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검술 대회 시작] 2
슈우웅!
카론의 검에서 오러가 피어올랐다. 그 역시도 자유기사라 해도 기사 답게 익스퍼트 급의 경지에 오른 것이었다. 거기다가 그의 오러를 보아 그는 초급의 익스퍼트가 아니었다. 그의 선명한 오러를 보고 지그문트는 그가 소드 익스퍼트 중급의 경지에 올랐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13 살에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에 오른 그의 성취가 놀라운 것이었으니 18 살에 소드 익스퍼트 중급이라면 뛰어난 재능이라고는 할 수는 없어도 그럭저럭 괜찮은 편에 속하는 편이었다.
제국의 10 만에 달하는 기사들 중 소드 마스터에 오른 강자들은 500 명을 갓 넘는 수준이었으니 제국에서도 공식적으로 14 명 밖에 없다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 정도는 아니더라도 노력하면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는 충분히 오를 수 있을 것이었다.
슈우웅!
지그문트의 검에도 오러가 피어올랐다. 그의 경지가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인지라 검술적 깨달음이나 오러의 위력에서는 카론을 압도할테였지만 아직 나이가 어린 그는 체력과 체격의 문제 상 불리한 부분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가 생성한 오러는 상급의 오러 소드였지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의 상징인 오러 쓰레드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만 해도 놀라웠는지 카론 뿐만이 아니라 심판까지도 놀랍다는 눈으로 지그문트를 쳐다보고 있었다. 성인도 되지 못한 어린 소년이 소드 익스퍼트 상급이라니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그의 경지는 최상급이었지만 지그문트는 여기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드러낼 생각이 없었다. 익스퍼트 최상급의 경지는 비장의 수법으로서 숨겨둘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자, 그럼 갑니다!"
지그문트는 상급의 오러를 담은 검을 카론에게 휘둘렀고 카론은 중급의 오러 소드로 급히 그 공격을 막았지만 오러의 경지에 한참 밀렸기에 "크으윽!" 하는 소리를 내며 뒤로 밀려났다. 체구에서 상당한 차이가 났거늘 오러의 위력에서 한참 떨어지니 체격이 우위인 그가 밀리고 있는 것이었다.
"후우, 정말 대단하군요. 알브레히트 백작가가 명문 무가라고 하지만 설마 그 나이에 소드 익스퍼트 상급이라니..."
"카론 경도 훌륭한 솜씨입니다."
예의바름을 중시하는 지그문트는 겸양의 행동을 보이며 오히려 카론을 칭찬했고 카론도 그런 지그문트의 예의바른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웃으면서(그러나 인상이 험악하다보니 썩은 미소를 짓는 것으로 밖에 안보인다.) 말했다.
"승부는 제가 패할 것 같지만, 전력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오십시오, 카론 경!"
그리고 1 분후, 카론은 바닥에 쓰러지고, 일어서있는 승자는 지그문트였다.
* * *
예선전을 통과한 128 명이 확정되었다.
20 살이 넘지 않은 사람들만이 출전할 수 있는 검술대회인지라 이 중에서 소드 마스터는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 십대의 나이에 소드 마스터에 올랐던 카일라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뛰어난 천재였던 것이었지 대륙의 평균은 재능 있는 검사들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은 되어야 소드 마스터에 오르는 것이 보통이었다. 괜히 32 세의 나이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올랐던 엘리나가 카일라가 24 살의 나이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르기 이전에 최연소 그랜드 소드 마스터로 불리던 것이 아니었다.
본선이 치뤄지는 거대한 원형 경기장의 관객석 중에서도 리히테나워 공작의 특별한 배려로 인해 특석에 카일라, 유리아나, 셀리나, 디아나와 함께 앉아있는 카이라스는 검술대회에 앞서서 시합장들에 모두 모여있는 128 명의 검사들에 대한 소개들을 지루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럭저럭들이야."
카일라의 평가에 카이라스는 쓰게 웃음을 지었다.
'지그문트, 너 참 안됬구나.'
시공회귀 이전에 지그문트는 검황이라 불리면서 카일라, 유리아나, 레이나 등에 비견될만한 최강급의 검사였다. 그렇지만 지금의 그는 익스퍼트 최상급에 오른 13 살 짜리 소년에 불과했고 반면 카일라는 24 살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른 최연소 천재 미녀 검사였다.
그녀 역시도 카이라스에게 미래에 대한 지식을 받은지라 지그문트가 미래에 검황이라 불린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냥 재능이 좋은 꼬맹이일 뿐이었다.
14 살에 9 서클에 오른 지금의 카이라스만큼은 아니지만 시공회귀 이전의 카이라스도 18 살의 나이에 9 서클에 입문하고 22 살에 9 서클을 마스터한 천재였고 그에 비하면 솔직히 말해서 시공회귀 이전에 비해서 빠른 나이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르게 된 카일라 역시도 시공회귀 이전의 카이라스에게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그런 괴물 같은 꼬마가 옆에 있으니 지그문트의 재능이 상대적으로 초라하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지루해, 정말 소개를 왜 저리 오래 하는거야?"
디아나가 블러디 캔디 하나를 입 안에 넣고 오물거리면서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카이라스가 웃으면서 설명을 해주었다.
"그야 당연하게 도박을 위해서지."
"도박?"
디아나는 도박이라는 단어가 생소한지 호기심을 담은 눈으로 카이라스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셀리나도 살짝 호기심을 담고 있는 것을 보니 그녀 역시 도박이 무엇인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사실 뱀파이어 퀸과 뱀파이어 프린세스인지라 귀족적인 생활을 중시하는 뱀파이어 중에서도 여왕과 공주의 위치에 있던 그녀들이 당연히 도박 같은 것을 알리가 없었다. 뱀파이어들은 도박이라는 것을 경멸하고 제재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세월이 흘러가면서 도박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일단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128 명이지. 그리고 그들이 각자 대결을 벌이는데 당연히 사람들은 누가 이길지, 누가 질지가 궁금하겠지?"
"응, 그럴거 같아."
디아나가 여기까지는 이해를 한듯 수긍하자 카이라스가 이어서 설명을 계속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서로 내기를 하는거야. 예를 들어서 빌리라는 사람과 헨리라는 사람이 있어. 빌리는 검사 1이 이길 것에 1 골드를 걸었고, 헨리는 검사 2가 이길 것이라는 것에 1 골드를 거는거야."
"그게 도박이야?"
"도박의 종류이긴 하지. 하지만 이것은 문제점이 있지. 내기에서 진 사람이 안 주면 그만이거든."
"아, 그렇네."
"그렇기에 배당률이라는게 있어."
"배당률?"
"그래, 배당률. 예를 들자면 100 명의 사람들이 검사 1이 이기는데 50명이 1 골드 씩을 걸고, 검사 2가 이기는데도 50 명이 각각 1 골드를 걸었어. 그러며 배당률은 50 : 50이 되는거지. 그리고 내기로 인해 모인 금액은 총 100 골드고 말이야."
디아나는 이제는 아주 집중을 해서 카이라스를 쳐다보며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고 아름다운 디아나가 집중해서 들으니 카이라스는 괜시리 흐뭇해졌다. 역시 미녀는 색안경을 끼지 않고 그대로 보면 뭘해도 예뻐보였다.
'셀리나도 그렇지만.'
아직 아름답다기보다는 귀엽다라는 느낌인 셀리나였지만 그렇기에 여전히 메이드복 차림으로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게 사랑스러워보였다.
"그래서 검사 1이 대결에서 승리하면 검사 1이 승리하는데 돈을 걸었던 사람들은 모두 100 골드에서 50을 나눈 2 골드 씩을 가지게 되는거야. 1 골드를 사용해서 2 골드를 벌게 되는거지. 반대로 검사 2가 이기는데 돈을 건 사람들은 모든 돈을 다 잃는거지."
"그리고 그 배당률이라는 걸 위해서 저렇게 하나하나 지루하게 소개하는거야?"
"그래, 저기서 얻은 정보들을 가지고 대전표가 발표되었을때 사람들은 각자 돈을 내서 내기를 하는거지. 배당률 같은 것은 리히테나워 공작가에서 관여하니 사기 같은게 날 일도 없으니까 다들 믿고 내기도 하고."
카이라스의 설명에 디아나가 흥미로운듯 원형의 경기장을 쳐다보았고 딸기맛 사탕을 오물거리던 유리아나가 귀여운 푸른 눈동자를 깜빡이며 물었다.
"라스 오빠, 근데 저 사람들...나이에 비해서 뛰어난 사람들이야?"
유리아나가 궁금한 어조로 카이라스에게 묻자 카이라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뛰어난 편들이지. 예선전에서 살아남아 본선에까지 올라온 사람들이니까 말이야. 물론 소드 마스터는 단 한 명도 없지만."
"근데 오빠는 14 살에 소드 마스터 최상급이기도 하잖아? 카일라 언니는 저 사람들 나이 때 이미 소드 마스터였고."
워낙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만 보고 자라온 8 살의 소녀인 유리아나로서는 이해가 안된다는듯 순진한 눈동자로 카이라스를 쳐다보자 카이라스는 쓰게 웃음을 지었다.
"그야, 나와 카일라 누나가 천재들 중에서도 천재에 속하기 때문이지."
"라스 말이 맞아."
카일라까지 카이라스의 말이 맞다고 해주자 유리아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카일라와 카이라스, 디아나에게 교습을 받고 있는 유리아나는 8 살의 나이인 지금 벌써부터 익스퍼트에 오를듯 말듯한 수준이 되었고 이는 시공회귀 이전의 그녀의 성취보다도 빠른 결과였다.
"우웅, 그렇구나."
자기도 그 천재들 중에서도 천재에 속하는 부류라는 것을 아직 모르고 있는 유리아나는 그냥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카이라스는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보여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을 쓰다듬다가 천천히 그녀의 뺨을 만져보았다. 말랑말랑한 뺨이 정말 만지는 중독성이 있었다.
'아, 정말 귀여워...빨리 자라다오, 유리아나.'
카이라스는 유리아나의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그녀가 빨리 아름답게 성장하여 자신이 부인이 되길 빌고 또 빌었다.
"첫 시합은 자유기사 루드거 경 대 A급 용병 쿤트의 대결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 검술 대회의 진정한 시작을 알리는 본선이 시작되었다.
"카일라 누나, 준비됐어?"
"응, 준비는 됐어. 상태는 최고조야. 라스야말로 준비됬어?"
"후후, 나야 당연히 준비됬지."
카이라스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을 짓고 말투 역시 무미건조하지만 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운 카일라의 아름다운 은발에 살짝 얼굴을 대고 그녀의 향기를 음미한 후 그녀의 입술에 살짝 부드럽게 입맞춤을 천천히 해준 후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
"......"
셀리나와 디아나는 그 모습을 약간 착잡하게 바라봤지만 그녀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확신은 못하고 있지만 그녀들도 직감은 하고 있는 것이었다. 카이라스가 이 자리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은 결국에는 카일라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리히테나워 공작, 당대의 대륙 최강의 검사 중 하나인 사람.'
카이라스는 카일라의 잘록한 허리를 끌어안은채로 특석인지라 주변에 사람들도 없고 떨어져있는 사람들도 자신들의 모습을 볼 수도 없는 특석 답게 주변을 가려주는 벽들이 있는 위치였기에 카이라스는 드레스를 벗어던지고 다시 은색의 간편한 상의에 검은 가죽으로 된 움직이기 편한 핫팬츠 차림으로서 앉아있는 카일라의 새하얀 허벅지를 천천히 쓰다듬으면서(그녀가 살짝 노려보았지만 그는 그것을 그냥 흘러넘겼다.) 생각에 잠겼다.
'과연 지그문트, 네가 여기서 얻을 걸 얻을 수 있을지 지켜보겠어.'
카이라스는 그것을 위해서 리히테나워 공작을 찾아가 그와 얘기를 나누기까지 했다. 그리고 얘기는 성사되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검술대회가 끝이 났을 때였다.
그 때가 바로 카일라가 이 대회의 하이라이트로서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위용을 보여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