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2화 〉[10 서클 마스터 카이라스 VS 다크 드래곤 로드 세르티네스] (72/380)



〈 72화 〉[10 서클 마스터 카이라스 VS 다크 드래곤 로드 세르티네스]

세르티네스의 영혼을 자신의 육체의 안으로 받아들인 카이라스는 잠시 가만히 침묵을 하며 서있었다.

그의 육체에 들어온 세르티네스의 영혼에 의해 그 역시 세르티네스가 가진 대마왕으로서의 권능과 대마왕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암흑투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사용법을 잘 모르겠군.'

일단 소드 마스터 최상급에까지는 오른 카이라스였기에 암흑투기의 기운이 마법사로서 쓰는것보다는 검사로서 쓰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렇다는 것은 고작 소드 마스터 최상급의 수준으로 밖에 암흑투기를 활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생성된 암흑투기는 많은데 말이야.'

그의 체내에 있는 검사로서의 배꼽 부근의 마나홀과 마법사로서의 심장 부근의 마나홀과는 달리 그의 체내 곳곳에 골고루 퍼져있는 암흑투기들의 양을 따지자면 정말인지 어마어마했다. 거의 10 서클 마스터이던 당시 때 보유한 마나의 80%에 달하는 양이었고 만약 그가 10 서클 마스터에 달할 정도로 깊은 마나에 대한 깨달음이 없었다면 아마도 그는 지금쯤 펑- 하고 터져서 육수 조각으로 변해있었을 것이었다.

"라스, 괜찮아?"

세르티네스의 영혼을 받아들인 후 카이라스가 약간 좋지 않은 표정으로 가만히 서있자 카일라가 이번에도 그와 엘리나'만'이 알 수 있는 걱정감이 담긴 '차갑고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괜찮으세요?"

반면 아이린은 누가 봐도 걱정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듯한 음성으로 카이라스를 붉은 눈동자로 쳐다보며 물었다. 걱정감이 담겨져있는 그녀의 붉은 눈동자는 평상시의 도도해보이는 붉은 눈동자와는 다른 종류의 치명적인 색기를 품고 있었고 또 요염한 아름다움만이 아닌 걱정감이 담겨져있는 순간에는 평상시와는 너무나도 다른 '갭'이 느껴져서 귀여워보이기까지 했다.

"아. 괜찮아. 그냥...힘의 사용법들을 제대로 알기 힘들어서 그랬어."
[힘의 사용법을 알 수 있을리가 없지. 아무리 10 서클 마스터라 해도 지금 보유하게 된 암흑투기와 마왕의 권능들은 그만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이니까.]

카이라스의 내부로 들어온 세르티네스가 카이라스의 정신에 연결을 하는 것으로 말을 전달했고, 카이라스는 그 연결의 링크를 아이린과 카일라에게도 링크시켜 그녀들 역시도 세르티네스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마왕의 권능들이 확실히 강하긴 하지. 그리고 마법과는 달리 진짜로 권능이라고 부를법 답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뤄지게 만들어주니까."

마왕의 권능은 어떤 의미에서는 신의 권능에 가까웠다.

자신이 바라는 것을 너무 심한 수준만 아니라면 세상의 법칙을 무시하면서까지 그대로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신의 권능이라면, 마왕의 권능은 권능으로서 가능한 한도 내에서 최대한 효율적인 결과가 나오도록 하는 것이었다.

마법을 통해 변칙적으로 일으키는 것과는 많이 틀렸다.

"카일라 누나, 잠시 경호좀 서줄 수 있어? 한 5 분 정도만 서줬으면 하는데..."
"명상을 하려고?"

카일라의 물음에 카이라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아니고...잠시 정신 세계에서 대련을 좀 해보려고 그래. 일단 심상 대련을 통해서 힘의 운용을 머리로는 깨우쳐둘려고. 마침 내 안에는 좋은 연습 상대가 있으니까."
"세르티네스에게 상대를 부탁하려는거군요?"

아이린이 부채를 살짝 휘둘러 바람을 일으켜 자신의 흑비단 같은 긴 흑발이 바람에 살짝 흩날리게 하며 물어왔고, 카이라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한 상대는 없으니까."
"제부, 근데 정신 세계에서는 10 서클 마스터의 힘을 그대로 쓸 수 있는거죠?"
"그렇지. 육체는 9 서클일지 언정 내 영혼과 정신에는 10 서클의 기억과 깨달음이 그대로 남아있으니까."

카이라스의 말에 아이린은 잠시 침묵을 했다. 그러다가 이내 부채를 피며 매혹적인 요염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무슨 부탁인데?"
"세르티네스를 너무 심하게 대하지 말아주세요. 아무리 다크 드래곤 로드라지만 그녀 역시 엄연한 여자에요. 남자가 여자를 너무 거칠게 다뤄도 보기 안좋으니까요."

아이린은 진심으로 세르티네스를 걱정하고 있었고, 그것을 리드 마인드의 마법을 여전히 유지하는 중인 카이라스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10 서클 마법을 상당히 두렵게 여기는군.'

카이라스가 아이린에게 보여준 기억 중에서는 10 서클의 마법을 보여준 것도 있었다.

하늘을 뒤덮는 거대한 운석들을 떨어뜨리는 9 서클때보다 강력해지고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게 된 미티어 계열의 마법들.

닿는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익스틴션 블레이드.

마법이든 오러로 인한 공격이든 심지어 사물의 행동이나 현상까지도 무효로 해버리는 인밸리디티.

어떠한 공간 왜곡보다도 막강한 왜곡력을 자랑하는 인피니티 트위스트.

어떠한 시간 정지보다 막강한 파워풀 타임 스탑.

주변의 세상의 모습을 자신이 원하는대로 자유자재로 바꿔버리는 천지개벽(天地開闢).

등 10 서클의 막강한 힘은 마왕의 권능의 다양함보다는 부족함이 있었지만 하나하나는 마왕의 권능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였다.

당연히 아이린으로서는 비록 정신 세계에서의 대결이고 진짜로 정신을 소멸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세르티네스가 싸웠다가 패배한다고 해서 소멸하지는 않겠고 또 고통 역시 차단할수도 있지만 그래도 6 년 간의 친구로서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

[걱정할 것 없어, 린. 그렇게까지 심하게 하지는 않을거야. 이 소년은 그저 나와 대결을 해서 경험을 쌓아두고 싶은것 뿐이거든. 힘의 사용법들에 대해서 말이야. 나는 그저 시범들을 보여주기만 하는거야.]
"그래도 조심해요, 세르티네스."

아이린은 그렇게 말하면서 처음으로 소녀 다운 맑은 미소를 지어보였고 카이라스는 잠시 조용히 그녀를 쳐다보았다.

"왜 그러시죠?"

아이린이 다시 요염한 눈빛으로 돌아와 자신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카이라스에게 묻자 그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아이린. 너도 그렇게 웃을 수 있구나 해서 말이야."
"후훗,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실거에요. 비밀이 모두 밝혀진 여자는 남자들에게 매력이 없는 법이거든요. 거기 그 쪽의 제부의 약혼녀는 다른 것 같지만요."

언제나 차가운 표정에 신비스러운 윤기 넘치는 긴 아름다운 은발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는 무위를 지닌 카일라는 남성들에게는 그야말로 무한한 정복욕구를 자극하는 매력과 속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비밀이 많아보이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카이라스에게는 달랐으니 이미 그녀에 대해서는 그녀보다 더 많이 안다고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 카이라스에게 카일라는 비밀이 많은 여인이 결코 아니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그럼에도 그녀를 그가 사랑하는 여인들 중에서도 가장 사랑하고 있었다.

"하긴, 카일라 누나는 무척 사랑스럽지."

그러면서 카이라스는 카일라에게 다시 키스를 하려고 하자 카일라가 손으로 살짝 그를 제지했다.

"일단 하려는 것부터 하고나서 해, 라스."
"후, 알았어. 그럼 시작할께."

그러면서 카이라스는 아이린이 보는 앞에서 노골적으로 카일라의 엉덩이를 쓰다듬었고 아이린이 카이라스에게 물었다.

"레이디가 보는 앞에서 그러는 것은 별로 좋아보이지 않고 생각하는데요, 제부?"
"뭐, 상관없잖아. 리드 마인드를 쓰고 있어서 내가 이런 모습 보여도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거든. 그리고 세르티네스는...솔직히 사생활에 대한 건 포기한 상태야."

세르티네스가 그나마 여성체라서 다행이었다. 만약 남성체였다면 카이라스는 절대로 그녀의 영혼을 자신의 내부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었다.

자신의 내부에 있다면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들이 자신의 앞에서 알몸으로 누워서 자신과 섹스를 하는 장면도 모두 본다는 것이었는데 절대로 다른 남자에게 카이라스는 자신의 여자들의 알몸을 보여줄 생각이 없었다.

"후훗, 뭐 좋아요. 당신의 덕분에 세르티네스가 편해진 것 같으니까요. 카이라스 공자, 저도 카일라 양과 함께 망을 보겠어요. 이래뵈도 꽤나 강하거든요."

아이린은 요염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카이라스를 제부가 아닌 카이라스 공자라 호칭하며 말했다.

마신의 성녀는 주신의 성녀와는 달리 전투적인 면이 강했기에 아이린의 전투능력은 현재 아직 어린 성녀임에도 무척이나 높았고, 그녀가 자신에게 온갖 버프들을 걸고선 전력을 다해서 카일라와 싸울 경우 카일라가 질리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쉽게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칭호는 한가지로 통일해줬으면 하는데."
"사람들이 많은데선 제부라고 부를 수 없잖아요? 계속 부르다가 제부에 익숙해지면 실수할 수도 있으니 일단 계속 카이라스 공자라 부르는 것에 익숙해져볼 생각이에요.

카이라스의 말에 아이린이 눈웃음을 지으며 살짝 눈을 찡긋했다.

"그래...그럼 5분만 좀 부탁한다. 정신 세계로 들어갈테니까. 여기서 1분이 정신 세계에서 6시간 5분일테니..."

정신 세계, 심상의 세계와 현실의 시간 차이는 대충 365 배. 하루가 1 년인 수준으로 카이라스는 그 중에서 약 5분. 그러니까 30시간 25분 정도만을 심상의 세계에서 보내며 능력들에 대한 사용법을 세르티네스가 쓰는 것을 보고 참조할 예정이었다.

"응, 잘 다녀와."
"잘 다녀오세요, 제부."

그리고 두 여인의 말을 듣고 미소를 지은 카이라스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

카이라스는 천천히 눈을 떴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그야말로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녹초의 평원이었다.

심상의 세계로 들어온 것이었다.

"후후, 오랜만이네. 여긴."

잠시 추억에 잠겨 주변을 둘러보던 카이라스는 근처에 있는 나무에 등을 기대고 있는 긴 흑발의 머리카락에 황금색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미녀의 모습을 발견했다.

"세르티네스."

바로 인간 여인의 모습으로 폴리모프를 하고 그의 육체에 깃든 다크 드래곤 로드의 영혼, 세르티네스였다.

"이곳에서 대련을 하면 되는 것인가? 미래에서 온 소년."
"...그 이쁜 모습으로 그런 말투를 하니 참으로 언밸런스한데?"
"그런가? 그렇지만 딱히 고칠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하겠군. 아무래도 다크 드래곤 로드로서 다크 드래곤들의 위에 군림하여 살아오냐고 나름 고심하여 위압감 있는 말투를 만든 것인데 역으로 이것에 익숙해져버렸다."

환영 같은 것이 아닌 심상의 세계였기에 완벽하게 육체가 있는 세르티네스의 모습은 정말 환상적이게 아름다웠다. 드래곤의 폴리모프는 일반적인 폴리모프 마법과는 다르게 각자 정해진 모습이 있다고 하는데 그 모습들이 무조건 미남, 미녀였기에 드래곤들의 인간으로서의 모습의 미모는 상상을 초월했지만 그 중에서도 세르티네스의 미모는 최고라고 수많은 드래곤들을 보아오고 죽여보기도 한 역사상 최대의 수치를 기록한 드래곤 슬레이어인 카이라스는 확연히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

'에라시안도 외모 하나는 대단했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의 최대의 원수, 에라시안도 미모만큼은 정말이지 여신이라 불러 마땅할 가공할 미모의 소유자였었다. 하지만 카이라스에게는 그저 증오스러운 원수일 뿐이었다.

"이곳에서 대결을 시작하면 되는 것인가?"
"응, 근데. 세르티네스."
"왜 그러나?"
"근데...뭐 좀 입는게 어때?"

흑발에 금안을 한 아름다운 인간 미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세르티네스, 그녀는 현재 아무것도 입지 않은 알몸의 상태였다.

"꼭 그게 필요한가?"

그렇지만 세르티네스는 오히려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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