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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화 〉[운명의 파트너] 2 (70/380)



〈 70화 〉[운명의 파트너] 2

아이린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카이라스에게 자신의 친구를 소개했다.

"또 무엇보다도, 단순한 다크 드래곤이 아닌 한 때 마계의 대마왕 중 하나였던 다크 드래곤 로드이기도 하죠."

마계의 대마왕!

그 말에 카일라의 눈이 더욱 차가워지고 경계심이 더욱 강해졌으며, 반면 카이라스는 키득 웃음을 지었다.

"...뭐가 그리 우스우신거죠?"

카이라스의 웃음에 아이린이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카이라스는 다크 드래곤 로드, 세르티네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대마왕이니, 다크 드래곤 로드니 해봤자 지금은 육체도 없어서 아무런 물리적인 힘도 발휘할 수 없는 신세잖아, 안그래?"
[정확하군.]

세르티네스의 드래곤의 얼굴의 형상이 쓴웃음을 짓는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윽고 검은 기류가 다시 일렁거리더니 세르티네스의 모습이 거대한 드래곤의 환영에서 아름다운 인간 여인과도 같은 환영으로 변하였다.

[말 그대로 나는 아무런 힘도 없다. 그저...이렇게 영혼만 존재하여 아이린의 곁에 머물 뿐이지.]
"세르티네스..."

그런 세르티네스를 바라보는 아이린의 눈에 처음으로 안타까움이 깃들여졌다.

비록 종족은 다르더라도, 세르티네스는 아이린에게 있어서 소중한 친구였다. 그런 소중한 친구가 봉인당해서 항상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녀에게 괴로운 일이었다.

"아이린, 근데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영혼만 봉인당해있는 저 다크 드래곤 로드가 그 쪽에게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안하는데. 나와 카일라 누나에게서 자신을 감출 정도의 힘을 말이야."

카이라스의 말이 끝나기 무겁게 카일라의 검이 아이린의 목 근처에 놓여졌다 1cm도 안되는 거리에서 멈춰있지만 카일라의 검이 조금만 살짝 옆으로 간다면 아이린의 새하얗고 가녀린 목에 붉은 피가 흐르는 광경이 보여질 것이었다.

"맞아요, 세르티네스는 제가 지닌 힘과 그다지 관련이 없죠. 그저 힘을 운용하는 방법들을 그녀에게 배웠을 뿐이죠."
[린.]
"괜찮아요, 세르티네스. 어차피 숨길 수 있는 것도 아닐테고 이 사람들에게는 솔직하게 밝히는게 좋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당신은 마기를 보고도 그다지 적대감을 드러내지 않았죠?"

아이린의 말에 카이라스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부정도 하지 않았다.

시공회귀 이전, 그에게 구분법은 두 가지였다. 적인 이종족이냐, 아니면 아군인 인간이냐.

마기를 사용하는 마법사인 흑마법사들도, 시체들을 일으키는 네크로맨서도 그에게는 충성스러운 부하들일 뿐이었고 실제로 그들 역시 카이라스에게 목숨을 바치며 충성을 맹세했었다.

그리고 전쟁에서 강력한 파괴 마법들을 사용하는 흑마법사들과, 죽은 자들을 일으켜서 막대한 군세를 일으키는 네크로맨서들은 정말 큰 도움이 되었었다.

드래곤들이 절대강자들의 시체는 철저하게 파괴하여 재로 만들어버려 네크로맨서들이 제대로 활용할 수 없게 만들었지만 모두 완벽하게 파괴한 것은 아니었고 네크로맨서들의 제안에 따라 기꺼이 인류의 멸망을 막고 이종족들과 싸우기 위해 데스 나이트가 되어버린 그랜드 소드 마스터들이나 리치와는 다른, 데스 메이지가 되어버린 대마법사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 전쟁이 인류의 패배였던 것을 생각하면 이종족들이, 드래곤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를 해왔는지 치가 떨려올 지경이었다.

"제 직감을 믿고...운명의 인도를 믿고 당신에게 고백하겠어요. 마침 소리도 차단되고 우리들의 모습도 차단되도록 마법을 써두신 모양이니까요."
"마법도 파악할 줄 알아보나 보군?"
"어느 정도 지식은 있거든요."

그러면서 아이린은 다시금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지만 그녀의 목에 검을 겨누고 있던 카일라가 차갑게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쓸데없는 잡담 하지 말고 빨리 정체나 밝혀. 목에 상처 나고 싶지 않으면."
"정말 여신 같이 아름다우신 분이 같은 여자인 제가 봐도 반할것만 같은 연분홍빛의 매혹적인 입술로 상당히 무서우신 말은 하시는군요. 후훗, 뭐 좋아요. 카이라스 공자, 정식으로 소개하겠어요."

그러면서 아이린은 카일라가 다시금 위협을 하기 이전에 다시금 치마단을 들어올리며 카이라스를 향해 기품 있고 우아하게 인사를 올렸다.

"아이린 폰 카르시스, 마신(魔神) 오스쿠로님의 성녀(聖女)가 카이라스 공자께 다시 한번 인사 올립니다."

인사를 끝낸 아이린은 검은 부채로 살포시 얼굴을 가리며 다시 요염한 눈웃음을 카이라스에게 보내었고, 카이라스는 아이린을 말 없이 쳐다보았다.

'마신의 성녀라...'

주신 일루바타르의 성녀, 실비아와는 다른 마신의 성녀, 아이린!

그렇지만 그녀는 시공회귀 이전에 항상 자신이 마신의 성녀라는 사실을 숨기고 이종족들의 습격으로 암살을 당했기에 그녀가 마신의 성녀였다는 사실은 플로리아조차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거였군. 플로리아의 정령들이 두려워하던 이유가.'

비록 영혼만이 남아있다고 하지만 다크 드래곤 로드인 세르티네스에, 마신의 성녀인 아이린까지 있으니 정령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당연했다. 훗날 그녀가 계약한 정령왕쯤 된다면 모를까.

"마신의 성녀라, 확실히 난 흑마법사는 싫어하지 않지. 하지만 나는 신을 따르는 자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신의 꼭두각시이니 말이야."
"카이라스 공자, 뭔가 잘못 알고 계신데...역사에 기록된 것들과는 달리 마신의 성녀들은 마신 오스쿠로님의 명령을 받지 않아요. 그저 신성력만을 제공 받을 뿐이죠. 애초 자유야말로 인간이 인간일 수 있게 해주는 가장 값지고 아름다운 것이니까요."
"......"

카이라스는 의외라는듯 아이린을 쳐다보았고, 카일라 역시 여전히 아름다운 얼굴에 차갑고 싸늘한 냉기가 서려있는채로 아이린을 노려보며 그녀의 목에 검을 겨누고 있었지만 그녀도 아이린의 말에는 공감하는듯 보였다.

[린.]
"가만히 있어, 세르티네스."

세르티네스가 아이린에게 무엇인가를 말리려는듯 막으려고 했지만 아이린은 한마디로 그녀를 침묵시키고는 카이라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당신에게 부탁드리겠습니다. 당신이 가진 거대한 영혼과 정신력...세르티네스조차도 능가하는듯한 그 거대한 힘으로 세르티네스를 해방시켜주세요."
"해방된다면. 어떻게 할거지? 어차피 육체도 없을텐데 말이야."
"지금의 당신은...불가능한가요?"
"불가능해. 당장은. 몇 년 후면 몰라도 말이야."

마신의 성녀인 아이린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성녀에게는 육체의 두 개의 눈 외에도 제 3의 눈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바로 상대의 영혼과 정신력, 그리고 감정을 볼 수 있는 성녀로서의 눈! 그것을 통해 아이린은 카이라스의 크기의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영혼을 볼 수 있었다.

그야 당연한 일이었다. 비록 육체는 9 서클 익스퍼트일지 언정 그의 영혼은 10 서클의 마스터이며 같은 10 서클 마스터인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보다도 거대한 힘을 지니고 있었으니깐.

하지만 그렇다보니 역으로 아이린은 지금 그의 육체가 9 서클 익스퍼트라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었다.

"대체...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당신의 거대한 영혼을 보아서 당신은 분명 10 서클 마스터일텐데..."
"글쎄, 그것을 설명해줄 정도로 신뢰감이 있지는 않은데? 우리가 말이야."
"그럼 신뢰감의 형성이 필요하겠군요. 그리고 카이라스 공자, 레이디에게 그런 식으로 하는 화법은 미움 받기 십상이랍니다."
"시끄럽고, 어떻게 신뢰감을 보여줄거지?"

여전히 경계 태세를 풀지 않고 있는 카이라스를 보며 아이린이 약간 불만스러운듯하지만 여전히 치명적인 매혹을 담은 눈동자로 카이라스를 응시하며 14 살의 소녀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요염한 빛을 담고 있는 입술을 움직였다.

[나 마신의 성녀 아이린 폰 카르시스는, 마신 오스쿠로님의 이름과 내 모든 신성력, 그리고 내 육체와 영혼을 걸고 맹세하노니 카이라스 공자에게 결코 해를 끼치지 않으며 그저 순수하게 친구를 위한 도움을 바란다는 것이 모두 진실이며 거짓이 없음을 밝힙니다. 만약 거짓일 경우 나의 육체와 영혼은 흔적도 없이 소멸해버릴 것입니다.]

아이린은 급기야 카이라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 자신의 생명과 영혼의 소멸까지 각오한 맹세를 하였고 카이라스는 물론 카일라까지도 놀란 눈으로 아이린을 응시했다. 거기다가 세르티네스까지도 놀라면서 아이린을 불렀다.

[린, 지금 무슨 짓을 한거야! 어쩌자고 그런 위험한 짓을!]
"......"

맹세를 끝낸 아이린은 잠시 말 없이 카이라스를 쳐다보다가 살짝 부채로 거울의 절반을 가린채 그를 도도한 눈빛으로 응시하며 물었다.

"이제 충분히 저를 신뢰할 수 있으신가요?"

카일라는 여전히 차가운 푸른 눈동자로 아이린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그 속에는 당혹감이 서려있었고 아이린을 경계하며 쳐다보던 시선을 카이라스를 향해 돌렸다.

"라스."

카일라가 카이라스를 부르자 카이라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카일라에게 잠시 말을 하지 말아달라는 손짓을 보인 후 아이린에게 물었다.

"대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지?"

카이라스의 물음에 아이린은 아름답게, 그리고 요염하고 매혹적이게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친구를 위해서. 라고 이미 여러번 말씀을 드렸을텐데요?"
[린...]

아름다운 인간 여인의 형상을 한 세르티네스가 아이린을 부르면서 그녀를 잡으려고 하였지만 영혼에 불과한 그녀의 손은 아이린의 몸을 그대로 통과하여버렸다.

"...그 쪽은 신뢰하겠어. 하지만...대마왕까지 신뢰를 할 수는 없어. 아직은."
[그럼 나 역시 맹세를 하면 되겠나? 거대한 영혼을 가진 인간이여.]

세르티네스가 카이라스를 향해 응시하며 물어왔다.

"그래, 일단 그 쪽도 마신의 성녀가 한 맹세에 버금가는 맹세를 한다면, 신뢰를 하고 얘기를 들어주며 이 쪽의 얘기도 할 생각이 있어."

과거 디아나와 셀리나에게 그랬듯이 카이라스는 항상 변수를 염려하고 있었기에 절대적인 신뢰를 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해서 이렇게 대비를 해야만 했고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자신이 아닌 저 쪽이었다. 절대로 약하게 나가서는 안되었다. 하물며 상대가 대마왕이라면.

[...나 다크 드래곤 로드이며 마계의 대마왕 중 하나인 세르티네스는 마신 오스쿠로님의 이름을 걸고 결코 카이라스를 비롯하여 그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며 그저 순수하게 도움을 바라며 도움을 받을시 그 은혜를 은혜로 갚을 것임을 맹세한다.]

그렇게 맹세를 하자 카이라스 역시 이제 신뢰를 보일 차례였다.

"좋아, 이제 그 쪽을 신뢰할 수 있게 되었군. 그래서 바라는 것이 해방과 새로운 육체인가?"
[그렇다. 거대한 증오를 가진 거대한 영혼의 소유자인 인간이여.]
"하지만 안됬군. 지금의 나에게는 그럴 힘이 없어."

카이라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8 서클의 마법의 시전을 준비했다.

"그 쪽이 나의 도움을 바란다면, 황녀 아이린. 마신의 성녀. 이 마법을 얌전히 받아들이는게 좋을거야. 성녀라서 받아들일 그릇을 되겠지만 거부하면 백치가 될테니까."
"기억들을 일부 보내주시는거군요?"
"맞아, 그럼 핸드 다운 어 놀레지!"

8 서클의 마법, 핸드 다운 어 놀레지에 의해 카이라스가 가진 일부의 지식들이 아이린에게로 흘러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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