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 〉[운명의 파트너]
현재 대륙 최강의 제국인 카르시스 제국의 황제는 황후와 함께 7 명의 후궁을 두고 있었고 자식들 역시 황태자 알렉스와 5 명의 아들들을 제외하고도 3 명의 딸이 더 있었다.
1 황녀 아이린 폰 카르시스
2 황녀 유린 폰 카르시스
3 황녀 플로리아 폰 카르시스
그렇지만 3 명의 딸들은 아직 전부 미성년자들이었기에 그 미모가 잘 알려져있지 않았다. 그리고 1 황녀인 아이린은 올해 드디어 14 살이 되어 아직은 미성년자지만 다음해에 성인이 될 때를 대비하여 오빠인 황태자 알렉스의 생일을 축하하는 사교 파티에 참석할 권한을 얻어냈다.
그리고 시공회귀의 이전과 이후의 이 사교 파티에서 벌어진 일들은 확고한 차이가 있었다.
대륙력 1811년.
31 살의 청년이던 당시의 카이라스는 바다와 같이 긴 푸른 머리카락을 가진 여신과도 같은 아름다운 21 살의 미녀 여황제, 플로리아와 깊은 관계에 빠지기 시작했던 때였다.
본인이 보유하고 있던 정령술의 덕분에 황족으로서 홀로 살아남아 졸지에 황제가 되어버린 플로리아는 본래 순하고 온화한 성품을 지니고 있었기에 황궁 내에서도 황궁 내부의 시녀들에게도 깊은 정을 주는 정이 많은 성격이었기에 이종족들의 황궁 습격 당시 그녀들까지 모두 죽어버린 현실에 무척이나 괴로워하고 힘들어했다.
그런 그녀를 위로를 해주던 것이 바로 새로운 아르테일 공작의 작위를 계승받은 카이라스였고 황제로서의 카리스마는 부족한 플로리아였지만 그런 부족함을 카이라스는 언제나 채워주며 그녀에게 힘이 되어주었고 스물을 넘어서까지 간직하던 처녀를 처음으로 카이라스에게 내주었다.
"하아하아..."
오늘도 카이라스가 뜨거운 섹스에 들어갔던 플로리아는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은채로 카이라스의 품에 안겨있었다. 우윳빛의 새하얀 피부를 지닌 그녀의 아름다운 이목구비는 그야말로 미의 여신이 강림한듯한 모습이었고 엘리나와 카일라, 그리고 유리아나와 비교해서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이 아름다운 여황제를 끌어안은 카이라스는 천천히 그녀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탐하며 진하고 강도 높은 입맞춤을 해오며 그녀의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번갈아가며 마음껏 탐하였다.
"후우, 플로리아. 이제 좀 어때?"
"아...좋아요...근데...힘이 안 들어가네요."
플로리아가 기력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가 사랑하는 이 남자는 정말 정력이 좋아도 정말 너무 좋았다. 한번 진하게 섹스를 하고 나면 그녀는 회복을 시켜줄 때까지는 정말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나른한 기분이 들었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었다.
"후후, 너무 회복 마법을 자주 해주는 것도 안좋아. 그냥 스스로 알아서 체력이 회복이 되는 것이 제일 좋은 법이거든."
"흐응..."
플로리아는 카이라스의 얼굴을 묘한 표정으로 뚫어지게 쳐다봤다.
"왜 그리 쳐다봐?"
자신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플로리아에게 카이라스가 묻자 그녀는 이내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서요. 사랑하는 남자의 얼굴이다보니 아무리 봐도 안 질리거든요."
"후후, 그래?"
"네, 황녀이던 시절에는 멋진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서 근사한 로맨스를 이뤄보는게 제 여자로서의 꿈이었어요. 근데...황제가 되서 이뤘네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말한 플로리아는 모든 황족들이 죽어서 자신이 최후의 생존자라는 것을 떠올리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플로리아."
"네?"
공작이 황제에게 반말을 하고 황제가 공작에게 존댓말을 하는 정반대의 일이 이곳 침소에서 벌어지고 있었지만 둘은 신경쓰지 않았다. 이미 둘 모두 황제니 공작이니 하는 신분에 얽매히지 않는 그저 순수하게 서로를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일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플로리아의 언니들 말이야. 친언니가 아니었지?"
"네, 두 분 모두 제 친언니는 아니었어요. 이복언니들이었죠. 하지만 두 분 모두 저만큼이나 아름다웠죠..."
플로리아는 사이가 아주 가깝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멀지도 않았던 두 이복언니들을 떠올리며 그리움에 가득찼다.
"큰언니인...아이린 언니는 정말 기품이 넘쳐 흘렀어요. 여동생인 제가 봐도 진짜 황녀 다운 고귀한 기품이 넘쳐서 언니 같은 화려하면서도 고귀한 기품을 가지는 것이 한 때 제 꿈이기도 했죠."
1 황녀인 아이린을 떠올리며 플로리아가 잠시 추억에 잠긴 표정을 짓자 카이라스는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녀의 뺨을 살포시 쓰다듬었다.
"너에게는 어땠는데? 플로리아, 너에게는 좋은 언니였어?"
카이라스의 물음에 플로리아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별로요. 뭔가 항상 숨기는게 있어보였거든요. 유린 언니가 착하고 다정한데 비해서 아이린 언니는 진짜 속을 알 수가 없는 언니였어요. 언제나 미소를 짓고 있지만 위험한 미소였거든요."
"위험한 미소?"
"네, 뭔가가 위험하다고...제 주위의 정령들이 항상 알려줬었고 저 역시 그렇게 느꼈었어요. 하지만 무엇인지는 이제 알 수가 없게 되었네요. 언니는...죽었으니까."
플로리아의 그 말에 카이라스는 살짝 그녀를 안아주었고, 플로리아는 이윽고 천천히 울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흐윽...흐윽...히끅...훌쩍..."
카이라스는 말 없이 플로리아의 등을 토닥여주며 그녀를 위로했고 이윽고 서서히 슬픔이 진정이 되자 플로리아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카이라스 님 덕분에 그래도 이렇게 버티고 있을 수가 있네요. 아! 그러고보니 카이라스 님이랑 아이린 언니랑 나이가 같기도 하네요?"
"그랬지, 1 황녀인 아이린이랑 나는 동갑이었지. 근데 왜?"
"그냥...인연이 약간 그래서요. 카이라스 님이랑 언니는 사교계 파티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장소도, 날짜도 같았다면서요?"
"묘하게 얽히는데는 많았지만 가까워지지는 못했었어."
카이라스의 말에 플로리아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언니랑 가까워졌으면 이렇게 카이라스 님과 이어지지도 못했을 거 아니에요? 아이린 언니가 카이라스 님과...깊은 관계를 맺었다면 어쩌면 아이린 언니도 죽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만...저는 카이라스 님을 만나지 못하고 노처녀로 살아가고 있었겠죠. 황제도 언니가 할테니 그야말로 노처녀 황녀로요."
"그렇게 스스로를 비하할 것 없어. 아이린의 죽음을 또 억지로 달래려고 하지마. 그냥 속상하면 속상하다고 하고, 슬프다면 슬프다고 해. 나는 다 받아줄테니까."
"카이라스 님..."
플로리아는 카이라스의 말에 감동한듯 그의 품에 안겨진채 미소를 지으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1 황녀 아이린이라..."
이 때의 그는 몰랐다. 시공회귀를 한 이후, 이미 이 시간대 때는 죽은 사람이었던 그녀와 어떤 인연으로 맺어지게 될지.
* * *
"한창 뜨거우신 사이시네요."
카이라스와 카일라는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근처까지 다가와 말을 거는 소녀의 목소리에 흠짓 놀라며 바로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고, 카이라스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의 눈 앞에 비춰지고 있는 카일라와는 다른, 고귀한 기품이 물씬 풍기는 차갑고 도도한 미소를 짓고 있는 흑발의 소녀는 카이라스와 또래로 보이는 14 살 정도의 소녀였다.
디아나의 핏빛에 가까운 붉은 드레스보다는 살짝 연한 것 같지만 그래도 상당히 진하고 고급스러워보이는 화려한 붉은 드레스는 무척이나 그녀에게 잘 어울렸는데 우윳빛의 백옥 피부에 루비와 같은 붉은 눈동자, 길게 늘어뜨린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흑발의 생머리는 마치 흑색의 비단과 같아보였다.
전체적으로 볼때 셀리나와 비교해서도 떨어지지 않을 미모에 그녀와 같은 흑발적안의 미소녀였지만 착하고 순수함이 가득한 인상의 셀리나와는 달리 그녀의 인상은 전체적으로 위험해보이는 치명적인 매력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흐응, 많이들 놀라신 모양이군요."
검은색 부채를 펼쳐서 가볍게 눈 아래를 가린 그녀는 어린 나이에 지녔다고 믿어지지 않는 요염한 눈빛으로 카이라스를 쳐다보며 말했다.
카이라스의 눈은 확실히 예상하지 못했다는 당혹감이 담겨져있었다. 그는 눈 앞의 소녀가 누구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 황녀 아이린?"
"호호, 절 아시는군요. 맞아요. 카이라스 공자, 저는 카르시스 제국의 황녀, 아이린이라고 합니다."
황녀, 아이린은 치맛단을 잡고는 우아하게 몸을 숙이며 인사를 하며 고혹적인 미소를 흘렸다.
"진짜 정체는 뭐지?"
카이라스가 존댓말을 하지 말고 날카롭게 아이린을 노려보며 물었다.
"흐응, 진짜 정체라니요?"
아이린이 부채로 살포시 얼굴을 가리며 우아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라스, 검을 줘."
"응."
아이린이 능청을 떨자, 차가운 눈동자를 더욱 싸늘하고 차갑게 하며 아이린을 노려보던 카일라는 카이라스에게 검을 달라고 했고 카이라스는 바로 아공간에서 검 한 자루를 꺼내서 카일라에게 건네주었다.
스르릉-
카이라스에게 받은 검을 꺼내든 카일라는 바로 오러 블레이드와 오러 서클들을 생성하고는 아이린을 향해 경계하는 태세를 보였고 카이라스 역시 여차하면 바로 마법을 쓸 수 있게 두 손으로 수인을 맺을 준비를 하였다.
"정체가 뭐냐고 물었다. 장난하지 말고 솔직하게 대답해."
"레이디에게 그렇게 강압적인 말투라니, 별로 보기 좋지 않군요."
그렇게 말한 아이린은 카일라가 아닌 오직 카이라스만을 쳐다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라면 가능하겠어요. 저희들은 당신 같은 사람이 오길 기다렸어요."
"들?"
"네, 저희들이요."
그리고 아이린의 등 뒤에는 이윽고 검은 기류가 풍겨져왔다. 참으로, 참으로 지독하고 강렬한 마기(魔氣)였다. 그리고 그것은 이윽고 거대한 드래곤의 얼굴의 환영으로 바뀌었고, 거대한 드래곤의 얼굴의 환영이 카이라스를 향해 아름다운 여성의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너와 같은 존재가 있길 빌어왔다.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 이외에 나를 해방시켜줄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가.]
그런 드래곤의 환영의 말에 카이라스는 싸늘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의 얼굴은 정말인지 증오로 인해 강하게 일그러져있었는데 그야말로 지옥의 마귀가 지상으로 올라와 지상의 모든 것을 증오하는 것과 맞먹을 정도로 강한 증오심이 그에게서 흘러넘치고 있었다.
"너, 드래곤이냐?"
카이라스의 증오심이 가득한 목소리에 드래곤의 환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드래곤에게 증오심이 깊은 듯 하군? 녀석들이 아직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을텐데 이상하군? 아, 그리고 나는 말이야. 드래곤이면서도 드래곤이 아니다.]
"드래곤이면서도 드래곤이 아니다라..."
카일라가 듣기에는 말 장난 같은 말이었지만 카이라스는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짐작이 갔다.
"과연, 다크 드래곤이로군."
[정답이다. 나는 다크 드래곤...세르티네스라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제 친구이기도 하죠."
아이린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카이라스에게 자신의 친구를 소개했다.
"또 무엇보다도, 단순한 다크 드래곤이 아닌 한 때 마계의 대마왕 중 하나였던 다크 드래곤 로드이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