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같으면서도 다르다.]
지그문트가 바디 체인지를 겪는 동안 그의 호위기사들의 대장인 한스에게 검술서와 마나 연공법이 적힌 책을 건네준 카이라스는 카일라의 방으로 향하였다.
텔레포트로 별장으로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방으로 향한 그녀는 지금이면 방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것이었다.
아까전 리히테나워 공작과의 대결에서 상당히 많은 양의 마나를 소비했기 때문에 그 마나를 회복해야하기 때문이었다.
"바쁘네, 정말."
카일라의 방에서 그녀를 한번 살펴보고 난 후 문제가 없다면 이제 유리아나가 잘 자고 있는가를 보러 가야했다. 정말 왔다갔다 바쁜 그였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보러 가는 일이었기에 귀찮지 않았다.
끼익
카일라가 쓰는 별장의 방의 문이 열리자마자 집의 방 안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채워진 카일라의 체취를 느끼며 카이라스는 잠시 황홀하기까지 한 느낌을 받았지만 이내 엉망진창인 방 안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누나, 또 방을 어질렀어?"
"...미안. 갈아입을 옷을 찾다가."
여전히 은색의 반팔 상의에 검은 핫팬츠 차림인 카일라가 아름다운 은발을 살짝 찰랑거리면서 카이라스에게 바로 사과를 했다. 표정은 여전히 차가워도 살짝 당혹해하는 것이 보이는 그녀의 그런 모습에 카이라스는 한숨을 멈추고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허리를 살포시 끌어안으며 말했다.
"정말, 누나는 나에게 시집오게 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해. 요리도 못하고 청소도 못하고, 심지어 뭐만 하면 어지르기나 잘하는 누나의 행동을 다 귀엽게 봐주고 웃으면서 다 알아서 해주는 남자는 드무니까."
"...잘난 척."
"나는 원래부터 잘났어."
카이라스의 말에 카일라는 무엇이라 반박을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생각해보니 진짜 잘나기는 잘났기 때문이었다. 외모, 돈, 집안, 능력...하나도 부족한 것이 없었다.
"응, 그래 잘나긴 잘났어. 재수없을 정도로."
"하지만 누나에게 아주 단단히 홀려있어서 평생 벗어날 수 없는 신세지."
카이라스는 그 말을 끝으로 바로 카일라를 꽉 끌어안고는 그녀의 연분홍빛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대고는 마구 빨아대기 시작했고 카일라의 눈이 갑작스러운 키스에 살짝 커졌지만 반항은 하지 않았다.
츄우웁!
카일라가 가만히 있자 먼저 윗입술을 빨아대고 핥아대는 것을 시작으로 아랫입술을 핥아대던 카이라스는 천천히 카일라의 핫팬츠 위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카이라스에게 키스를 당하던 카일라가 살짝 그를 노려보았지만 카이라스는 신경쓰지 않고 카일라의 엉덩이를 계속해서 쓰다듬다가 천천히 손을 내려 그녀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부드러우면서 미끈한 감촉이 디아나의 엉덩이를 만질때와는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감촉...그러나 카이라스에게는 가장 익숙한 감촉이었고, 지금 그를 유혹하듯 강렬히 풍겨오는 카일라의 체향도 너무나도 익숙한 체향이었다.
'아, 자제해야지. 지금은 미성년자니까.'
시공회귀 이전에 그는 성욕이 생기면 그것을 바로 풀어버리는 성격이었지 이렇게 억누르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특히나 성욕이 강해지기 시작한 최근, 카일라를 볼 때마다 솟아오르는 성욕을 언제나 강제로 억제하며 다스리던 그는 카일라를 여전히 끌어안은채로 키스만을 멈추며 말했다.
"후우, 정말 카일라 누나. 누나 때문에 미치겠어."
"뭐가?"
"너무 자극적이라서. 향기도, 모습도, 감촉도 모두 하나 같이 서큐버스보다 더 자극적이니..."
지금 카일라는 아까전 대결로 인해 살짝 땀에 젖어있었지만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올랐으며 이미 예전부터 불순물이 존재하지 않은 그녀였기에 땀의 냄새조차도 달콤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거기다가 그녀는 현재로선 아직 처녀였지만 시공회귀 이전 카일라의 육체를 매일매일 즐겨온 카이라스는 그녀의 육체가 얼마나 짜릿한 명기인지 아주 잘 기억하고 있었다.
완벽한 미모와 몸매, 그리고 특급이라 부를만한 명기. 이것만으로도 남자들은 모두 열광하겠지만 카이라스는 단순히 그것만으로 그녀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었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황당하게도 남들은 단점으로 생각할 집안일에 재능이 없는 카일라의 모습도, 무미건조하고 차가운 태도도 전부 카이라스가 그녀를 사랑하는 중요한 요소들이었다.
"라스."
카일라가 그를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 그러나 왜 갑자기 그의 이름을 불렀는지는 그녀도 알 수 없었고 할 말이 없었기에 말이 나오지도 않았다. 그러다가...카이라스의 애무가 시작되자 그녀의 입술 사이로 달짝지끈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아읏...아아..."
언제나 얼음장 같이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로서의 정복욕구를 미친듯이 자극하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분홍색 입술 사이로 뜨거운 신음성을 내뱉기 시작하자 그야말로 나라를 멸망시킬 법한 아름다움과 요염함이 그녀에게서 느껴졌고 카이라스는 계속해서 그녀의 민감한 부위들을 골고루 애무하다가 그녀의 핫팬츠 위의 사타구니 부분을 정확히 쓰다듬었고 카일라의 동공이 크게 떨렸다.
"아으읏, 라스...뭐하는 짓이야..."
카일라가 새하얀 뺨을 연분홍빛으로 물들인채 차갑게 카이라스를 노려보며 물었다. 그러나 그 노려보는 모습도 카이라스에게는 언제나처럼 귀여워보였다.
"약간 씁쓸해서..."
그러나 카이라스는 약간은 씁쓸해보이는 미소를 지었고, 그가 갑자기 씁쓸해보이는 미소를 짓자 카일라는 당혹스러워했다.
"감정이 정말 애매하고 뒤숭숭하거든.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카일라 누나는 분명 내가 사랑하는 카일라 누나는 맞는데...이렇게 애무를 해주면 쉽게 달아오르는 것도 똑같고, 체향도, 엉덩이와 허벅지의 감촉도, 모습도, 성격도 똑같은데...미래에서 내가 사랑했던 카일라 누나와는 같은 사람이면서도...다른 사람이기도 하니까 말이야."
"라스."
카일라는 카이라스의 말을 듣자 카이라스에게 안겨만 있던 상태에서 그녀 역시 그를 마주 끌어안았다.
카일라도 카이라스의 기분을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보여준 기억에서 미래의 그녀는 지금의 그녀와 너무나도 똑같으면서도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은 다른 사람이었다. 우선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때도 틀렸으며 그와 연인 사이가 된 때도 틀렸다.
또 미래의 그녀는 보링논에게 납치를 당했던 기억도 없었으며 전쟁 이전에는 디아나를 만나지도 않았었고, 셀리나의 존재 자체도 엘프 퀸 세레시아와 대결 도중 엘프들의 암습에 의해 죽을 때까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라스, 그럼 너는 네 눈 앞에 있는 나는 사랑하지 않는거야?"
"아니, 사랑하지. 세상에서 제일."
카이라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카일라에게 안겨 붙으며 그녀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후우, 가끔은 힘들 때도 있어. 인류의 멸망을 막겠다는 사명감...솔직히 말해서 나라고 부담스럽지 않을 수가 없거든. 적들은 그만큼 강하고 무자비하고 잔악한 존재들이고, 내가 지켜야할 것은 너무나 많으니까."
"라스."
"후후, 뭐 그래도 카일라 누나가 있으니 마음이 많이 편안해져. 단지 아직 육체가 미성년자라서 누나를 안을 수 없다는게 서글프지만."
"...지금 해도 별 상관없는데."
카일라의 작게 중얼거린 말에 카이라스는 혹하는 기분이 들었다. 미성년자라고 해도 그의 육체가 섹스를 못하는 것은 아니었고 뒷수습이 약간 귀찮겠지만 일단 저지르고 본다면...
"아니, 지금은 안돼. 결혼식 후에 첫날밤의 추억으로 남겨주려면..."
"알았어, 라스."
카일라는 카이라스의 선택을 존중했다. 그가 자신을 향해서 강렬한 집착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동시에 이런 배려도 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카이라스에게 3 년전, 보링논에게 잡혔을때 구해지기까지 했다.
"10 살이나 어린 남자애를 사랑하다니, 참으로 생각도 못해봤어."
"누나, 근데 슬슬 목욕 해야하지 않아? 옷 갈아입기 전에 말이야."
"목욕? 근데 갈아입을 옷은..."
"내가 찾아줄께."
그러면서 카이라스는 카일라를 끌어안던 팔을 풀고는 그녀의 품에서 빠져나와 바로 마법들을 활용하여 순식간에 방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정리된 방 안에서 그녀가 집 안에서 입을 간편한 원피스를 찾아내 꺼낸 카이라스는 그녀의 향기가 깊이 서려있는 원피스를 들며 말했다.
"마법은 정리하기 참 편리하지. 안 그래?"
"그렇네, 이리 줘."
"일단 씻고 줄께. 누나, 우선 가만히 있어봐. 내가 벗겨줄테니까."
카이라스는 카일라가 갈아입을 옷을 바로 자신의 아공간에 넣어버린 후 그녀에게 다가간 카이라스는 카일라의 핫팬츠를 붙잡고는 벗기려들었고, 카일라는 자신의 핫팬츠를 붙잡으며 카이라스에게 차갑게 말했다.
"내가 스스로 벗을테니, 먼저 욕조로 들어가있어."
"부끄러워 할 건 없는데..."
"들어가 있어."
카일라가 차가운 목소리로 강하게 강조를 하며 카이라스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서 카이라스는 그녀가 자신에게 숨기고 있다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것이 무엇인지도 어렵지 않게 짐작이 갔다.
아까전 그의 애무로 인해 카일라의 육체는 급격히 달아올랐고, 당연히 그녀의 아름다운 육체는 그에 따른 반응을 보인 것이었다.
'애액으로 젖었구나.'
그러나 카이라스는 이 말을 입 밖으로 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않았다. 이 말을 입 밖으로 냈다가는 카일라가 진짜로 화를 낼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아, 참 누나. 그리고 디아나와 셀리나도 오늘 같이 목욕하기로 했어. 둘도 불러올께."
"...마음대로 해."
카일라는 너무도 쉽게 허락을 했다. 카이라스가 자신과 결혼식 후에는 그녀들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말 마음이 넓어...'
방 밖으로 나가서 디아나와 셀리나를 부르기 전에 우선은 유리아나의 모습을 보기 위해 유리아나의 방으로 향하던 카이라스는 카일라를 떠올리며 생각했다. 그가 볼 때 카일라는 미안할 정도로 마음이 넓은 여자였다. 그렇기에 그녀를 가장 깊이 사랑하는 것이었고, 이것은 시공회귀 이전의 그녀와 똑같은 점이기도 했다.
'그에 비해서 디아나는...시공회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고, 그렇기에 좋은거지'
반면 디아나는 마음이 넓다라고 할 수는 없었다. 은근히 질투심도 많고, 자존심도 강하고 허세도 심한데다가 철부지이기도 하지만 무척이나 순진한 그녀는 시공회귀 이전의 잔인한 암살자인 뱀파이어 퀸과는 모습은 같으면서도 내부는 완전히 다른 존재였기에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이었다.
시공회귀에서 카이라스가 가장 감사하는 것은,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들이, 가족들이 모두 살아있다는 것과 디아나와 셀리나를 만났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운하기도 하지. 그 끔찍했던 미래지만...내가 살아왔던 인생에서 같은 시간대를 겪었던 사람은 그녀, 한 명 뿐이니까.'
같이 시공회귀를 한 동료인 그녀, 그녀만이 자신과 같은 시간대를 살아왔으며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에게 상당한 고독감을 불러일으켰다.
카일라가 비록 그가 보내준 지식을 통해서 미래를 보았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시점으로 본 미래를 간접적으로 본 것이었다. 그녀는 그 시간대를 살아보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그 고독감이 있기는 하지만 당연하게 말할 수 있었다.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고.
'그렇기에 그 행복을 박살내려는...에라시안...이종족들...너희들이 용서가 안되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