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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6화 〉[황태자 알렉스] 2 (76/380)



〈 76화 〉[황태자 알렉스] 2

"그 머저리가 카일라 양을 노리고 나댔을때 한방 크게 먹여주세요."
"한방 크게?"
"네, 아르테일 공작님이 엘리나님에게 치근거리던 자들에게 했듯이 말이에요. 그럼 제가 그 뒤에 이어서 한 방을 먹여줄테니까요."

뭔가 알렉스를 무척이나 싫어하는지 아이린은 위험할 정도로 요염한 눈빛으로 카이라스를 쳐다보며 살벌한 미소를 짓고 있엇다.

"많이 싫어하나보네?"

카이라스의 말에 아이린이 검은 부채로 얼굴을 가려서 요염한 입술이 짓고 있는 살벌한 미소를 가리며 말했다.

"그야 당연하죠. 기품이나 예의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천박하고 한심한 그런 폐기처분이나 되었으면 하는 쓰레기가 제 오빠라니, 기가 막힐 정도에요. 비록 친오빠도 아닌 이복오빠이긴 하지만요."
"...라는데 카일라 누나는 어떻게 생각해?"

카이라스가 카일라를 살짝 몸을 숙이게 한 다음 자신의 품 안에 안으면서 물었다. 그리고 자신보다 어린 소년의 품에 안겨진 카일라는 얌전히 대답했다.

"다시 말하지만, 라스. 네가 결정해. 나는 그냥 따르는 자일 뿐이니까."

엘리나에게 공작가의 차기 안주인으로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인지, 카일라는 참으로 현모양처와 같은 말을 하였다.

여신과 같이 아름다운 미모,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이르었기에 흠 잡을데 하나 없는 그야말로 완벽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미(美)의 극치를 달리는 풍만하고 탄력 좋은 뇌새적인 몸매, 그리고 차가운 성격에 차갑고 도도한 표정을 언제나 짓고 있는 여인이 현모양처라면 남성들은 크게 환호할 것이었다.

남들에게만 차갑지만 자신에게만은 애교도 많고 사랑스러운 아름다운 미녀는 그야말로 꿈의 여인이었으니깐.

문제는 카일라는 카이라스에게도 언제나 차갑고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한다는거고 그렇기에 여신 같이 아름답기는 해도 표정변화도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말했듯이 카일라의 사소한 표정변화나 눈동자의 흔들림만으로 그녀의 생각 등을 모두 파악해내는 카이라스에게는 감정을 훤히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또 그의 눈에는 카일라의 모든 것이 사랑스러워보였기에 카이라스에게 카일라는 최고의 아내였다.

비록 밥도 못하고, 빨래도 못하고, 청소도 못하고, 정리도 못하지만.

'대신 귀엽고, 사랑스럽잖아. 그리고 최고의 명기이기도 하고.'

카일라가 들으면 진짜로 싸늘하게 자신을 노려볼 생각을 혼자서만 한 카이라스는 아이린의 제의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린, 네가 원하는 것은 명분이구나. 황태자를 후려칠 수 있는, 그리고 황태자의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는."
"어머, 역시 알아차리셨네요?"

아이린이 고급스러운 화려한 붉은 드레스의 자락들을 살짝 바람에 펄럭이며 요염하게 미소를 지으며 눈을 살짝 찡긋하며 말했다.

"맞아요, 원래 그럴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당신이 보여준 미래를 보고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앞으로 있을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알렉스를 황태자 자리에 둬서는 안된다고 말이에요."

이 순간 아이린은 본인이 의도하지 않아도 무척이나 치명적인 매력이 발산되어 카이라스를 향하고 있었지만 카이라스는 흔들리지 않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알렉스를 황태자에서 몰아낸 후에 아이린, 네가 그 자리를 차지할 생각이겠지? 황제의 뒤를 이을 황태녀의 자리를 말이야."

카이라스의 말에 아이린은 미소를 지으며 검은 부채로 홍옥 같은 붉은 눈동자의 아래의 얼굴들을 모두 가리면서 살포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전 황태녀가 될 거에요. 그리고 제가 황태녀가 되면 당신에게도 큰 도움이 되겠죠? 안그래요?"

아이린은 마치 유혹이라는듯 요염한 눈빛으로 카이라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14 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소녀인 그녀가 벌써부터 이런 치명적인 요염함을 풍기니 성장한 그녀가 풍기는 요염함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 분명해보였다.

'하지만 저건 그냥 자연산이야.'

카이라스는 아이린의 저 요염함과 색기, 치명적인 매력 등이 그녀가 의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자연적으로 그냥 보유하고 있다는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더욱 혀를 찼다.

의도하지 않아도 이런데 만약 성숙하게 성장한 그녀가 의도하고 요염함을 풍긴다면? 아마도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에 넘어갈 그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서 네 제의...나는 별로 끌리지 않아."
"카일라 양을 이용하는거라서 그런가요?"
"맞아, 잘 아네."

카이라스의 말에 아이린이 웃음을 지으며 카일라를 쳐다보았다.

"당신의 약혼자이신 카이라스 공자는 정말 당신을 아끼고 사랑하고 있네요. 여자로서 많이 부러워요."
"......"

아이린의 말에 카일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감정을 알 수 없을 얼음장 같이 차가운 푸른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카일라 누나, 누나는 어떻게 생각해? 누나가 내 의견을 따르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나는 그래도 이번은 누나가 선택을 해줬으면 해."
"나에게 선택을 맡기는거야?"
"응, 이번은 누나의 선택을 따르려고."

카이라스의 말에 카일라는 아무리 봐도 감탄을 멈출 수가 없게 하는 겨울의 여신과도 같은 차갑고 아름다운 얼굴로 카이라스를 응시하였고 카이라스는 천천히 그녀의 눈부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아름다운 은발을 손으로 쓸으며 가만히 그녀를 마주 응시했다.

"라스."

카일라의 연분홍빛의 매혹적인 입술에서 드디어 대답이 나왔다.

"나는 라스가 제의를 받아들였으면 해. 무엇보다도, 아르테일 공작가를 노리는 자는 용서할 수 없으니까."

아르테일 공작가가 황태자 알렉스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아르테일 공작가에서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와도 같은 고모에게 음심을 품고 있고, 또 그 고모와 자신의 '집'인 아르테일 공작가에 해를 끼치려는 자를 카일라는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아이린에게 이용당하는 결과라고 생각해도 상관 없었다. 이쪽도 그녀를 이용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럼, 그 부탁 받아들이겠어. 아이린."
"린."

카이라스가 아이린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하며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아이린이 짧게 한 단어를 말했다.

"린?"
"네, 린. 카이라스 공자, 편하게 린이라고 불러주셨으면 해요. 세르티네스가 그러듯이 말이에요."

아이린의 말에 카이라스가 그녀의 붉은 눈동자와 호선을 그리는 매혹적인 진한 붉은 입술을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생각이야?"
"후훗,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저 당신이 린이라고 편하게 불러줬으면 하다는 것만 알고 있어요."

카이라스는 잠시 아이린의 붉은 눈동자를 말 없이 쳐다보았다. 그리고 잠시 간의 침묵 후 아이린이 부채를 가볍게 천천히 휘둘러 자신에게 살짝 바람에 불게 하며 물었다.

"계획은 말을 하지 않더라도 알고 있겠죠? 지금 당신은 리드 마인드로 제 마음을 읽고 계실테니까."
"물론. 알고 있지. 그리고 이제 홀 안에 다시 들어가야하니 리드 마인드는 멈춰야겠지. 수많은 사람들의 사생활을 읽어내는 취미 따윈 없으니까."
"그럼, 저는 이만 다시 궁 안으로 들어갈께요. 두 분이서 바람을 좀 더 쐬다가 들어오세요. 아직 알렉스가 오려면 멀었으니까요. 세르티네스 이따가 보자."
[그래, 이따가 보자. 린.]

세르티네스의 인사에 싱긋 미소를 짓고 몸을 뒤로 돌린 아이린은 이제 눈이 마주치지 못하기에 카이라스가 리드 마인드로 자신의 마음을 읽지 못하게 되자 편안하게 생각했다.

'플로리아 녀석, 미래에 꽤나 괜찮은 남자를 낚았잖아?'

화려한 붉은 드레스의 차림으로 우아한 걸음걸이로 흑비단과 같은 긴 흑발을 찰랑거리며 다시 궁 안의 파티를 여는 홀 안으로 들어간 아이린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카이라스가 카일라를 쳐다보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아이린의 제안이 이득이라고는 하겠지만...기분이 좋지 못해. 카일라 누나를 계획에 이용하는 건 말이야."
"라스."
"응?"

그리고 카일라가 카이라스를 그가 느끼기에도 차가운 눈동자로 그를 쳐다보며 살짝 턱을 치켜들면서 차갑게 말했다.

"잊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라스에게 보호나 받기 위해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까지 오른 것이 아니야. 보호받지 않고, 도움이 될 수 있기 위해서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른거지."
"...미안, 실수했네. 과보호를 할 때도 지났는데 말이야."

카일라의 기분이 상당히 나빠보이자 카이라스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순순히 카일라에게 사과를 했다. 카일라의 말을 듣고보니 솔직히 말해서 자신은 아직도 그녀를 함께할 반려이며 동료라기보다는 그저 보호해줄 대상으로 여기고 있음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그것은 그녀의 자존심에 크나큰 상처를 입히는 행위였고, 또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르기 위해 필사적으로 한 그녀의 노력을 무시하는 행위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가 사과를 하자 카일라는 약간은 풀어졌지만 여전히 차가운 눈동자로 카이라스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라스. 내가 아는 라스라면 어떤 식으로든 황태자를 끌어내려버릴 계획을 꾸미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틀려?"
"아니, 맞아. 이제 누나도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네."

카이라스가 히죽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러나 카일라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에서 한치의 미동도 보이지 않았기에 언제나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그러나 애정이 깃들여져있기도 한 눈빛으로 카이라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라스, 나도 아르테일 공작가의 일원이야. 그걸 기억해둬."
"명심하도록 하죠, 아름다운 나의 부인."

카이라스는 장난스럽게 대답하며 카일라의 입술에 살포시 다시 키스를 해주었다.

[흐음, 이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인가? 신기하군. 아무리 저 은발의 인간 여자가 예쁘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미칠듯이 사랑스럽게 보인다니.]

세르티네스는 카이라스의 육체에 들어가 있어 그의 육체의 체감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기에 카일라를 향해 뜨거운 애정을 느끼는 카이라스의 애정을 신기해했다.

다크 드래곤 로드이자 대마왕이었던 그녀는 드래곤의 새끼인 해츨링을 낳아보지도 않았고, 사랑을 해보기는 커녕 툭하면 대마왕의 자리를 자신이 차지하겠답시고 덤벼드는 놈들을 처리하느냐 싸움만 해왔던 세르티네스로서는 마계에서도 알아주었던 '노처녀'였다.

*              *             *

1794년 8월 21일 0시.

황태자 알렉스 폰 카르시스의 생일이 된 이 때, 메리다 궁의 파티장에 황태자인 알렉스가 현 황제인 카를로스 폰 카르시스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사교 파티 장 안에 은은히 흘러오던 조그마한 음악들이 일제히 멈추었고 귀족들 역시 일제히 대화를 멈추며 황제와 황태자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 놈, 참 오랜만에 보는 낯짝이군.'

카이라스는 황태자 알렉스의 재수없는 면상을 다시 보게 되자 차갑게 미소를 지었다. 시공회귀를 갓 했을때야 반갑다고 포옹해줄 생각도 있긴 했지만 그것은 이미 예전의 일, 이제 그에게 황태자 알렉스란 존재는 다시금 면상을 후려 갈겨주고 싶은 짜증나고 경멸스러운 재수 없는 놈에 불과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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