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화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대결] 2
"지금부터! 이 대회의 하이라이트로서, 우승자 지그문트 폰 알브레히트에게 주는 선물로서! 나 갤러트 폰 리히테나워 공작과 아르테일 공작가의 카일라 폰 카르세드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로서 대결을 벌일 것이다!"
그리고 검을 빼든 그의 검에서 오러의 고리, 붉은 색의 오러 서클이 걸려있는 붉은 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거대한 빛을 발하며 주변의 대기를 뒤흔들었다.
"......"
반면 카일라는 여전히 얼음장 같이 차가운 도도한 얼굴로 조용하게 검을 뽑아들었고 그녀의 검에는 푸른 오러 서클이 걸려있는 푸른 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거대한 빛을 발하며 주변에 강렬한 충격파를 퍼트렸다.
당대의 검제(劍帝)와 미래의 검성(劍聖)의 승부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둘의 기세가 맞부딪치는 결계의 안에서도 카이라스는 각종 보호마법으로 여유롭게 스스로를 지키며 자신의 결계를 그대로 통과하여 밖으로 나온 후 지그문트의 옆으로 온 그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지그문트, 똑똑히 봐둬. 우승자를 위한 진정한 선물이라 할 수 있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 간의 대결을 말이야."
"네, 형님. 오오...이런 영광이..."
거대한 기세를 뿜어내는 리히테나워 공작과 카일라의 모습을 보며 지그문트는 검사로서 목표로 하고 있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 그것도 한 명은 대륙 최강의 검사라 불리는 자였기에 지그문트 뿐만이 아니라 관객들 역시 그랜드 소드 마스터끼리의 대결에 그의 시선은 둘의 모습에서 떨어질 줄 몰랐고 관객들 역시 숨죽이고 있었다.
하이라이트도 이런 하이라이트가 없었다.
'설마 이런 숨겨진 우승상품이 있다니.'
'아니, 이건 단순히 우승상품이 아니야! 대박이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끼리의 대결을 보게 될 줄이야!'
그런 기분을 느끼는 것은 지그문트 만이 아니었다. 이곳에 모인 검술을 익힌 사람들은 모두 이 세기에 기록될 대결에 침을 꿀꺽 삼키며 모든 정신을 두 눈에 집중했고 관객들 역시 환호를 멈추고는 조용히 침을 삼키며 둘의 대결에 집중했다.
콰과과광!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이른 둘의 기세가 분출되었고 마치 윈드 커터들이 서로 충돌하는듯한 날카로운 칼소리들이 사방에 퍼졌다.
얼음장 같이 차가운 눈동자가 더욱 차갑게 변한 카일라는 빠르게 검을 휘둘렀고 오러 서클을 휘감은 오러 블레이드는 보기만 해도 기가 죽을 어마어마한 위압감을 풍기면서 리히테나워 공작을 향했지만 그는 카일라의 오러 서클을 휘감은 오러 블레이드보다 더욱 강력해 보이는 오러 서클을 휘감은 오러 블레이드로 막아섰다.
쿠우웅!
"우읏!"
"흠!"
둘의 검이 충돌한 순간 카일라는 살짝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났고, 리히테나워 공작 역시 손이 얼얼한지 인상을 찡그렸다.
카일라의 경우 리히테나워 공작과 검이 맞부딪친 순간, 그의 검에 담겨져있는 파괴력에 밀려난 것이었고 리히테나워 공작은 카일라의 검에 있는 충격파(shock wave)에 의해 손에까지 충격파가 전달되어 손이 얼얼한 느낌을 받은 것이었다.
'충격파 계열인가? 성가시군.'
리히테나워 공작은 많은 그랜드 소드 마스터와 대련을 해보았지만 그 중에서 충격파 계열의 힘을 쓰는 검사는 없었었다. 그리고 충격파도 충격파지만 카일라가 보여주는 방금 전의 공격은 빠르면서도 정확했다.
'이런 동작이라면 엘리나인가? 그녀가 잘 가르치긴 잘 가르쳤군.'
솔직히 말해서 아무리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고 해도 갓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올랐기에 카일라의 실력을 그는 상당히 경시하고 있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 최상급의 경지에 올라있는 그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 초급에 불과한 카일라를 어렵게 여길 이유는 없었으니깐.
'당장은 아니더라도 몇 년 내에 따라잡힐지도 모르곘군.'
하지만 카일라의 방금 전 공격으로 그녀가 가진 재능의 크기를 알아본 그는 이런 여자를 아내로 맞이한 카이라스를 부러워했지만 금새 그 생각을 털어버렸다. 일단 눈 앞의 상대에 집중해주는 것이 무인으로서의 예의였으니깐.
"제법 얼얼한 쇼크 웨이브(충격파)였군. 3 서클의 마법인 쇼크 웨이브와는 수준이 달라."
당연히 마법 중에서도 쇼크 웨이브 계열의 마법들은 존재했고, 마법사와 싸워보면서 리히테나워 공작은 그것들 역시 체험해보고는 했었다. 하지만 카일라가 방금 보여준 쇼크 웨이브는 단순히 위력만 치자면 7 서클의 마법 정도는 되는 것만 같았다.
"보다 얼얼하게 느끼게 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카일라가 차가운 어조로 대답했다. 그리고 그녀의 검에 서리는 거대한 충격파의 기운을 느낀 리히테나워 공작은 그녀의 말이 빈말이 아님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그는 당대의 대륙 최강의 검사였다!
"후후, 쉽지 않을 걸세."
리히테나워 공작가의 검에 거대한 파괴력을 담은 기운이 새겨졌고 모든 것을 파괴해버릴듯한 강렬한 기운의 파동에 카일라의 아름다운 얼굴이 찡그려졌다. 물론 워낙에 아름다운 그녀다보니 얼굴을 찡그리는 것도 무척이나 아름다웠지만 리히테나워 공작의 공격은 인정사정이 없어보였다.
그렇기에 카일라 역시 검에 쇼크 웨이브 계열의 기운을 더욱 강하게 담은 후 엘리나에게서 배운 검술을 유감 없이 발휘하며 리히테나워 공작과 접전을 벌였다.
파괴적인 리히테나워 공작의 검이 연신 거대한 강풍을 일으키며 휘둘러진다면 카일라의 검은 리히테나워 공작의 검을 원형을 그리면서 흘려버리면서 리히테나워 공작의 검의 옆면을 계속해서 후려쳤고 그 때마다 리히테나워 공작에게는 막대한 쇼크 웨이브의 일격이 전달되었지만 리히테나워 공작은 자신에게 파고 들어오는 이 쇼크 웨이브를 강렬한 기합을 일으키며 그가 가진 파괴적인 힘으로 떨쳐내었고 어느덧 둘은 서로 눈에도 보이지 않는 속도로 빠르게 공방을 주고 받고 있었다.
쾅! 쾅!
리히테나워 공작의 검에 서려있는 파괴적인 기운이 카일라의 충격파에 의해 상쇄되고, 카일라의 충격파가 리히테나워 공작의 파괴적인 기운에 상쇄되는등 사실 둘의 상성은 서로에게 무척이나 안좋았다.
'역시 강해.'
얼핏보면 팽팽한 접전이었지만 카일라는 리히테나워 공작이 그녀를 한참 봐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애초 대륙 최강의 검사의 실력이 이 정도 밖에 되지 않을리가 없지 않은가?
전신에 두르고 있는 오러 가드와 오러 베리어로 서로의 오러 블레이드와 오러 서클의 파편을 상처 하나 없이 막아내고 있는 둘의 주변은 이미 아주 단단히 박살이 나다못해 아예 크레이터가 형성되고 있었다. 그나마 카이라스가 9 서클의 결계 마법들을 여러겹으로 쳐두어서 다행이었지 만약 그의 결계가 없었다면 아마도 관객석의 관객들까지도 피해를 보았을터였다. 아니, 분명히 그랬을 것이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끼리의 기세가 충돌하는 여파만으로도 일반인들은 그저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도 피를 토하면서 쓰러질테니깐.
"대단하군요.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대단합니다."
지그문트는 카일라와 리히테나워 공작의 접전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패도적인 리히테나워 공작의 검법과 현란하고 기교를 사용하여 공격을 흘려버리는 카일라의 검법은 철저하게 반대적이었고 파괴의 힘과 충격파의 힘이 서로 충돌하면서 상쇄될때마다 그 힘의 크기가 얼마나 강대한지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에 올라있는 지그문트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고 너무나도 높은 벽들을 보며 그는 무엇인가 깨달음을 잡을듯 말듯한 기분이었다.
'단단히 집중하고 있군.'
그런 그의 모습에 카이라스는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지금 그가 소드 마스터의 벽을 천천히 허물어가고 있는 상태임을 알아보았기 때문이었다.
한편 리히테나워 공작의 검을 흘려버리던 카일라는 갑자기 빠르게 뒤로 물러났고 그대로 지면을 향해 현란하고 빠르게 검을 휘둘렀고 그 속에 담겨져있는 쇼크 웨이브의 기운들이 일제히 지면으로 향해 지면의 안 쪽을 마구 박살내기 시작했다.
쿠구구궁!
"쇼크 웨이브로 지면을 박살낸다라..."
카이라스는 카일라의 쇼크 웨이브로 인해 박살나는 지면들을 보며 잠시 추억에 잠겼다. 지면으로 들어간 쇼크 웨이브는 주변에 마구 퍼지기 시작하며 그 주변의 지면에 발을 대고 있는 생명체들의 내부까지도 헤집어놓았고 시공회귀 이전 카일라는 저 수법으로 수많의 적의 병사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지게 만들고는 했었다.
'하지만 리히테나워 공작에겐 통하지 않겠지.'
카일라의 쇼크 웨이브는 사실 마법사로서는 상당히 성가셨다. 쉴드 계열의 마법으로 방어를 하더라도 그 방어벽 안으로 파고 들어와 마법사에게 충격을 주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검사는? 검사에게도 카일라의 쇼크 웨이브 계열은 상당히 성가시긴 하지만 발경 같은 내부에 충격을 주는 기술들에 대처법들이 훨씬 많은 검사들로서는 내부로 파고 들어오는 충격을 흘려버리는 방법들로 익히고 있었다.
물론 카일라의 쇼크 웨이브의 위력이 너무 거세면 흘려버리기도 쉽지 않겠지만 리히테나워 공작의 경우는 아예 자신의 파괴적인 기운으로 카일라의 쇼크 웨이브의 기운을 대폭 죽여버린 후 약해진 쇼크 웨이브의 기운을 흘려버리는 식으로 완벽한 방어를 하고 있었고 카일라는 이대로는 아무런 타격도 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우선 거리를 벌렸던 것이었다. 그리고 박살난 지면은 시선 끌기에 불과했다.
"호오?"
리히테나워 공작은 자신을 향해 오러 서클을 날리기 시작한 카일라를 눈을 살짝 치켜뜨며 쳐다보았다.
'재미있군.'
정말 재미있었다. 저 아름다운 가냘픈 미녀는 24 살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른 것은 결코 운 따위가 아닌 스스로의 노력과 재능으로 오른 것이 틀림 없었다.
푸른 색의 오러 서클들이 날라오고 그 안에는 하나하나가 충격파의 기운을 담고 있어서 막아내더라도 그 충격파는 전부 그의 체내로 침투하며 그에게 내상을 입히려 들 것이었다. 그리고 카일라는 아예 흘려버리지 못하게 수많은 오러 서클들을 날린 상태였고 리히테나워 공작은 지금 자신이 쓰는 정도의 기운을 방출하는 것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결국 보다 상위의 실력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쿠우우웅!
리히테나워 공작이 지면을 검으로 내려치자 그 압도적인 파괴적인 힘으로 인해 공간이 일그러졌다.
"?!"
공간이 일그러지자 처음으로 차갑기만 하던 카일라의 눈에 놀라움이 깃들였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른 이후 카일라는 검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들만이 아닌 시공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인지하게 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공간을 제어하는 기초적인 방법들이었다. 그리고 공간을 장악하여 그 공간 내의 마나들의 흐름을 자유롭게 간섭하여 다룰 수 있었기에 7 서클 이하의 마법사들은 모두 자유롭게 무력화시킬 수 있었고 또 소드 마스터들 역시 마나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도록 방해할 수도 있었다.
심지어 정령들조차도 순수한 자연의 기운인 마나의 영향을 받는 존재들이니 정령들의 힘까지도 최상급 정령이 아닌한 무력화시킬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저렇게 아예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수준은 상상 이상이었다.
'마치 라스의 공간절단과 비슷한 종류인것 같아.'
그리고 카일라의 오러 서클들은 일그러진 공간 속에서 전부 폭발했고 쇼크 웨이브 역시 리히테나워 공작에게 거의 닿지 못했고 닿더라도 가볍게 흘려버려 무력화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