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화 〉[카르시스 제국의 황궁, 트리에스타] 2
루스칼리스가 차갑게 말하면서 거대한 프레셔를 일으켰다.
쿠구구궁-
평상시의 모습과는 달리 9 서클 마스터의 프레셔를 방출해내며 날카롭게 서있는 루스칼리스의 모습은 왜 그가 대륙 최강자라 불리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고 날카로운 그의 시선에 닿은 기사들은 비틀거리며 공포에 젖어갔다.
"시, 실례했습니다. 아르테일 공작 전하를 몰라보고 무례를 지었습니다."
기사는 이제 완벽하게 눈 앞의 남자가 누구인지 확신할 수 있었다.
190cm의 큰 키에 수려한 이목구비를 지닌 흑발의 청년의 모습을 한 남자! 거기에 금발의 여신과도 같은 아름다운 미녀를 데리고 있으며 그를 빼닮은 흑발의 잘생긴 용모의 14 살 정도로 보이는 아들이 있다면. 또 그 아들이 차가운 용모의 아름다운 은발의 미녀와 함께라면.
결론은 하나 뿐이었다.
아르테일 공작가의 가주, 루스칼리스 폰 아르테일!
'그 밖에 없어!'
기사는 왜 단번에 그를 알아보지 못했나 하고 자책했다. 아무리 최근에 새롭게 황궁의 대문을 지키는 경비기사로 임명되었다지만 저런 미녀를 나란히 데리고 있는 흑발의 부자가 아르테일 공작가 외엔 또 누가 있단 말인가!
'저 아름다운 미모들에 순간 홀려버렸어.'
정말인지 상대가 아르테일 공작가라는 것을 알고도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든 어마어마한 미모들이었다.
"그만해요, 이 정도면 알아들었을 거에요."
엘리나가 루스칼리스의 팔을 잡으며 그를 제지했고, 루스칼리스의 프레셔에 압박을 받던 기사들은 엘리나의 목소리가 그야말로 천상에서 구원을 내려주는 여신의 목소리 같이 들려왔다.
"흐음, 뭐. 당신이 그러라면."
루스칼리스도 여기서 시커먼 남자들이랑 시간을 괜히 붙잡고 있기 싫었기에 엘리나의 말을 못이기는 척 들어주었다.
"미안해요, 제 남편이 질투심이 좀 많거든요. 하루이틀도 아닌데...괜찮으신가요?"
"아, 괘...괜찮습니다!"
"저, 저도 괜찮습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뭐해! 대문 열어."
예의 바른 엘리나의 말에 기사들은 얼굴만이 미녀가 아니라 마음까지 착한 그녀에게 감격해하면서 급히 대답하며 바로 대문을 열었다.
그들 모두 황궁의 대문에 서있는 만큼 소드 마스터에 오른 강자들이었지만 엘리나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이며, 그 중에서도 특출나게 강하다고 알려진 대륙의 절대강자 중 하나였다.
'그런 경지에 오르신데다가 저렇게 마음도 착하시다니!'
'크윽, 아르테일 공작. 정말 부럽구나.'
'거기다가 그 아들도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른 미녀 약혼녀가 있다니.'
기사들의 부러움이 가득한 시선을 같이 받게 된 카이라스는 불쾌한듯 인상을 찌푸렸다.
"아버지, 빨리 가죠. 불쾌합니다."
"흐음, 오늘따라 생각이 같구나. 나도 그 생각을 했거든."
너무 아름다운 미녀를 아내와 약혼녀로 둔 두 남자는 부러움 가득한 시선을 받으며 당당하게 대문의 안으로 들어갔다.
"1 년만이구나."
루스칼리스는 황궁의 내부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다양한 화려한 조각상들이 곳곳에 배치되어있고 화려한 꽃이 잔뜩 피어있는 아름다운 꽃밭에 물고기들이 놀고 있는 깨끗하고 맑은 연못가까지.
그야말로 낙원이 따로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카이라스는 이번 생에서 황궁에는 처음 와보는 것이었지만, 이 풍경들은 익숙했다.
'시공회귀 이전에는 계속 와봤으니.'
물론 이 아름답고 화려한 황궁은 나중에 불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드워프 족들은 아까워하기는 했지만 드래곤 로드인 에라시안의 명을 거역하지 못하고 충실히 황궁을 박살냈고...
'이곳에 엘프족들은 난교장을 건설했지.'
생각해보면 정말 열받는 일이었다. 인간들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제국의 황궁을 점령하고 황궁을 없애버린후 그 자리를 인간 미녀 노예들을 모아놓고 엘프 남성들이 즐기는 난교장을 건설하다니?
심지어 그의 옆에서 걷고 있는 그의 어머니인 엘리나 역시도 이곳에서 수도 없이 윤간을 당했었다. 물론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모로 있에서 엘프족의 최고의 보물로 지정되었던 그녀는 한 자리에 있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수없이 능욕을 당했었지만.
"라스."
카이라스의 안색이 좋지 않음을 알았던지, 카일라가 카이라스의 손을 잡고 있는 자신의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카이라스가 전해준 기억을 받은 그녀 역시도 이곳이 카이라스에게 어떻게 보일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카이라스는 자제심을 잃을 정도의 분노는 하지 않고 있었다.
마법사는 언제나 차갑게 분노를 해야한다는 것은 이 순간에도 그는 잊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게 하진 않아. 그리고...엘프 족들은 이번에 반드시 씨를 말려주겠어.'
카이라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무렇지도 않은듯 표정관리를 하며 루스칼리스의 뒤를 따라서 계속해서 걸어갔다.
오늘 황태자의 생일 파티가 열리는 곳은 메리다 궁이라는 장소로, 황궁에서도 중앙 근방에 위치해있는 장소였다.
하지만 워낙에 넓은 황궁 안에서는 잘못 했다가는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었기에 황태자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기 위한 손님들을 안내하는 안내원의 역을 황궁의 시녀들이 담당하고 있었으며 이미 많은 귀족들이 찾아온 상태였기에 많은 시녀들이 이미 안내원의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르테일 공작가는 황실에서도 신경을 쓰고 있었기에 아르테일 공작가를 미리 기다리며, 아르테일 공작가를 안내하는 담당을 맡은 시녀는 무척이나 젊은 상당히 예쁘게 생긴 시녀였다.
물론 엘리나나 카일라에 비할 미모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어디 가서도 떨어지지 않을 수준의 미모였다.
"어서...오세요, 안내를 담당하는 시녀인 시엔이라고 합니다."
"오~오랜만이네, 시엔."
시엔이라는 시녀는 루스칼리스와 안면이 있는 사이이기도 했다. 정확하게는 9 월 달에 있는 황제의 생일을 축하하는 날에 마지막에 안내를 받았었으니 11 개월만의 재회라 할 수 있었다.
"오, 오랜만에요. 공작 전하. 그리고 공작 부인도 여전히 아름다우시네요."
"오랜만이에요, 시엔 양."
엘리나가 시엔을 향해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고, 워낙에 아름다운 엘리나의 미소는 같은 여자에게도 치명적인지 시엔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고, 그녀는 이내 몸을 돌린 후 말했다.
"메리다 궁까지 아,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따라와주세요."
"그래, 잘 부탁해."
그렇게 말하는 루스칼리스의 손이 은근슬쩍 시엔의 엉덩이를 쓰다듬으려하자 카이라스는 재빨리 아버지의 팔을 붙잡고 그를 제지했고 바로 둘은 부자 간에 메세지 마법을 통한 대화에 들어갔다.
- 아버지 황궁에서 뭐하려는 짓입니까?
- 아들, 지금 아버지의 일을 방해하는거냐?
- 황궁에선 좀 자제를 하시죠? 엄마에게 미안하지도 않으십니까?
- 후우...아들아, 아버지로서 묻겠는데 넌 아무런 느낌도 안받냐?
루스칼리스는 은근슬쩍 시엔의 뒷모습을 가리키며 물었다. 몸매도 풍만하고, 긴 갈색의 머리카락이 찰랑거리는 모습이나 뒷모습도 상당히 예뻤지만 카이라스는 자신의 옆에 서서 같이 걷는 카일라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 카일라 누나 같이 비교도 안되게 아름다운 미녀가 있는데 무슨 느낌을 받아요?
- 아니다, 말을 하지 말자.
루스칼리스가 메세지 마법을 중단하자 카이라스는 자신의 어머니, 엘리나를 쳐다보았다. 루스칼리스의 손이 시엔의 엉덩이를 쓰다듬으려고 한 것을 봤음에도 그녀의 안색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기분이 좋아보이지도 않았다.
'휴우, 저 색마. 책임도 지지 않을거면서 미녀만 보면, 임자만 없는 여자라면 정말 신분고하를 가리지 않는다니까.'
아내가 다른 여자도 아니고, 엘프들이 대륙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 중 하나라고까지 부르며 자신들의 최고 보물로 지정했던 엘리나였다.
카이라스는 현재로선 본인들이 관심이 없어서 딱히 비교들을 안해서 그렇지 엘리나가 대륙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녀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런 미모에 착한 성격을 가진 어머니의 앞에서 저렇게 책임도 안 질 여자들을 건들려고 하는 아버지가 솔직히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거기다가 다른 장소도 아닌 황궁에서, 황제의 소유물이라는 시녀까지 건들려고 하다니!
새삼스럽게 그가 아르테일 공작가의 가주라서 대부분의 시간을 본가에서 보낸다는 것이 다행으로 여겨졌다. 안 그랬다면 이웃 왕국들에 가서 미혼인 공주들을 발견하면 그 공주들을 건드렸을테니까.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카이라스가 루스칼리스와 엘리나를 번갈아보는 사이 어느덧 메리다 궁으로 도착했고 궁의 문 앞에서 시엔은 바로 인사를 올리며 사라지자 루스칼리스는 아쉬운듯 입맛을 다셨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니 표정 관리를 해주세요."
아르테일 공작가의 안주인으로서 공작가의 위신을 챙겨야하는 의무를 가진 엘리나가 루스칼리스에게 팔짱을 끼며 사근사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나이는 비록 43 세지만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올랐기에 외모는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아름다운 아내가 성숙미가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면서 팔짱을 끼어오자 루스칼리스는 시엔에 대한 아쉬움이 금새 사라진듯 히죽 웃었다.
"후후, 그러도록 해야겠지. 엘리나, 파티가 끝나면 바로 뜨거운 밤을 보내자."
시엔에 대한 아쉬움에 엘리나를 향한 보다 강한 소유욕으로 이어져버린 모습에 카이라스는 황당하다는듯 그 모습을 쳐다보다가 카일라에게 시선을 돌렸다.
"누나, 이제 입장을 하자."
"응, 그러자."
자신의 고모를 두고 다른 여자들을 건드려는 고모부, 루스칼리스를 좋게 보지 않는 것은 카일라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카이라스와 그녀는 공작가의 차기 주인이자, 안주인이었기에 대외적인 모습도 신경을 써야했기에 표정을 풀었다. 물론 카일라야 언제나처럼 차가운 표정이지만.
'파티를 참 화려하게 벌이는군.'
카이라스는 파티장인 메리다 궁의 안을 뛰어난 시력으로 들여다보면서 받은 느낌이었다. 밖에서부터 보이는 모습에 의하면 궁 하나가 통째로 파티장의 모습이었는데 황궁 내에서 초대된 귀족들을 위해 마련한 숙소들이 있기에 별장이 있는 아르테일 공작가와는 달리 그들은 거기에서 지내다가 파티장으로 미리 왔고, 온갖 장식들에 황태자의 생일은 아직 시작 되지도 않았거늘 이미 음식들과 온갖 와인들이 준비되어있어 이미 파티장에 입장한 귀족들은 자신들끼리 모여서 얘기를 나누기 바빴다.
이권, 대립, 정략.
다양한 정치적인 얘기들이 서로 오가는 상태. 그리고 귀족들은 입구에 선 기사들에게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주며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고 마침내 그들의 차례가 왔다.
"아, 아르테일 공작 전하. 들어가십시오."
다행스럽게도 이번 기사는 루스칼리스를 봤던 기사였기에 황궁의 대문 앞에서처럼 귀찮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편안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수고하게."
"수고하세요."
루스칼리스는 그 말만을 남기고 안으로 들어간 반면 그와 팔짱을 끼고 있는 엘리나는 아름답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여 살포시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서 카이라스와 카일라는 아무런 말 없이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
연회장에 처음 발을 디딘 순간 카일라는 무엇인가 불쾌한 느낌을 느끼고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원래 차가운 표정인 그녀였기에 인상을 찌푸린다해도 보다 차가운 인상이 된다는 것 뿐이었지만 카이라스는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바로 파악했다.
'뭐지? 이 느낌은.'
하지만 그 역시도 뭔가 이질적인 느낌을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