상이었다.
끝을 모르는 부와 명예, 그리고 무력을 지닌 그들을 뛰어넘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지만 최소한 그들의 절반이라도 닮고 싶은 귀족가들은 여럿이었다. 그리고 리히테나워 공작가 역시도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들로서 아르테일 공작가보다 우위라고 자부하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숫자였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옛말이 되어버렸다.
부? 명예? 무력? 모두 인정한다. 권력이야 아르테일 공작가가 정계에 나서길 싫어하고 리히테나워 공작가 역시 그다지 정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그렇다쳐도 아르테일 공작가는 마법사 가문이었다. 8 서클을 넘어서서 9 서클의 대마법사를 언제나 다수를 배출하는 아르테일 공작가의 저력은 인정하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마법사 가문이었지 무가가 아니었다.
그런데 당대에 아르테일 공작가에서는 보유한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무려 3 명이나 되었다.
아르테일 공작가에서 돌연변이라 불리는 당대의 아르테일 공작의 친동생인 카이우스 폰 아르테일과 아르테일 공작의 아내인 엘리나 카르세드 아르테일! 그리고...엘리나의 친조카라는 카일라 폰 카르세드! 공작가의 차기 안주인이라 불리는 그녀가 최근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름으로서 그 동안 3 명으로서 2 명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를 보유한 아르테일 공작가보다 우위에 있던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보유 숫자가 대등해져버렸다.
이것은 제국의 초기부터 존재해온 뿌리 깊은 공작 가문인 리히테나워 공작가로서는 정말 더할 나위 없는 굴욕이었다.
차라리 신생 가문이 3 명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를 보유했으면 몰랐다. 하지만 아르테일 공작가는 마법을 파고드는 마법사 가문이었지 무가가 아니었으니 오히려 무예에는 중점을 두지 않는 가문이었기에 더욱 굴욕적이었다.
그렇기에 후대에라도 보다 많은 그랜드 소드 마스터를 보유하기 위해 리히테나워 공작은 인재 확보에 열성을 보이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리히테나워 공작령에는 아르테일 공작가의 자금이 많이 들어와있었고 여러 상단들은 물론이고 거대하고 화려한 별장도 보유하고 있는 그들은 무가이기에 특산품들을 제외한다면 자금력에서 상당히 부족한 리히테나워 공작령으로서는 그들이 특산물을 구입해가는 것으로 재정을 채우기에 그들을 내버려둘 수 밖에 없는 형편이었지만 호승심을 품고 있는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속인 그들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최근 그 중에서도 한 가지 정보를 알 수 있었다.
"카이라스, 이 아르테일 공작가의 꼬맹이는 뭘 하고 있다지?"
"그게...자신의 약혼녀인 그랜드 소드 마스터 카일라를 비롯해서 사촌여동생인 유리아나라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 카이우스 경의 딸을 함께 데리고 구경들을 다니며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한가한 놈이로군."
리히테나워 공작은 그렇게 말을 하며 카이라스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듯 했지만 가신은 그가 사실은 아르테일 공작, 루스칼리스를 무척이나 부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청년 시절 수련여행을 다니다가 우연히 만난 루스칼리스에게 도전을 했다가 크게 패한 적이 있던 리히테나워 공작은 대륙에서 가장 강한 검사 중 하나로 꼽히며 최강의 인간의 반열에 루스칼리스와 동등하게 놓여지고는 있지만 사실 그보다 자신이 한참 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매일매일 수련을 하면서 자신의 자식들이 루스칼리스의 자식을 뛰어넘어주기를 바랬고 그만큼 필사적으로 수련을 시켰지만 루스칼리스는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물론 루스칼리스는 그를 기억도 하지 않고 있다.) 그의 아들은 14 살의 나이에 9 서클의 경지에 도달하여 대륙의 절대자 중 한 명으로 이름을 당당히 새기기까지 했다.
솔직히 말해서 부러워 미칠것만 같았고 자신의 자식들이 카이라스의 반이라도 따라갔으면 하는 심정이었지만 그의 자식들은 재능이 있다고는 하지만 카이라스의 반의 반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 상급에 비견될 9 서클 익스퍼트인 카이라스와 아직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도 되지 못한 그의 자식들의 실력 차이는 정말 명백했다.
"이번 인재 중에, 기왕이면 평민 중에 쓸만한 놈이 있었으면 하는군."
평민이라면 기사로서 자신의 가문에 들이기도 쉬웠기에 리히테나워 공작은 귀족가의 자제가 아닌 소속이 없는 평민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하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실례하겠습니다, 공작님."
밖에 있던 기사 한 명이 급히 안으로 뛰어들어왔고 리히테나워 공작은 갑작스러운 기사의 방문에 화를 내기보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 답게 이미 알아차렸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안으로 모셔라."
"아, 네!"
기사는 그가 이미 파악했다는 것을 알고는 과연 그랜드 소드 마스터 라며 중얼거리며 경외감 가득한 눈으로 그를 한 번 쳐다보더니 밖으로 다시 나간 후 한 명의 흑발의 소년과 아름다운 은발의 여인을 대동하고 들어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리히테나워 공작님. 저는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인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쪽은 제 약혼녀입니다."
"흠!"
리히테나워 공작의 갈색 눈동자와 카이라스의 검은 눈동자가 마주쳤다.
* * *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은 흔히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리히테나워 공작가에서 벌어지는 검술 대회는 리히테나워 공작가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게 하였는데 수많은 인파들은 마치 축제 분위기와도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렇게 열리는 검술대회는 흥미진진한 대결들을 볼 수 있었고 또 가끔 가다가 나오는 나이에 맞지 않은 어린 소년, 소녀가 강한 무위를 발휘할 때면 사람들은 그들에게 자신을 감정이입하는 것으로 크게 열광하였다.
이번 리히테나워 공작가에서 열리는 검술대회에선 또 누가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며 두각을 나타낼지 벌써부터 수많은 사람들은 큰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또 이런 검술 대회에는 우승을 한다면 검사로서 뛰어난 명성을 얻을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막대한 상금과 탐나는 우승 상품 등으로 인해 이름 높은 무가들의 자제들만이 출전하는 것이 아닌 제국의 각 지역에서 명성을 떨치던 자유 기사들이나 실력 좋은 용병들 역시 참가를 하며 심지어는 타국에서까지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참가자의 숫자가 너무 많은 나머지 본선 128 명만을 간추리기 위해 예선전이라는 것이 치뤄졌다.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어서 참가를 하는 자들도 많지만 경험을 쌓기 위해서 참가하거나 재미 삼아서 참가를 하는 자들도 있기에 그런 자들을 걸러내고 진짜로 실력이 있는 자들만을 간추려내기 위함이었다.
"......"
예선전을 하기 위해 대기실의 의자에 앉아있는 지그문트는 긴장감을 느끼며 자신의 검을 쓰다듬었다. 13 살에 불과한 상당히 어린 나이에 출전을 하였지만 그는 실력으로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승부라는 것이 순수하게 검술의 경지와 실력으로만 판별되는 것이 아닌 풍부한 실전경험 등도 중요하였다.
그는 스스로 자신이 상당히 실전을 많이 겪었다고는 자부하지만 그보다 나이가 많은 자들 중에서는 그보다도 더욱 많은 실전경험을 경험해 본 자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었기에 결코 그는 방심을 하지 않을 것이었다.
"후우~"
숨을 가다듬은 그는 자신의 미스릴 검을 바라보았다. 명문 무가인 알브레히트 백작가에서도 20 자루 밖에 없다는 미스릴로 만들어진 검 중 한 자루가 현재 그의 것이었고 마나에 친숙한 미스릴 검의 특성상 오러의 위력을 보다 높여줄 것이었고 무엇보다도 무게가 가벼워 그가 원하는대로 빠르고 현란한 공격을 자유로이 할 수 있어 그에게는 최고로 맞는 검이었다.
그의 주변에서 다른 참가자들이 그의 검을 알아보았는지 웅성거렸지만 척봐도 귀족가의 자제 같은 그에게 함부로 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무엇보다도 대기실에서 서로 싸움을 벌이거나 문제를 일으킬 경우 참가자 자격이 박탈이 되기 때문이었다.
[다음 승부, 알브레히트 백작가의 차남, 지그문트 경 대 자유기사 카론 경!]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지그문트는 예선 경기를 하기위해 예선전이 치뤄지는 실내의 대련장으로 이동했고 카론 경으로 추정되는 거칠어보이는 인상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마찬가지로 예선 경기를 하기 위하여 대련장으로 이동했다.
예선 경기를 하기 위한 실내의 대련장은 그다지 넓지는 않았지만 대결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장소였다. 본선이 치뤄지는 원형 경기장과는 달리 빠르게 끝내야하는지라 제한 시간 역시 3 분으로 정해져있는 대결이었기에 지그문트는 대련장 위에서 자신과 마주보고 서있는 상대에게 검을 들며 기사로서 인사를 했다.
"알브레히트 백작가의 차남인 지그문트라고 합니다."
"소속이 없는 자유기사 카론이라고 합니다."
상대인 카론 역시 생긴 것은 거칠어보여도 기사였기에 상대방이 아무리 자신보다 5 살이나 어리더라도 기사 답게 검을 들며 예의 바르게 마주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심판이 말했다.
"제한 시간은 3 분이고 상대방을 죽이는 자는 실격입니다. 그리고 승부가 나기 전에 대련장 밖으로 나가면 장외로서 실격처리 되며 3 분을 넘을 경우는 두 분 모두 실격으로 취급합니다."
예선전에서 걸러내기 위함인지 대결이 3 분을 넘을 경우 두 명 모두 실격이라는 상당히 엄격한 규칙이 적용되었다. 그리고 그 심판의 설명을 들은 지그문트와 카론은 서로를 노려보며 검을 겨뤘고 지그문트가 웃으며 말했다.
"후회 없는 승부를 겨뤄봅시다. 카론 경."
"그것은 이쪽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그문트 경!"
사실 지그문트는 아직 가문 내에서 어리다는 이유로 기사 서임을 받지 못했지만 기사의 상징인 익스퍼트 급에 올라있기에 경이라는 칭호로 불려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