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카르시스 제국의 황궁, 트리에스타]
1794년 8월 20일.
카르시스 제국의 황궁, 트리에스타.
황도에 위치한 이 거대한 건축물은 단순히 황족들이 사는 거주지가 아니었다.
1000 년의 역사를 가진 카르시스 제국의 번성을 상징하는 상징물이자, 대륙 최고의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히는 최고의 예술작품으로 카르시스 제국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리고 이 황궁은 지금 무척이나 분주했다. 바로 내일이 황태자, 알렉스의 생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생일이 비록 내일이었지만 그렇기에 오늘부터 일주일에 걸친 준비를 완성해야했기 때문이었다. 오늘 밤 12시가 되어 내일이 되는 날, 그의 생일을 축하하는 파티가 시작이었으니깐.
"......"
평소보다도 화려한 예복을 차려입고 있는 흑발의 소년, 카이라스는 황도에 마련된 별장에서 가족들과 모여있었다.
물론 아르테일 공작가의 모두가 모여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자리에 모여있는 사람들은 아르테일 공작가 내에서는 매일 얼굴을 보면서 지내서 그다지 서로의 유명세에 대해 자각을 하기 힘들었지만 대륙 내에서 손꼽히는 절대강자들이었다.
대륙 최강의 마법사이며 당대의 대륙 최강자라 불리는 9 서클 마스터, 루스칼리스 폰 아르테일.
대륙 최강의 여검사이며 절세의 미모로도 유명한 엘리나 카르세드 아르테일.
14 살의 나이에 9 서클에 입문한 대륙 역사상 최고의 천재마법사,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
24 살의 나이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를 달성한 최연소 천재검사이며 절세미녀, 카일라 폰 카르세드.
모두 한 가족의 구성원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막강한 국가전력 급의 강자들이었지만 그들이 이곳에 모인 것은 그저 제국의 황태자의 생일을 축하하는 파티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다.
"꼭, 이런 파티에까지 참여해야한다니...참으로 성가시네요."
카이라스가 황궁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말하자, 그의 아버지 루스칼리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쩌겠냐, 우리 아르테일 공작가가 가진 힘이 너무 강하다보니 황실에서도 당연히 두려워하고 있으니 이렇게 알아서 꿇어주는 모습을 보이는걸 대대로 이어져 온 것이 아니더냐."
"그렇죠."
아르테일 공작가는 항상 황실에 대해 저자세를 보여왔다. 하늘에 태양이 두 개일 수 없으니 황실의 입장으로서는 아르테일 공작가만이 아닌 리히테나워 공작가를 포함한 다른 공작가들도 모두 포옹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또 견제를 하기도 하고 있었지만 아르테일 공작가는 만약 마음을 먹으면 제국을 반토막을 내버릴 정도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 동안은 마법사 전력만이 강대하기에 검사들의 전력이 약하다는 약점이 있었지만 아르테일 공작가는 최근 들어서 3 명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를 보유하게 되면서 그런 약점 역시 사라져있었다.
"라스, 근데 오늘 드디어 사교계에 나가게 될텐데 기분이 어때?"
엘리나가 드디어 사교계에 나갈 정도로 성장한 아들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언제나 어리기만 할 것 같았던 아들이 대마법사가 되고, 이렇게 사교계에 갈 정도로 컸다는 것이 아직도 그가 갓난아기이던 모습이 생생한 엘리나로서는 정말 신기한 기분이었다.
"긴장은 전혀 되지 않고, 귀찮다는 느낌이네요."
카이라스의 말에 엘리나는 손으로 살짝 입술을 가리며 웃음을 지었다.
"호호호. 그래? 라스라면 그럴 수도 있겠네."
맑게 웃는 아름다운 어머니의 모습을 잠시 쳐다보던 카이라스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 파티를 귀찮게 여기는듯한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를 가진 흑발의 청년의 모습을 한 아버지에게 물어보았다.
"아버지는 사교계에 나가실때 어땠나요?"
카이라스는 아직 엘리나는 그녀의 강력한 바램으로 인해 엄마라고 부르고 있었지만 얼마전부터 루스칼리스는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었다.
루스칼리스로서도 아들이 컸으면 이제 자신을 아버지라 불러줘야할 때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는 것을 수락하고 있었다.
"후후, 나? 그야 당연히...사교계에 들어갔을때 내 아버지가 황궁에 미티어 한 방을 뛀궈줬다면 기뻐서 아버지에게 절이라도 할 생각이 있었단다. 그러다가 아리따운 귀족 영애들을 보고 그 생각을 바로 취소했지."
"...물어봐서 죄송합니다."
카이라스는 역시나 정상적이지 못한 아버지의 말에 한숨을 쉬며 엘리나를 쳐다보았다.
"흐응...그 때 귀족 영애들 중 하나를 골라서 결혼했다면 당신과 저는 못 만났겠군요."
아무리 착한 엘리나라도 이렇게 가족이 모여있는데서 그 말을 하니 묘하게 기분이 나쁜지 목소리가 약간 날이 서있었다.
"고모부, 고모님 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제가 용서 못합니다."
여태까지 아름다운 인형처럼 가만히 앉아있던 카일라가 싸늘하게 루스칼리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흠, 흐흠!"
아름다운 두 명의 절세 미녀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받게 되고, 심지어 아들까지도 자신을 혀를 차며 쳐다보자 루스칼리스라 해도 편히 넘길 수가 없었는지 헛기침으로 무마하려고 했다.
"슬슬 저녁 8 시 쯤 되었는데 이제 황궁에 입궁해야하지 않을까요? 4 시간 정도 일찍 가서 파티에 참석해있어야하니까요."
"...가기 싫지만 그렇구나. 에휴, 가주라는 직위 때문에 억지로 가야하다니...이 무슨 고생이냐. 이리 이쁜 마누라를 두고서 말이야."
그러면서 루스칼리스는 아르테일 공작가의 안주인 답게 화려한 황금빛의 드레스를 차려입고 있는 아름다운 여신과도 같은 자신의 아내, 엘리나를 옆에서 끌어안았고 엘리나의 디아나의 머리카락과 비교해서도 떨어지지 않을 아름다움을 갖춘 찬란하고 눈부신 황금빛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그렇지만 엘리나는 그런 루스칼리스의 손길이 싫지 않은듯 웃음을 지으며 카이라스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들, 오늘 사교계에서 카일라에게 이상한 놈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해야한다. 알지?"
"후후,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그런 놈이 있다면...지옥이 무엇인지 보여줄테니까요."
그리고 카이라스의 심장에 있는 9 개의 서클이 일제히 요동치며 거대한 프레셔를 뿜어냈고 그의 프레셔를 느낀 카일라가 카이라스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라스가 그럴 필요는 없어. 그 이전에 내가 가만 안둘테니까. 라스야말로 다른 여자들에게 한 눈 팔지마."
카일라의 눈은 언제나처럼 얼음장 같이 차가웠지만, 이 순간 카이라스는 그녀의 눈이 평상시와는 달리 '진짜로' 차가운 기운을 내뿜고 있음을 자각했다.
"카일라 누나, 질투하는구나."
"......"
카일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카이라스는 그녀가 이토록 자신을 신경 써준다는 사실 자체가 그냥 좋았기에 카일라의 아름다운 눈부신 은빛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황금빛의 드레스를 입은 엘리나와는 달리 언제나처럼 은빛의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황궁으로 입장이기 때문인지 평상시보다 더욱 화려해보이는 은빛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은은히 박혀있는 다이아가 더욱 눈부셨다.
'물론 카일라 누나에겐 거추장스럽겠지만. 뭐, 그런걸 안 꾸며도 이미 예쁠 만큼 예쁘니 난 상관없지.'
카이라스는 미소를 지을 때, 루스칼리스가 기지개를 펴며 일어났다.
"흐으읍! 후우...궁극의 경지에 이른 마나의 길을 걷는 자로서 명하노니 나와 주변인들의 몸에 감싸인 피로들을 모두 없애버려라, 컨디션 리커버리."
루스칼리스는 9 서클의 피로회복 마법, 컨디션 리커버리를 영창하여 사용하였고 그러자 카이라스를 비롯하여 엘리나와 카일라도 몸이 훨씬 개운해진 것을 느끼었다.
"이제 출발하는거군요?"
루스칼리스가 이 마법까지 썼다는 것은 최상의 컨디션으로 황궁으로 가자는 의미였기에, 카이라스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물었다.
"그래, 출발이다. 가자구나."
"가자, 라스."
엘리나는 언제나처럼 카이라스의 손을 습관적으로 붙잡으려 했지만 카이라스는 그녀의 새하얀 손을 회피했고, 엘리나가 의아한듯 쳐다보자 카이라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카일라의 옆에 서서 엘리나의 손만큼이나 아름답고 새하얀, 검사의 손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그녀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저는 카일라 누나를 에스코트하는 파트너라서 엄마를 에스코트 못해줄 것 같네요."
"호호, 벌써부터 자기 여자를 챙기다니...그게 카일라라서 기쁘지만...묘하게 질투도 나는데?"
"조카이자 며느리에게 질투하면 안되죠."
엘리나의 말이 그저 장난임을 알았기에 카이라스 역시 그냥 웃으면서 대답했고 카일라 역시 이 순간은 살짝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소외된 루스칼리스는 한탄을 했다.
"크으...마누라가 자식에게 에스코트를 받으려고 하다니...엘리나, 정녕 나에 대한 사랑이 식은 것이오?"
"유치하게 굴지마요. 또 이번에 황궁에 가면 젊은 여자애들이랑 놀 생각이면서."
"크흠!"
오늘은 웬지 예민해보이는 엘리나의 태도에 루스칼리스는 본전도 못찾고 헛기침을 했다.
"흠! 갑시다!"
이 상황을 모면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바로 황궁으로 출발이었기에 루스칼리스는 엘리나의 손을 붙잡고 그대로 밖으로 나갔고 카이라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웃음을 지었다.
"카일라 누나, 이제 우리도 가자."
"응, 알았어."
"후후, 가시죠. 나의 아름다운 레이디."
"응."
카이라스는 아주 정중히 카일라가 건네는 손을 잡고는 그녀를 완벽히 에스코트 하며 황궁까지 걸어갔고 그렇게 4 인의 가족들은 황궁을 향해 출발했다.
보통 귀족가들과는 달리 물품을 실거나 호위기사들을 대동하거나 하는 일은 결코 없었다.
왜냐하면 이미 그들 자체가 호위기사들이 필요하지 않는 절대강자들이었으며, 황태자의 생일 선물로서 진상할 물품들은 이미 루스칼리스와 카이라스의 아공간에 보관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황도의 별장에서 나와 황궁으로 들어가는 거대한 대문 앞으로 이동한 그들은 바로 경비를 서고 있는 기사들의 제지를 받았다.
과연 황궁의 경비는 다른지 대문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기사들도 소드 마스터들이었는데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음에도 경비기사의 노릇을 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곳 대문이야말로 황궁의 입구인만큼, 입구를 지킨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들을 인정받은 강자들이라는 뜻이었으니깐.
"정지, 멈추십시오. 파티에 참가하러 오신 분들...이십니까?"
질문을 하는 기사의 목소리를 살포시 떨리고 있었다. 소드 마스터 상급의 경지에 올라있는 기사였지만 루스칼리스의 옆에 있는 황금빛의 드레스를 아름답게 입고 서서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엘리나의 모습과 차가운 표정으로 도도하게 은빛의 드레스를 입고 서있는 카일라의 모습은 그야말로 금발의 봄의 여신과 은발의 겨울의 여신이 지상에 강림하여 그 아름다움을 뽐내는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뿐만이 아닌 그의 동료들까지도 둘의 보며 평정심이 무너질 정도로 위태위태하게 보였다.
'호위기사들도 없이 찾아오다니...대체...?허억!'
호위기사들도 없이 황궁으로 찾아온 4 명이 누구인지 의문을 품던 기사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들이 누구인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남의 마누라와 며느리를 뚫어지게 쳐다보다니, 예의가 없는 것들이군."
루스칼리스가 차갑게 말하면서 거대한 프레셔를 일으켰다.
쿠구구궁-
평상시의 모습과는 달리 9 서클 마스터의 프레셔를 방출해내며 날카롭게 서있는 루스칼리스의 모습은 왜 그가 대륙 최강자라 불리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고 날카로운 그의 시선에 닿은 기사들은 비틀거리며 공포에 젖어갔다.
"시, 실례했습니다. 아르테일 공작 전하를 몰라보고 무례를 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