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8화 〉[황태자 알렉스] 4 (78/380)



〈 78화 〉[황태자 알렉스] 4



"참으로 예의가 없이 천박한 행동이시군요. 황태자 전하."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른 카일라의 신체능력을 당해낼리가 없는 황태자는 차가운 목소리로 자신을 비꼬는듯한(언제나처럼 무미건조한 목소리라서 더욱 그렇게 들렸다.) 카일라의 목소리를 볼품 없이 쓰러진채로 들어야했다.

웅성웅성!

다른 사람도 아닌 오늘 생일이며, 이 파티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황태자가 뺨을 맞고 쓰러지는 광경에 당연히 주변의 귀족들을 웅성거렸다.

일반적으로 황태자의 뺨을 때리는 것은 용서받기 힘든 중죄였다.

하지만 그의 뺨을 때린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닌 아르테일 공작가의 소가주의 약혼녀였고, 또 누가 보더라도 황태자가 노골적으로 예의를 무시하고 너무나도 무례하게 대하며 아르테일 공작가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모습까지 보였기 때문이었다.

일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상태였다.

황제조차도 일이 심각해진 것을 알아보았고, 반면 루스칼리스와 엘리나는 속으로 무척이나 통쾌해하며 알렉스가 뺨을 맞은 것을 바라보았다.

"크으, 이...이...가...감히!"

한편 생전 처음으로, 아버지인 황제에게도 맞아본 적이 없던 뺨을 맞게 되자 알렉스의 분노는 머리 끝까지 치솟아올랐다.

"감히 황태자인...황태자인 나를...여를...!"

알렉스는 분노하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강제로 카일라의 손을 붙잡으려 들었지만 이번에 그의 팔을 붙잡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카이라스였다.

"남의 약혼녀에게 손찌검을 하려 하다니. 정말 당신은 최악이군."

카이라스가 경멸을 담아 모두가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말하자 주변의 귀족들은 물론이고 황제인 카를로스까지도 깜짝 놀랐다.

'이, 이런...'

카를로스 황제로서는 머리를 부여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신의 아들인 알렉스가 평상시에도 엘리나를 좋아하고 있었고 그녀를 강렬히 원한다는 사실은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자신이나 리히테나워 공작이 엘리나와 같은 완벽한 미녀를 차지한 루스칼리스를 부러워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엘리나와 같은 미녀가 있기를 바라던 모습의 황태자를 보며 황태자비가 될 여인이 과연 어떤 여인일까 기대도 품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설마 아르테일 공작가의 며느리가 될 여인을 건드리다니! 그것도 그냥 평범한 여인이 아닌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른 뛰어난 최연소의 천재 검사였다.

이미 검의 길을 걷는 기사들 중에서도 최연소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오른데다가 대륙에서도 손꼽히는 미모를 지닌 그녀를 동경하는 기사들의 숫자는 셀수도 없이 많았기에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심지어 잘못했다간 제국이 반으로 쪼개져버릴 수도 있었다.

다급해진 카를로스 황제가 직접 황태자 알렉스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려고 했지만 거리가 거리였기에 이미 일은 크게 벌어졌다.

"이 놈이...잠시 황태자인 내 팔을 잡아! 네 놈 따위가!"
"따위?"
"그래, 아직 성년이 되지 못한 놈 따위가 감히...! 이 계집은 오늘 당장 끌고 가서 단단히 교육을 시켜준 후 황태자비로 삼을거다! 네 놈 따위가 지니기엔 과분하다!"

알렉스는 완전히 미친사람처럼 눈에 핏발이 선채로 나오는대로 지껄였고, 카이라스의 얼굴이 점점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이 황태자 놈은 해야할 말과 해서는 안되는 말을 구분하지 못하는대로 지껄이며 카이라스의 팔을 뿌리치며 다짜고짜 카일라의 어깨를 붙잡으며 그녀를 향한 음심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흐흐, 좋은 생일이군...자, 빨리 가도록 하자. 너에게 차기 제국의 주인이 될 아이를 낳게 해줄테니까."

알렉스의 손을 간단히 피하면서 카일라는 싸늘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지만 알렉스는 오히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정복욕구를 더욱 강렬히 느끼는듯 계속해서 그녀를 붙잡으려 했고 카이라스는 이제 더 이상 상대해줄 가치도 느끼지 못했기에 슬슬 끝장을 내버리기로 했다.

"헤이스트."

자신의 마법에 헤이스트를 건 카이라스는 마나를 담지 않은 그저 빨라진 주먹으로 알렉스의 얼굴의 정중앙을 정통으로 때렸다.

퍼억!

"끄아악!"

그리고 얼굴에 정통으로 주먹을 맞은 알렉스는 코가 부러진채 피를 쏟으며 뒤로 자빠졌다.

"이, 이 새끼! 다, 당장 저 새끼를 잡아넣어! 반역이다! 반역이야! 황태자인 여의 얼굴을 때리다니! 공작도 아니고 작위도 없는 공작가의 자식 따위가!"

그렇지만 아무도 알렉스의 말에 나서는 사람들은 없었다. 오히려 이곳에 모인 귀족들은 모두 싸늘하게 알렉스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가 평소 행실이 나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저렇게까지 쓰레기일 줄은 몰랐기 때문에 그의 본심을 알게 된 지금 그들은 알렉스를 더 이상 황태자라 보고 있지 않았다.

'저 자식...아르테일 공작가의 후계자가 따위라면 우리를 대체 뭐로 생각하는거냐?'
'공작가의 며느리를 강제로 빼앗으려드는 저런 자가 황제가 된다면 분명 제국은 망하겠군.'
'저런 놈은 절대로 황태자로 있어선 안돼.'

이곳에 모인 귀족들은 모두 단체로 시위를 하는 일이 있더라도 황태자를 몰아내기로 결심하고 그것은 황제파에 속하는 귀족들까지도 마찬가지였다.

황제파의 귀족들은 일단 수장은 재상인 크로라일 공작이기는 했지만 정신적인 지주로 여기는 것은 아르테일 공작가였다.

일단 황제파의 귀족에 속하는 아르테일 공작가는 정치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그 지닌 무력만으로도 황제파에게 막대한 안심을 안겨주는 존재들이었고 그런 아르테일 공작가를 이리 대우하는 황태자의 태도에 황제파 귀족들은 분노를 하면서도 제국이 쪼개지는 것을 막기 위해 황태자를 반드시 자리에서 끌어내릴 생각이었다.

"좀...닥, 치, 세, 요."

퍼어억!

"크어억!"

그리고 알렉스는 뒷통수에 무엇인가가 명중하는 것을 느끼며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졌다. 그런 귀에 어디서 많이 들어본, 아니 정말 자주 들어본 맑은 목소리에 힘겹게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요염하고 치명적인 매력을 풍기는 그의 이복동생의 모습이 보였다.

1 황녀, 아이린 폰 카르시스는 그를 향해 경멸스럽다는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정말 한심하군요. 황태자면 황태자로서 지켜야할 품위라는게 있거늘, 그런 품위도 없이 천박하기 그지없는 행위를 보이는 당신을 보니 정말 1000 년 동안 이어진 우리 카르시스 제국의 운명이 걱정이 되는군요."
"아이린...! 네 년이...감히 하늘 같은 오라버니인 나에게 망발을 내뱉는...커억!"

알렉스가 아직도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떠들어대자 아이린이 부채로 그의 뒷통수를 후려쳤다.

"좀 닥쳐요. 정말 천박하기 그지없는 쓰레기인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천박하다니."

그렇게 말하며 부채를 들고 도도하게 서있는 아이린은 그야말로 진짜 황족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화려한 기품과 우아함이 불과 14 살의 나이임에도 넘쳐나고 있었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귀족들은 감탄했다.

"폐하가 아들은 잘못 뒀지만, 딸은 정말 잘 두셨군."
"그러게나 말이야."

그런 귀족들의 목소리를 들은 카를로스 황제는 허탈한 기분이었다. 이미 더 이상 알렉스는 황태자의 자리에 둘 수 없는 것은 확정인듯 했다.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해줄 것은 다 해줬다고 여겼거늘 결과가 이런 꼴이라니...그것도 생일 날에...

그러나 이 때에도 알렉스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으아아, 아이린! 네 년이 감히 날 모욕하다니! 내가 황제가 된다면 네 년도 가만두지 않을거다! 저 반역자인 아르테일 공작가도 여기서 날 모욕하며 수근거리는 저 귀족 놈들도 모조리 가만두지 않을거다!"

미친듯이 발광하는 알렉스는 이제 누가 봐도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이 때 루스칼리스가 엘리나와 함께 알렉스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반역자? 지금 우리 아르테일 공작가를 반역자라고 했소?"

루스칼리스의 물음에 알렉스는 광기에 찬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루스칼리스를 평상시에 두려워하던 그였지만 이제 그는 거리낄 것이 없다는듯 미친듯한 괴소를 흘리며 엘리나와 카일라를 향해 음흉한 시선을 돌렸다.

"흐흐, 그래. 너희들은 반역자다. 감히 황태자인 나에게 손지껌을 하다니...그렇지만 엘리나, 저 계집과 카일라라고 하는 저 계집을 나에게 바치며 용서를 구걸한다면 특별히 저 카이라스라는 새끼만 반역죄로 죽여버리는 것으로 용서를 해주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고 기가 막혀서 뭐라 할 말이 나오지 않았고, 아이린은 이 순간 알렉스의 입을 실로 꿰매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컸다면 여동생인 나도 노릴 파렴치한 놈이야.'

자신이 미성년자였기에 아직 음심이 담긴 눈으로 쳐다보지 않을 뿐이었지, 아이린이 느낄때 알렉스는 자신이 내 년에 성인이 된다면 그 때부터 어머니가 다르다지만, 여동생인 자신을 노리고 수작을 부릴 쓰레기 중의 쓰레기였다.

물론 남매 간의 근친혼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랑이나 정략이 아닌 단순히 욕정을 해소하기 위한 용도로서 여동생을 노린다는 건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허어..."

카를로스 황제는 이미 틀렸다는 것을 알았는지 알렉스를 포기했다. 아르테일 공작가에게 저런 망발을 하고 이곳에 모인 모든 귀족들을 적으로 돌린 알렉스를 옹호한다면 그것은 황실이 제국의 모든 귀족들을 적대하겠다는 선언이 되어버리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이 쪽은 명분도 없었다.

"아버지, 잠시 먼저 밟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카이라스는 루스칼리스가 선수를 치기 전에 먼저 쓰러진채 괴소를 흘리고 있는 알렉스의 손가락을 발로 짓눌렀다.

"끄아악!"

손가락이 분질러지는 고통에 알렉스가 크게 비명을 질렀고, 그의 비명을 들으며 루스칼리스가 혀를 찼다.

"치사하게 아버지보다 먼저 나서다니. 라스, 너는 오늘 이 재수없는 놈을 만났겠지만 나는 몇 년전부터 이 자식이 내 이쁜 아내를 음흉하게 노리는 시선을 묵묵히 참아왔다. 폐하가 제발 애가 철이 없어서 그런거니 봐달라고 얼마나 간청을 많이 하셨는지 쯧쯧..."

황제가 불쌍하다는듯 혀를 차던 루스칼리스는 천천히 마나를 유동시켜 알렉스의 몸을 하늘로 들어올렸다.

"뭐, 뭐냐? 무슨 짓을 하려는거야? 후갸아아악!"

그리고 공중에서 알렉스는 아주 빠른 속도로 회전을 하였고 머리가 급격히 흔들리는 느낌에 멀미감까지 느끼던 알렉스는 그대로 땅 위로 추락했다.

"쿨럭!"

땅에 등이 부딪친 알렉스는 비록 죽지는 않았고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었기에 심한 상처도 입지 않았지만 멀미를 하던 중 등에 가해준 충격으로 먹던 것들을 모두 토해냈고 땅에 쓰러진채 먹던 것들과 위액을 토해낸 그는 당연히 누워서 침뱉기라고, 자신이 그 토사물들을 모두 뒤집어쓰게 되었다.

"더럽군요."

아이린은 불결하다는듯 알렉스를 경멸스럽게 쳐다보며 살짝 뒤로 물러났고, 카이라스가 혀를 찼다.

"아버지, 근데 이 놈이 말한게 황실의 뜻으로 대변되나요? 그럼 여기에 모인 귀족들은 우리를 포함해서 전부 반역자에 처단될 대상들이라는건데."
"그건 결코 아닙니다."

계획대로, 아이린이 혼란 속에서 황실의 대표를 스스로 자처하기 위하여 카이라스의 곁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