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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3화 〉[여행을 떠나기 전] 2 (93/380)



〈 93화 〉[여행을 떠나기 전] 2

카이라스는 루스칼리스의 말에 어머니 엘리나의 모습을 머리 속에서 그려보았다. 아무래도 어머니의 마음으로는 자식이 아무리 커도 어려보이며 보호해주고 싶게 보이는듯 했고 카이라스는 그런 엘리나의 애정이 싫지 않았다. 그리고 확실히 그녀의 강력한 힘은 그의 여정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진실을 알기는 곤란한데...'

아무래도 움직이다보면 그녀 역시 진실에 대해 알게 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물론 그 진실들을 빼고서 알려주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그러기에는 숨기게 될 사실들이 너무나 많았다.

'또 어머니 없이 아버지가 지내기는 힘들텐데...'

이러니 저러니 해도 루스칼리스는 그를 낳아준 아버지였고, 도덕적으로는 무리더라도 그가 자신을 아버지로서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제가 설득해볼께요. 이제 성인이니 어머니 품에서 졸업할 때도 되었으니까요."
"오오, 고맙다. 아들아! 너 밖에 없구나!"

과하게 기뻐하며 자신의 손을 붙잡는 아버지의 모습을, 아니 정확하게는 그의 눈을 보며 카이라스는 식은땀을 흘리며 생각했다.

'내, 내가 잘 한 선택일까?'

카이라스는 루스칼리스의 입가에 새겨진 미소, 정확하겐 사악한 미소를 보자 그 사악한 미소가 향하는 대상인 어머니 엘리나가 진지하게 걱정이 들었다. 어떤 음흉한 생각들을 품고 있는 것이길래?

"자, 그럼 라스. 이제 몇일 후에 네가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서 묻고 싶은 것이 있단다."
"네, 말씀하세요. 아버지."
"뱀파이어들이 인간들에게 협조를 해줄 것 같으냐?"

루스칼리스의 물음에 카이라스는 디아나와 셀리나를 떠올렸다. 이미 그의 아내가 되어버린 사랑하는 여성 뱀파이어들...

"협조를 해줄 겁니다. 아니, 제가 하게 만들겁니다. 제 신분은 엄연히 뱀파이어들의 여왕인 디아나의 남편인 대공이니까요."

카이라스의 말에 루스칼리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그렇게 될거다. 후후, 뱀파이어들을 위한 블러드 캔디들을 더욱 준비해두마."

그 후 루스칼리스는 아공간을 연 후 카이라스에게 무엇인가를 건네었다.

"받거라."
"이건?"

루스칼리스가 건네준 것을 본 카이라스의 눈이 살짝 이채를 띄었다. 루스칼리스가 그에게 건네준 것은 바로 드래곤 하트였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그냥 드래곤 하트가 아닌 웜급은 되어보이는 드래곤의 드래곤 하트였다.

"정 필요할 때 그걸 흡수해서라도 10 서클까지 오르기 위한 마나를 보충하거라. 그리고 꼭 엘프들을 발견하는 즉시 최대한 잔인하게 고문해서 죽이거라."
"네, 아버지."

카이라스는 루스칼리스의 말에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나의 일이 아니더라도 엘프들은 용서할 수 없는 종족이었다.

인간들의 땅을 점령한 엘프들이 벌인 잔혹한 학살! 아름다운 여인들은 모조리 노예로서 끌려가 성욕의 처리반이 되고, 그 외의 사람들은 모조리 그 자리에서 처형이 되었다.

심지어 엘프들은 어린아이들까지도 살려두지 않았고, 어린아이들을 죽이는데 한치의 망설임들도 없었었다.

특히나 5 살 짜리 여동생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8 살의 소년 앞에서 여동생을 먼저 바람의 정령의 힘으로 허공에 띄운후 내던져버리고 화살을 날려 머리를 명중시켜 여동생의 머리를 터트려 죽여버린 후 분노와 절망감에 빠진 소년의 머리를 연달아 터트려 죽인다거나 하는 오히려 인간들을 재미로 죽이는 행위는 더더욱 용서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되돌려줄 생각이었다. 어린 엘프들에게도, 두려움에 젖을 자신을 진짜로 마왕으로 여길 잔인한 죽음을 내려줄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카이라스는 루스칼리스의 업무실에서 나왔다.

"후우..."

밖으로 나온 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카이라스는 한숨을 쉬었다.

"정말...할 일이 많구나."

정말 부담스러울 정도로 할 일이 많았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그 일을 할 사람은 나 뿐이지.'

그리고 그 일을 해야할 사람은 오직 카이라스 폰 아르테일, 자기 자신 뿐이었다.

'지그문트 녀석도 이전보다 빠르게 강해질테고...레이나도 서서히 찾아가봐야겠군.'

전생의 검의 여왕, 레이나는 지금은 열두살의 소녀에 불과할터였지만 이미 소드 익스퍼트의 경지에 도달하여 천재로서 이름을 날리고 있을 것이었다.

아르칸 왕국에서.

아르테일 공작가가 제국의 동부에 가깝게 위치해있고 그런 아르테일 공작가와 일부 영토를 맞대고 있는 나라가 바로 아르칸 왕국이었다.

카르시스 제국에 비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륙에서 상당히 강력한 강국 중의 하나로 영토의 넓이는 아르테일 공작령의 두 배 가까이나 되는 강국이었다.

거기에 5 명이나 되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8 서클 이상의 대마법사를 5 명을 보유하고 있는 상당한 강국에 속하는 나라였다.

그렇지만 아르테일 공작령은 루스칼리스와 카이라스를 포함하여 8 서클 이상의 대마법사가 무려 총 12명에 달했고 그 중에서 5 명이 9 서클의 마법사였다. 거기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 역시 3 명이나 보유하고 있으며 6, 7 서클의 고위 마법사들은 셀 수도 없이 많아 오히려 절대강자들의 숫자에서는 아르테일 공작가가 강국에 속하는 아르칸 왕국을 압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르칸 왕국의 왕녀 레이나 폰 아르칸. 그녀는 중요해.'

카이라스는 잠시 레이나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지금은 12 살의 어린 소녀에 불과할테였지만 미래에서 검의 여왕이라 불렸던 그녀가 휘두르던 공간을 베어버리는 힘을 담은 검의 위력은 그 한 점의 집중력만큼은 10 서클 마스터였던 카이라스보다도 강력했었다.

"라스."

그리고 문이 열리면서 카일라가 들어왔다.

이제 처녀가 아니게 되었지만 여전히 그녀는 얼음장 같이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깨끗하게 씻은 그녀는 다시금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최고급의 은을 녹여서 만든듯한 아름다운 긴 은발에 어울리는 은빛의 실용적인 상의에 핫팬츠 계열이라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지만 무척이나 간편한 검은 가죽 바지를 입고 있었고 또 그녀의 허리에는 검이 한 자루가 존재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그녀에게서 이제는 처녀가 아니게 된 여인의 요염한 색기가 저절로 풍겨지는 것을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고, 또 그녀에게 물었다.

"어쩐 일이야, 누나."
"잠시 대련 좀 해줘."

그렇게 말한 카일라의 말에 카이라스는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우리 결혼한지 하루 지났어. 한창 신혼인데?"
"상관없어. 연무장으로 가자."
"...신혼인 부부가 검으로 겨루는 것은 좀."
"연무장으로 가자."
"...알았어."

카일라가 이렇게 세 번까지 부탁한다면 카이라스는 거절하지 못했기에 신혼인데 아름다운 아내랑 살벌한 칼싸움을 해야하는 현실에 마법사인 그는 서글퍼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검술 대련이야?"
"응, 검술로 해."
"흐음, 뭐 상관은 없어."

카일라와 카이라스의 검술의 경지는 일단은 같은 그랜드 소드 마스터 초급이었다. 물론 그랜드 소드 마스터로서는 카일라가 더 완숙한 경지이기는 했지만 10 서클 마스터의 깨달음을 보유한 카이라스는 특이했다.

기본적으로 그랜드 소드 마스터는 시간이나 공간과 관련된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카일라의 쇼크 웨이브를 통한 공간 뒤흔들기, 유리아나의 검만의 시간 가속, 지그문트의 검만의 공간이동, 레이나의 공간절단 등이 그러했다.

그렇지만 카이라스는 그들과는 달리 10 서클 마스터의 깨달음을 지니고 있기 때문인지 공간과 시간에 관련된 대부분의 기술들을 미약하게나마 검술만으로 구사할 수 있었다.

공간과 시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깨달음이 남다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아직 그의 경지가 검술에는 많이 미약하여 강력한 힘을 구사할 수는 없지만 그는 그것을 마왕의 권능을 이용하여 보조하여 위력을 급격히 올릴 수 있었고 동시에 오러 서클과 오러 블레이드의 위력 역시 암흑투기를 이용하여 보다 강화할 수도 있었다.

물론 카일라와의 대련에서 마왕의 권능이나 암흑투기를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순수하게 검술로 대련할 생각일 뿐이었으니깐.

"아, 근데 누나. 지금 기분은 어때?"

자리에서 일어난 카이라스는 카일라의 앞에 다가와 물었다.

"기분? 뭐가?"
"몇일 후면 우리 여행을 떠날 거잖아. 뭔가 신혼여행 같다는 생각은 안들어?"
"전혀 안들어. 근데 신혼여행이 중요해?"

오히려 의문을 품으면서 되묻는 카일라의 물음에 카이라스는 한숨을 쉬었다.

"아니, 뭐 그런 누나도 좋지. 나는..."

어릴적부터 검술만을 파고 들었던지라 기본적으로 여자들이 가질 신혼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그녀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시공회귀 이전에야 하도 여행을 이리저리 많이 다녔었으니 그러려니 했지만 지금 이 시간대의 카일라 역시 역시나 그의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대답과 행동을 보였다.

'뭐, 그런 모습도 카일라 누나의 매력이지만.'

그렇지만 카이라스에게는 그런 그녀의 모습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근데 디아나와 셀리나는?"
"연무장에 가 있어. 둘 다 약간이지만 강해졌으니까."

그야 당연히 강해졌을 것이었다. 바로 그녀들이 어제 마신 피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 그녀의 처녀혈이었으니깐.

"흐음, 둘 모두 여행을 떠난다니 기대감과 긴장감을 느끼는 것인가?"
"응, 셀리나는 몰라도 디아나는 신나보였어."

카일라의 말에 카이라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후로는 말 없이 연무장까지 걸어갔고 이내 연무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선객들이 둘이 아닌 넷이었다.

거기에 둘인 디아나와 셀리나는 살짝 눈을 감고 벽에 등을 기대며 누워있었는데 아무래도 체내에 있는 블러드 마나들을 통제하고 있는듯 보였다. 그렇기에 카이라스는 다른 둘만을 불렀다.

"린, 유리아나."
"아~라스 오빠! 카일라 언니!"

유리아나는 웃으면서 카이라스를 반겨왔고, 아이린은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치마 자락을 들며 공손하고 기품 있게 살짝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카이라스 공자. 그리고 카일라 공녀."

그리고 아이린이 인사를 끝내자마자 카이라스의 내부에 있는 세르티네스가 그녀를 반가워했다.

[린, 편히 쉬었구나.]
"응, 세르티네스도 잘 쉬었어?"
[후후, 나야 뭐 언제나 그렇지. 그런데 어쩐 일로 연무장에 와 있어?]
"유리아나 양에게 가벼운 대련을 해주려고 했는데...아무래도 그럴 필요가 없어보이네."

그렇게 말한 아이린은 카이라스와 카일라를 한번씩 흝어본 후 말했다.

"그런데 카이라스 공자, 앞으로 3 일 후인가? 그 때 쯤에 여행을 떠난다면서요?"
"응, 디아나와 셀리나도 함께 떠날거야. 어머니가 따라오겠다고 하겠지만...그것은 거부하려고. 어머니는 여기서 아버지를 도와드렸으면 하거든."
"그렇군요...그런데 얼마나 떠나 계실건가요?"
"글쎄...가끔씩 아르테일 공작가로 돌아오긴 할거야. 그렇지만 완전히 돌아오는 것은 아마 오랫동안 힘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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