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황태자 알렉스]
심상의 세계에서 30시간 이상을 보내고 현실로 돌아온 카이라스는 서서히 눈을 떴다.
그렇지만 현실은 갓 5분이 되었을 정도의 시간 밖에 흘러있지 않았다.
"라스, 소득은 있었어?"
눈을 뜬 카이라스에게 제일 먼저 다가와 말을 거는 것은 어깨가 드러나는 은빛의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있는 허리까지 드리운 긴 은발의 생머리의 차가운 인상의 여신 같은 미모와 자태를 가진 미녀, 카일라였다.
"아, 카일라 누나. 소득이야...뭐 많이 있었지."
카이라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숨을 가다듬었다.
"바디 체인지를 하기에 지금은 좋은 때가 아니니 지금은 보여주기 힘들겠지만 말이야."
"바디 체인지? 라스, 벌써 얻은거야?"
카일라가 약간 놀라워하기는 해도 그렇게 많이 놀라워하지는 않은 표정으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얻은 것이 설마, 그랜드 소드 마스터로 향하는 경지인가요?"
그리고 카일라와 함께 카이라스가 심상의 세계에 빠져있는 동안 함께 호위를 하고 있던 흑발적안의 치명적인 요염한 매력을 지닌 어린 소녀, 카르시스 제국의 1 황녀이자 마신의 성녀인 아이린이 부채로 살포시 얼굴을 가리고 홍옥 같은 두 눈만 드러낸채 물어왔다.
"그래, 일단 깨달음들은 내 다른 사고들에 저장해두고 있으니 이따가 파티가 끝난 후 자러 갈때나 터트려야겠어."
현재 7 개의 사고를 동시에 하여 7 개까지의 주문을 동시에 영창할 수 있는 카이라스는 7 개의 사고 중 5 개의 사고를 그랜드 소드 마스터로 가는 깨달음들을 잠시 잠재워두는데 사용하고 있었다. 이럴 경우 2 가지의 사고 밖에 하지 못하고 마법 주문 역시 더블 캐스팅 밖에 할 수 없어서 2중 영창이 한계였지만 카이라스는 현재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강한 상태였다.
'마왕의 권능과 암흑투기의 사용법들을 알아냈고,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르게 되면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겠지.'
그런데다가 마왕의 권능과 암흑투기에 10 서클의 마법의 힘까지 모두 사용한다면 반드시 에라시안을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었고 이종족의 연합 공격도 막아낼 수 있을 것이었다!
전체적으로 미래의 강자들을 더욱 강하게 해서 절대강자들을 많이 양성해야했지만 결국 에라시안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카이라스, 자신이 유일했으니깐.
"세르티네스는 많이 안 다쳤나요?"
"다치고 뭐고, 심상의 세계니 죽이지만 않으면 타격은 없어."
[그 말대로야, 린.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무런 문제가 없는듯한 세르티네스의 말이 들려오자 아이린은 살짝 안도한 모습을 보였다.
"정말로 다행이네요. 세르티네스가 자유를 찾은 것은 아니지만...그래도 이 답답한 수정구 안에 갇혀있기 보다는 나을테니까요."
그렇게 말한 아이린이 다시 매혹적인 눈빛을 카이라스를 쳐다보며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건가요? 다시 파티장으로 돌아가실건가요?"
"아니, 원래 여기서 카일라 누나랑 좀 조용하게 있을 예정이었으니 조금 더 있을래."
그러면서 카이라스는 카일라의 허리를 다시 끌어안고는 그녀의 자극적인 향기를 가까이에서 맞으면서 혀로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핥았다.
"제 앞인데 의외로 부끄러움이 없이 행동하시네요, 제부 아니 카이라스 공자. 그리고 카일라 양은 부끄럽지 않으신가요?"
아이린은 자신이 보는 앞에서 카일라의 아름다운 얼굴을 혀로 핥는 카이라스의 행동을 지적했고, 동시에 얌전히 있는 카일라의 모습에도 약간 놀라했다.
얼음장 같이 차가워보이는 카일라가 카이라스의 이런 행동을 얌전히 따라준다는 것이 의외였기 때문이었다.
"이런 건 부끄러운 축에도 들어가지 않아. 어차피 내 인생은 라스에게 구원받았으니까."
목소리는 차갑긴 하지만 확고한 결심이 서려있는 카일라의 말에 아이린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살짝 부채로 얼굴을 가리며 "후훗." 하며 웃음소리를 내더니 카일라와 카이라스를 동시에 쳐다보며 말했다.
"약혼자가 어리지만 무척이나 깊이 좋아하나보네요? 하지만...제가 볼 때는 짝이 없이 혼자인 소녀의 마음에 부러움을 심어주기 위해 나는 행동 같이 보이는데."
"아, 그러고보니...아이린. 시공회귀 이전에 너...처녀로 살다 죽었지."
당시 아이린은 29 살의 나이에 세뇌된 디아나의 손에 살해당했었다. 카이라스는 그 때를 생각하자 쓴웃음이 났다.
"플로리아에게는 좀 미리 잘해줘. 그 녀석...네가 부담스러워서 말을 잘 못했지만 널 무척이나 많이 좋아하고 따랐었으니깐."
"그럴께요, 세르티네스도 해방되었겠다. 이제 그 아이를 신경써줘야겠어요. 이번에는 엇갈리는 운명이 없었으니까요."
아이린의 말에 카이라스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린이 사망한 나이는 29 살, 그 때 당시 카이라스는 카일라와 유리아나를 함께 데리고 여행을 다니고 있었고, 22 살에 9 서클 마스터에 올랐던 그는 이미 25 살의 나이에 10 서클에 입문을 하고 28 살의 나이에 10 서클 마스터가 되어 확고한 10 서클의 마스터로서 세르티네스를 해방시켜줄 힘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당시 카이라스는 세르티네스의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었고 그가 10 서클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은 과시하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당시의 카이라스의 성격에 의해 널리 알려지지 않아 아이린 역시 10 서클 마스터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만약 카이라스가 10 서클 마스터라는 소문이 그가 30 살이 아닌 29 살일 때, 혹은 그 이전에 퍼졌다면 인류에게는 보다 큰 희망이 생겼을 것이었다.
"아, 그리고...카이라스 공자, 부탁 하나만 할께요."
"부탁?"
아이린이 갑자기 자신에게 부탁을 해오자 카이라스는 카일라의 허리를 끌어안은채로 그녀를 똑바로 응시했다.
"네, 이번 사교파티에서 알렉스. 그 어리석고 재수없는 머저리 황태자는 당신도 알겠지만 지금 황태자비를 구하려고 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르테일 공작님의 부인이신 엘리나님을 본 후 반드시 그 분에 필적하는 미녀를 자기 아내로 삼겠다며 길길이 날뛰고 있죠. 이른바 열등감에 깊이 빠져있다고 할까요?"
엘리나의 말에 카이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 놈이 어머니에게 흑심을 품고 있던 것도 알고 있어. 하지만 아버지가 무서워서 꼼짝도 못했지."
엘리나에게 접근하며 무례하게 굴었던 자들이 루스칼리스의 손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황태자 역시 아주 잘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그는 엘리나를 항상 욕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았고, 시공회귀 이전 엘리나의 아들인 카이라스와는 당연히 사이가 좋지 못했다.
'더불어서 아르테일 공작가 모두 황태자를 싫어했지.'
보통 높은 신분으로 태어난 자들은 원하는 것은 모두 가질 수 있었기에 인내심과 참을성이 부족해지기 마련이었다.
현 황제는 전대의 황제가 귀족들에게도, 자식들에게도 공포였던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유한 철혈의 황제였기에 그 밑에서 다른 형제들에게 자신의 황태자의 자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깊이 느끼고는 했었다.
원래 그에게는 형이 둘이나 있었지만 두 형 모두 사고를 치거나 실수를 함으로서 황제는 가차없이 그들을 황태자 자리에서 내쫓은 후 심지어 황궁 밖으로까지 추방해버렸고 그들의 세력까지도 모조리 숙청을 감행하여 그야말로 두 황자들은 손발이 연이어 손발이 잘라지는 꼴이었다.
그것이 모두 불과 3 년 밖에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으니 그것을 본 현 황제는 당시 항상 행동을 조심해야했고 당연히 인내심과 참을성을 기르며 매사에 신중한 성격을 지니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지금 그는 아버지의 밑에서 억눌려있던 것이 상당한 고역이었던지 황제가 된 현재 황태자인 알렉스를 과도할 정도로 감싸주며 총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다른 부문들에서는 상당히 뛰어난 황제라고 할 수 있지만 자식들에 대해서는 영 아니었다.
알렉스만이 아닌 5 명의 아들들에 대해서도 과도하게 잘해주는 경향이 있어서 고생을 하고, 긴장을 하며 자라왔던 황제와는 달리 알렉스를 비롯한 황자들은 모두 한 마디로 좋게 표현하면 버르장머리가 없고,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싸가지들이 없는 성격이었다.
반면 황녀들의 경우는 마신의 성녀인 아이린은 몰라도, 유린이나 플로리아는 둘 다 무척이나 얌전하고 순한 성격들이었고 훗날 모두 대륙을 놀라게 한 절세미녀들로 성장을 하여 황궁의 3 명의 꽃이라고까지 불리웠었다.
그리고 그런 황녀들과는 달리 황태자인 알렉스는 엘리나를 노골적으로 훔쳐보고 하는 것이 훤히 보여서 아르테일 공작가의 사람들은 모두 그를 경멸하고 혐오했다.
황제 역시 그 사실을 알았기에 루스칼리스에게 직접 사죄하면서 자신의 아들이 아직 철이 없어서 그러니 이해해달라고 간청을 할 정도였고 그 후 알렉스더러 아르테일 공작가에 사죄하라고 말을 하였지만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세운 알렉스는 황태자로서 품위가 떨어진다며 그것을 거부했다.
루스칼리스는 무서워하지만 그는 제국의 주인이 될 자신이 황태자인 자신이 한낱(?) 신하에 불과한 공작가에게 사죄를 할 수 없다는 것이 그가 한 주장이었다.
그렇지만 일단 황태자의 직위와 공작의 직위는 제국 내에서는 서로 존중해줘야하는 위치였기에 알렉스는 아르테일 공작가에게는 사과하지 않아도 자신이 무서워하는 루스칼리스에게는 사과한다라는 명목으로 진심도 없는 사과를 했고 루스칼리스는 그 때 황태자에게 9 서클의 마법인 헬 파이어 블래스터를 날려버리고 싶은 충동을 겨우겨우 참아냈었다.
마법사인 그였지만 여행을 다닐때 무인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니 가끔씩은 화끈하고 크게 저지르는 경향이 생겨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무인 친구들은 예쁜 누나나 여동생이 있었고, 대부분 오빠나 남동생 몰래 루스칼리스에게 넘어가 그에게 처녀를 바치기도 했었다.
'하여튼 지금 알렉스 녀석이...카일라 누나에게 수작 부릴 가능성은 무척이나 높지.'
황태자인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루스칼리스였지 아르테일 공작가가 아니었다. 어리석게도 그는 아르테일 공작가를 고작 신하의 가문이라 무시하고 있었고, 역대 황제들이 아르테일 공작가를 두려워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훗날 카이라스가 10 서클 마스터에 올랐던 것을 생각하면 만약 이종족들과의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경우 황태자 알렉스가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면 그는 제국의 황제가 되었다는 것에 도취하여 아르테일 공작가를 탄압하려 들테였고 그럼 제국은 둘로 쪼개지는 것이었다.
'아니, 그랬다면 내가 나서서 알렉스의 목을 잘라버리고 황제를 갈아치워서 나대면 황제라도 죽여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었겠지. 그 후 아무나 허수아비로 황제에 앉히면 되고 말이야.'
그리고 카이라스가 불과 몇초 만이 위와 같은 생각을 모두 끝냈기에 그가 생각을 끝냈을때 아이린의 말이 들려왔다.
"그 머저리가 카일라 양을 노리고 나댔을때 한방 크게 먹여주세요."
"한방 크게?"
"네, 아르테일 공작님이 엘리나님에게 치근거리던 자들에게 했듯이 말이에요. 그럼 제가 그 뒤에 이어서 한 방을 먹여줄테니까요."
뭔가 알렉스를 무척이나 싫어하는지 아이린은 위험할 정도로 요염한 눈빛으로 카이라스를 쳐다보며 살벌한 미소를 짓고 있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