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7화 〉[사교 파티] (67/380)



〈 67화 〉[사교 파티]

'뭐지? 이 느낌은.'

하지만 그 역시도 뭔가 이질적인 느낌을 느끼고 있었다.

'이건 무엇인가가 주시하고 있어.'

이내 카이라스는 무엇인가가 자신들을 주시하고 있는 것임을 파악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나 8 서클 이상의 경지에 오른 자만이 느낄 수 있을 시선이야.'

초급이라고는 해도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 카일라는 이 무엇인가의 시선을 느낀 것이었고, 카이라스는 아마도 9서클 마스터인 그랜드 소드 마스터 최상급인 아버지 루스칼리스와 어머니 엘리나 역시 이 시선을 느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 증거로 둘의 표정이 약간은 굳어져있었기 때문이었다.

'카일라 누나보다 오히려 더 진하고 확실히 느끼고 있겠지.'

카일라가 느끼는 것은 그저 뭔가 불쾌한 기분 정도였지만, 9 서클에 이른 카이라스는 그것이 훔쳐보는 시선이라는 것을 금새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카일라는 아직 누가 훔쳐보고 있다는 사실까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불쾌한 느낌을 받고 있을 뿐이었다.

- 카일라 누나, 누군가가 숨어서 우릴 주시하고 있어.
- 숨어서? 대체 누가?
- 그건 잘 모르겠어. 암살자는 아닌 거 같은데 말이야.

카이라스와 카일라는 각각 메세지 마법과 오러 메세지로 빠르게 말을 주고 받으면서 연회장의 안으로 완전히 들어왔고 자기들끼리 얘기하던 귀족들의 시선이 일제히 카이라스의 가족들을 향해 쏠렸다.

밖에서처럼 엘리나와 카일라의 눈부신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쳐다보는 경우도 많았지만 루스칼리스와 카이라스 역시 그에 못지 않은 주목을 받고 있었다.

'아르테일 공작!'
'제국 최고, 최강의 가문의 가주!'
'대륙 최강의 남자!'
'대륙 제일의 부자!'

카일라와 카이라스의 경우야 사교계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기에 그를 소문으로만 들어본 귀족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루스칼리스와 엘리나는 사교계에서 여러번 모습을 보았기에 대부분의 귀족들이 그들의 모습을 알고 있었다.

특히나 이곳에 모인 귀족들은 파티가 시작하기 4 시간 이전, 아니 훨씬 이전부터 보다 세력이 강한 귀족들의 눈에 띄어 친분을 맺고자 모여있었던 귀족들이었다.

그런 그들의 앞에 파티의 시작을 4 시간 앞두고, 제국 내에서 가장 강력한 무력, 세력, 재력을 가진 최고 귀족이 모습을 드러낸 상태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들의 시선이 루스칼리스가 있는 쪽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루스칼리스에게 시선이 향한 것은 정치에 보다 집중을 하는 귀족들이었고, 대부분의 젊은 귀족들의 경우는 엘리나와 카일라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여전히 아름답구나!'
'카일라 폰 카르세드, 고모인 엘리나랑 비교해서도 떨어지지 않는 미모라는 소문이 사실이었구나!'

그렇지만 아무도 감히 엘리나와 카일라에게 접근을 하는 귀족들은 없었다.

사교계에서는 루스칼리스가 엘리나에게 접근하는 자들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상당히 깊이 소문이 퍼져있었기 때문이었다.

엘리나가 루스칼리스와 함께 20 대 후반의 뒤늦은 나이에 처음으로 사교계에 들어섰을때, 그녀의 경국지색의 미모에 사교계는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그렇지만 진짜로 발칵 뒤집힌 사건은 사교계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엘리나였기에 그녀가 유부녀라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하고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에 혹해서 접근했던 후작 가문의 자제 한 명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때 엘리나는 루스칼리스와 나란히 팔짱을 끼고 있던 상태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후작 가문의 자제는 엘리나의 아름다움에 홀린 나머지 당시 아르테일 공작가의 새로운 가주였던 루스칼리스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고 엘리나의 출신지가 과거에는 백작 가문이었지만 지금은 남작 가문으로 몰락한 가문이라는 것에 강제로 그녀의 팔을 붙잡고는 강압적인 무례함까지 내보였다.

그러자 루스칼리스는 그 자리에서 자신을 무시하고, 자신의 아내를 욕보인 그 후작 자제를 향해 전격 마법을 날리면서 일방적인 폭행(?)을 하였고, 심지어 시체도 안남기고 가루로 만들어버리려고 하자 그 후작 가문의 자제는 아버지인 후작이 루스칼리스와 엘리나에게 무릎을 꿇고 사정을 하여 겨우겨우 목숨만은 건질 수 있었고 지금도 정신적인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어쨌든 그 날 이후로 사교계에선 엘리나를 건드는 것은 불문율로 통하고 있었고, 아르테일 공작가의 여자를, 특히 공작 부인인 엘리나를 결코 건들지 말라라는 귀족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법이 사교계에 퍼져 사교계에 입문하는 귀족들에게 필수사항으로 인식되었다.

잘못했다간 진짜로 살해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고, 권력에는 참가하지 않아도 그들이 가진 힘만으로도 아르테일 공작가는 충분히 '폭군'이라 불릴만한 힘이 있었다.

또 그렇지만 세상에는 온갖 미친 놈들이 있듯이 엘리나가 공작 부인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강제로라도 범하기 위해 그녀가 가진 당시 최상급의 소드 마스터의 무위를 알고 있음에도, 통할지 확신도 되지 않는 약까지 거금을 들여서 동원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그런 음모를 꾸민 자들은 모두 다음날 거세를 당한채로 빈민가에서 발견되었고 그들의 가문은 그 날 이후로 쇠락세를 걸어 조용히 몰락했다.

그렇게 본보기를 보인 덕분에 지금은 가문을 망하게 할 생각이 아니라면 엘리나에게 흑심을 품는 자들은 없었고, 자연스럽게 카일라에게의 접근도 똑같은 보복을 당할 것이라 여겼기에 아무도 접근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것만큼은 카이라스도 아버지인 루스칼리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감사하는 마음은 오래 가지 못했다.

"저, 공작님. 처음 뵙겠습니다. 슈미트 백작가의 루이나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클라인 자작가의 제인이라고 합니다."

바로 루스칼리스에게 접근하는 상당한 미모들을 가진 귀족 영애들의 모습과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아버지 루스칼리스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어휴, 저 색마...'

아들인 자신에게도 여러모로 신경을 써주고, 잘 믿어주며, 가족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점에서는 좋은 아버지이기는 하지만 저 모습을 보면 정말 아들인 자신도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다.

사교계에서는 엘리나는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되는 결코 손이 닿을 수 없는 존재로 인식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반면 루스칼리스의 경우는 너무나도 쉬운 접근법으로 유명했고, 이런 파티에 루스칼리스가 참석하는 날에는 귀족들은 언제나 루스칼리스와 보다 친분을 맺기 위한 목적들을 가지고 각자 자신들이 자랑하는 딸들을 데리고 참석했다.

바로 루스칼리스에게 접근하는 법은 아름다운 귀족 영애들이 다가가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교계에서 루스칼리스는 자신에게 접근하는 여자들을 막지 않기로 유명했는데 아내는 엘리나 한 명만을 두고 있었지만 그가 살을 섞은 여자들의 숫자는 이미 세 자리 수를 가볍게 넘고 있었으며 귀족들의 사이에서는 사교 파티를 아르테일 공작에게 귀족 영애들을 하룻밤 놀이감으로 진상하는 날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다.

물론 루스칼리스는 여전히 철저하게 피임을 시키고, 완벽한 뒷수습을 발휘해서 그에게 원망을 품는 여자들은 하나도 없었지만 카르시스 제국 내에서는 사교계에 진출한 아름다운 외모의 귀족 영애들의 처녀는 그가 80% 이상을 접수했다라고 사교계의 한 귀족이 주장하기도 했었을 정도로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미녀는 드물었다.

그리고 슈미트 백작가의 영애인 루이나와 클라인 자작가의 영애인 제인은 각각 18 살과 17 살의 소녀들로 두 가문에서 오늘을 노리고 특별히 내세운 그들 가문의 패였다.

'46 살이라시더니, 잘 생기셨네?'
'저 분이 대륙 최강의 마법사이자, 대륙 최강의 남자라시지?'

루이나와 제인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루스칼리스를 쳐다보았다. 제 3의 마도시대라 불리는 당대의 시대에서 대륙 최강의 마법사이며, 대륙 최강의 남자이자, 나이야 중년이지만 외모는 20 대의 무척이나 잘생긴 훤칠한 키의 흑발 청년의 모습인 루스칼리스는 어린 소녀들로서는 무척이나 육체적으로 끌리는 대상이었다.

물론 루스칼리스는 자신이 품은 여자를 오랫동안 데리고 있지 않기로도 유명했지만 첫경험을 대륙 최강의 남자에게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귀족 영애들에게는 감격스러운 추억이었고, 귀족들은 그런 식으로라도 루스칼리스와 연줄을 맺어두기 위해 자신의 딸들을 오히려 부추기는 것이 사교계의 현실이었다.

"하하, 아름다운 아가씨들이로군. 오늘 아가씨들과 같은 아름다운 여인들을 만나다니 참으로 운이 좋구려. 마침 내 아들이 오늘 사교계에 처음 모습을 비추는 날이기도 하니 먼저 소개부터 하지요. 카이라스, 소개를 하거라."

루스칼리스는 자신의 후계자인 카이라스를 띄워주려는지 지금 귀족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어있을때 일부로 카이라스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어깨를 붙잡고 그를 앞으로 내세웠다.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입니다."

루스칼리스에 의해 앞으로 내보여진 카이라스는 짧고 간단하고, 덤덤한 목소리로 두 귀족 영애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카이라스 공자님이시군요?"

제인이 루이나보다 선수를 쳐서 눈을 빛내며 물었다. 아르테일 공작가의 기본 조사를 해온 그녀는 후계자인 카이라스가 14 살이라는 것을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냥 귀여운 소년일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지만 카이라스의 용모는 그녀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잘생기고 훤칠한 외모였다. 아버지인 루스칼리스를 빼닮은 흑발의 시원한 이목구비의 잘생긴 소년의 모습에 제인과 루이나는 둘 다 눈을 빛내며 카이라스를 쳐다보았지만 카이라스는 그녀들을 향해 부드럽지도, 차갑지도 않은 무덤덤한 태도를 유지했다.

루스칼리스라면 모를까, 카이라스는 평생 책임지지도 않을 여자들을 건들고 다닐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라스, 가자."

그리고 제인이나 루이나가 카이라스에게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아름다운 은발을 살짝 찰랑거리며 카일라가 나서서 카이라스의 팔을 붙잡았고 카이라스는 제인과 루이나에게 보여주던 무감정한 표정이 아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았어, 그럼 안녕히들 계십시오."

제인이나 루이나가 뭐라 하기도 전에 작별인사까지 날려준 카이라스는 카일라의 허리에 손을 얹고 가버렸고 두 귀족 영애는 잠시 멍하니 그 모습을 쳐다보았다.

'아, 아름답기는 진짜 아름답네.'
'저, 저런 외모가 둘이나 있다니...불공평해.'

카일라의 차가운 아름다운 외모에 압도당한 그녀들은 뭐라고 하지도 카이라스를 눈 앞에서 놓쳐버렸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귀족들은 카이라스가 아버지인 루스칼리스와는 다른 성향을 지녔음을 파악했다.

'아들은 아버지처럼 여자를 쉽게 즐기는 편은 아닌거 같군?'
'아니면 마누라가 독점욕이 강하다던가?'

그렇게 귀족들이 각자 추측을 하건 말건 카이라스는 카일라의 허리에 손을 얹고 중얼거렸다.

"대체...누구지?"

9 서클에 이른 자신이 전력으로 찾아보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에 카이라스는 속으로 무척이나 놀라워하며, 동시에 긴장을 했다.

'이 사교 파티...아니, 황태자의 생일 파티는 조용히 끝날 것 같진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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