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황궁으로 떠나기 전날] 2
그렇기에 카이라스는 그런 사정들을 모두 디아나와 셀리나에게 설명을 했고 둘은 모두 아쉬워한 것은 같았지만 셀리나는 납득하며 받아들인반면 디아나는 방 안에 틀어박혀 단단히 삐져있다는 것이 틀렸다.
정말 어린애 같은 투정이었지만 카이라스는 이제 그녀의 그런 어린애 같은 투정에도 화를 내지 않고 그저 쓴웃음을 지으면서 넘기는 수준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디아나를 생각하기만 해도 그녀의 부드럽고 탄력이 좋은 발육이 완벽한 몸매의 감촉이 먼저 떠올라 입 안에 군침이 돌기도 했다.
'사랑에 빠지면 다 예뻐 보인다더니, 그 바보짓도 다 귀여워보이게 콩깍지가 단단히 껴버렸어.'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디아나의 생각이 떠오르자 도저히 명상 등 다른 것들을 할 기분이 들지 않았다.
"셀리나, 디아나에게 아무래도 가봐야겠다."
"네, 저도 그게 좋다고 생각해요."
자신도 서운하면서도 디아나를 생각하며 신경써주는 셀리나의 착한 마음씨를 보며 카이라스는 피식 미소를 짓더니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주인님?"
"셀리나는 정말 착하구나...그리고 조신하고 어른스럽기도 해."
"주, 주인님..."
카이라스의 칭찬에 셀리나는 부끄러운듯 살짝 홍조를 띄며 몸을 약간 움츠렸고 카이라스는 그녀의 그런 모습에 더욱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카일라나 디아나와는 달리 셀리나는 하는 행동 자체가 착하고 예뻐보여 그의 마음에 드는 경우였고, 카이라스는 그녀가 성장한다면 틀림없는 현모양처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난 현모양처 형의 여자와는 인연이 없었어.'
시공회귀 이전에 만약 여자들과 관계를 맺었지만 카이라스는 그녀들 중 현모양처는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 카일라와 유리아나, 레이나는 말할 것도 없었고, 대주술사인 에이미는 말수가 적었었으며 대정령사인 플로리아는 마지막 남은 최후의 황족으로서 황제의 자리를 마지막으로 계승한 자라는 압박감을 지니고 있었기에 본래의 순한 성품과는 별개로 결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었다.
성녀 실비아의 경우는 착한 성격이긴 했지만, 초반에는 무척이나 삐꺽거리는 사이였는데다가 나중에 친해진 후에도 그녀는 항상 성녀로서 막대한 책임감에 시달리고 있어 힘들어하는 모습만 기억에 떠올랐다.
'반면 지그문트 녀석의 아내는 지극히 착한 여자였지.'
지그문트가 결혼한 여자는 그냥 근처의 자작가의 영애로 외모가 절세미녀라고까지 하긴 힘든 여자였지만 그래도 성품이 순하고 내조적인 조강지처라 불러 마땅한 훌륭한 아내였고 지그문트는 그렇기에 평생 한 명의 아내만을 죽을 때까지 사랑했었다.
'어머니도 현모양처이기는 한데...뭔가 특이하지.'
카이라스는 자신의 어머니, 엘리나를 한번 눈 앞의 소녀, 셀리나와 비교를 해보았다. 어린 카일라를 데리고 생활했기 때문인지 엘리나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있으면서도 상당한 요리 실력을 지니고 있으며 집안일에도 능숙했다. 그리고 완전히 순종적인 성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체적으로 남편의 바람기도 너그럽게 봐주는 대범한 마음에다가 아들인 자신에게도 무척이나 친절하고 다정한 어머니의 모습만을 보여주는 정말 착하고 좋은, 그리고 아름다운 어머니였다.
'아버지,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진짜 마누라 복을 잘 받으셨습니다.'
루스칼리스에게 이 말을 했다면 "네가 나에게 그럴 말 할 처지냐?"라고 되받아쳤겠지만 루스칼리스가 그렇게 되받아친다 해도 카이라스는 웃으면서 같은 말을 반복할 자신이 있었다. 그만큼이나 어머니인 엘리나는 아들인 카이라스가 볼 때도 훌륭하고 좋은 아내였다.
"셀리나."
"네, 주인님."
"이제, 가자."
"네!"
셀리나는 그러면서 살포시 카이라스에게 팔짱을 껴왔다. 제법 적극적이게 된 그녀의 태도에 카이라스가 웃으면서 말했다.
"꽤나, 적극적이네. 셀리나."
"네, 헤헤..."
셀리나는 그러면서 카이라스의 팔에 얼굴을 대며 행복한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지었고 일단 육체적으로 같은 나이인데다가 같은 흑발을 지니고 있기 때문인지 이렇게 팔짱을 끼고 서있는 둘은 상당히 잘 어울리는 연인처럼 보였다.
그리고 밖으로 나간 카이라스와 셀리나는 디아나가 있는 방으로 향했고 디아나의 방문 앞으로 도착한 카이라스는 바로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침대 위에 누워있던 금발의 초월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미의 화신과도 같은 뱀파이어 퀸, 디아나는 붉은 눈동자로 카이라스를 잠시 응시하더니 단단히 토라진듯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많이 삐졌군.'
카이라스는 그런 그녀의 철 없는 아이 같은 모습을 잠시 쓰게 웃으면서 쳐다보다가 셀리나와 끼고 있던 팔짱을 풀고는 디아나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그가 가까이 와도 디아나는 여전히 쳐다도 보지 않고 있었고 '나 삐졌어.'며 시위를 하는 그녀가 누워있는 침대에 앉은 카이라스는 천천히 언제나처럼 디아나의 엉덩이를 드레스 위로부터 쓰다듬었다.
"웃, 지금 뭐하는거야!"
디아나가 벌떡 고개를 돌리며 소리를 질렀다. 단단히 토라진듯한 그녀의 모습은 상당히 화가 나있는듯 보였지만 카이라스는 그녀의 화를 내는 모습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투명해서 보이지 않는건 아닌가보네?"
"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지금."
갑자기 황당한 말을 내뱉는 카이라스의 말에 디아나가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못하는듯 보이자 카이라스는 디아나가 스스로 이해하기 전에 바로 설명을 해주었다.
"내가 와도 쳐다도 보지 않고 무시하길래 나는 네가 날 없는 사람 취급하는 줄 알았지."
"...흥!"
디아나는 카이라스의 말에 고개를 돌리며 다시금 삐진 태도를 보였고 카이라스는 그대로 디아나의 등 위로 올라가 그녀를 뒤에서부터 끌어안았고 디아나는 갑작스런 카이라스의 행동에 얼굴이 확 붉어지며 물었다.
"읏, 지금 뭐하는거야?"
"내일이면 황궁에 가야하잖아. 그 동안 디아나를 못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허전해서 말이야. 향기도, 이 부드러운 감촉도, 아름다운 얼굴도, 피부도, 몸매도 모든 것을 다 확실히 기억해두려고."
남들이 들으면 허황스러운 말을 한다고 카이라스를 비웃겠지만, 그의 경지는 9 서클의 마법사였다. 그는 진짜로 마음만 먹을 경우 그가 말한 모든 것을 즉시 현장에서 보듯이 느끼듯이 생생하게 재현할 수 있었다.
"정말...그런 말은 돌려서 해도 되잖아. 너무 직선적으로 말을 한다니까."
디아나는 다시금 입술을 삐죽이며 투덜거렸지만 카이라스의 말에 기분이 상당히 풀린듯 보였다.
'역시 애 같다니까.'
쉽게 삐지고, 쉽게 기분이 풀리고. 그야말로 곱게만 자라서 철이 없는 여왕 다운 모습. 카이라스는 키득 웃으면서 디아나의 가슴을 뒤에서부터 천천히 주물럭거렸다.
"하윽!"
디아나의 입술 사이로 거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아프잖아. 카이라스, 지금 뭐하는...흡!"
디아나는 카이라스를 향해 말을 걸다가 말을 갑자기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드레스의 상의 부분을 밑으로 내린 카이라스가 그녀의 유두를 잡아당겨 살짝 비틀었기 때문이었다.
"후후, 역시 디아나의 유두는 감촉도 좋다니까. 어때? 좋지?"
"조, 좋긴...좋은데...아니, 떠...떨어져. 분위기 없게 뭐하는 짓이야!"
"그럼 분위기만 있으면 해도 되는거야?"
"에?그...그건."
디아나가 얼굴을 붉히면서 말을 더듬다가 이내 베게를 집어다가 품에 끌어안더니 고개를 홱- 돌리면서 대답을 회피했다.
'후후, 역시 귀여워.'
이제는 디아나의 하는 짓 하나하나가 귀엽게보이는 카이라스는 장난은 이제 그만하기로 하고 디아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디아나, 잠시만 참아. 이번 황궁에 가는 일은 중요한거거든. 그리고 내 년에 내가 15 살이 되면 카일라 누나와 결혼식 후에 셀리나와 너도 받아줄테니까."
"...하지만...그래도 서운한데..."
디아나가 작은 목소리로 힘 없이 말했다. 그녀도 자신의 삐짐이 잘못된 것임은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는 것이 그녀가 하는 감정의 표현법이었다.
"조금만 참아. 나도 디아나를 보면서 매일 참는걸."
"뭘 참는데?"
"흐음~"
카이라스는 말을 하다 말고 디아나의 물음에 갑작스럽게 그녀의 머리에 코를 대고 그녀의 향기를 음미했다. 카일라의 향기에 비견될, 그야말로 천국의 향기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환상적인 체향이 느껴져 전신이 짜릿함과 동시에 급격한 성욕이 치솟아올랐고 디아나의 육체가 갑자기 너무나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후우..."
그러나 카이라스는 심호흡을 하는 것으로 그런 짐승적인 욕망을 떨쳐버린 후 호흡을 가다듬으며 디아나에게 말했다.
"그야 언제나 말하지만 디아나가 주는 자극이 너무 심하다고. 향기만 맡아도 이성이 날라가버릴 것 같단 말이야."
"...흐, 흥. 그런 말 해도 하나도 기쁘지 않거든!"
"...기쁜 듯 웃으면서 그런 말 해도 설득력 없거든?"
디아나의 말에 바로 반박을 날리는 카이라스의 모습에 셀리나가 손으로 입술을 가리며 웃음을 지었다.
"셀리나, 왜 웃는거야?"
디아나는 셀리나가 손으로 입술을 가리며 웃음을 살짝 흘리자 그녀를 쳐다보며 묻자, 셀리나는 맑게 웃으며 그녀의 의문에 답해주었다.
"고모님, 아니 고모랑 주인님의 모습이 보는게 너무 재미있어요. 정말 사이 좋은 부부 같거든요."
"부, 부부..."
디아나는 셀리나의 말에 바로 카이라스에게 시선을 돌렸다가 붉어진채로 고개를 돌리며 베개를 끌어안았다.
"우..우우...몰라, 정말...바보바보바보..."
그 말을 계속 반복하는 디아나를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끌어안은 카이라스는 그녀의 찰랑거리는 아름다운 금발을 옆으로 쏠리게 한 후 드러난 새하얀 그녀의 목등에 코와 입을 대며 그녀의 살내음을 마음껏 음미했다.
* * *
"......"
올해 17 살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해."
아직 그녀의 경지는 소드 마스터 최상급, 시공회귀 이전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 최상급의 경지는 요원하더라도 그랜드 소드 마스터 초급의 경지라도 회복을 해야했지만 아직 그러기엔 그녀의 마나가 너무나 적고 부족했다.
"...ㄴ. 너무 조급해하지마. 17 살의 나이에 소드 마스터 최상급이면 정말 대단한...지금 이름을 날리는 최연소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 카일라보다도 더 빠른 경지인걸?"
"하지만...아직 부족해요. 스승님."
"뭐가 그렇게 널 조급하게 한거니?"
그녀에게 묻는 스승의 말에 그녀는 말 없이 자신의 스승, 유리엘을 응시했다. 그리고 그녀는 바로 하늘을 쳐다보더니 다시금 스승을 쳐다보며 말했다.
"약속이요. 동료와의 중요한 약속이 있거든요."
바로 저 잔인하고 사악한 이종족들을 모두 죽여서 이 세상에서 인류의 파멸을 함께 막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