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여행을 떠나기 전]
아이린과 유리아나가 연무장으로 향하기 1 시간 전의 일이었다.
아침 식사 후 그럭저럭 잘 만들어진 평복을 차려 입은 카이라스는 아버지인 루스칼리스와 탁자 하나를 중앙에 놓고 서로 마주보며 앉아서 부자 간의 단 둘의 대화를 하고 있었다.
참으로 빼닮은 외모를 가진 잘생긴 흑발의 소년 카이라스와 흑발의 청년의 모습을 한 루스칼리스는 누가 봐도 부자임을 확연히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아니 루스칼리스가 워낙에 젊어보이니 형제와 같아 보인다고 할까?
"그래, 어제는 어땠냐? 꽤 좋았지?"
"상당히 좋았습니다. 아버지. 특히 카일라 누나와 디아나, 그리고 셀리나가 정말 다들 적극적으로들 움직였거든요."
카이라스의 말에 루스칼리스는 자신의 앞에 놓여진 차 한잔을 들이키며 물었다.
"정말 그렇게들 적극적이었냐? 카일라 그 아이도?"
"네, 카일라 누나가 평상시에는 차가워도 침대 위에서는 정말 뜨거운 여자에요."
"흐음...그렇구나. 그런데 라스. 너에게 아버지로서 묻겠다. 정말 여행을 떠날거냐?"
루스칼리스의 물음에 카이라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죠. 아버지도 아시잖아요. '미래'를 말이에요."
"후후, 그래...나도 이제는 알지...처음에는 네가 보내준 지식들을 받고도 내 아들이 어디 미쳐서 정신질환이 있나 하는 생각도 했었으니깐."
루스칼리스의 말에 카이라스도 피식 웃었다.
"저는 아버지가 참으로 마법에 재능이 없다는 것도 알았죠. 아직도 10 서클에 가는 단서를 못 잡고 있으니까요."
"그건 네 녀석이 너무 괴물이라서 그런거다. 이 애비가 네 녀석을 제외하면 마법사 중 최고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인데 내가 재능이 없다면 이 세상에 마법사는 하나도 없겠구나."
"후후후, 그건 그래요."
카이라스는 얼마전 루스칼리스와 카이우스에게는 시공회귀를 했었다는 사실을 밝혔었고 그 증거로 기억들을 전송했었다. 그렇지만 엘리나에게는 아직 밝히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미래에서의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비참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미래에서 엘프들에 의해 정신이 망가져 카이라스가 치료하기 이전에는 결국 엘프들에게 순종하며 완전히 길들여졌던 자신의 모습을 그녀가 안다면 그녀의 성격상 큰 죄책감을 가질 것이 분명했다.
정신이 망가져버려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되었던 그녀는 결국 엘프들에게 양쪽 구멍을 동시에 범해지지 않는다면 견딜 수 없는 육체로까지 조교되어 카이라스가 구출해 정신을 회복시켰을때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이 엘프 퀸 세레시아를 죽일 수 있는 열쇠가 되었었지만...'
엘프들은 사람이 하는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분간할 수 있는 힘이 있었고, 엘리나는 엘프들의 물건들을 간절히 원하는 자신의 육체를 혐오하면서도 그 육체를 이용한 복수를 계획했고 성공했었다.
스스로 세레시아를 비롯한 그녀의 휘하 엘프들이 있는 곳으로 간 엘리나는 세레시아에게 휘하의 엘프들의 페니스가 생각나서 돌아왔다며 부하인 엘프들에게 자신의 양쪽 구멍을 물건들로 가득 채워져달라는 부탁을 간절하게 하고 그녀의 바램이 진심임을 파악한 세레시아는 방심한채로 그녀의 휘하 엘프들에게 엘리나를 그 자리에서 범하게 했다.
그리고 엘리나가 보여주는 음란한 모습들은 영락 없이 완벽히 길들여진 모습이었기에 세레시아 역시 방심을 하며 그녀의 옆에 선채로 긴장을 풀고 있었고 엘리나는 그 때 카이라스가 회복시켜주었던 마나 로드를 통하여 자신의 마나를 일제히 폭발시켰고 긴장을 풀고 있던 세레시아와 엘리나에게 삽입을 하고 있던 엘프 남성들, 그리고 그 외의 근처에 있던 엘프들까지 싸그리 그 폭발에 휩쓸려 죽어버렸었다.
그렇게 엘리나는 엘프들에게 조교된 자신의 육체까지 역으로 이용하여 복수를 성공시켰지만, 그녀에게 시공회귀를 같이 하자는 제안을 거부당하고 그녀가 죽음을 택해버리자 카이라스는 완전히 미련을 끊어버리고는 성공확률이 100%가 아닌 시공회귀에 도전하여 도박적인 확률에 미래를 걸었고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되었다.
엘리나가 보면 괴로워할 내용은 단순히 그것만이 아니었다.
미래에서 엘프들에게 수없이 능욕을 당한 엘리나는 당연히 임신도 여러번 당했었고 하프엘프들을 여러명을 출산했었다. 그렇지만 마법을 통해서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아낸다 해도 아버지인 엘프들은 당연히 하프엘프인 자신의 자식들을 책임지지 않았고 오히려 그저 엘리나를 임신시켜 출산시켰다는 것에 대해 과시로 삼았었다.
그리고 갓난아기인 하프엘프들을 이용하여 카이라스에게도 "네 동생들이다."라며 엘프들이 도발을 여러번 걸기도 했었고 카이라스는 당시의 분노를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특히나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은 전쟁터에서 대치시 엘리나가 알몸으로 엘프들에게 수도 없이 윤간당하는 광경들을 아예 카이라스의 눈 앞에서 직접 보여준 후 카이라스를 유인하려고 들기도 했었다.
'그 때 진짜 스스로에게 고통 마법을 걸어서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고는 했었지.'
엘리나가 그런 능욕을 당한 것은 거의 10 년에 가까이 될 정도였으니 그 동안 그런 함정들을 에라시안은 여러번 팠었고 그런 에라시안이 철저하게 카이라스를 막아주는 동안 엘프들은 카이라스의 앞에서 아예 엘리나를 어떻게 조교했는지를 생생히 보여주며 그를 약올리기도 했었다.
특히나 엘리나를 임신시켰던 엘프들이 나서서 엘리나더러 자신들을 서방님이라고 부르라고 시켜 정신이 망가져버려 쾌락만을 추구하게 된 엘리나가 얼굴을 수줍게 붉히며 "서방님"이라고 하며 교태를 부리던 광경은 정말 눈이 뒤집어지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었다.
그렇기에 드래곤 로드 에라시안을 제외한다면 가장 용서할 수 없고 반드시 멸망시켜버려야할 종족을 고르라면 그는 두 말 없이 엘프를 고를 것이었다.
그리고 그 기억을 본 루스칼리스 역시 당연히 크게 분노했고 아르테일 공작가의 현 주인과 차기 주인은 엘프들을 반드시 세상에서 말살시키기로 부자 간에 결의를 본 상태였다.
"그런데 말이다. 라스, 이제 곧 여행을 떠날거냐?"
"네."
루스칼리스의 물음에 카이라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찻잔을 들고는 보온 마법으로 인해 아직도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들이키며 말했다.
"미래에서 제가 찾아냈던 유적들을 보다 많이 발굴해야하고, 또 던전들도 많이 공략해야하거든요. 유적과 던전을 겸하는 장소들도 그렇고요."
"그것 뿐이냐?"
"그것 만이 아니죠. 그리고 휘하에 들일 세력들도 있거든요. 찾아내서 저에게 충성을 맹세하게 해야죠."
카이라스는 그렇게 말하며 시공회귀 이전 그에게 절대적인 충성심을 보이던 그들을 떠올렸다.
사실 그들을 만난 것은 카이라스도 우연이었었다.
그저 카일라와 유리아나를 데리고 여행을 다니던 중 흑마법의 기운을 발견하여 재미있겠다 싶어 추격을 해보았다가 점차 얽혀서 흑마법사들의 세력들과 얽히게 됬던 것이었다.
대륙에서 탄압을 받고 차별을 받던 흑마법사들은 처음에 카이라스를 무척이나 경계했지만 그가 아르테일 공작가라는 것에는 어느 정도 경계심을 풀었었다.
아르테일 공작가는 흑마법사라고 무조건 탄압하지 않고 사람의 인성이 중요하다고 하며 죄가 없는 흑마법사들은 아르테일 공작가 내에서는 따로 마을을 건설해서 지내고 있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아르테일 공작령에서도 일반인들은 흑마법사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보니 아르테일 공작가에서는 인간으로서의 도리에 어긋나는 짓을 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받은 후 흑마법사들이 많이 거주하는 마을들을 만들어주고 그곳에서 지내게도 했었기에 수많은 음지들과 암흑가에서 지내던 흑마법사들도 아르테일 공작가에게는 호의적인 시선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그 때문에 신전 세력이 아르테일 공작가에 불만을 표하기는 했지만 마나의 맹세까지 시켜놓았기에 뭐라하지 못하였었다.
"흑마법사들과 네크로맨서들. 그들을 휘하로 들여서 군대를 조직할거냐?"
"네, 아버지에게만 알려드렸지만 아이린이 마신의 성녀잖아요. 그럼 흑마법사들과 네크로맨서들이 아이린에게 버프를 받는다면 전쟁에서 어마어마하게 도움이 될거에요."
"흐음! 그렇겠지. 그런데 당장 그들이 너를 따를거 같냐?"
"어떻게든 따르게 해야겠죠. 그렇지만 당장 찾아갈 것도 아니고, 일단은 유적들을 돌아다니면서 천천히 제 힘을 키우는 것을 우선시하려고요."
루스칼리스는 그런 아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다 계획이 있겠지. 이 애비 역시 지금 옛 친구들에게도 모두 연락을 취하고 세력을 키우는데 힘 쓰고 있다. 황태녀 아이린의 세력이라는 명목으로 세력이 모이고 있으니 참으로 편하더구나."
신하의 신분인 아르테일 공작가가 갑자기 급격하게 세력을 모으면 드디어 독립을 꿈꾸는 것이라 오인 받기 딱 좋았다.
그렇지만 황태녀인 아이린이 자신의 세력을 키우고 있는 것이라면 달랐다. 이미 정계를 상당히 휘어잡은 그녀가 아르테일 공작가를 비롯하여 여러 세력을 휘하에 두는 모양새를 한다면 그것은 그저 황권이 강력해지는 것을 의미했으니깐.
"아버지, 그 외에도 은거한 강자들에게도 연락을 보내고는 계시나요?"
"이미 은거하신 네 할아버지에게 연락이 닿으니 다들 닿더구나. 이종족들이 음모를 꾸민다는 사실을 쉽사리 믿기는 힘들어하였지만 그래도 네 할아버지가 내가 마나의 맹세까지 하며 사실이라고 알려주니 심각하게 여기며 설득들을 했던 모양인지 지금은 다들 여럿이 모여서 이곳 근처로 모인다고 하더구나. 여전히 이곳에서 은거를 해서 편히 마법을 연마하거나 무술들을 연마하며들 지내려 하겠고 밥값은 다 내가 내줘야겠지만 감수해야겠지."
루스칼리스의 말에 카이라스가 키득 거리며 웃었다.
"할아버지도 오랜만에 뵐 수 있겠네요. 근데 할머니는 여전하세요?"
"그래, 여전히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잡혀사시더구나. 후후후, 나 같이 아내를 확연히 다뤄야지."
아버지와는 달리 순종적인 아내를 얻었다는 것에 우월감을 느끼는 루스칼리스를 보며 카이라스가 혀를 찼다.
"아버지는 진짜 마음 넓은 어머니를 만난 것을 다행으로 아셔야해요. 제가 그런 짓을 했다간 카일라 누나는 쇼크 웨이브를 담은 오러 서클을 날려댈테고, 디아나는 그대로 울음을 터트리면서 화를 낼테고, 셀리나는 조용히 흐느낄텐데..."
"흠흠~그래도 나는 아내는 엘리나 하나만을 두고 있단다."
"뭐, 저는 골고루 행복하게 해줄테니 상관없죠. 어제처럼 말이죠. 후후."
"흠~그런데 라스."
"네, 아버지."
카이라스를 부른 루스칼리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휴우, 네가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네 어머니가 짐작하고 너랑 같이 여행을 떠나겠다고 하는구나. 네 덕분에 졸지에 마누라가 여행 떠나서 독수공방하게 생겼는데 네가 좀 설득 좀 해주면 안되겠냐?"
"...어머니가 같이 떠난다고 했다고요?"
"그래, 그랜드 소드 마스터 최상급이니 도움이 될 거라나? 아무래도 아직도 널 그냥 혼자 보내기는 마음이 안 놓이는것 같구나. 이상하구나, 나는 네가 참으로 듬직하게 보이는데."
"...아부 하지마세요. 안 어울려요."
"큭, 눈치가 빠르구나."
카이라스는 루스칼리스의 말에 어머니 엘리나의 모습을 머리 속에서 그려보았다. 아무래도 어머니의 마음으로는 자식이 아무리 커도 어려보이며 보호해주고 싶게 보이는듯 했고 카이라스는 그런 엘리나의 애정이 싫지 않았다. 그리고 확실히 그녀의 강력한 힘은 그의 여정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