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화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대결] 3
"공간을 일그러뜨리다라..."
카이라스는 그 광경을 보며 카일라를 걱정스러운듯 쳐다보았다. 시공회귀 이전의 카일라였다면 저런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힘 쯤은 공간에까지 영향을 줄 정도로 막대한 쇼크 웨이브로 공간을 뒤흔들면서 상쇄시켜버렸을 것이었다.
그리고 카이라스가 보여줬던 미래의 기억을 통해서 카일라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카일라로서는 그 힘을 재현해낼 수 없었고 공간에 대한 간섭력도, 장악력도 리히테나워 공작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떨어졌다.
'이거 괜찮으려나?'
카이라스는 카일라가 심하게 다칠 것 같으면 적당히 개입하기 위해 9 개의 서클을 회전시키면서 언제든 마법을 준비할 수 있게 소매틱을 맺을 수 있는 자세를 취하였다.
한편 거센 기류에 의해 아름다운 긴 은발을 흩날리며 아름다운 여신처럼 서있지만 상황이 위태로운 카일라는 공간이 일그러지며 자신의 오러 서클들이 모두 무력화되는 모습에 빠르게 이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을 떠올렸다.
'라스가 보여준 기억처럼 쇼크 웨이브로 공간을 뒤흔든다면 가능할텐데...'
그렇지만 지금의 그녀로서는 그것을 실현시킬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는 그녀가 가진 쇼크 웨이브의 힘이 아직 미약했기 때문이었다.
라스가 보여준 시공회귀 이전의 그녀의 쇼크 웨이브는 9 서클의 마법에 필적하는 위력을 낼 수 있었지만 지금의 그녀가 낼 수 있는 쇼크 웨이브의 위력은 8 서클 마법 정도의 수준의 위력이 한계였다.
'아니, 가능은 하겠네.'
하지만 카일라에게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저렇게 대범위적으로 공간을 뒤흔드는 것을 모두 간섭하여 방해할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지만 꼭 그럴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리히테나워 공작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공격이었으니깐.
'한 점에 집중.'
카일라는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천천히 검을 리히테나워 공작을 향해서 가장 강력한 일격을 준비했다.
모든 쇼크 웨이브를 한 점에 집중하는 그녀의 가장 강력한 일격기에 리히테나워 공작도 단순히 주변의 공간을 자신의 파괴 계열의 힘으로 일그러뜨리는 것으로는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힘을 유지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대신 그 역시 막대한 파괴적인 기운을 담은 일격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앱솔루트 임팩트?'
카이라스는 카일라가 지금 쓰려는 기술이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시공회귀 이전, 카일라가 스스로 개발해낸 기술인 그녀의 일격기 중 하나인 앱솔루트 임팩트였다.
'역시 카일라 누나도 천재는 천재구나. 기억을 보여주긴 했어도 그건 어디까지나 내 시점의 기억일텐데 말이야.'
아무리 미래의 자신이 썼던 기술이라지만 타인의 눈으로 보는 앱솔루트 임팩트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앱솔루트 임팩트를 몇 일만에 저 정도 수준까지 완성시켰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했다.
'비록 위력은 시공회귀 이전보다 떨어져보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현재의 카일라의 경지가 낮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문제였고 지금 그녀의 성장속도를 감안한다면 이종족들과 전쟁이 벌어지기 이전에 시공회귀 이전의 위력을 지닌 앱솔루트 임팩트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었다.
'자, 그럼 내 여자를 지켜볼까.'
카이라스는 이 일격기의 대결에서 카일라의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천천히 마법을 준비했다.
카일라의 쇼크 웨이브는 7 서클 이하의 마법사들의 방어 마법들을 대부분 무시하고 충격 흡수 마법은 그녀의 오러가 깨뜨려버리기에 7 서클 이하의 마법사들에게는 재앙 같겠지만 난감하지만 8 서클 이상의 대마법사들의 방어마법은 충격 흡수의 기능이 있는 방어 마법들이 여러개가 있었기에 얼마든지 저 끔찍한 위력 속에서 보호를 해줄 수 있었다. 특히나 카이라스는 9 서클의 마법사였기 때문에 충격의 흡수 기능이 있는 결계 마법을 써듯이 충격 흡수 기능이 있는 개인을 보호하는 방어 마법을 이용하여 카일라를 저 충격의 여파에서 상처 하나 없이 보호할 준비를 했다. 아니, 하려했다.
- 끼어들지마, 라스.
카일라가 보내온 오러를 통한 메세지가 아니었다면 말이었다.
- 카일라 누나?
- 나를 믿으면 지금은 끼어들지 말아줘, 생각이 있으니까.
카일라의 말에 카이라스는 시전하려던 주문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녀의 말은 짧았지만 거기에서 강한 의지를 느끼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녀의 대결에 확실히 끼어들었다간 단단히 혼이 날 듯 싶었다.
'하지만, 다치는 것보단 낫지만...생각이 있다니 믿어봐야지.'
카이라스의 예감 역시 카일라를 믿어보라고 하고 있으니 카이라스는 결국 카일라를 믿기로 했다.
"드디어...필살기의 대결인가?"
지그문트는 정말 넋을 잃고 둘의 대결을 바라보았다. 여태까지 둘의 대결은 무인으로서 볼 때 너무나 환상적이었다. 그저 간단한 접전처럼 보였지만 둘의 발은 쉴틈 없이 움직였는데 쓸데없는 동작은 단 하나도 없었으며 리히테나워 공작의 패도적인 움직임과 카일라의 부드러운 움직임은 정말인지 대조적이었다.
그런 그들이 이제 서로의 검에 막대한 기운을 서리게 한 후 충돌을 하려 했다.
"카일라라고 했지. 정말 아쉽군, 그 괴물 꼬맹이의 여자만 아니었더라면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주책스럽게 내 셋째 부인으로 삼으려 했을텐데 말이야."
"그럼 당신은 실연을 당하겠죠."
카일라의 반박에 리히테나워 공작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그거 참 걸작이겠군. 은발의 미녀에게 청혼을 했다가 차인 대륙 최강의 검사라."
그렇게 말한 리히테나워 공작은 카일라의 모습에서 엘리나를 떠올렸다. 사실 카일라와 엘리나가 닮은 외모라고는 할 수 없었다. 고모와 조카인만큼 닮은 부분이 드문드문 보이기는 했지만 카일라의 외모는 아버지인 알프레드보다는 어머니인 세르리안느의 외모를 더욱 닮았기 때문이었다.
또 엘리나의 외모 역시도 오빠인 알프레드와는 달리 자신의 어머니를 더 닮은 외모였으니 둘의 외모가 아주 흡사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카일라의 차가운 푸른 눈동자는 어머니인 세르리안느보다는 고모인 엘리나를 더욱 닮았는데 항상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엘리나였지만 그녀가 화가 났을 때 얼마나 무서운지 리히테나워 공작은 기억하고 있었다.
루스칼리스에게 무례하게 행동했다고 분노하면서 자신에게 검을 휘두르던 그녀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했고, 또 그 당시 자신과 거의 차이가 없던 그녀의 실력에 더욱 경악했었다.
그 때 분노를 하며 차갑게 자신을 노려보던 엘리나의 눈동자와, 지금의 차가운 카일라의 눈동자는 너무나 똑같았고 아름답다는 엘프 여성들을 대부분 그냥 길거리의 흔한 여자들로 취급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도 그녀를 연상시켰다.
'정말 아까웠지.'
황금빛의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검을 휘두르던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아름다운 엘리나가 루스칼리스에게 이미 넘어가있다는 사실을 알았을때 얼마나 속이 쓰라렸던가?
황제도 대놓고 자신에게 부러워서 속이 쓰리다며 같이 술이나 하자며 제안하며 황제랑 같이 술을 마시며 한탄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하여간 대대로 재수없는 놈들이야. 아르테일 공작가는.'
그렇게 생각을 끝낸 리히테나워 공작은 자신의 일격기 중 하나인 '루인 블레이드'를 카일라에게 겨누었다. 모든 것을 파괴해버리는 극강의 파괴력이 그가 추구하는 검이었다!
쿠구구구궁!
둘이 서있는 자리에서 주변의 크레이터가 더욱 깊어졌다. 루인 블레이드와 앱솔루트 임팩트가 충돌을 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이 정도였으니 맞부딪쳤을때 그 위력을 생각하니 카이라스는 원형 경기장이 좁다고 생각했다.
'아니, 실제로 좁지. 좀 넓기만 했다면 둘은 더욱 화려한 싸움을 보였을테니까.'
그러면서 카이라스는 손가락을 살짝 까닥거렸다. 카일라가 정말 심하게 다칠 것 같다면...그 때는 그는 혼나더라도 그 순간에 바로 보호마법을 생성할 예정이었다. 이미 그는 메모라이즈를 끝내고 9 서클의 궁극의 방어 마법인 앱솔루트 베리어를 시전할 준비를 완성한 상태였다.
'앱솔루트 임팩트!'
'루인 블레이드!'
둘의 검은 음속을 초월한 속도로 움직였기에 둘은 각자 자신의 기술을 속으로 부르면서 제 자리에서 선채로 서로에게 검을 휘둘렀고 둘의 오러 서클이, 아니 오러 블레이드가 통째로 검과 따로 분리되어 서로를 향해 날라갔다.
콰아아아앙!
한 차례의 거대한 폭발 후, 카일라의 앱솔루트 임팩트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파괴의 검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고 그 파괴의 검은 그대로 카일라를 향해 날라왔고 카이라스가 보호 마법을 사용하려는 순간 카일라의 검이 원형을 그리면서 아름답고 부드럽게 움직였다.
'고모님이 가르쳐주신 기술...'
카일라는 엘리나가 가르쳐준 기술을 그대로 선보였는데 그녀는 놀랍게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리히테나워 공작인 날린 오러 블레이드를 검 끝으로 찌르는 살짝 옆을 찌르는 것으로 움직임을 멈추게 한 그녀는 아름다운 은발을 흩날리며 아름다운 자태로 천천히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이면서 자신의 검 끝에 잡힌 루인 블레이드를 가볍게 회전시키더니 이어 리히테나워 공작을 향해 날라가도록 궤도를 바꾸고는 다시 되돌려주었다.
"?!"
흘려넘기는 수준을 넘어서 아예 원형도 아닌 루인 블레이드를 이런 방식으로 역으로 자신의 공격으로서 이용하는 수준인 카일라의 검술에 잠시 크게 놀란듯 그녀를 쳐다보던 리히테나워 공작은 자신에게 날라오는 루인 블레이드를 보고는 급히 자신의 검에 기운을 집중하여 보다 강력한 루인 블레이드로 자신의 루인 블레이드를 베어버렸다. 그렇지만 되돌아온 루인 블레이드 역시 자신의 힘을 담은 공격이었기에 타격이 아예 없지 않을 수는 없었다.
"크윽!"
리히테나워 공작은 살짝 타격을 받은 것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설마, 내가 이런 타격을 받다니.'
카일라의 방금전의 한 수도 놀라웠고, 자신이 자신의 공격에 의해 타격을 받았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졌습니다."
그리고 카일라는 바로 패배를 시인했다. 방금 전의 한 수가 그녀가 보여줄 수 있는 전부였고 아직 그녀는 리히테나워 공작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에 실전이었다면 리히테나워 공작이 전력으로 검을 휘둘렀을테고, 그럼 그녀의 목은 단숨에 그녀의 아름다운 육체와 분리 되었을 것이었다.
""...와아아아아!""
카이라스의 결계마법으로 인해 그들의 대결을 모두 바라본 사람들은 크게 환호했다. 특히나 카일라가 마지막에 보여준 것은 정말 검술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더라도 대단했고, 카일라는 검을 아주 천천히 움직였기에 그녀가 루인 블레이드를 되받아치는 장면을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볼 수 있었기에 그녀의 아름다움과 강함에 더더욱 환호를 했다.
그리고 결계 속으로 들어간 카이라스는 카일라에게 다가가 살포시 뒤에서부터 그녀를 끌어안고는 그녀의 은빛의 머리카락에 자신의 얼굴을 파묻었다. 그러자 미칠듯이 자극적인 그녀의 향기가 카이라스의 코를 찔렀고 그녀의 향기를 음미하며 카이라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많이 안다쳐서 다행이야. 정말 걱정 많이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